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286화 (286/616)

〈 286화 〉 286. 시녀들의 향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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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겨울이 다가온다.

허도(??)보다 더 북쪽에 있는 진류군은 더욱 빨리 겨울을 맞이하게 될 터.

몸조리는 잘하고 있는지,

혹시 또 무리한 과로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이성휘는 조홍으로부터 조조의 안부를 직접 들었음에도 여전히 걱정스러운 마음을 접을 수 없었다.

“월동 준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걱정 마시옵소서. 인부들에게 지급할 피복을 모두 마련해두었사옵니다.”

이성휘의 물음에 가후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벌써부터 날이 부쩍 추워졌다.

새벽에는 들판에 서리가 내려앉았을 정도였다.

주변 군현들을 모두 물색하여 월동 피복들을 마련했다. 무려 수만 명의 인부들에게 지급해야 되는 일이기에 만만찮은 작업이었지만, 다행히 겨울이 도래하기 전에 어떻게든 준비를 완료할 수 있었다.

“이제 곧 겨울인데… 좀 입는 게 어떤가.”

“후후. 괜찮사옵니다, 영예로우신 주군. 주군의 눈을 즐겁게 만들 수만 있다면 이따위 추위쯤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사옵니다.”

제법 쌀쌀한 날씨였음에도 육감적인 몸매가 그대로 드러날 정도로 옷 면적이 얇은 의복을 입고 있는 가후에게 물었다.

딱 보기에도 추워보이는데,

실제로는 대체 얼마나 추울까.

극심한 노출광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설마 곧 겨울이 다가옴에도 그 음란한 욕구를 계속 관철할 줄이야.

풍만한 젖가슴이 슬쩍 보일 정도로 옆트임이 깊은 의복을 입은 잿빛 머리카락의 여인을 보며 걱정을 감출 수 없었다.

“입어라.”

이성휘는 윗옷처럼 입고 있던 시무복을 벗어 가후의 어깨에 덮어주었다.

가후가 잠깐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새하얀 뺨을 불그스름하게 붉히면서 어깨를 폭 덮고 있는 시무복을 꾹 움켜쥐었다.

백은(白?)으로 장식된 검은색 시무복.

호랑이를 수놓은 시무복은 천하제일검 이성휘의 상징과 같았다.

주군으로부터 감읍한 배려를 받게 된 가후는 주군의 마음씨에 고마워하면서도, 영예로우신 주군의 연인이 된 것 같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감읍한 포상이옵니다, 영예로우신 주군.”

이보다 기쁜 포상이 어디 있을까.

양손으로 시무복을 움켜쥐었다.

여심을 뒤흔드는 사내의 체취가 시무복에 깊게 배어 있었다.

어깨에 시무복을 걸친 채 이성휘와 함께 나란히 걸음을 맞추던 가후는 혹시라도 쿵쾅쿵쾅 요동치는 심장소리가 그의 귀에 들릴까, 곁눈질로 연신 이성휘를 살피면서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영예로우신 주군께서는 정말 여심에 능숙하시옵니다. 과연 패국조씨 가문의 여식들을 차례대로 함락시킨 주군다우시옵니다.”

“…….”

참모의 짓궂은 말에 이성휘는 아무런 항변도 할 수 없었다.

사실이었으니까.

조조. 조홍. 조인.

그녀들과 모두 관계를 맺었다.

물론 휩쓸리듯 당한 경우도 있지만,

패국조씨 가문의 여식들과 모두 관계를 나누게 된 이성휘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직 조인과의 관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밝혀야 될 일이었기에 미리 각오를 하고 있었다.

“잘 어울리시네요, 두 분.”

익살스러운 목소리와 함께 갈색 머리카락의 여인이 방긋 웃으면서 다가왔다.

비서랑(?書) 순유였다.

의미심장한 분위기를 흘리는 이성휘와 가후를 보고는 가느다란 눈웃음을 짓고 있었다.

지금까지 세운 활약들을 인정받아 7촌 고모인 순욱과 함께 고관대작에 임명된 순유는 동시에 여러 분야들의 업무를 관장했다.

“우읏!”

순유의 눈웃음을 본 가후는 그녀에게 현장을 발각당한 게 부끄러웠는지 짧게 침음을 흘렸다.

하필이면 저 치녀에게 들키다니.

분명 두고두고 자신을 놀릴 게 틀림없다.

수컷을 유혹하는 암컷처럼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다가오는 순유의 모습을 보건데, 그녀는 십중팔구 그러고도 남았다.

“과연 주군께서는 정말 대단하세요. 이 순공달, 항상 주군의 앞에서는 익은 보리처럼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네요.”

순유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비꼬는 의미가 아닌,

진심으로 감탄하는 목소리였다.

주군에 이어 주군의 사촌들마저 함락시키지 않았던가. 과연 그 무분별한 행보는 진심으로 고개 숙여 존경할 만했다.

이성휘를 남몰래 흠모하며 연정을 품고 있는 여인들이 무려 수백 명을 넘어섰다.

당장 그의 측근인 가후와 순유만 해도 은연중에 이성휘에게 살포시 마음을 품고 있을 정도였다.

“공달.”

“주군, 하명하신 일들을 모두 처리했습니다.”

순유는 비서랑의 업무는 물론,

이성휘를 대리하여 표기장군부의 업무들 또한 도맡고 있었다.

아직은 일솜씨가 서툰 사마의를 도와 업무들을 진행하며 선배로서의 역할을 다했다.

“저도 춥사와용, 주군♡”

순유가 귀엽게 코맹맹이 소리를 내면서 이성휘에게 적극적으로 매달렸다.

연인처럼 주군과 팔짱을 슬쩍 낀 뒤,

어린아이처럼 아양을 부리면서 이성휘를 유혹했다.

밤색 눈동자를 반짝이면서 교태를 떠는 순유의 적극적인 애정공세에 이성휘는 짐짓 곤혹스러움을 느끼면서도 결국 그녀의 애교를 받아주었다.

“주군, 저희 고모님은 언제 함락시킬 예정인가요?”

“안 한다.”

순유가 방긋 웃으면서 물었다.

그에 이성휘는 짧은 답변을 내놓았다.

7촌 고모를 꼬셔달라고 조르는 조카.

학식과 명망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영천순씨 가문이 어쩌다가 이런 콩가루가 되었단 말인가.

아니,

콩가루 집안은 아니다.

딱 한 명만 이상할 뿐이니까.

“고모님께선 이미 주군을 마음에 두고 계신 것 같은데…! 분명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될 거예요!”

응원하듯 주먹을 불끈 쥐는 순유.

철두철미한 성격의 7촌 고모가 남자에게 푹 빠지는 모습이 꼭 보고 싶은 듯하다.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거나.

분명 순유에게 다른 속셈이 있으리라 이성휘는 확신하고 있었다.

“선생님, 업무 너무 어려움! 본좌의 머리가 펑 터질 것 같음!”

인형처럼 아기자기하게 생긴 흑발의 소녀가 다급한 발걸음으로 달려왔다.

표기장군부 소속의 속관(??),

경조윤(?北?) 사마방의 장녀인 사마의였다.

자신의 교육과 지도를 담당하고 있는 순유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듯했다. 짧은 두 다리로 졸졸 뛰면서 순유에게 다가오는 모습이 앙증맞게 귀여웠다.

“어떤 부분이 어려운가요?”

이성휘의 팔을 꼭 붙들고 있던 순유가 팔짱을 슬쩍 풀면서 사마의에게 다가왔다.

자애로운 선생님처럼,

사마의에게 고개를 숙인 순유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머리가 맛이 간 여자인 줄로만 알았는데….

의외로 자상하고 친절한 부분들이 있었다.

아직 신참에 불과한 사마의에게 조곤조곤 설명해주는 그 모습에 이성휘와 가후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냥 다 어려움!”

“그럼 다 가르쳐드릴게요.”

난감을 느낄 법한 사마의의 질문에도 순유는 아랑곳 않고 친절하게 대답했다.

“저런 면도 있었군.”

“…소녀 또한 많이 놀랍사옵니다.”

사마의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상냥한 목소리로 가르쳐주는 순유의 모습에 이성휘와 가후는 당혹을 금치 못했다.

만약 조정에 임관하지 않았다면,

어느 한적한 시골에 있는 학당에서 아이들을 가르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사마의를 가르치는 그 솜씨가 매우 능숙했다.

* * *

어떻게 해야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결국 초선에게 속마음을 들키게 된 여포는 부끄러움에 찬 목소리로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대로 겉돌기만 하는 것은 싫다.

전전긍긍하며 애태우기만 할 뿐인 마음을 꼭 전달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떻게…?

어떻게 그에게 마음을 전달한단 말인가.

얼굴을 마주하기만 해도 가슴이 쿵쾅쿵쾅 요동치는 것은 물론, 계속 곱씹으면서 생각하던 것들조차 모두 잊어버리고 마는데.

‘그래도… 포기하고 싶진 않아. 꼭 전할 거야, 반드시!’

제 뺨을 툭툭 때리면서 심기일전에 들어간 여포.

두려움을 애써 억눌렀다.

그리고 낙양제일미에게 간절함을 담아 부탁했다.

어떻게 해야 마음을 고백할 수 있는지,

대체 어떻게 그와 연인이 될 수 있었는지.

야심한 밤중에 이성휘와 사랑을 나누는 초선의 모습을 본 적 있었던 여포는 먼저 제치고 나간 시녀에게 그 비결을 물었다.

“소녀에게 맡겨주시옵소서! 어찌 소녀가 여포 장군의 부탁을 거절하겠사옵니까!”

그에 작약꽃처럼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소녀가 당찬 미소와 함께 제 가슴을 두드렸다.

강한 확신이 담긴 목소리와 함께,

초선은 여포가 마음을 고백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겠노라고 약속했다.

결과적으로는 연적을 돕는 셈이지만….

감히 만인들로부터 존경과 외경을 받고 있는 명공을 독점하고 싶다는 욕심을 추호도 품어본 바 없었던 초선은 흔쾌히 여포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그녀는 양부와 오라버니들을 참화에서 구해준 은인이었으므로 응당 자신이 도와야 마땅했다.

“일단 여포 장군에게 맞는 의복을 가져오겠사옵니다.”

“의복이 있긴 한데….”

“그, 그 의복은 아니 되옵니다!”

어젯밤 여포가 입었던 음란한 시녀복을 떠올린 초선이 얼굴을 붉히면서 외쳤다.

커다란 가슴을 강조한,

주인님과의 육체관계만을 위한 시녀복.

사내의 마음에 욕정을 불러일으키는 폭유와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여포에게 더없이 잘 어울리는 시녀복이었다.

하지만 여포를 오로지 밤시중만 들도록 하는 시녀로 만들 생각이 없었던 초선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면서 반대했다.

* * *

휘하 참모들과 시간을 보낸 뒤,

집무실에 들러 조조에게 보낼 서한을 작성한 이성휘는 곧 가택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멀지 않았기에 금방 도착했다.

대문 앞에 선 이성휘는 문 너머에 있는 사람이 들을 수 있도록 자신이 돌아왔음을 알렸다.

끼익.

부름이 끝나기 무섭게 대문이 열렸다.

“오늘도 수고 많으셨사옵니다, 명공!”

아름다운 시녀가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공손하게 두 손을 모은 채,

모든 피로와 걱정들을 싹 날려버릴 것 같은 미소를 지으면서 이성휘를 맞이했다.

“어, 어서… 어서 오세요. 주, 주인님…!”

찬연하게 빛나는 금발을 허리까지 늘어뜨린 미녀가 고개를 푹 숙이며 인사했다.

바르르 떨리는 입술.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상태였다.

움찔움찔 떨리는 어깨를 통해 그녀가 수치심과 부끄러움을 꾹 억누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왜 여기에….”

이성휘가 물었다.

그에 여포를 대신하여 초선이 입을 열었다.

“오늘부터 소녀를 도와주시기로 하셨사옵니다.”

“…예?”

여포를 시녀로 들였다는 초선의 대답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설마 어젯밤의 연장선상인가…. 그런 것치고는 복장이 정상인데.’

초선처럼 허리에 앞치마를 두른 채 시녀복을 입은 여포의 모습은 실로 아름다웠다.

촉촉하게 물든 붉은 눈동자.

부끄러움 때문에 빨갛게 달아오른 뺨.

꾹 다물고 있는 입술과 드센 고집이 느껴지는 표정까지.

당장 그녀를 정복하고 싶다는 욕망이 일 정도로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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