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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257화 (257/616)

25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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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조조는 매우 건강한 상태였다.

오랜 집무로 인해 안색이 좋지 않았을 뿐 매우 건강하다는 소견을 받게 되었다.

무척이나 다행인 일이었다.

진찰을 담당했던 의원을 돌려보낸 이성휘는 조조를 바라보면서 매우 엄격한목소리로 말했다.

“넓히게 된 영토만큼 업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는 것은 알지만… 건강을 챙기셨으면 합니다.”

“알겠네. 내가 간과했군.”

혹시 무슨 병이라도 걸린 것일까,

몸을 진찰하는 의원을 노심초사하는 눈길로 바라보던 이성휘의 모습을 떠올린 조조가 피식 웃음을 터트리면서 말했다.

무뚝뚝한 얼굴이 무색할 정도로,

자신을 향해 지고지순한 애정을 보여주는 이성휘의 모습에 푹 빠지고 말았다.

이렇게까지 날 사랑하고 있을 줄이야.

창백하게 보일 정도로 새하얗게 질린 얼굴에 홍조가 깃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나쁘진 않네. 귀관이 나를 바라보면서 걱정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았는가.”

“아만.”

“농담일세. 너무 노여워하진 말게.”

짐짓 노여움이 담긴 이성휘의 목소리에 조조가 쿡쿡 웃음을 터트렸다.

이런 귀여운 사람,

뺨에 쪽 소리가 날 정도로 입맞춤을 해주고 싶다.

천하의 중원제일 검이 이토록 걱정하는 사람은 아마 이 조맹덕 뿐이겠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사실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만고의 역신을 참수하여 천하에 그 무명을 떨친 중원제일 검이 안절부절못 하는 모습을 보았다. 분명 그의 그러한 모습을 본 것은 자신이 유일하리라.

“나를 걱정해주어 고맙네.”

흑발의 여인이 사랑스러운 남성의 뺨에 손을 올리면서 말했다.

섬섬옥수처럼 아름다운 손길로,

거칠고 메마른 사내의 얼굴을 사랑스럽게 훑었다.

새카맣게 물든 눈동자와 날카로운 눈빛.

그리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자애로운 감정.

크게 박동치는 심장의 고동 소리와 활화산처럼 들끓는 애욕을 참을 수 없었든 조조는 발꿈치를 들어 올리면서 이성휘와 짧은 입맞춤했다.

“정말 괜찮다네. 의원도 말하지 않았는가? 그저 잠깐의 미열과… 어지럼증이 있을 뿐이라네.”

애정과 고마움,

그리고 미안 함이 밀려들었다.

괜한 일로 심려를 끼친 것 같아 미안 했다.

그래서 조조는 이번 일을 통해 업무를 줄이기로 마음먹었다. 또한 사공부(司空部)의 관료들에게 부당하게 전가하던 야근을 줄이기로 했다.

“오늘은 곁에 있겠습니다.”

이성휘가 말했다.

그에 조조가 빙그레 웃었다.

“그럼 관료들이 퇴청하는 유시(酉時)에 만나는 것은 어떠한가? 내가 퇴청하는 모습을 귀관이 직접 눈으로 봐야 하지 않겠나.”

“알겠습니다.”

웃음을 짓는 조조의 모습에 이성휘 또한 옅은 웃음으로 대답했다.

그녀는 너무도 귀여웠으며,

두 팔로 꼭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러웠다.

그렇기에 죄책감이 밀려들었다.

나는 어젯밤,

진심으로 연모하는 여인의 사촌 동생을 안았으니까.

비록 의도한 일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책임을 회피하고 싶진 않았다. 어젯밤에 조인과 집무실에서 그러한 일이 있었노라고 말하려 했다.

“…….”

하지만 고개를 든 채 웃음을 짓고 있는 조조의 모습을 본 이성휘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는지 다짐이 무색할 정도로 침묵을 지켰다.

사랑하는 여인의 미소가,

죄책감이라는 이름의 중압감이 되어 어깨를 짓눌렀다.

“그럼 난 가 보겠네. 나중에 보세.”

이성휘의 콧등을 손가락으로 툭 누르면서 말괄량이 같은 장난을 친 조조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 * *

안타까움에 찬 마음으로 조조를 보낸 이성휘가 표기장군부의 집무실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사건의 원흉을 응징했다.

“아아악!! 머, 머리!! 머리가아아아!!”

미녀의 머리를 압박하는 두 손.

괴물 같은 악력이 실린 손아귀로 머리를 으스러뜨릴 듯이 압박했다.

갈색 머리카락의 미녀가 비명을 질러댔다.

머리를 수박처럼 터트려 버릴 요량이었는지 머리에 가해지고 있는 압박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제발 살려주세요!!”

비명을 내지르는 여인의 발치에는 죽간의 파편들이 흩어져 있었다.

‘형부의 자지에 함락되는 처제’

배덕을 통한 자극이 담긴 제목이다.

오늘 새벽부터 작성되었던 공이 선생의 신작 원고는 그 빛을 보지 못한 채 박살 나고 말았다. 물론 작품을 박살 낸 범인은 작품의 창작 동기가 된 남성이었다.

“아으으, 아아아악!!”

순유가 재차 비명을 질렀다.

이성휘의 손아귀에 머리가 붙잡히게 된 순유는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발을 세차게 흔들어댔다.

그러나 영천순씨 가문의 아가씨가 성인 남성의 척추를 부러뜨릴 정도의 괴력을 자랑하는 중원제일 검의 손아귀에서 탈출하는 것은 결코 불가능했다.

“쪼, 쪼개지는 줄 알았잖아요…! 얼마나 많은 학식과 학문들이 담긴 머리인데….”

머리에 담긴 지식 중 태반이 음란하고 음탕한 지식들밖에 없는 주제에 거짓말을 잘도 나불거렸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당장에라도 머리를 수박처럼 터트릴 것 같았던 이성휘가 순유를 놓아주었다.

머리를 감싼 채 바닥에 털썩 쓰러졌던 순유는 우는 목소리를 내면서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동안 애달프게 이어져 온 정남장군의 마음이 마침내 닿게 되었으니까…, 모두가 행복한결말이 아닐까요?”

그 말 같지도 않은 대답을 듣게 된 이성휘가 손아귀를 쥐락펴락하면서 위협했다.

중압감이 느껴지는 이성휘의 모습에 순유는 아연실색한 채 입을 꾹 다물었다.

“…자효 님께서 바란 일이란 말입니까.”

“제가 강제로 세뇌했을 리도 없고… 물론이죠.”

“…….”

순유의 대답에 이성휘는 침음을 삼키면서 천근만근처럼 무거운 한숨을 흘렸다.

조조와 조홍처럼,

조인 또한 자신을 연모하고 있었음에….

이성휘는 형용할 수 없는 혼란을 느끼게 되었다.

‘표기장군, 저는 안 되는 겁니까?’

그때 들었던,

조인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슬픔에 찬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던 흑발의 여인.

애처로운 목소리로 오랫동안 간직해온 사랑을 고백한 조인의 모습을 회상한 이성휘는 모든 자신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며 자책했다.

“무슨 생각하세요? 혹시 어젯밤…? 허리가 뻐근하도록 즐기셨죠?”

갈색 머리카락의 여인이 한 손으로 입가를 가린 채로 장난기에 젖은 눈웃음을 지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순유의 비명이 다시 한번 집무실에 울려 퍼졌다.

“히이익!”

비참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 사마의는 혹시라도 자신에게 화가 미칠까,

최대한 부지런히 업무를 보았다.

그리고 순유의 모습을 통해,

‘나는 절대로 저런 글러 먹은 어른이 되지 말아야겠다.’라고 중얼거리면서 반면교사로 삼았다.

* * *

장안성에 전운이 깃들기 시작했다.

표기장군 동황이 술과 고기, 여인들의 살결에 눈이 먼 틈을 노려 한나라의 충신들이 응집했다.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

오랫동안 농서동씨 가문의 전횡과 폭정에 시달려온 황제와 중신들이 마침내 창검을 들고 일어섰다.

지금까지 쌓이고 누적되어온 분노와 증오가 마침내 활화산처럼 폭발하게 된 것이다.

“농서동씨 일가를 다 죽여라!”

장안 탈출을 모의하던 조정대신들에게 전혀 예상치 못한 천운이 찾아왔다.

이각 휘하의 군리(軍吏)였던 송과라는 자가 반란을 일으킨 것이었다.

군부의 무능과 푸대접에 불만을 품은 송과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였던 장졸들과 함께 부와 권력을 독식하는 대장군 동민과 표기장군 동황의 척결을 명분으로 군세를 동원했다.

“반란이다!”

“송과가 반란을 일으켰다!!”

군웅으로서의 권위를 내세우며 군중을 지배했던 동탁과는 달리 동민과 동황은 세력을 이끌 자질을 갖추지 못한 필부에 지나지 않았다.

그 결과,

무능한 지도부에 앙심을 품은 장졸들이 반란을 일으키기에 이르렀다.

농서동씨 가문은 사실상 동탁의 죽음으로 모든 권위를 잃게 되었다고 해도 무방했다. 불만이 쌓인 장졸들을 전혀 단속하지 못한 그 무능이 그것을 입증하고 있었다.

“폐하!”

“변란에 대해 알아보았는가?!”

다급하게 궁문을 열고 달려온 환관을 향해 황제 유변이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그에 관모를 바닥에 툭 떨어트린 환관은 횡설수설하는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

“반란이옵니다! 농서동씨 일가에 불만을 품은 군부의 장졸들이 반란을 일으켰다고 하옵니다! 대장군 동민의 관할하는 대장군부(大將軍部)의 수많은 전각들이 모두 불타고 있는 광경을 소인이 직접 두 눈으로 보았사옵니다!”

대장군부가 불타고 있다.

그 말은 곧 반란의 규모가 상당함을 의미했다.

이것은 하늘이 내린 길조인가.

아니면 하늘이 결국 한나라를 버렸다는 것을 입증하는 흉조인가.

환관이 다급하게 전한 소식을 듣게 된 유변은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폐하!”

“지금부터 소신들이 모시겠사옵니다!”

유변이 궁인들과 함께 어찌할 바를 몰라 하고 있었을 때,

조정대신들이 찾아왔다.

모두 갑주를 걸치고 있었다.

수염을 늘어뜨린 중신들이 모두 갑주를 걸치고 있는 모습을 본 유변은 마침내 거사가 시작되었음을 직감했다.

“어서 폐하를 뫼셔라!”

“이 빌어먹을 장안을 탈출할 것이다!”

궁문이 거칠게 열리면서 성문교위 최열과 월기교위 왕기의 병사들이 들이닥쳤다.

유변을 둘러싸면서 사방을 호위했다.

황궁으로 오는 동안에 교전이 벌어졌었는지 병사들은 온통 피칠갑하고 있었다.

송과의 반란으로 쑥대밭이 된 궁궐을 가로지른 끝에 황궁에 도달한 장졸들은 고함을 내지르면서 황급히 장안을 탈출할 준비를 끝낼 것을 명령했다.

“어서 어가를 대령하라!”

“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절대로 놓쳐선 안 된다!”

이윽고 상서복야(尙書僕射) 종요와 무관들을 재촉한끝에 마차를 끌고 왔다.

전혀 예상치 못한 변란에 좌중이 크게 당황하는 상황이었음에도 종요는 변란이 벌어졌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조정대신들의 탈출을 시도할 것을 간파하고는 서둘러 마차를 끌고 온 것이었다.

“폐하, 어서 어가에 오르십시오!”

“아, 알겠네…. 경들도 어서 서두르게!”

“알겠사옵니다!”

유변이 마차에 올랐다.

이윽고 마부석에 탄 무관이 마차를 끄는 네 마리의 말들을 재촉하면서 바퀴가 움직였다.

장안성을 탈출하기 위한 황제의 행렬.

성문교위 최열과 월기교위 왕기, 뒤이어 위위 주충과 사례교위 관합이 합류하게 되었다.

하급무관들의 불만과 증오에서 시작된 반란이 장안성에 참화를 몰고 온 틈을 이용하여 황제의 탈출행렬이 마침내 궁궐을 벗어나 시가지를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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