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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268화 (268/616)

〈 268화 〉 268. 양자택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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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적인 도주가 시작되었다.

황급히 도망치는 황제와 공경들,

그리고 서량의 역적들이 그 뒤를 맹렬히 추격했다.

고릉현에 주둔하고 있던 동백군은 물론, 급보를 듣고 추격을 개시한 서량 기병대마저 합류하면서 추격전은 더욱 절망적인 양상으로 변해갔다.

“황제다! 황제가 저기 간다!”

“놈들은 분명 수로를 타고 도망칠 생각이다! 어떻게든 막아라!”

날카로운 창검을 든 장졸들이 흙먼지를 가득 일으키면서 도주하고 있는 황제 행렬을 되쫓았다.

놓쳐선 안 된다.

절대로 놈들을 보내선 안 된다.

이대로 황제와 공경들을 놓치게 된다면 필시 크나큰 화근이 되어 돌아올 터. 황실과 조정을 등에 업은 조조군이 서량 세력을 파멸시키리라는 것은 매우 자명한 일이었다.

“놈들을 막아라!”

“감히 황상에게 검을 겨누느냐!”

황제와 조정대신들을 호위하던 조조군 병사들이 말머리를 돌려 동백군을 공격했다.

어떻게든 쫓으려는 쪽과 막으려는 쪽이 충돌하면서 교전이 치러졌다. 병사들을 이끌던 이성휘가 활약하며 맹렬하게 황제를 쫓던 동백군의 예봉을 꺾어버렸다.

“이, 이성휘!”

“중원제일검… 중원제일검이다!!”

말을 재촉하며 달려들던 동백군의 무관들이 추풍낙엽처럼 쓸려나갔다.

낙양대전의 참상을 재현하듯,

이성휘가 격돌할 때마다 동백군은 지리멸렬을 당하게 되었다.

그러나 적들의 추격을 격멸하는 것도 잠시, 동백과 일시적인 휴전을 맺은 이각과 곽사의 병력이 서량 기병대에 이어 가세하게 되면서 황제와 공경들을 호위하던 조조군은 단숨에 밀리고 말았다.

“적의 증원이다!”

“저 깃발은… 이각과 곽사의 병력이다!”

두 조카들을 끔찍하게 살해한 중원제일검을 반드시 죽이겠다는 이각의 의중이 반영된 듯,

수천 명에 달하는 중앙군 병력이 노도처럼 밀려들었다. 조조군을 수적 우위로 집어삼킬 것처럼 드넓은 벌판을 새카맣게 뒤덮으며 달려왔다.

날카로운 창검을 겨눈 채 달려드는 군세들의 모습에 조조군은 위기를 직감했다.

“방금까지 치열하게 싸우던 놈들끼리 서로 손을 맞잡은 건가… 어처구니가 없군.”

수많은 사상자를 내면서 접전을 이어나가던 두 세력들이 손을 잡았다.

지금은 서로 싸울 때가 아니다.

권력승계를 두고 내란을 치르던 두 세력들은 황제와 공경들의 신병을 빼앗기게 된 것에 경각심을 품으면서 연합을 맺었다.

방금까지 혈전을 치르던 놈들이 서로 연합하여 달려드는 모습은 실로 괴기스러웠다.

“표기장군!”

“지금부터 접전을 최대한 피한다. 호위에만 집중해라.”

새카맣게 밀려드는 군세들을 보며 침음을 삼켰다.

아군 병력은 고작해야 5백 명.

밀려드는 대군과 싸우는 것은 자살행위다.

결사의 각오를 다해 격전을 치른다고 하더라도 순식간에 전멸하고 말겠지. 게다가 황제와 공경들을 호위하고 있는 상태였기에 전력을 발휘할 수도 없었다.

‘필사적으로 내달려 나루터까지 무사히 도착하더라도… 서량의 대군을 상대로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군.’

황제와 공경들이 나루터에 정박한 배에 오르는 것을 좌시할 리 없었다. 더욱 맹렬하게 몰아칠 게 분명했다.

머지않아 중과부적으로 무너질 터.

후미가 무너지는 것과 동시에 두 번째 탈출을 감행한 황제와 공경들의 신병은 다시 역적들에게 붙잡히게 될 것이다.

“표기장군, 적들이 지척까지 접근했습니다!”

조인이 소리쳤다.

적들의 창끝이 등 뒤를 향하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창끝이 당장이라도 후미를 유린할 것만 같았다.

“으아악!”

“놈들이 달려든다!!”

양치기를 따라 부지런히 달리는 양떼를 덮치는 날랜 이리처럼 발톱을 치켜든 채 창검을 내질렀다.

이대로 휩쓸리면 죽는다.

온몸에 피를 흩뿌리면서 죽게 될 것이다.

그를 본 이성휘는 지휘를 조인에게 맡긴 뒤에 곧바로 검을 휘두르며 수백 기에 달하는 기병들에게 달려들었다.

“이성휘가 온다!”

“응전하라! 놈은 이제 독 안에 든 쥐다!”

앞으로 달음박질치던 말머리를 돌려 달려드는 이성휘의 모습에 동백군의 무관들이 소리쳤다.

그에 호응하듯,

추격에 투입된 서량 기병대까지 이성휘를 노렸다.

날카로운 창검들에 포위당하게 된 이성휘는 단숨에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나갈 것 같은 위태로운 처지에 내몰리게 되었다.

* * *

이각과 곽사에게 사절을 파견하여 휴전한 뒤 연합을 결성한 위양군(???) 동백은 휘하 장수들을 보내는 것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었는지 직접 병력을 이끌고 출정하였다.

기필코 놈을 죽이리라.

산 채로 잡아 가장 끔찍한 고통들을 경험하게 해줄 것이다.

두 눈에 독기를 품은 회색 머리카락의 소녀는 무관들과 함께 추격전의 현장에 도착하게 되었다.

“노, 놈이 온다!”

“반격하라! 겨우 한 놈이 아니더냐!!”

황제와 공경들의 신병을 확보한 뒤,

조조군의 졸개들을 모두 격멸하기 위해 투입되었던 추격대가 무자비하게 쓸려나가기 시작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동백은 두 눈을 부릅뜨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수적 우위를 점거한 서량의 용맹한 장졸들이 어째서 일반산사(一??)하듯 흩어지고 있단 말인가.

수천 명에 달하는 병력을 추격에 동원했다. 게다가 적들은 불과 5백 명 밖에 안 되는 소규모였다.

그럼에도 아군은 우위를 점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패배와 와해를 거듭하고 있었다.

“대체… 대체 아군은 뭘 하고 있답니까! 어째서 이성휘를 죽이지 못하느냔 말입니다! 한꺼번에 달려들면 온몸을 찢어발길 수 있을 텐데…!!”

동백이 원하는 것은 서량의 용맹한 무인들이 이성휘의 몸을 난자하는 것이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도록 온몸을 찢어발긴 다음에 목을 취한다면 전투에서 비참하게 살해당했던 조부의 원한을 갚을 수 있을 테니까.

“크하아악!!”

이성휘가 검을 휘두르자 날카로운 창을 치켜든 채로 달려들던 무관이 말에서 굴러 떨어졌다.

피분수가 크게 솟구치며,

벼락처럼 떨어진 참격에 몸이 날아갔다.

뒤를 추격해오는 병력을 모두 연전연파하며 황제와 공경들을 지켜내는 이성휘의 가공할 무위에, 그를 지켜보던 동백과 무관들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저 괴물 같은 놈이….”

“과연 무명은 허언이 아니란 말인가.”

항우재림(????).

검을 휘두를 때마다 군중을 와해시키는 그 모습은 분명 항우를 칭하기에 충분했다.

적들에게 공포를,

아군에게는 전율을 일으켰다.

뜨거운 콧김을 뿜어내면서 종횡무진하듯 날뛰는 용마와 낙양 벌판에서 12만 대군을 완파했던 중원제일검.

전장에 악몽이 내려왔다.

낙양대전의 공포가 되살아나는 듯했다.

온몸에 피칠갑을 한 남성은 지칠 줄 모르는 것처럼 황제와 공경들을 안전하게 호위하기 위한 용맹을 이어나갔다.

“당장 증원을 보내어 도주를 막으세요! 뒤를 잡는 것이 불가능하니 앞에서 놈들을 막는 겁니다!”

“알겠습니다, 위양군!”

실로 치욕스러운 일이었다.

원수를 쓰러트리지 못하여 차선책을 동원하는 꼴이라니.

그러나 놈들을 놓칠 순 없었기에,

점점 도주행렬이 포수(??)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에 조바심을 느끼게 된 동백은 대기하고 있던 증원부대를 파견하여 앞과 뒤에서 협공하려 했다.

“황제가 도망친다!”

“막아라! 놈들이 강을 건너지 못하게 막아라!!”

이각과 곽사의 병력이 이성휘의 반격에 무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을 때,

동백이 보낸 증원부대가 전장을 크게 우회하여 포수로 나아가고 있던 황제 행렬을 급습했다.

말을 탄 공경들이 놀라 소리쳤다.

황제가 타고 있는 마차를 부지런히 뒤따르던 궁인들 또한 날카로운 비명을 내질렀다.

“흐아악!!”

광록훈(光??) 등현이 적들의 창검에 맞아 핏물을 쏟으면서 말에서 떨어졌다.

다른 관료들도 마찬가지였다.

크게 우회하여 들이닥친 적들의 급습으로 인해 대규모 유혈이 펼쳐졌다.

대사농(大??) 장의와 정위(??) 선번, 소부(少?) 전분이 살해당하고 수많은 궁인들이 기병의 말발굽에 휩쓸렸다.

“놈들의 공격을 막아라!”

아슬아슬하게 접전을 이어나가던 이성휘를 안타까운 눈길로 바라보던 흑발의 여인이 다급함에 찬 침음을 삼키면서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놈들이 측면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중원제일검을 대적할 수 없으니 후미가 아닌 측면을 노려온 것이었다.

하나둘씩 피를 쏟으면서 쓰러지는 공경들의 끔찍한 최후를 목도하게 된 조인은 두 눈을 부릅뜨면서 검을 휘둘렀다.

“황제가 탄 마차가 저기 있다!”

“비켜라! 방해된다, 이 잡것들아!!”

황제 유변이 탄 마차를 목격한 동백군 장수들은 거침없이 검을 휘두르면서 앞을 가로막은 궁인들을 쓰러트렸다.

저 마차에 황제가 있다.

마부석에서 말을 몰고 있는 무관을 죽인 뒤에 마차를 탈취하면 황제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핏물이 뚝뚝 흐르는 먹음직스러운 고깃덩이를 발견한 이리처럼 관료와 궁인들을 가차 없이 베어낸 동백군은 황제의 마차를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들었다.

“마차를 노려라!”

“어떻게든 저 마차를 빼앗아라!”

날카로운 화살들이 날아들면서 마차의 지붕을 반쯤 관통했다.

마차를 뒤덮어버릴 것처럼,

수십 명에 달하는 동백군의 무관들이 마차를 포위했다.

적들이 사방에서 마차를 에워싸는 모습을 본 조인은 이를 빠득 갈면서 말을 재촉했다. 그러나 앞을 가로막으며 달려드는 동백군 병사들 때문에 쉽사리 개입할 수가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확보한 황제가,

서량의 역적들에게 다시 넘어갈 것만 같았다.

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일방적인 유린이 이어지고 있었을 때,

우렛소리 같은 나팔소리가 피와 시체들로 가득 얼룩진 들판을 메우기 시작했다.

대군이 등장할 때 울리는 신호였다.

들판을 메우는 나팔소리와 함께 수천 명에 육박하는 군세가 살육의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역적의 주구들이 황제와 조정의 영수들을 공격하고 있다! 연주의 중용무쌍한 제장들이여, 창검을 들어 황실과 조정을 구하라!!”

황금 갑주를 걸친 흑발의 여인이 선두에 선 채 군세를 이끌었다.

찬연한 금빛이 번뜩였다.

군세를 지휘하는 여인은 위풍당당한 기염을 뽐내면서 손을 들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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