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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288화 (288/616)

〈 288화 〉 288. 불륜의 황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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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삭한 식감을 살린 청경채 볶음.

육즙이 일품인 간장에 푹 졸인 돼지고기.

그리고 10여 개에 달하는 반찬들이 먹음직스러운 자태를 뽐내면서 탁자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집안일은 물론,

요리에 있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완벽한 솜씨를 자랑하는 초선은 항상 경애하는 명공을 위해 진수성찬을 대접하는 정성을 보였다.

‘마, 맛있잖아…!’

능숙한 솜씨로 채소들을 다듬는 초선의 모습을 옆에서 빤히 지켜보았던 여포는 경이를 금치 못했다.

어릴 때부터 신부수업을 해온 것처럼,

일말의 트집조차 잡아낼 수 없을 정도로 초선은 매우 완벽한 신붓감이었다.

내가 만약 사내였다면 어떻게든 신부로 삼으려 했겠지.

완벽과 능수능란을 겸비한 낙양제일미로부터 절대적인 경애와 사랑을 받고 있는 이성휘가 문득 부럽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정말 맛있네요. 나중에 배워도 될까요?”

“물론이옵니다, 얼마든지 가르쳐드리겠사옵니다.”

함께 나란히 앉아 식사하던 장료의 물음에 초선은 황송스럽다는 듯 반응했다.

장료는 여포와 함께 참화 속에서 태원왕씨 가문을 구해준 은인이었으므로 매우 극진한 예우를 취했다.

“제 미숙한 솜씨로나마 두 은인들을 대접할 수 있어 무척 다행이옵니다.”

만찬에 초대된 여포와 장료가 요리들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초선은 만족감에 찬 웃음을 흘렸다.

만 분의 일이나마 은혜를 갚고 싶었다.

그리고 그때 가족들을 구해주어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염원을 이룰 기회를 우연찮게 얻게 된 초선은 기대감에 물든 미소를 지으면서 여포와 장료를 매우 정성스럽게 대접해주었다.

“명공께서도 많이 드시옵소서.”

“예.”

쑥스러움에 찬 미소를 머금으면서 밥을 먹고 있는 이성휘를 바라보는 작약꽃의 시녀.

남편을 대하는 현모양처의 모습이었다.

분명 결혼은 조씨들과 하는데,

어째서 작약꽃의 시녀가 훨씬 정실처럼 보이는 것일까.

만약 이 광경을 그 성격 나쁜 조씨 꼬맹이가 본다면 길길이 날뛰고도 남으리라.

“이, 이렇게 맛있는 산해진미라니…! 역시 처음 봤을 때 예상했던 것처럼 만만치 않은 상대네요.”

입에 쏙 넣은 젓가락을 우물대면서 초선에게 경쟁심을 드러내는 흑발의 여인.

인정할 수밖에 없다.

겸허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사랑하는 서방님을 위해 맛있는 요리들로 진수성찬을 차린 그 솜씨와 정성은 분명 현모양처에게 어울리는 자질이었다.

‘진짜 부럽다….’

여포가 젓가락을 입에 문 채 중얼거렸다.

뺨에 붙은 밥알을 떼어주는 일도,

밥 위에 반찬을 대신 올려주는 행동도 없었지만.

이성휘와 초선은 함께 식사하는 것만으로도 원앙부부임을 보여주듯 금슬 좋은 모습을 보였다.

애타는 마음이 들 정도로 부럽다.

하루라도 좋으니 대신 저 위치에 앉아보고 싶었다.

만찬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여포는 이성휘와 초선을 곁눈질로 슬쩍 바라보면서 계속 커져만 가는 마음을 느꼈다.

* * *

만찬을 끝낸 뒤,

이성휘는 곧바로 연무장에서 검을 휘둘렀다.

나태를 경계하고 태만을 몰아내기 위함이다.

비록 전선에서 잠시 멀어지게 되었음에도, 이성휘는 항상 검을 휘두르면서 스스로를 단련했다.

“역시 천하제일검이세요.”

장료가 황홀경에 찬 시선으로 검을 휘두르는 이성휘의 모습을 두 눈에 담아냈다.

경쾌하면서도 무거운,

정교하면서 날카로운 검술을 휘두르는 광경을 빠짐없이 지켜보았다.

무인이기에 알 수 있다.

전장에 선 장수였기에 알 수 있었다.

천하제일검(?下?一?).

수많은 적수들을 꺾어낸 끝에 천하로부터 불세출의 무인임을 인정받은 이성휘는 당대에 그 적수가 없을 정도로 완벽한 검술을 자랑했다.

과연 저 검술을 배울 수 있을까?

아니,

그것은 불가능했다.

오직 저 검술은 하늘로부터 총애를 받은 초인에게만 허락된 신예였으므로.

어쭙잖게 따라했다간 도리어 육신만 망가지는 최악의 결과만 낳을 뿐이리라.

“우와….”

연무장에서 검을 휘두르는 이성휘의 모습을 장료와 함께 지켜보고 있던 여포가 무심코 감탄에 찬 목소리를 냈다.

달빛에 반사되어 빛나는 칼날.

공기를 날카롭게 베며 칼날의 매서움을 섬뜩하면서도 찬연하게 흩뿌리고 있었다.

휘두를 때마다 더욱 빨라진다.

내지를 때마다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다.

칼날의 아름다움을 두 눈에 담아내던 여포는 자신의 가슴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한 것을 느꼈다.

‘진짜 무시무시하네. 역시 천하제일검이야. 저 정도는 되어야 무(?)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지.’

그는 모든 무인들의 동경이다.

꼭 닮고 싶은 무인이며,

또한 새로운 정점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꺾어야 될 사내였다.

언젠가 그를 꺾고 천하무쌍(?下無?)의 무인이 되겠다는 열망을 여전히 가지고 있던 여포는 그에게 호승심을 느끼고 있었다.

“봉선.”

매섭게 휘두르던 칼날을 아래로 늘어뜨린 이성휘가 훈련을 관전하고 있던 여포를 불렀다.

“잠시 대련하고 싶다. 괜찮겠나?”

이성휘가 대련을 요청했다.

그 요청에 여포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천하제일검의 요청이다.

세상에 어떤 무인이 그를 거부하겠는가?

분신과도 같은 병장기를 당연히 가택까지 들고 왔었던 여포는 방천화극을 한손으로 번쩍 들어올리면서 연무장의 중심에 선 이성휘와 대치했다.

“주인님이라고 해서 안 봐줘.”

“봐주지 않아도 된다. 전력으로 와라.”

시녀복을 입은 금발의 미녀가 방천화극을 쥔 채 자세를 취했다.

흉악한 기세가 요동쳤다.

커다란 범이 포효하듯 주변 공기에 무겁게 내려앉았다.

귀여운 시녀복을 입고 있었음에도 무명 높은 병주의 비장임은 숨길 수 없는 모양이다.

날카롭고 무거운 방천화극을 치켜든 여포는 어수룩한 견습에서 일기당천의 맹장으로 돌변했다.

“벌써 시작하셨사옵니까.”

카아앙──!!

카가가가가가가각!!!

사납게 울리는 금속의 비명.

검과 극이 부딪치면서 섬뜩하면서도 매력적인 금속의 아름다움을 발산했다.

이성휘와 여포가 실전을 방불케 하는 대련을 벌이고 있는 광경을 보게 된 초선은 양손에 들고 온 요깃거리를 내려놓으면서 장료의 옆에 나란히 앉았다.

“두 분 모두 뼛속까지 무인이니까요. 분명 봉선 님은 주인님께서 검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자마자 자웅을 겨루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셨을 거예요.”

장료가 초선이 가지고 온 화과자를 한 입 먹으면서 말했다.

“소녀는… 여포 장군과 장료 장군이 무척 부럽사옵니다.”

작약꽃의 시녀가 제 손을 꼭 붙들면서 중얼거렸다.

“두 장군들께서는 명공과 함께 전장을 누비면서 충성과 봉공을 행하시지 않사옵니까.”

여포와 장료가 초선을 몹시 부러워했듯,

초선 또한 강인한 여걸들인 여포와 장료를 크게 동경하고 있었다.

명공이 전장으로 향하게 되면 안타까운 이별을 해야 하는 자신과는 달리, 그녀들은 전장에서 크게 활약하면서 명공의 옆을 지켜줄 수 있지 않은가.

그녀들처럼 멋진 여걸이 되고 싶다.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함을 알기에 아쉬움을 느껴야 했다.

고사리처럼 가냘픈 손을 가지고 있을 뿐인 자신이 무거운 병장기를 휘두를 수 있을 리 없었으니까.

“각자의 역할과 쓰임이 있다는 것을 소녀 또한 알고 있사옵니다만… 명공께서 전장으로 향하실 때마다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이 매번 안타깝사옵니다.”

초선이 숙연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전장으로 출진한 명공께서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기도할 수밖에 없는 자신에게 무력함을 느낄 때가 많았다.

나도 그녀들처럼 무인이었다면,

전장으로 나가 명공을 직접 도울 수 있었을 텐데.

괜한 욕심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런 생각들이 문득 들고는 했다.

“그래도 초선 님께선 주인님의 안주인이시잖아요?”

“아, 안주인이라니…! 당치 않은 말씀이시옵니다!”

눈웃음을 지으면서 건넨 장료의 물음에 초선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면서 손사래를 쳤다.

명공의 안주인이라니…!

어떻게 감히 자신이 그런 분에 넘치는 욕심을 마음속에 품을 수 있겠는가.

물론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고 말한다면 당연히 거짓이겠지만… 결코 입 밖으로 내본 적 없었던 욕망이었다.

“소녀는 그저… 묵묵히 명공의 곁을 따를 뿐이옵니다.”

그렇게 맹세했으니까.

절대 과욕을 부리는 일 없이,

그저 옆에만 있게 해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니까.

초선은 일편단심의 사랑을 담은 눈길로 여포와 막중지세를 이루고 있는 이성휘를 바라보았다.

* * *

여포와의 대련은 꽤 오랫동안 이어졌다.

전장에서 싸워 이긴 적 있었으나,

결코 여포는 만만한 적수가 아니었기에 대련은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막중지세로 이어진 대련에서 결국 무승부를 거두게 된 이성휘는 땀범벅이 된 몸을 씻기 위해서 욕탕으로 향했다.

“씻겨드릴게요, 주인님♡”

마치 이 때를 기다렸다는 듯,

쿵 소리와 함께 흑발의 여인이 요염한 교태를 뽐내면서 욕탕까지 쳐들어왔다.

얇은 면포로 가렸을 뿐인 새하얀 나신.

풍만한 가슴이 면포 너머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모습을 본 이성휘는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꼈다.

“문원…!”

뒤이어 우당탕하는 소리와 함께 금발의 미녀가 앞서 들어온 흑발의 여인과 마찬가지로 부드러운 나신을 면포로 가린 채 욕탕까지 들어왔다.

“…….”

이성을 단번에 무너뜨리는 폭유와 순산형 엉덩이를 자랑하는 두 시녀들이 욕탕을 급습했다. 조용히 목욕을 즐기려 했던 이성휘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냥 내쫓아버릴까….

아니,

그건 너무 가혹한 처사가 아닌가.

면모로 아슬아슬하게 나신을 가렸을 뿐인 미녀들을 바깥으로 내쫓기는 미안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미녀들의 육탄공세를 덥석 받아들이자니 양심의 가책이 들었다. 곧 혼례를 치르게 될 연인이 자신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기에.

“며, 명공! 소녀가 말렸음에도 두 분께서 너무 완강하셔서…!”

뒤이어 초선이 들어왔다.

이성휘의 양심은 파도에 휩쓸린 모래성처럼 아득하게 무너져가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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