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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276화 (276/616)

〈 276화 〉 276. 승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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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눈물을 흘리고

때로는 기쁨의 웃음을 지으면서,

형양도위의 치소에서 머물게 된 유변과 당씨는 지금까지 겪은 일들을 상세하게 이야기하며 회포를 풀었다.

“모두 표기장군 덕분이오.”

“예, 소첩 또한 표기장군 덕분에 불길에 휩싸인 황궁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폐하와 다시 재회할 수 있었지요.”

“짐 또한 황후와 같소. 만약 표기장군이 그 지옥에서 구해주지 않았다면… 결코 황후를 만날 수 없었을 것이오.”

황실 내외는 오늘의 재회를 만들어준 표기장군 이성휘에게 깊은 감사를 보내면서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이제 두 번 다시,

맞잡은 손을 놓치는 일 없도록.

앞으로는 행복한 일들만이 있기를 바라면서 슬픔을 달랬다.

“분명 폐하께서는 앞으로 훌륭한 성군이 되실 것입니다. 소첩 또한 사력을 다해 돕겠습니다.”

“…….”

“폐하에게 기대를 거는 사대부와 호족들이 많사옵니다. 폐하께서 친히 부름을 내리신다면 천하의 인재들이 단걸음에 달려와 한나라 중흥을 위해 견마지로를 아까지 않을 것입니다.”

“협아와… 똑같은 말을 하시는구려….”

기대에 찬 표정을 짓는 황후 당씨의 모습에 유변은 씁쓸함에 물든 웃음을 지었다.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는 것인지,

황제의 용안에 근심어린 그늘이 가득했다.

그 모습을 본 당씨는 지아비가 남들에게 결코 밝힐 수 없는 깊은 걱정을 떠안고 있음을 단번에 눈치 챘다.

“폐하, 혹시 소첩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민을 품고 계신 것입니까…?”

당씨가 물었다.

그에 유변은 입술을 꾹 깨물면서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화, 황후에게 말할 수 없는 고민거리가 대체 어디 있단 말이오…. 아무 일 없소.”

내심을 들킨 듯 다급한 기색을 보이는 유변의 모습에 당씨는 심려에 찬 표정을 지었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일까.

누구에게도 함부로 밝힐 수 없는 병마를 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역적들을 피해 탈출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것은 아닌지… 침소에 들 준비를 하던 당씨는 곁눈질을 계속 보내면서 무언가를 숨기는 듯한 지아비의 안색을 살폈다.

“이제 그만 침소에 듭시다.”

그런 아내의 걱정을 눈치 챈 듯,

해후의 회포를 나눈 유변은 침소에 들 것을 당씨에게 권유했다.

* * *

조조의 회임 소식은 곧 조홍과 조인에게도 알려지게 되었다.

세간에 알리기 전에,

종친들에게 먼저 알린 뒤에 방비를 하기 위함이었다.

중원의 패권을 장악한 패국조씨 가문을 도모하려는 정적들이 사방에서 도사리고 있었다. 그렇기에 언젠가 태어나게 될 아이를 어떻게든 보호하고 싶었던 조조는 종친들의 힘을 빌리려 했다.

“그럼요, 제게 맡기세요!”

“후계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저 또한 목숨을 걸겠습니다.”

태중에 있는 아이는 패국조씨 가문의 대업을 계승하게 될 2대째였다.

경애하는 언니의 아이였으며,

또한 연모하는 사내의 핏줄이기도 했다.

자신들에게는 또한 사랑스러운 조카가 될 예정이었으므로 조홍과 조인은 하후돈과 하후연과 마찬가지로 목숨을 다해 패국조씨 가문의 후계자를 지키겠노라고 굳게 맹세했다.

“정말 축하해요, 언니. 건강한 남자아이였으면 좋겠네요! 분명 씩씩한 아이가 태어날 거예요.”

조홍이 손뼉을 치면서 경애하는 사촌언니에게 배시시 웃음을 지었다.

그 말에 조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부관을 닮은 아이였으면 한다. 눈, 코, 입… 쏙 빼닮은 아이였으면 좋겠다.”

“태어날 때부터 무뚝뚝한 얼굴일 텐데요.”

“그리고 누구보다 잘생겼겠지.”

“네, 그건 그렇겠죠. 분명 도시의 여자들을 모두 홀리고 다닐 게 분명해요. 본인은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결국 결과가 그렇게 되잖아요.”

어깨를 으쓱이면서 입을 연 조홍의 농담에 조조가 웃음을 터트렸다.

나와 부관의 아이,

훤칠한 용모를 자랑하는 미남으로 자라게 될 게 분명했다.

결국 조홍을 이성휘의 소실로 받아들이기로 완전히 결정했는지 조조는 사촌동생과 즐겁게 농담을 나누면서 여덟 달 뒤에 태어나게 될 아이의 장래에 대해 논했다.

“…….”

정겹게 웃으면서 담소를 나누는 두 여인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조인은 짐짓 소외감을 느끼게 되었다.

나도,

나도 끼고 싶다.

자렴처럼 언니에게 표기장군의 소실로 인정받은 뒤에… 같은 지아비를 섬기게 된 여인으로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거친 일은 저와 석녀한테 맡겨주세요. 그것을 위해 저희들이 있는 거잖아요.”

“고맙다, 자렴.”

“당연히 해야 될 일이죠.”

번번이 목숨을 위협받거나

실제로 황하에 빠지기도 하는 등,

여러 우여곡절들이 있었지만 결국 자신을 표기장군의 소실로 받아준 언니에게 깊은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기에 조홍은 언니의 은혜를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거칠고 위험한 일들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충성심을 보였다.

“분명 숙부님께서도 기뻐하실 거예요! 패국조씨 가문의 뒤를 이을 후계잖아요!”

“곧 아버지에게도 소식을 알릴 예정이다. 분명 기뻐하시겠지.”

매번 겉으로는 퉁명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사실 딸을 누구보다 아끼는 팔불출이 아니신가.

분명 딸의 회임 소식을 듣고 가문의 원로들을 모두 가택에 불러다가 기쁨을 나누면서 덩실덩실 춤을 추실 게 틀림없었다.

박장대소하며 기뻐할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린 조조는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다시 한 번 경하 드립니다, 언니.”

“고맙다.”

고개를 숙이면서 정중하게 예를 취한 조인이 축하를 건넸다.

그에 조조는 미소로 화답했다.

“자렴. 자효.”

충성스러운 두 사촌들에게 회임 소식을 밝힌 조조가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곧 명령을 내리실 것 같았기에,

조홍과 조인은 고개를 숙인 채 하명을 기다렸다.

언니와 패국조씨 가문의 천하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노라고 맹세한 두 충견들은 그 어떤 명령이든 간에 이행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황제와 황후, 진류왕과 조정대신들이 우리 패국조씨 가문을 의지하기 시작했다. 한나라의 모든 권력을 우리들이 거머쥐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중원의 패권을 거머쥔 조조군은 황실과 조정을 동원하여 제후들을 호령할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명분과 정통성,

그리고 압도적인 힘.

모든 것들을 보유하고 있는 조조군이야말로 천하통일에 가장 가까운 군벌세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드디어 시기가 도래하였음을 느낀 조조는 이제 더 이상 야심을 숨길 필요가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천하를 제패하겠다는 욕망을 망설임 없이 꺼낼 때가 드디어 온 것이었다.

“이제 천하는 우리 패국조씨 가문의 것이다.”

나를 위해.

가문을 위해.

그리고 언젠가 태어날 아이를 위해.

지금까지 축적해온 무력을 동원하여 한나라의 모든 권력을 독점하려 했다.

* * *

조조가 두 사촌들과 함께 무관들을 이끌고 향한 곳은 황제 내외가 머무르고 있는 형양도위의 치소였다.

황제에게 알현을 요청한 뒤,

앞으로의 일정을 의논한다는 명분을 대며 거침없이 안으로 들어섰다.

관복 차림을 한 흑발의 여인을 본 유변은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있었는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면서 황후 당씨에게 잠시 자리를 물려줄 것을 부탁했다.

“폐하.”

“…사, 사공.”

몸을 미약하게 떠는 유변을 바라보던 조조가 고개를 돌려 장지문 너머를 응시했다.

조정의 늙은이들,

고관대작들이 웅성대는 소리가 바깥에서 들려왔다.

사공 조조가 황제와 독대를 나누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서 급히 모여들 것일 테지. 몰려든 조정대신들은 앞을 가로막고 있는 무관들 때문에 치소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약조를 지켜주시겠습니까.”

조조가 말했다.

그에 유변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지, 짐이… 진류왕에게 양위하라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조조가 이성휘를 통해 유변에게 강요했던 요구조건들 중의 하나가 바로 ‘양위(??)’였다.

진류왕 유협에게 양위한 뒤,

태상황(太上?)으로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선황의 장남이며 적자였던 유변은 어느덧 스무 살을 바라보는 나이였기에 꼭두각시로 부리기엔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조조는 유변을 대신하여 아홉 살 유협을 옹립함으로서 새로운 꼭두각시로 삼으려 했다.

“예우는 응당 갖춰드리겠습니다.”

“그, 그럼 진류왕은 어찌 되는 건가…?”

“새로운 만승천자에 등극하실 것입니다. 저희 패국조씨 가문이 사력을 다해 보필하겠습니다.”

황실의 권위는 바닥에 떨어졌으며,

조정의 영향력은 전무하다고 볼 수 있었다.

권력의 중심이 서량에서 연주로 넘어왔을 뿐, 꼭두각시 역할을 맡게 된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조조는 유변이 스스로 양위를 선언하며 태상황으로 물러나는 것을 조건으로 동탁군의 손아귀에서 무사히 탈출하여 황후와 이복동생과 재회할 수 있도록 조력해준 것이었다.

“진류왕에게 양위하십시오.”

황제에게 명령했다.

옥좌에서 내려올 것을,

옥새를 이복동생에게 넘길 것을 강요했다.

태상황이 되어 세속을 등진 채 살아간다면 황후와 함께 여생을 평온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유변을 설득하는 모습 또한 보여주었다.

“허, 허나 갑자기 양위를 발표하면… 신하들이 혼란스러워하지 않겠는가…?”

조심스럽게 입을 연 유변의 물음에 조조가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대답했다.

“동탁의 주구들에게 핍박과 멸시를 당한 끝에 정사가 불가능할 정도의 병환을 얻게 되었다고 조정에 발표하십시오. 환호를 담당하는 태의령(太??)과 태의(太?)들에게는 제가 언질을 해두겠습니다.”

조조가 유변에게 병환을 이유로 양위할 것을 간언했다.

물론 신하들은 반발하겠으나,

반발을 계속해서 억누른다면 결국 잠잠해질 것이었다.

탁상공론이나 늘어놓으며 정쟁을 벌이다가 결국 난세를 불러들이게 된 무능한 조정대신들은 대의와 충성을 입으로 부르짖을 뿐,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버러지에 지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폐하께서 양위의 교지를 내린 다음에 대대적인 인사개편이 있을 계획입니다.”

조조가 유변에게 양위를 요구한 이유는 무능과 구태를 상징하는 작금의 조정을 갈아엎기 위해서였다.

썩은 환부를 도려내듯,

새로운 시대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줏대도 없이 끌려다니기 바빴던 무능한 버러지들을 모조리 재야로 돌려보내고 패국조씨 가문에 충성하는 인재들로 조정을 채우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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