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7화 〉 287. 시녀들의 향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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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가 된 여포는 어미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학습하는 새끼오리처럼 초선에게 가사를 배우게 되었다.
빨래는 물론,
청소와 요리는 기본으로 배워야 될 과제였다.
또한 가택에서 일하는 노복들에게 지급할 급여까지도 모두 초선이 관리하고 있었기에 수학과 셈법을 반드시 익혀야 했다.
“진짜 대단하네, 선배.”
통통.
숫자가 적힌 막대들을 꽂은 산책(??)을 이용하여 가계를 산출하는 초선의 모습에 여포는 혀를 내둘러야 했다.
청소나 빨래만 하는 줄 알았더니,
시녀가 익혀야 할 기본 소양과 업무들은 예상 외로 어마어마한 양을 자랑했다.
마치 초인처럼 모든 일과들을 거뜬히 해내는 모습에 여포는 존경을 담아 초선을 ‘선배’라고 불렀다.
“후후, 과찬이시옵니다.”
병주의 비장을 후배로 두게 된 초선은 존경을 담은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는 여포에게 미소를 머금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도움이 되고 싶다.
열망과 염원을 담아 서투르게나마 가사를 익혀나가는 여포의 모습에서 과거의 자신을 떠올렸다.
그렇기에 초선은 성심성의를 담아 여포에게 가사를 가르쳐주었다.
“흥흥흥.”
은은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가계부를 작성하는 작약꽃의 시녀.
고사리처럼 예쁜 손으로 산책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는 모습에서 숙련된 솜씨가 엿보였다.
‘얼굴도 선녀처럼 예쁘면서 머리까지 좋네. 대체 못하는 게 뭐야? 진짜 부럽다….’
작약꽃을 푹 우려낸 꽃물로 염색한 것처럼 은은하게 빛나는 분홍 머리카락.
보석처럼 청명하게 빛나는 눈동자.
암사슴처럼 유려하게 뻗은 새하얀 목덜미.
사내의 마음을 자극하는 왜소한 체격과 고사리처럼 여린 몸. 그런데도 가슴은 장료처럼 컸다.
낙양제일미라 불리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아름다운 용모와 함께, 표기장군의 안주인이 되기에 조금의 부족함이 없는 능력과 자질을 겸비하고 있었다.
“크흠…!”
초선의 아름다운 자태를 하염없이 바라보던 여포가 돌연 부끄러움에 물든 헛기침을 했다.
같은 여자가 보기에도 예쁘다.
질투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아름답다.
영롱함을 품은 눈동자와 새하얀 뺨을, 가녀린 목덜미를 볼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 이렇게 선녀처럼 예쁜 여자가 그 녀석과….’
진류군으로 향한 이성휘를 따라 유협의 궁궐에 머물렀을 때,
새벽에 우연찮게 이성휘가 묵는 객실의 옆을 지나던 여포는 고상하고 순결한 낙양제일미가 크게 흐트러진 모습과 함께 암캐처럼 교성을 내지르는 모습을 목격했다.
며, 명공…! 소녀가 보지를 꼭 조여서… 더욱 명공을 기분 좋게 해드리겠사옵니다앗…!
사내의 몸에 올라탄 채 허리를 들썩들썩 흔들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달빛에 물든 새하얀 살결.
찬연하게 흐트러지는 머리카락.
교성을 내지르면서 숨을 헐떡이던 목소리.
커다란 젖가슴이 격하게 흔들릴 정도로 오직 성교에 열중하던 음란한 시녀를 떠올린 여포는 자신의 온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어, 얼마나 기분 좋았는지 물어볼까…? 대체 얼마나 기분 좋으면 그렇게 흐트러진 모습으로….’
고상하고 순결한 현모양처의 모습 속에 숨은 음란한 요부 같은 모습이 있었다.
낮에는 현모양처.
밤에는 음란한 요부.
대체 얼마나 교접이 기분 좋았으면 열락에 찬 교성을 토해내면서 스스로 허리를 흔들었을까. 꿀꺽 마른침을 삼키면서 초선의 아름다운 자태를 바라보았다.
* * *
곧 이성휘가 돌아왔다.
여포는 초선과 함께 대문 앞에서 이성휘를 마중했다.
“어, 어서… 오세요. 주인님…!”
이성휘를 맞이하게 된 여포는 선배에게 배운 대로 두 손을 공손하게 모으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
꾹 다문 입술.
바르르 떨리는 어깨.
주인님에게 절대적으로 순종하는 시녀가 된 여포는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부끄럽고 굴욕적이어야 할 텐데,
어째서인지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를 우월한 강자로 받아들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를 진심으로 연모하고 있기 때문일까.
무례하고 강압적으로 자신을 대해줬으면 좋겠다는 피학적인 욕망을 내심 품게 되었다.
“…….”
시녀복을 입은 채 허리에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여포의 모습에 이성휘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침묵이 이어질수록 여포의 얼굴은 더욱 붉게 물들었다.
혹시 많이 이상한가…?
물론 그렇겠지.
나 같은 선머슴에게 어울릴 리 없으니까.
이런 하늘하늘한 의복은 가련한 아름다움을 머금고 있는 선배에게나 어울릴 테니.
부끄러움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
쥐구멍이 있다면 샤샥 숨어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사실 이성휘는 부끄러워하는 여포의 모습이 귀여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지만 말이다.
“오늘도 수고 많으셨사옵니다, 명공.”
“무슨 일 없었습니까?”
“네, 오늘도 평온한 하루였사옵니다.”
초선이 가느다란 손을 뻗으면서 이성휘에게 외투를 건네받았다.
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남편을 맞이하는 현모양처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고단한 업무에 지쳤을 남편에게 화사한 미소를 지어주는 아내. 갓 혼례를 치른 신혼부부처럼 둘 사이에 달달함이 넘쳐흘렀다.
‘지, 지금까지 선배는 매일 같이 저렇게…! 진짜 신혼부부 같잖아.’
분명 정실은 조씨 꼬맹이인데,
어째서 선배가 훨씬 정실처럼 보이는 것일까.
만약 조씨 꼬맹이보다 선배가 먼저 임신을 하게 됐다면 분명 정실은 낙양제일미가 차지했으리라.
“오늘은 명공께서 좋아하시는 요리들로 상을 차렸사옵니다. 금방 상을 올리겠사옵니다.”
“예, 알겠습니다.”
초선이 발꿈치를 살짝 들어올렸다.
고개를 쭉 내밀며,
입맞춤을 조르는 듯이 입술을 달싹였다.
그에 이성휘는 고개를 숙이면서 현모양처의 입술에 자국을 새기려고 했다.
하지만 곧 여포가 이 상황을 보고 있음을 깨닫고는 한 걸음 물러서면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행동했다.
“우웃!”
잘 익은 사과처럼 얼굴을 폭 붉힌 시녀가 수줍음에 물든 침음을 삼켰다.
항상 집에 돌아오면 오늘 하루 수고 많았다는 의미로 입맞춤을 했기에 무심코 발꿈치를 들어올렸다.
이래서 평소 습관이 무섭다고들 하는 걸까.
후배 시녀가 된 은인 앞에서 하마터면 평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뻔했다.
“서, 서둘러 상을 준비하겠사옵니닷!”
부끄러움에 찬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인 초선은 이윽고 혀 짧은 목소리와 함께 황급히 물러났다.
그렇게 당황해하지 않아도 될 텐데,
여전히 부끄러움이 많았던 시녀는 허당처럼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바, 방금 입맞춤을 하려고 했던 거 맞지?! 분명 평소에도 자주 입맞춤을 했겠지…. 퇴청해서 집에 돌아오면 입맞춤을 하면서 부끄러운 말을 귓가에 속삭이고….’
인사하듯 자연스럽게 입맞춤을 하려 했던 이성휘와 초선의 모습을 본 여포는 신선한 충격과 함께 부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초선에게도,
그리고 이성휘에게도.
두 다리를 동동 구르고 싶을 정도로 깊은 부러움을 느꼈다.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나도 할 수 있는데….
나도 잘할 수 있는데….
물론 처음이라 잘 모르지만,
어떻게든 기대에 부응할 자신이 있었다.
도톰한 입술을 달싹이면서 기대에 찬 모습을 보인 여포는 곁눈질을 슬쩍 보내면서 이성휘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봉선.”
“왜, 왜?! 왜, 왜, 왜!! 왜 그러는데!”
이성휘가 고개를 돌려 여포를 불렀다.
그에 여포는 화들짝 놀란 표정과 함께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혹시 나한테 입맞춤을 하려고…!
낯선 두려움과 함께 강한 기대감을 담은 눈길로 이성휘를 바라보았다.
집에 돌아오면 꼭 입맞춤의 의식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나를 부른 게 틀림없다,
그런 얼토당토않은 망상을 한 여포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면서 조심스럽게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함께 먹도록 하지.”
“뭐… 서, 선배를?!”
“저녁 말이다.”
폭탄발언을 들은 것처럼 소스라치게 놀라는 여포의 모습에 이성휘가 인상을 찡그렸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영천순씨 가문의 음탕한 치녀라도 닮은 것인지 요상한 망상을 한 듯하다.
“알았어…. 아니, 알겠어요… 주, 주인님.”
언제까지 할 생각인 걸까.
얼굴을 붉힌 채,
수줍은 표정과 함께 자신을 계속 ‘주인님’이라 부르는 여포를 보며 생각했다.
초선과 똑같은 시녀복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단단히 마음을 먹은 듯 보였다.
“그런데 문원은 오지 않은 건가?”
여포와 함께 소주방으로 향하던 이성휘가 문득 생각이 들었는지 그녀에게 고개를 향하면서 물었다.
그에 여포가 불만에 찬 표정을 지었다.
“왜! 나로선 불만이야?”
“아니, 그건 아니다만….”
물론 아니라고 하면 거짓이겠지.
탱탱하게 솟은 엉덩잇살이 훤히 보일 정도로 짧은 치마를 입은 채 허리를 요염하게 흔드는 흑발의 미녀를 천하의 누가 싫어하겠는가.
가느다란 눈웃음과 교태가 섞인 미소.
포탄형처럼 솟은 젖가슴과 요염하게 잘 빠진 몸매는 남성의 음욕을 한없이 자극할 정도였다.
“너와 문원은 한시도 떨어져본 적이 없지 않나.”
“뭐…. 그건 그렇지.”
이성휘의 말에 여포가 고개를 나지막이 끄덕였다.
짓궂은 장난을 자주 치지만,
자신에게 있어 장료는 소중한 의자매였다.
먼저 앞서가고 싶은 마음에 장료를 방치한 채 이성휘의 가택에 들어온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꼈다.
“봉선 님, 계신가요?”
하지만 숙연함에 빠질 필요는 없었다.
도처에 귀라도 달려있는 것인지,
흑발의 여인이 조심스러운 손길로 대문을 열며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읏…!”
곧 이성휘와 함께 거닐던 여포와 눈이 마주쳤다.
초선과 같은 시녀복을 입고 있는 금발의 여인을 목격한 장료의 두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이윽고,
재밌는 장난감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두 눈에 익살스러운 눈웃음이 그려졌다.
“어머, 봉선 님! 역시 입으로는 싫다, 싫다 하셨어도 결국 주인님을 잊지 못하신 거군요! 봉선 님의 적극적인 행보에 이 장문원… 실로 감복했습니다!”
손뼉을 치면서 기뻐하는 장료의 모습에 여포는 아연실색한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 그녀를 데려오지 않았는지,
그대로 방치한 채 홀로 왔는지 알게 되었다.
“주인님, 오늘 하루 많이 힘드셨죠? 모든 피로를 저한테 풀어주세요♡”
단걸음에 마당을 가로지른 흑발의 여인은 가느다란 팔로 주인님과 팔짱을 낀 채 한껏 교태를 부리기 시작했다.
젖가슴을 내밀며 유혹한 뒤,
아이를 숨풍숨풍 낳을 것 같은 순산형 골반을 좌우로 살랑살랑 흔들면서 쿡쿡 웃음을 터트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진도를 몇 단계씩이나 쑥쑥 빼버리는 의자매의 모습에 여포는 질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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