〈 299화 〉 299. 원하는 것(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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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공손찬군이 멸망했다.
북방의 귀신.
백마장군(白馬??).
겨우 수천 명의 병력으로 30만에 육박하던 황건적 대군을 무찔렀던 공손찬이 역경루에서 무너졌다.
마침내 하북의 주인이 결정되었다.
원소와 공손찬의 건곤일척과도 같은 승부를 계속해서 지켜보았던 하북의 사대부와 호족들은 새로운 지배자의 탄생을 진심으로 환영했다.
“경하 드리옵니다!”
“마침내 하북 4개 주가 모두 주군의 발치에 떨어졌습니다!”
기주(??). 유주(??). 병주(??). 청주(??).
총 4개의 주들을 통합했다.
최종적으로 공손찬군을 멸망시킴으로서 나라를 세워도 부족함이 없을 병량과 영토를 확보하였다.
드디어 패도(?)가 눈앞에 보인다.
원소를 오랫동안 봉행해온 안량과 문추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우렁찬 목소리로 주군의 영광을 축하했다.
“정북장군!”
“부디 저희들을 거둬주십시오!”
역경루를 정벌한 원소가 유주의 탁군(??)과 광양군(???) 일대에 흩어진 백성들을 위무했다.
공손찬의 폭정과 학대로 시름하던 백성들은 찬연하게 빛나는 금발을 늘어뜨린 여걸의 통치를 두 팔 벌려 환영하면서 함성을 내질렀다.
드디어 폭군이 죽었다.
미치광이가 마침내 천벌을 받았다.
오랫동안 이어진 폭정으로 백성들의 분노를 일으켰던 공손찬을 멸망시킴으로서 원소는 절대적인 지지를 받게 되었다.
“주군, 천자에게 승첩을 보고하십시오. 주군께서 하북의 주인이 되셨음을 만천하에 알리셔야 합니다.”
“물론이에요.”
저수의 말에 원소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땅히 해야 될 일이다.
이 원소의 이름을 만천하에 알려야 할 터이니.
압도적인 전력을 자랑했던 북방의 귀신을 무찌르고 빛나는 영광과 명예를 거머쥐었음을 천하의 모든 만민들은 마땅히 들어야 할 것이다.
“장정들이여, 개선하라!”
“군기를 크게 흔들어라! 고각소리를 더욱 크게 높여라! 하북의 지배자께서 탄생하셨다!!”
장수들이 크게 호령했다.
병사들이 고함을 내지르면서 병장기를 높게 치켜들었다.
드넓은 하늘도,
빛나는 해와 달도 모두 주군의 것이다.
발해군(???)에서 시작하여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마침내 하북 전역을 통일한 군주에게 장정들은 무한한 존경과 경애를 보냈다.
“곧 조조군이 병주의 흑산적을 토벌하기 위해 군세를 일으킬 거예요. 원재, 휘하 기병부대를 이끌고 태원군(太??)을 점령하세요.”
“명을 받들겠습니다.”
공손찬군을 멸망시켰음에도 원소는 여전히 커다란 골칫거리를 떠안고 있었다.
병주에 똬리를 튼 흑산적.
수십만 명이 넘는 병력을 보유하고 있는 흑산적 세력은 화근을 일으킬 도화선과 같았다.
흑산적을 우려한 원소는 외조카 고간에게 조조군과 협공하여 병주의 군현들을 점령할 것을 명령했다.
“조조가 얌전히 우리를 도와주겠나?”
순우경이 물었다.
그들에게 동평국을 양도하는 대가로,
병주의 흑산적 세력을 소탕해줄 것을 주문했다.
원소의 명을 받고서 동평국을 점령한 바 있었던 순우경은 과연 조조가 약조를 이행할지 미지수라며, 의심쩍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에 원소가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대답했다.
“물론 흑산적 토벌에 사력을 다하진 않겠지만… 겉치레를 하듯 표면적으로는 힘을 빌려주겠죠. 아직 우리들은 ‘동맹’ 관계니까요.”
조조와 원소는 여전히 암묵적인 동맹을 맺고 있었다.
언젠가 적대관계가 될 것이나,
지방에서 할거하여 대군벌의 자리에 오르게 된 여장부들은 여전히 우호적인 입장을 교환하고 있었다.
폭풍이 몰아치기 전의 정적.
하북과 하남을 점령한 두 대군벌들은 흩어진 민심을 수습하고 상실한 전비와 전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당분간 시간이 필요했다.
“결국 원수가 되겠군.”
“천하는 두 팔로 품을 수 없을 정도로 광활하고 넓어요. 하지만 권력의 정점은 오직 한 사람만 오를 수 있죠.”
독존(??).
천하의 주인은 오직 한 명뿐이다.
무능하고 부패한 조정에서 욕망으로 물든 권력암투를 수년 동안 목격해온 원소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드디어 북방의 하늘이 이 손아귀에 들어왔어요.”
원소가 손을 높게 뻗었다.
옷소매가 아래로 사륵 흘러내리면서 늘씬하게 뻗은 팔이 드러났다.
순우경이 멋쩍은 듯 헛기침을 했다.
그럼에도 원소는 높은 위치에 있는 무언가를 거머쥐려는 듯 손아귀를 움켜쥐었다. 도저히 잡을 수 없는 무언가를 쥐려는 듯한 모습처럼 보였다.
“삼라만상을 비추는 태양도…. 은은하게 밤을 밝히는 달도…. 북방에 떠있는 이상, 이제부터는 저의 허락을 받아야 할 거예요.”
북방을 모두 제패했다.
천하의 절반이,
이 원본초의 손아귀에 들어왔다.
깊은 고양감이 원소의 가슴을 자극했다.
“태양과 달을 모두 거머쥐었는데도… 여전히 그 남자는 요원할 따름이네요.”
이성휘.
그 남자는 여전히 손에 들어오지 않았다.
북방의 태양도,
북방의 달도 모두 거머쥐었건만.
이 원본초의 마음을 빼앗아간 그 남자를 여전히 차지하지 못한 채였다.
손아귀에 쥐지 못하기에,
차지할 수 없기에 무릇 가치를 가지는 것도 존재하는 법이나….
천하를 거머쥐겠노라 야심을 품은 여장부는 어떻게든 반드시 그 남자를 차지하겠다는 욕망을 관철했다.
“그렇게도 그 사내가 좋은가?”
순우경이 헛웃음을 지으면서 물었다.
그에 원소는 머릿결을 간질이는 산들바람을 맞이하면서 새하얀 이를 드러냈다.
“네, 이 세상 그 어떤 것들보다.”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면서,
홍옥처럼 빛나는 두 눈에 애욕과 욕망을 품었다.
기필코 천하를 거머쥐겠다는 야심을.
기필코 그 남자를 내 소유로 만들겠다는 애욕을.
하해를 모두 뒤덮고도 남을 거대한 욕망은 곧 원동력이 되어 원소를 나아가게 했다. 그 원동력이 존재하는 한은 결코 발걸음을 멈추지 않으리라.
‘이성휘…! 수단과 방법들을 모두 총동원하여 당신을 내 남자로 만들겠어요. 만약 그때가 오면… 이 원본초를 이렇게까지 진심으로 만든 그 무례를 아주 오랫동안 지불해야 할 거예요.’
발칙한 남자,
내 마음을 이렇게까지 빼앗다니.
그 대가를 기필코 치르게 만들겠어.
나를 애태우게 만든 만큼,
당신에게 철저히 받아낼 테니까.
* * *
원소가 결국 천하의 절반을 차지했다.
하북의 패권을 석권하였으며,
마침내 천하를 향해 용오름을 칠 기회를 얻게 되었다.
다급하게 달려온 전령으로부터 공손찬군이 멸망했다는 급보를 듣게 된 조조는 이윽고 다가오게 될 ‘거대한 전쟁’을 암시하듯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본초…. 결국 해낸 건가.’
북방의 귀신을 쓰러트렸다.
자신이 중원을 평정하였듯,
본초 또한 기어코 하북을 석권했다.
하늘이 점지한 운명 따위는 결코 믿지 않는 그녀였으나…, 유년시절을 함께 해온 친우가 천하통일을 가로막는 하북의 거두가 되었음에 결국 운명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명부, 결국 원본초가 공손찬을 쓰러트리고 하북 4개 주를 점령했습니다.”
드넓은 영토들이 원소의 발치에 떨어졌다.
진궁이 날카로운 경계심을 드러냈다.
천하통일을 가로막는 난적.
언젠가 하북의 패자와 패권전쟁을 벌이게 되리라는 것을 연주 출신의 명참모가 모를 리 없었다.
“지금 본초는 점령한 영토들의 위무와 선정에 모든 전력을 집중하고 있을 터….”
손톱을 까득 물어뜯으면서 중얼거리던 흑발의 여인이 이윽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진궁에게 명령했다.
“서주를 치겠다. 이번에야말로 도겸, 그 철천지원수 같은 늙은이를 죽이고 중원 4개 주를 통일하겠다.”
앞으로 다가오게 될 거대한 전쟁에 대비하여 안배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서주는 매우 풍요로운 지역이다.
십만 대군을 먹이고도 남을 병량을 비축하였을 터.
항상 조조군은 군량부족이라는 난제를 떠안고 있었기에 어떻게든 도겸군을 멸망시키고 서주를 점령해야만 했다.
‘사예주는 동탁의 폭정과 동탁군의 연이은 침공으로 크게 황폐화된 상태다. 지금 당장 보급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터.’
믿을 수 있는 지역은 연주(??)와 예주(??) 뿐이다.
아니,
예주도 기대하긴 어렵다.
오랫동안 예주는 여남원씨 가문을 따르는 사대부와 호족들의 통치를 받아온 지역이었기에 토착세력들 대부분이 원소와 원술을 크게 옹호하고 있었다.
지금은 지배와 복종을 받아들이고 있으나,
원소가 대대적인 정벌을 천명함과 동시에 정당성을 알리는 격문을 뿌린다면 대부분의 사대부와 호족들이 원소의 편에 설 것이다.
‘본초, 너에게는 절대로 빼앗기지 않겠다.’
천하의 패권도.
내가 사랑하는 사내도.
단 하나도 내어줄 수 없다.
너는 패배자로 전락한 채 자비와 연민을 구걸해야만 할 것이다.
내가 그리 만들 테니까.
‘너는 낙양에 있을 때부터 항상 내게서 성휘를 빼앗으려 했었지. 감히 내 남자를 탐하려 한 죄…, 결단코 그 죄를 물을 것이다.’
질투와 시기의 감정이 붉게 물든 눈동자에 점점 감돌기 시작했다.
지옥의 유황불처럼,
새빨간 눈동자에 섬뜩한 기운이 서렸다.
의자에 등을 기댄 채 오만한 자태를 뽐내던 중원의 패자는 까득 소리가 날 정도로 손잡이를 긁으면서 거대한 적에게 살의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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