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274화 (274/616)

〈 274화 〉 274. 공무도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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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이별한 아내와 이복동생을 만나 눈물을 흘리면서 오열하는 황제의 모습은 좌중을 숙연하게 했다.

선대 황제들의 무능과 향락으로 인해 발생하게 된 난세에 의해 철저히 유린당해야 했던 처절한 비극은 백성들에게 안타까움을 불러일으켰다.

“그대, 정말… 흐윽, 정말 고맙네…!”

퉁퉁 부은 두 눈.

이복오빠와의 극적인 재회에 눈물을 펑펑 쏟은 유협이 코를 훌쩍이면서 이성휘에게 감사를 전했다.

성숙하고 의젓한 모습을 보여도 결국 아이는 아이라는 걸까. 체내의 모든 수분을 배출하듯 눈물을 하염없이 쏟아낸 유협의 두 눈은 눈꺼풀을 내릴 수 없을 정도로 퉁퉁 부은 상태였다.

그 모습이 마치 아침마다 풀을 뜯는 토끼를 연상하게 했다.

“으읏! 우우우!!”

이성휘와 시선을 마주하게 된 유협이 돌연 두 손으로 얼굴을 폭 가리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항상 예쁜 모습들만 보여야 하는데,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이성휘에게 보이게 되어 부끄러운 듯했다.

황녀가 작은 어깨를 바르르 떨면서 부끄러움을 토해냈다. 애처롭게 몸을 떠는 모습이 몹시 귀여웠다.

“전하, 일선에 투입되었던 수많은 장졸들이 용맹을 발휘하여 황제 폐하와 공경들을 지켜냈습니다. 목숨을 다해 싸운 이들에게 찬사를 내려주십시오.”

“무, 물론이다…! 오라비에게 상주하여 황실의 이름으로 찬사와 포상을 내리겠다.”

영민하고 총명한 황녀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무사히 폐하와 재회하여… 정말 다행입니다.”

이성휘가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에 유협은 울먹이는 표정을 지으면서 활짝 웃었다.

“모두 그대 덕분이다! 그대가…, 그대가 만약 없었다면 결코 맞이하지 못했을 터였다.”

“과찬이십니다.”

본래 역사대로라면 유변은 하태후와 함께 동탁군의 손에 비극을 맞이했을 것이다.

또한 황후 당씨는 지아비를 잃은 뒤 천하를 유랑하다가 뒤늦게 구출된 채 고독한 삶을 이어나갔을 것이었다.

미래를 바꾼 덕분에,

철저히 미래를 뜯어고친 덕분에 이별과 비극을 맞이해야 했을 황실 부부를 구원할 수 있었다.

기쁨의 눈물을 흘리면서 재회를 진심으로 기뻐하는 황실 내외를 본 이성휘는 묘한 고양감을 느끼게 되었다.

‘한 가지 걸리는 것은…, 아만이 건넨 죽간에 적힌 요구사항인데….’

함박웃음을 지으며 배시시 웃는 유협의 모습을 바라보던 이성휘가 쓴웃음을 흘렸다.

보호를 요구로 건넨 조건들,

과연 조조는 유변에게 무엇을 요구했을까.

철저히 기밀을 요구하는 일이었기에 황제에게 죽간을 건넨 이성휘조차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 계속 불명으로 남은 상태였기에 미지로 인한 불안감을 느껴야 했다.

“분명, 분명 오라비는…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따스하게 보듬는 황제가 되실 걸세!”

유협이 새하얀 이를 드러내면서 말했다.

당돌한 목소리로,

무궁무진한 이상을 입에 담았다.

정적의 소생인 이복동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정도로 어질고 착한 오라비라면 분명 요순임금에 비견될 태평성대를 이룩하실 것이라며 두 눈을 빛냈다.

“틀림없네! 폐하께서는 백성들을 제 아이처럼 사랑할 것이며…, 굶주리고 어려움에 빠진 백성들을 절대로 외면하지 않을 걸세!”

유협이 가슴을 쭉 내밀면서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였다.

오라비를 믿기에,

진심으로 굳게 신뢰하기에 입에 담아낼 수 있는 호언이었다.

가늘게 눈웃음을 짓는 유협의 모습에 이성휘는 당찬 여동생을 둔 유변에게 부러움을 느꼈다.

“나는 상냥한 오라비가 훌륭한 성군이 되실 거라고 믿네!”

백색으로 물든 이상을,

도탄과 곤궁에 빠진 백성들을 모두 태평성대로 이끌겠노라는 꿈을 외쳤다.

오라비를 반드시 요순(??)에 비견될 훌륭한 성군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품었다.

그러나…,

비참하게 일그러지고 기형적으로 뒤틀린 난세는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사공께서 당도했사옵니다!”

철혈의 군주가 도착했다.

검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여인이 군부의 장수들을 대동한 채 모습을 드러냈다.

무거운 중압감이 흘렀다.

냉혹과 무정을 겸비한 여걸의 등장에 조정대신들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 * *

관복을 입은 채 모습을 드러낸 흑발의 여인이 위풍당당한 발걸음을 내딛으며 황실 내외의 앞에 섰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숙이면서 황제에게 예를 취했다.

“사공 조조, 폐하를 뵙습니다.”

“그… 그대가 사공 조조인가…!”

갑주를 두른 장수들을 대동한 채 모습을 드러낸 조조의 모습에 유변은 압도당한 듯 목소리를 떨었다.

동탁의 주구들에게 매번 창검을 동원한 위협을 당해온 탓일까. 흉흉한 위세를 발산하고 있는 장수들을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겁을 집어먹고 말았다.

“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행입니다.”

“고, 고맙네….”

기쁨의 환열에 휩싸였던 유변의 얼굴이 점점 굳어갔다.

칼부림을 일으킨 동탁을 대하듯,

아연실색한 채 쩔쩔 매는 모습을 보였다.

마치 황제를 겁박하는 듯한 조조의 모습에 조정대신들이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병권을 장악한 조조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지배자였기에 모든 대신들이 두려워할 수밖에 없었다.

“사공, 어찌 폐하의 어전에 무장들을 대동한 채 위세를 드러내는가!”

사도 왕윤이 그런 조조를 제지했다.

완강하고 강직한 성정이었던 왕윤이 곧은 목소리를 내며 한 걸음 다가섰다.

그에 조조가 입을 열었다.

“서량의 역적들이 살수를 보냈을지도 모릅니다. 폐하를 호위하기 위함일 뿐, 다른 의도는 없습니다.”

호위장 허저가 감히 자신의 주인에게 목청을 높이는 늙은이를 노려보았다.

놀라 당황할 법도 하건만,

용감한 담력을 자랑하는 왕윤은 살의어린 시선에도 굴하지 않았다.

소싯적에 무장으로 이름을 떨쳤던 변방 출신의 고관대작은 조조군의 압력에도 결코 굴하지 않고 입장을 표명했다.

“소신의 충심이 사도에게는 짐짓 무례로 보인 모양입니다. 청류파의 영수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 무장들을 물리도록 하겠습니다.”

왕윤의 거센 항변을 수용한 조조가 허저에게 신호를 보내면서 무장들을 뒤로 물리도록 했다.

갑주를 두른 무장들은 부릅뜬 눈으로 왕윤을 노려보면서 허저를 따라 주변 경계에 투입되었다.

무장들을 모두 보낸 뒤,

조조가 유변을 보며 입을 열었다.

“오랜 여정으로 여독이 많이 쌓이셨을 테니 폐하께서 기거하실 처소를 마련하겠습니다.”

형양현(???)에 위치한 형양도위(????)의 치소에 묵을 것을 권유했다.

그에 유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조조의 간언을 수용했다. 오랜 여정으로 인해 쌓이게 된 여독 때문에 몸이 천근만근처럼 무거웠기 때문이다.

“제 호위장이 폐하를 안내할 겁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7척이 넘는 거한이 다가오자 유변은 겁을 집어먹은 듯 몸을 떨었다.

우악스럽게 생긴 허저의 용모는 유약한 황제를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무장들을 동원하여 위협하는 조조의 모습에 유협이 두 눈을 부릅뜨며 그녀를 노려보았다.

“맹덕 님.”

황제 내외가 허저에게 안내를 받으면서 형양도위의 치소로 이동했다. 또한 유협과 조정대신들도 황제를 보필하기 위해 발걸음을 움직였다.

모든 인원들이 이동하자,

경계를 서고 있던 이성휘가 조조에게 다가왔다.

무려 3주하고도 사흘 동안 이별해야 했던 이성휘와 다시 만나게 된 흑발의 여인은 밝은 미소를 지으면서 남편을 맞이했다.

“귀관, 정말 수고 많았네. 역적의 손아귀에 사로잡힌 황제와 공경들을 정말로 구해냈군!”

“명령을 완수했을 뿐입니다.”

진심으로 재회를 기뻐하는 조조의 모습에 이성휘도 미소로 화답했다.

우악스러운 무장들을 동원하여 황제를 겁박하는 모습에 잠시 우려했었지만, 그녀의 밝은 미소에 걱정이 사르륵 녹아내리게 되었다.

“언니!”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왔습니다.”

사촌언니가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었는지 주변 경계에 투입되었던 조홍과 조인이 달려왔다.

경계 역할을 장수들에게 맡긴 뒤,

조홍과 조인은 삼보 지역에서 거둔 성과들을 상세하게 보고했다.

조인은 매우 객관적으로 정보를 전달한 반면, 조홍은 자신이 거둔 활약상들을 과장스럽게 설명하며 사촌언니에게 환심을 사려는 모습을 보였다.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해낸 종친들에게 미소를 지어준 조조는 마찬가지로 이성휘에게 또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귀관.”

“예, 맹덕 님.”

“귀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네….”

“말씀을 경청하겠습니다.”

이성휘의 대답에 입을 열려 했던 조조는 조홍과 조인을 보고는 슬며시 고개를 내저었다.

지금 꺼내기엔 부끄러웠는지,

새하얀 뺨을 붉힌 조조가 빙그레 웃으면서 이성휘에게 말했다.

“나중에… 단둘이 있을 때 전하겠네.”

짓궂은 미소를 흘리면서 이성휘에게 속삭였다.

“저 또한 맹덕 님에게 전할 말이 있습니다.”

조홍과 함께 바라보고 있던 조인과 잠시 시선이 마주치게 된 이성휘가 입을 열면서 조조에게 말했다.

“단둘이 있을 때 귀관이 내게 할 말이라…. 귀관의 말을 기대하고 있겠네.”

청혼이다.

그래,

청혼이 틀림없었다.

부부지약을 맺어달라는 정중한 부탁을 해올 게 분명했다.

부끄러움에 달아오른 표정을 지은 채 진지한 목소리로 자신에게 혼인을 부탁하는 이성휘의 모습을 상상한 조조는 가슴이 쿵쾅쿵쾅 뛰는 것을 느끼면서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귀관의 청혼을 받아들이는 것과 동시에 아이를 가졌다는 것을 고백한다면… 그래, 완벽하다!’

이윽고 2년 동안의 짝사랑이 최종적인 결실을 맺게 되었음에 흑발의 여인은 주먹을 부르르 떨면서 기대감을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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