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272화 (272/616)

〈 272화 〉 272. 공무도하(2)

* * *

================================

먼저 포판현(?反?)을 출발했던 전령이 이윽고 진류군에 당도했다.

황제와 공경들을 구출했다.

하동군에 머물면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에 하내군과 낙양을 거쳐 진류군에 도달할 계획임을 알려왔다.

수만 명에 달하는 동탁군의 군세를 뚫고 장안성을 탈출한 황제와 공경들을 확보했다는 소식에 조조군은 환호에 휩싸였다. 또한 뒤이어 소식을 접하게 된 백성들도 크게 함성을 내지르면서 중원제일검의 무명을 칭송했다.

“황제 폐하께서 드디어 황제 폐하께서 역적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셨네!”

“이 얼마나 경사스러운 일인가! 과연 표기장군 이성휘는 중원에서 손꼽히는 장수… 아니, 천하에서 가히 으뜸인 장수일세!”

황실과 조정에 충성하는 사대부와 호족들이 천하제일검의 무명을 부르짖었다.

천하제일검(?下?一?).

응당 천하제일검이라 불러야 마땅하다.

소수의 결사대를 이끌고 수만 명에 달하는 군세들을 뚫어낸 끝에 황제와 공경들을 구해내는 기염을 토해냈으니 당연히 천하제일검이라 불러야 했다.

황실과 조정보다 먼저,

조조군의 군부보다도 먼저,

민중들이 이성휘를 천하제일검이라 부르며 크게 칭송했다.

“천하제일검이라…. 부관은 역시 대단한 무인일세.”

군사좨주(????) 곽가가 운용하는 세작들로부터 민중의 성원을 듣게 된 조조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면서 기뻐했다.

그는 과연 대단한 인물이었다.

연모하는 사내이기 이전에,

한때 무도(??)를 걸었던 무장으로서 그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었다.

‘귀관이 내 아이의 아버지라 너무도 기쁘다네.’

희미한 미소를 지은 흑발의 여인이 아랫배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중얼거렸다.

너무도 기뻤고,

너무도 자랑스러웠다.

사랑하는 남편을 칭송하는 목소리들이 매본 들려올 때마다 기분이 날아갈 것처럼 기뻤다. 금슬 좋은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하더니… 과연 그 말이 사실인 듯하다.

“천하제일검에게 명부의 소식을 전한다면 분명 단걸음에 달려올 겁니다.”

“아니, 나는 괜찮네.”

허리까지 내려오는 탐스러운 머리카락을 금발로 물들인 여인의 말에 조조가 고개를 내저었다.

부관을 재촉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는 얼떨떨한 상태였기에 망설여졌다.

정말 회임한 게 확실한지,

나와 부관의 아이가 정말 태중에 있는지 약간 의구심이 들었다.

몇 번이고 의원을 호출하여 확답을 받았음에도 조조는 여전히 얼떨떨함을 감출 수 없었는지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첫 임신이다 보니 당혹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내 입으로 직접 전하고 싶네.”

과연 부관은 어떻게 반응할까.

어깨가 떨릴 정도로 불안하지만,

아이의 아버지가 될 부관에게 직접 전하고 싶었다.

하후돈의 응원에 다소의 자신감을 얻은 조조는 부관이 진심으로 나를 사랑한다면 내 단점들까지도 사랑해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알겠습니다, 명부.”

수줍은 미소를 짓는 조조의 모습에 진궁이 밝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명부께서 천하제일검의 아이를 가지셨다, 그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얼마나 소스라치게 놀랐던가.

또한 당혹스러웠던 만큼,

회임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다.

연모하는 사내를 오랫동안 짝사랑해온 명부께서 마침내 행복의 결실을 맺었으니까. 정말 감개무량한 일이었다.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된다는 것은… 과연 어떤 느낌일까…? 처녀라서 감히 짐작되진 않지만 분명 명부께서는 무척이나 기쁘시겠지.’

진심으로 연모하는 사내와의 사이에서 맺게 될 아름다운 결실.

그 결실을 품는다는 것은,

과연 어떤 느낌일까?

아랫배를 한손으로 쓰다듬으면서 만족감에 찬 미소를 짓는 명부의 모습을 바라보던 진궁은 무심코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되었음에 기뻐하는 여인의 모습은 그 어떤 모습들보다 고결하고 아름다웠으니까.

‘나도 훗날 연모하는 사내가 생긴다면…. 그 사내의 아이를 태중에 품게 된다면…. 지금 명부께서 느끼고 계신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막연한 마음을 품게 된 금발의 여인은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언젠가 맞이하게 될 상황을 상상했다.

* * *

무수히 많은 고난과 역경들을 겪은 끝에 삼보 지역을 탈출하여 하동군에 도달하게 되었다.

우여곡절을 치른 뒤에 하동군에 도착한 황제와 공경들은 전횡과 폭정의 무자비한 굴레에서 벗어났음을 이제야 실감했는지 감격의 눈물을 쏟아내면서 기뻐했다.

“폐하, 드디어 벗어났사옵니다!”

“이제 역적들의 등살에 시달리지 않아도 됩니다!”

농서동씨 가문으로부터 온갖 괄시와 학대를 당해왔었기에 탈출의 기쁨은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

얼마나 많은 치욕을,

얼마나 깊은 고통을 당했던가.

이성휘의 활약으로 탈출하게 된 공경들은 조조군의 도움을 받으면서 무너진 황실과 조정을 다시 부흥시키겠다는 막연한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물론 그 희망은 진류군에 도착한 이후에 덧없이 사라지게 되겠지만 말이다.

왜냐하면 사공 조조는 다 무너진 황실과 조정을 재건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을 뿐더러, 손아귀에 거머쥔 권력을 황실과 조정에 양도할 생각 또한 없었으니까.

“정말 고생 많았어요.”

조홍이 웃으며 말했다.

그녀의 말에 이성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렴 님께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했을 때 군세를 이끌고 가세해준 덕분입니다. 다시 한 번 자렴 님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흥흥! 물론이죠, 그렇고말고요! 앞으로도 백골난망하듯이 제 활약을 잊지 마세요!”

찬사에 으쓱한 마음이 들었는지,

조홍은 풍만한 가슴을 쭉 내밀면서 하늘을 찌를 법한 오만한 자신감을 뽐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실로 대단한 활약이었다.

수만의 군세를 이끌고 포수를 도하하는 절예의 판단을 감행한 덕분에 황제와 공경들을 구할 수 있었으며, 또한 목숨이 경각에 달했던 이성휘와 조인까지도 늦제 않게 구원할 수 있었다.

역사에 길이 남게 될 활약이 분명했다. 훗날의 역사들은 이 조자렴의 활약을 난세의 판도를 뒤바꾼 결정이라며 칭송을 마지않으리라.

“야, 석녀! 나한테 빨리 고맙다고 해! 내 덕분에 목숨을 건졌잖아!”

조홍이 주먹 쥔 손을 붕붕 휘두르면서 무뚝뚝한 표정을 짓고 있던 사촌을 향해 소리쳤다.

이성휘와 황제, 공경들로부터 모두 감사를 한 번씩 받았음에도 정작 사촌에게 감사를 받지 못한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조홍의 외침에 조인이 두 눈을 날카롭게 떴다.

“전장에서 공헌을 하고 활약을 거두는 일은 무장의 당연한 본분이야. 기고만장하며 우쭐대지 마.”

“이 배은망덕한!”

조인의 철벽같은 모습에 조홍이 소리를 빽 내질렀다.

전혀 입장을 굽힐 생각이 없는,

얼음장처럼 완강한 모습을 보일 뿐인 조인의 행동에 분기가 치밀어 올랐는지 숨을 씩씩 내뱉었다.

만인이 인정할 활약을 거뒀음에도 사촌으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한 것이 크게 원통한 듯했다.

“자효 님의 말씀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지, 지금 저 석녀의 편을 드는 거예요?!”

흑발의 여인이 입에서 뜨거운 불길을 토해낼 것처럼 길길이 날뛰는 모습을 보였다.

그에 이성휘는 ‘아뿔싸.’라는 표정을 지었다.

용의 역린을 건드렸다고 할까.

괜한 참견으로 조홍의 성질머리만 건드렸다.

“일단 주변 군현들을 돌면서 황제 폐하와 공경들이 이용할 마차부터 수배하겠습니다. 사대부와 호족들로부터 협조를 받는다면 빨리 구할 수 있을 겁니다.”

“저도 돕겠습니다.”

이성휘와 조인이 동시에 길길이 날뛰는 조홍에게서 등을 돌렸다.

“황제를 호위하는 일이니 더 많은 병력들이 필요할 겁니다. 증원 요청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연주로 전령을 보냈으니 곧 답신이 올 겁니다.”

“자세한 일정들은 제가 직접 황제 폐하와 의논하겠습니다. 자효 님께서는 병사들을 단속해주십시오. 공경들 중 일부는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을 테니까요.”

“예, 맡겨주십시오.”

중원에서 제후들을 호령하고 있는 조조군이 마침내 역적의 손아귀로부터 황제와 공경들을 구해냈다.

누구에게 대의와 정통성이 있는지,

그것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였기에 이성휘는 황제의 귀환을 대대적으로 거행하려 했다.

조조군의 호위를 받고 있는 황제가 구름처럼 몰려든 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든다면 민심은 황실과 조정의 수호자를 자청하는 사공 조조를 향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무시하지 맛!”

탐스러운 흑발을 옆으로 묶은 여인이 두 발을 동동 구르면서 이성휘에게 소리쳤다.

조금만 더 방치한다면 폭발할 것이 분명했기에 이성휘는 조인에게 향하던 고개를 돌려 조홍을 주시했다.

“제가 어찌 자렴 님을 무시하겠습니까. 그저 일정이 촉박하여 잠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린 것뿐입니다.”

“세간에서는 그걸 무시라고 말해요.”

조홍은 묘하게 죽이 척척 맞는 이성휘와 조인을 의심스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둘 다 무뚝뚝한 성격이기 때문일까.

아니,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묘하게 부쩍 사이가 좋아졌다고 해야 하나, 둘 사이의 관계가 심상치 않음을 여자의 감이 호소하고 있었다.

‘설마 표기장군이 저 석녀와…? 아니, 그럴 리가 없지. 저 무뚝뚝하기 그지없는 여자에게 설마 가당키나 한 일이겠어? 그래, 절대로 아닐 거야.’

평생 노처녀로 살 것처럼 무뚝뚝한 사촌이 누군가를 좋아한다니,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성휘와 조인의 관계를 의심하던 조홍은 최종적으로 ‘절대로 그럴 리 없다.’라고 결론 내렸다.

“표기장군, 오늘 밤에… 시간 괜찮아요?”

새하얀 얼굴을 불그스름하게 붉힌 조홍이 조심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그에 이성휘가 대답했다.

“예, 괜찮습니다.”

해가 떨어진 밤에,

야심한 시각의 일정을 묻는 조홍의 속삭임은 매우 노골적이었다.

불여우처럼 흑심을 숨긴 채 배시시 웃음을 짓는 조홍의 모습을 바라보던 조인의 두 눈에서 질투와 시기에서 비롯된 격정이 치밀어 올랐다.

“…….”

계속 기다렸는데.

지금까지 계속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고 있었는데.

조인의 눈에 비친 조홍의 모습은 아홉 개의 꼬리들이 달린 여우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머지않아 이성휘와 혼인하게 될 조조의 입장에서 보면 조인이나 조홍이나 둘 다 불여우처럼 보이겠지만 말이다.

* *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