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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273화 (273/616)

〈 273화 〉 273. 공무도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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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을 치른 끝에 포수(??)를 건너 하동군에 도착하게 된 황제 행렬은 조조군의 호위를 받으며 이동한 끝에 마침내 하내군을 거쳐 낙양에 도달했다.

낙양,

한나라의 수도에 도착했다.

동탁군이 황실과 조정을 겁박하여 일방적으로 천도를 결정한 장안은 명분과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했으므로 여전히 한나라의 수도는 낙양이었다.

“나, 낙양이…!”

“정녕 저 폐허가 낙양이란 말인가! 선조들께서 이룩하신 번영과 영광이 모두 잿더미가 되다니!”

불바다가 된 낙양에서 동탁군에 억류된 채 끌려나야 했던 조정대신들은 앙상한 뼈대와 주춧돌만을 남긴 채 쓰러진 폐허를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수도를 휩쓸었던 대방화.

그로 인해 낙양은 몰락하고 말았다.

잿더미가 된 낙양은 무너진 국운을 상징하고 있었다.

“배, 백성들은…! 낙양 백성들은 모두 어찌 되었는가…?!”

유변이 경악에 찬 목소리로 이성휘에게 물었다.

그에 이성휘가 답했다.

“저와 여포 장군이 사력을 다한 끝에 수만 명의 백성들을 불길 속에서 구해냈습니다만… 백성들의 태반은 불길에 갇히고 말았습니다.”

“그럼 백성들이 불길에 갇혀 죽었단 말인가!”

유변은 낙양에서 수많은 것을 잃어야 했다.

숙부와 모친을 잃었으며,

또한 이복동생과도 생이별을 해야 했다.

결국 역적들의 손에 붙잡힌 채 꼭두각시 역할을 해야 했던 유변은 유혈과 살육이 난무하는 난세에 모든 것을 잃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비참한 결과를 떠안게 되었다.

“폐하, 이제 곧 떠나셔야 합니다.”

삼보 지역에서 탈출한 뒤,

낙양에 입성하기까지 무려 열흘이 소요되었다.

이성휘는 대방화가 남긴 참상을 보며 읍소와 통곡을 이어나가던 유변에게 다시 움직일 것을 권유했다.

“그, 그렇사옵니다!”

“분명 황후 폐하와 진류왕께서 애타는 심정으로 귀환을 기다리고 계실 것이옵니다…!”

뒤이어 조정대신들 또한 재촉했다.

그에 유변은 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 미안하네… 표기장군. 짐 때문에 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았는가.”

“괜찮습니다. 심려치 마십시오.”

폐허가 된 낙양에서 하루를 보낸 탓에 일정이 조금 늦어지게 되었지만 차질을 빚을 정도는 아니다.

몰락의 잿더미를 보며 큰 충격을 받았을 유변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무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모두 짐이 유약하여 생긴 참상일세. 유약한 황제가 만승천자가 되었기에…, 천하가 도탄에 빠진 것이 아닌가.”

어가에 타고 있던 유변이 고개를 내밀면서 말을 탄 채 나란히 행렬을 이어나가고 있던 이성휘에게 복잡한 심정을 전했다.

모두 짐의 잘못이다.

짐의 무능과 실책으로 인해 백성들이 도탄에 빠지고 말았다.

황제의 목소리에서 우울한 자괴감과 자기혐오가 느껴졌다.

“도탄에 빠진 난세가 어떻게 폐하의 실정 때문이겠습니까. 황건적과 십상시…, 뒤이어 우후죽순처럼 들고 일어난 역적들의 준동 때문일 겁니다.”

물론 중앙 세력의 분열과 지방 세력의 발호를 막아내지 못한 황실과 조정의 부패와 무능이 가장 큰 원인이겠으나… 유변은 그저 피해자일 뿐이었기에 그를 옹호했다.

유변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잘못이 있다면 분열과 부패의 연쇄를 알면서도 그대로 방치했던 선대(??)에게 있을 것이다.

그저 유변은 선대들이 범한 실정들을 억지로 부담하게 된 가련한 후손일 뿐이었다.

“그렇게 말해주어 고맙네. 하지만 짐이 나서서 책임을 떠안지 않는다면…, 누가 백성들의 원한과 울분을 떠안겠는가…?”

“폐하.”

“짐은… 원망과 멸시를 피하지 않을 걸세…. 협아를 위해서라도 말일세.”

유변은 잿더미가 된 낙양의 참상을 보며 무언가를 다짐하게 되었는지 확고한 결심에 찬 눈길로 이성휘를 응시했다.

대체 무엇을 각오하고,

대체 무엇을 맹세하게 된 것일까.

주먹을 쥐며 입술을 꾹 깨문 유변의 모습을 바라보던 이성휘는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 * *

드디어 중원은 만승천자를 맞이하게 되었다.

황제께서 돌아오셨다.

백성들은 동탁에게 붙잡혀 온갖 고초와 치욕을 겪은 황제에게 동정과 연민을 보냈다.

난세를 막지 못한 황제의 무능을 지적하는 목소리들도 적지 않았으나, 유약한 황제에게 동정과 연민을 보내는 여론이 매우 강했다.

“폐하께서 곧 도착하신다는군!”

“응당 우리들이 형양으로 가 폐하를 맞이해야 되지 않겠소?”

황제 행렬이 낙양에 입성했다는 소식을 접한 진류군의 조정대신들이 다급하게 형양으로 향했다.

이제 곧 형양에 도착할 터.

조정대신들이 단걸음으로 중모현에 도착했다.

또한 수많은 고초를 겪었을 지아비가 무사히 돌아온다는 소식에 황후 당씨도 조정대신들을 따라 형양으로 향하게 되었다.

“오, 오라비…. 폐하께서 드디어….”

찬연한 광채가 도는 금발을 허리까지 늘어뜨린 소녀가 작디작은 손을 움켜쥐면서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드디어 오라비와,

낙양에서 안타깝게 헤어져야 했던 오라비와 재회하게 되었음에.

진류왕 유협은 당장이라도 기쁨의 눈물을 뚝뚝 떨어트릴 것 같은 얼굴을 한 채 이성휘가 호위하는 황제 행렬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오라비는 정적의 소생인 나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를 기꺼이 희생을 선택하셨다. 진류군으로 전봉하면서까지 나를 연주로 대피시킨 뒤… 낙양에 남아 역적들의 포로가 되었다. 서량의 역적들이 연주로 도망친 나를 뒤쫓지 못하도록…!’

과연 내가 오라비였다면,

만약 오라비의 처지에 있었다면 과연 그렇게 헌신적으로 행동할 수 있었을까?

유협은 그 물음에 답할 수 없었다.

황위 계승을 두고 정쟁을 일으켰던 이복동생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것은 오로지 유변이기에 가능했던 결심이었으니까.

“오라비께서 늦으시는구나…!”

이별했던 오라비를 향한 그리움을 이어나가던 금발의 소녀가 뒤꿈치를 든 채 초조함을 중얼거렸다.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유협의 얼굴에 서서히 불안이 깃들었다.

매번 수난과 역경들을 겪어야만 했기에 불안을 품는 것은 당연했다. 작은 황녀가 왜소한 어깨를 바르르 떨면서 불안을 호소했다.

“전하, 황상의 곁에는 명공이 계시지 않사옵니까? 이윽고 명공이 황상과 함께 당도하실 것이옵니다.”

작약꽃을 연상하게 하는 분홍빛 머리카락을 둔부까지 기른 여인이 상냥한 어조로 불안에 떨던 작은 황녀를 위로했다.

변고가 생겼을 리 없다,

황제 폐하의 곁에는 명공께서 계시니까.

초선은 경애하는 명공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내비치면서 바르르 떨던 유협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며 유협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보냈다.

“응… 아, 알겠다…! 오라비와 표기장군을 믿고 기다리겠다!”

초선의 위로로 불안감을 떨쳐낼 수 있었는지 애타게 기다리던 유협이 당찬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였다.

‘명공…. 명공께서는 한나라의 진정한 충신이시옵니다. 흉악한 역적들이 우글대는 적진에서 황제 폐하와 공경들을 무사히 구해낸 명공은 역시 소녀의 자랑스러운 명공이시옵니다…!’

역적들이 우글대는 적진을 돌파하여 황제를 구해낸 이성휘는 존경과 경외의 상징이 되었다.

조정대신들은 물론,

민중 또한 이성휘를 천하제일검이라 부르며 무위와 충성을 찬양했다.

그런 명공이 진심으로 존경스러웠다. 그래서 명공께서 놀라운 활약들을 세울 때마다 자신의 일처럼 크게 기뻐하며 그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오면,

천하에서 가장 밝은 미소를 지어주면서 그의 노고를 씻어주고 싶었기에.

“화, 황제 폐하께서 형양에 당도하셨사옵니다!”

무관이 달려와 소리쳤다.

천자께서 당도하셨노라고,

마침내 황제가 형양에 입성하였음을 알렸다.

당도를 알린 외침에 부푼 기대감을 떠안으며 초조한 마음을 이어나가던 황후와 진류왕, 조정대신들은 환열에 찬 표정을 지으면서 황제의 어가를 기다렸다.

“어가가 도착했소!”

“분명 폐하께서 계실 것이외다!”

낭보를 들고 온 무관이 도착한지 얼마쯤 흘렀을까.

황제의 마차가 도착했다.

표기장군 이성휘가 지휘하는 기병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네 마리의 우수한 준마들이 이끄는 실제 어가에 비하면 많이 격식이 떨어졌지만, 형양에 입성한 이두마차는 분명 황제가 탄 어가가 틀림없었다.

“폐, 폐하!”

“지금까지 얼마나 노고가 많으셨사옵니까!”

이윽고 어가에 타고 있던 유변이 이성휘의 부축을 받으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크게 긴장했기 때문일까,

유변은 제대로 두 다리를 가누지 못했다.

이성휘의 부축을 받으면서 겨우 마차에서 내린 유변은 형양까지 맞이하러 나온 수많은 인파들을 바라보면서 두 눈을 커다랗게 떴다.

“화, 황후…!”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며 구슬프게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여인을 본 유변은 떨리는 목소리를 토해내면서 발걸음을 움직였다.

떨리는 두 팔을 뻗으며,

자신을 오매불망 기다리면서 마음을 애타웠을 소중한 여인을 꼭 끌어안았다.

마침내 아내와 재회했다. 불길에 휩싸였던 황궁에서 이별의 비극을 겪어야 했던 황후가 다시 재회하게 된 유변은 울음소리를 내며 오열했다.

“만나고 싶었소…! 지, 짐은… 황후가 참화에 휩싸여 죽은 줄 알고… 식읍을 전폐한 채 날마다 슬퍼했었소!”

“폐하…! 폐하아…!!”

이별을 깨고 마침내 상봉하게 된 황실 부부의 애절한 모습에 조정대신들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면서 그를 지켜보았다.

만세를 크게 삼창하려 했으나,

재회의 기쁨을 나누고 있는 황제와 황후를 위해 잠시 침묵했다.

수많은 죽을 고비들을 넘나들며 재회를 이뤄낸 황제와 황후. 둘의 이야기를 듣게 된 백성들 또한 숙연한 모습을 보이면서 애달픈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저 또한 폐하께서 혹여 역적들에게 모진 치욕들을 당하진 않으실까, 매일 밤마다 폐하를 그리워하며 뜬눈으로 지새웠사옵니다…! 이렇게 폐하를 뵈오니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사옵니다!”

애절함을 토로하는 황제와 황후를 바라보던 이성휘가 한 걸음 물러섰다.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가슴이 미어지는 듯한 애달픔을 느끼게 하는 황실 부부의 모습에 이성휘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자리를 양보했다.

“협아!”

“폐, 폐하!”

시녀의 옆에 선 채 눈물을 또르르 흘리고 있는 작은 소녀를 목격한 유변이 크게 소리쳤다.

오라비의 부름에 눈물범벅이 된 여동생이 단걸음에 뛰어들면서 품에 안겨들었다.

"폐하! 폐하…! 오라비… 오라버니! 흐윽, 흐흐흑! 우와아앙!! 죄송해요, 죄송해요! 그때… 오라비를 두고 떠나서… 흐윽, 정말 죄송했어요!!"

"너를 반강제로 보내서… 정말 미안했다…."

"우와아앙!! 오라버니…!!"

이윽고 엉엉 우는 소리가 울렸다.

이별과 그리움의 아픔이 재회의 기쁨으로 덧씌워지는 순간이었다.

“명공!”

눈꺼풀을 슬며시 내린 채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광경을 주시하던 이성휘에게 낙양제일미가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다가왔다.

가장 밝은 미소를 지으면서,

천하에서 가장 아름다운 웃음과 함께 치열한 격전들을 치렀을 명공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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