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8화 〉 298. 원하는 것(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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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을 던질 기세로 매달렸던 필사적인 만류 덕분에 극대노한 순욱을 저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순욱은 반드시 죄의 대가를 받아내겠다며 7촌 조카를 향한 심판을 예고했다.
과연 어떤 형벌을 내릴까.
조정의 실권을 관할하고 있는 상서령의 사전예고는 실로 매섭고 살벌했다.
“저, 저를 죽일 거예요…! 분명 틀림없어요.”
“지나친 비약이다. 상서령이 그럴 리 없다.”
극대노 상태였던 순욱이 나간 뒤,
9층 석탑처럼 머리에 웅장하게 솟은 거대한 혹들을 쓰다듬던 순유가 오들오들 떨면서 중얼거렸다.
“아뇨…, 고모님께서는 결코 타협을 보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외골수거든요. 분명 천하 전역에 배포된 제 작품들을 모두 불태워버릴 거예요! 경전들을 모조리 불태우도록 지시했던 진시황처럼!”
상상만으로도 두렵다는 듯 순유는 머리를 싸매면서 아연실색하는 모습을 보였다.
뒤이어 “진시황에게 살해당한 유생들처럼 나도 땅에 산 채로 묻어버릴 생각일지도!”라고 말을 덧붙이면서 두 발을 동동 굴렀다.
이러다 다른 세력으로 도망치진 않을까,
이성휘는 필요 이상으로 겁을 먹은 듯한 순유의 모습에 우려를 품었다.
“그럴 리는 없다.”
“표, 표기장군께서 어떻게 확신하세요?”
순유의 물음에 이성휘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내가 어떻게든 막을 테니까.”
그 말에 갈색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미녀가 크게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무덤덤한 목소리로 약속을 건넨 이성휘를 바라보았다.
도톰한 입술을 벌릴 정도로 놀라움에 찬 표정을 짓던 순유는 이윽고 배시시 웃으면서 이성휘의 옆구리를 장난스럽게 쿡 찔렀다.
“아잉, 정말 표기장군은 여심 사로잡기에 선수라니까요…. 제가 아니라 고모님을 암컷으로 만들어달라는 부탁이었는데…, 일단 고모님을 함락하기 전에 조카인 절 먼저 함락시키려는 생각이에요? 정말 응큼하셔라!”
순유가 두 손으로 입가를 폭 가린 채 꺄르륵 웃음을 터트렸다.
어깨를 파르르 떨면서 기뻐하는 순유의 모습에 이성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식으로 대꾸했다.
‘아무래도 매가 부족한 것 같은데.’
순욱이 책상 위에 두고 떠난 논어를 바라보던 이성휘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매가 부족하거나.
아니면 머리를 너무 맞아서 이상해졌거나.
평소에도 매번 기행을 벌이는 만큼, 매가 부족하기 때문인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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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첫 경험을 보낸 여포와 장료는 무려 사흘 동안이나 후유증을 겪어야 했다.
상대는 천하제일검,
패국조씨 가문의 세 여식들을 모두 함락시켰을 정도로 절륜한 남자였다.
또한 그녀들의 음란한 시녀복 복장에 들끓는 성욕을 느낀 이성휘가 더욱 격렬하게 안았기 때문에 파과의 후유증뿐만 아니라 근육통까지 앓았다.
“이제 몸은 괜찮으시옵니까?”
“아, 으응….”
여포는 초선에게 꿀물이 담긴 대접을 건네받았다.
이윽고 달콤한 꿀물을 벌컥벌컥 마신 여포는 욱신대던 몸이 많이 괜찮아졌는지 몸을 일으켰다.
남성과의 첫 경험이었다고는 하나,
천하무쌍을 목표로 하는 본인이 설마 사흘 동안 후유증을 앓을 줄은 몰랐는지 여포는 일말의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선배는 엄청 멀쩡하네. 나하고 문원은 무려 사흘이나 앓았는데 말이야.”
여포가 입술을 삐죽이면서 말했다.
그에 얼굴이 붉어진 초선은 쟁반으로 얼굴을 폭 가린 채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그야… 소녀는 이미 명공에게 몇 번이나 안겼기 때문에….”
“흐응.”
부끄러움에 고개를 푹 숙인 초선의 모습을 바라보던 여포는 그녀의 도톰한 입술을 힐끗 쳐다보았다.
육욕의 향연을 보냈을 때,
자신이 몇 번이고 탐했던 낙양제일미의 도톰한 입술이다.
그때 농밀한 입맞춤을 나누면서 맛보았던 달콤함이 아직도 혀끝에 맴도는 듯하다.
입술을 달싹이면서 초선과 입맞춤을 했을 때를 떠올린 여포는 붉어진 얼굴을 애써 옆으로 돌리면서 멋쩍은 헛기침을 했다.
“어디 편찮으신 곳이라도 있으시옵니까?”
“아, 아냐…! 그냥 좀 어지러워서.”
이윽고 낯 뜨거운 상념을 떨쳐낸 여포는 갑옷으로 갈아입었다.
시녀복을 입을까 고민했지만,
자신의 본업은 한나라의 무장이었기에 곧바로 갑옷을 걸쳤다.
한나라 황실의 장수이며,
천하제일검으로 무명 높은 표기장군 휘하의 무장이다.
선배 시녀인 초선처럼 주인님의 시중을 드는 시녀로서 이성휘의 곁에 계속 남고 싶다는 마음이 마음속에 가득했지만, 여포는 애써 그 마음을 억누른 뒤에 본업으로 돌아왔다.
‘나중에 또 주인님의 시녀로 복귀하면 되니까…!’
여포는 벽에 내걸린 시녀복을 힐끗 쳐다보면서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청소도,
요리도 못하지만.
그래도 밤시중만큼은 이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 같았기에 자신감이 났다.
또 주인님에게 총애를 가득 받을 때를 기다리면서 본업에 정진하기로 결심했다.
“문원은?”
“아직 기침하시지 않으셨사옵니다.”
그렇게 주인님에게 매달리면서 갖은 교태를 부려댔으니 당연히 과로가 쌓였을 수밖에.
게다가 문원은…,
처녀를 바친 이후부터 줄곧 엉덩이로 주인님을 기쁘게 해드리지 않았는가.
분명 자신보다 몇 배는 더 과중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을 터였다.
달덩이처럼 새하얗고 커다란 엉덩이를 좌우로 씰룩씰룩 흔들면서 교태를 부린 장료의 음란한 모습을 잠시 떠올린 여포는 묘한 패배감을 느꼈다.
“오셨습니다!”
“병가를 내셨다고 들었습니다만… 쾌차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갑옷을 걸친 여포가 군문에 들어섰다.
평소처럼 늠름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여포를 본 휘하 장수들이 경례를 취하면서 인사했다.
“없는 동안에 무슨 문제는 없었어?”
“예, 그렇습니다.”
여포의 물음에 고순이 대답했다.
병주군에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토목공사에 동원된 노역꾼들을 감독하는 일뿐인데.
물론 그 동안 노역장에서 도망쳤던 장정들을 붙잡거나, 토목공사를 진행하던 도중 불미스러운 작은 사고들이 잇따랐지만 딱히 보고해야 될 정도로 치명적인 일은 아니었기에 함구했다.
“그렇다면 다행이네. 내가 자리를 비운 동안에 다들 수고 많았어.”
찬연하게 빛나는 금발을 늘어뜨린 여장부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면서 부하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그 모습에 부하 장수들은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오랫동안 봉행해온 여포를 바라보았다.
설마 엄격하고 강직한 성정의 그녀가 새하얀 이를 드러내면서 온화한 미소를 지을 줄이야. 미소와 함께 노고를 치하하는 상관의 부드러운 자애를 본 휘하 장수들은 두터운 충성심을 품게 되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다들 놀랐는지,
휘하 장수들은 놀라움에 찬 표정을 지으면서 두 눈을 크게 뜬 상태였다.
“뭐, 뭐야…! 뭘 그렇게 쳐다봐?!”
그런 부하들의 반응이 부담스러웠는지 여포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면서 소리쳤다.
부끄러움을 타는 그녀의 풋풋한 모습을 본 휘하 장수들의 충성심은 가히 하늘을 찌를 듯했다.
“장군!”
당혹감에 찬 상관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는 부하들의 훈훈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었을 때,
소속을 알리는 깃발을 등에 매단 전령이 땀을 억수처럼 흘리면서 둔영으로 들어섰다.
온몸에 뒤집어쓴 흙먼지.
극심한 피로에 절은 듯한 두 눈.
분명 장거리를 쉬지 않고 달려왔을 게 틀림없었다.
“급보입니다! 표기장군은 어디 계십니까!”
“대체 무슨 일인데?”
전령이 크게 소리쳤다.
그에 심상찮음을 느낀 여포가 입을 열었다.
“고, 공손찬군이…! 역경루에서 계속 항전하던 공손찬군이 결국 멸망했습니다!”
공손찬군이 원소군에게 멸망했다.
유주(??)의 패자가 쓰러지고,
마침내 드넓은 하북의 주인이 결정되었다.
불리한 국면을 결국 뒤집어내지 못한 공손찬이 스스로 침소에 불을 지르면서 분사.
군주가 결국 비참하게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 휘하 장수들은 원소군에 항전하거나 백기를 들고 투항하면서 공손찬군은 결국 난세 속에 무릎 꿇고 말았다.
* * *
타고 있다.
하염없이 불타고 있었다.
아찔할 정도로 거센 화염을 일으키면서 점점 타들어가고 있는 요새는 역경루(??).
백마장군이라 불리면서 하북을 평정한 공손찬이 마지막 결사항전을 벌이던 곳이었다.
결국 외곽마저 모두 점령당한 공손찬은 사면초가임을 깨닫고 제 손으로 지금까지 쌓은 모든 것들을 불사르는 결단을 내렸다.
“투항… 하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부하들의 목숨만큼은 살려주십시오…!”
백마처럼 새하얀 갑옷을 걸친 여성이 병장기를 바닥에 내린 채 원소에게 무릎을 꿇었다.
기장(??) 조운.
공손찬 휘하에서 기병부대를 지휘했던 여성 장수는 부하들의 안위를 조건으로 원소에게 투항했다.
그에 원소는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투항해온 그녀의 어깨에 직접 겉옷을 덮어주었다.
“그대의 용맹과 위명은 익히 들었어요. 결코 그대와 그대의 부하들을 대우함에 있어 부족함이 없을 거예요.”
기병들을 지휘하며 몇 번이고 전세를 뒤집으려 했던 공손찬군의 맹장이 투항해왔다.
이를 마다할 원소가 아니었다.
머지않아 ‘거대한 적’과 싸울 것이기에,
공손찬군을 패망시킨 끝에 하북의 패권을 거머쥐게 된 여걸은 전력을 수습하고 확보하는 일에 총력을 기울였다.
“주군, 서량의 마등에게 서한이 도착했습니다.”
“네.”
맹렬하게 불타는 역경루를 흔들림 없는 두 눈으로 계속 응시하던 원소는 이윽고 안량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등을 돌렸다.
공손찬이 마침내 죽었다.
패권을 두고 경합했던 호적수를 멸망시켰다.
그러나 하북의 패권으로도 결코 만족할 수 없을 정도로 드넓은 포부와 야망을 보유한 여장부는 이미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린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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