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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250화 (250/616)

25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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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고의 역적을 참살한 전투,

천하를 다시 도모하려 했던 동탁의 야망은 낙양 벌판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낙양대전에서 이성휘가 완승을 거뒀다는 소식을 듣게 된 패국조씨 가문의 방계 원로들은 한시라도 빨리 중원제일 검을 데릴사위로 들일 것을 조숭에게 주청했다.

“3만의 군세로 12만 대군을 모조리 무찔렀다고 합니다!”

“어디 그뿐이겠습니까? 진류왕과 조정대신들의 만장일치로 표기장군에 임명되었다고 합니다!”

“표기장군은 군부의 2인자가 아닌가! 사실상 군부의 수장이나 다름없네!”

낙양대전의 영웅이 표기장군에 임명되었다.

비록 황제의 윤허는 없었으나,

황후 당씨가 명망 높은 조정대신들과 함께 내린 결정이니 정통성은 확실했다.

또한 역도들에게 붙잡힌 황제 유변의 뒤를 이어 황위를 계승하게 될 진류왕 유협이 직접 이성휘에게 표기장군의 무관직을 권유하였으니 천하의 어느 누구도 감히 정통성을 의심할 수 없으리라.

“어서 사위로 삼으십시오!”

“평양정후(平陽靜侯)의 후예인 우리 패국조씨 가문에 더없이 적합한 인물입니다!”

혹시라도 이성휘가 마음을 바꿀까,

패국조씨 가문의 원로들은 혼약을 앞당길 것을 권유했다.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낙양대전의 완승.

표기장군 임명.

그 소식을 들은 원로들은 만장일치로 찬성표를 던졌다. 사촌인 조홍을 측실로 붙여달라는 이성휘의 요구에 불만과 불평을 입에 담던 원로들조차 모두 찬성표를 보낼 정도로 패국조씨 가문의 여론이 하나로 뭉치게 되었다.

“그대들의 의견은 잘 들었네. 그러니 이제 진정하도록 하게. 어찌 개국공신 사대부의 원로들이 경망스러운 모습을 보인단 말인가.”

상석에 앉은 조숭이 좌우에 앉은 원로들을 향해 엄중한 모습을 보였다.

냉정과 침착함을 겸비한 조숭의 그러한 모습에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이면서 혼약을 재촉하던 원로들은 머쓱한 마음이 들었는지 헛기침하며 조숭에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어르신.”

“어르신께 경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절대로 이성휘를 놓쳐선 안 된다는 초조한 조바심 때문에 냉정을 잃고 말았다.

표기장군이 가문의 일원이 된다.

그 사실에 원로들은 환희와 환열을 마지 않았다.

반면 조숭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였다.

원로들은 제 아들처럼 아끼던 이성휘가 낙양대전에서 크게 이긴 끝에 표기장군으로 임명되었음에도 평정심을 지키는 조숭의 모습에, “과연 어르신이다.”라며 경의를 보냈다.

‘우리 사위가 표기장군에 임명되다니! 하진이 십상시 일파에게 시살된 이후로 대장군은 계속 공석인 상태이니, 사실상 우리 사위가 군부의 1인자로군! 흐하하하핫!!’

조숭은 냉정하고 침착한 모습을 보여 원로들의 귀감이 되었으나,

사실 속으로는 누구보다 경망스럽게 기쁨에 찬 고함을 토해내는 중이었다.

누가 부전여전(父傳女傳) 아니랄까 봐,

내심 좋으면서도 퉁명스러운 모습으로 일관하는 딸과 똑같은 버릇을 가지고 있었다.

‘평생 독신으로 살 것처럼 속을 썩이더니… 이 아비를 닮아 강욕이 넘쳤던 게로구나. 잘했다! 아주 잘했다, 아만아! 과연 천하제일이라 불리기에 일말의 부족함이 없는 사윗감이다!’

예비 사위에게,

예비 사위를 휘하로 데려온 딸에게 거듭하여 고마움을 보냈다.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패국조씨 가문의 원로들이 모인 자리가 아니었다면 당장에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춤이라도 추고 싶은 심정이었다.

“평원(平原)의 관로라는 자가 천 명과 점성에 능하다고 들었네. 그 자에게 길일을 받아 혼일을 정하도록 할 것일세.”

조숭의 말에 원로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긍했다.

“관로의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

“세간의 풍문에 따르면 남두성군(南斗星君)과 북두성군(北斗星君)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다고 합니다.”

연주성에 머물던 조숭과 패국조씨 가문의 원로들은 조조와 이성휘에게 가중이 내린 결정을 전달하기 위해진류군으로 향하려 했다.

지체할 이유가 없었다.

길일이 정해진다면 곧바로 혼약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패국조씨 가문의 백 년대계를 이끌어 나갈 우수한 후계들을 번성시키기 위해서라도 혼약을 앞당겨야 마땅했다.

* * *

표기장군에 임명된 이후,

며칠 동안 이성휘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중앙 상비군을 통솔해야 했으며, 군부의 모든 업무들을 주관하게 되었다. 게다가 군부를 대표하는 조정의 중역으로서 국가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일에 매번 참석해야 하는 번거로움 또한 떠안아야 했다.

“히익! 일이 너무 많음!”

이성휘의 추천 덕분에 일개 마구간지기에서 표기장군부의 주부(主簿)로 임명된 사마의.

산더미처럼 많은 업무에 비명을 내질렀다.

당장 태업하겠다며 호언했으나,

그때마다 이성휘는 “다시 마구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건가.”라고 대답하며 사마의를 침묵시켰다.

‘일이… 많긴 하군….’

군부에서 유능한 인재들을 두루 차출하여 표기장군부에 두었으나 여전히 인력이 부족했다.

업무를 도맡을 참모가 필요하다.

순유와 가후는 사예주 전선과 예주 전선을 총괄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성휘는 표기장군부의 업무들을 도맡을 새로운 인재들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늦은 밤에 집무실에 찾아와서… 뭘 말하고 싶었던 걸까.’

너누룩한 밤에 조조와 조홍과의 혼약에 대해 물었던 조인.

그녀의 모습을 잠시 떠올렸다.

심중에 담긴말을 전하지 못한 채 자리에서 일어섰던 조인의 행동이 계속마음에 걸렸다.

대체 그녀는 무슨 말을 전하고 싶었던 걸까.

분명 전하고 싶은 말이 따로 있었을 터.

망설임을 머금은 채 안절부절못 하는 모습을 보였던 조인의 행동에서 그것을 알 수 있었다.

냉소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항상 얼음장 같은 무표정을 고수했던 조인이 겉으로 드러날 정도로 속내를 내비쳤다. 그녀는 중요한 말을 전하려 했음이 틀림없었다.

“다 했음!”

잠시 이성휘가 상념에 잠겨 있었을 때,

그 상념을 깬 이는 사마의였다.

선생님에게 숙제를 확인받는 어린아이처럼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죽간들을 건넸다.

과연 훌륭한 업무능력이었다.

성인식을 치르지 않은 어린아이라는 게 도무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사마의는 매우 우수했다.

소심한 성격과 독특한 말투만 고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으나, 이성휘는 앞으로 차차 나아질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수고 많았다.”

“그럼 벌꿀사탕 주는 거임?”

“물론이다.”

이성휘가 노란 벌꿀사탕들이 가득 담긴 그릇을 사마의에게 내밀었다.

그에 흑발의 소녀는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벌꿀사탕을 입에 머금었다. 달콤한 풍미에 휩싸이게 된 사마의는 헤실헤실 웃으면서 사탕을 우물우물 훑었다.

“수고 많았다. 남은 업무들은 됐으니 이제 그만 저택으로 돌아가라. 사공연속이 기다릴 테니.”

“알겠음!”

유시(酉時: 오후 5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마자 이성휘는 사마의에게 퇴청을 명령했다.

정해진 시간에 등청하고,

정해진 시간에 무조건 퇴청한다.

기준을 철저히 중시하는 이성휘의 관념 덕분에 표기장군부에 배 속된 무관들은 넉넉한 관료생활을 보낼 수 있었다.

반면 조조가 관할하는 사공부(司空部)는 야근이 일상이며, 과로로 졸도하는 경우가 일상다반사처럼 일어날 정도였다. 그래서 사공부의 관료들이 특히 표기장군부에 배 속된 속관들을 부러워했다.

‘표기장군에 임명된 뒤부터 계속 눈코 뜰 새 없이 다사다망한 시간을 보냈군. 언제 한 번 여유를 내서 진류군으로 가야 하는데.’

패국조씨 가문의 어르신들에게 다시 한번 혼인을 간곡하게 요청하려 했다.

조조를 아내로 맞이하며,

또한 조홍을 측실로 맞이하고 싶다는 의중을 조숭에게 전달한 바가 있다.

그리고 며칠 뒤에 결정을 확인받고자 했다. 그러나 동탁의 사예주 침공을 막기 위해서 출병하는 바람에 입장을 듣지 못한 채 유예되고 말았고, 혼약은 지금까지 유야무야한 채로 남게 되었다.

‘참으로 뻔뻔한 놈이군.’

이성휘는 제 자신을 ‘뻔뻔한 놈’이라고 칭하며 자괴감에 물든 표정을 지었다.

어찌 뻔뻔하지 않겠는가.

금지옥엽처럼 키운 딸로도 모자라,

패국의 재녀로 불린 조카딸까지 측실로 달라는 어거지를 내세웠는데.

대문 문턱을 넘자마자 물벼락을 맞게 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어쩌면 조숭과 원로들의 노여움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조조와 조홍, 두 여인들과 맺어지고 싶었던 이성휘는 인면수심을 무장한 채 패국조씨 가문으로 가 어떻게든 허락을 받아 내겠다는 다짐했다.

“표기장군,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자괴감에 물든 한숨을 흘리면서 노심초사를 이어가고 있었을 때,

여성의 목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려왔다.

귀에 익숙한 목소리였다.

그럴 수밖에. 문 너머에서 들려온 목소리의 주인은 어젯밤에 홀로 집무실에 찾아왔던 조인이었다.

“예, 물론입니다.”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문이 열리면서 흑발의 여인이 안으로 발걸음을 들였다.

발걸음이 휘청 흔들렸다.

그녀의 모습에 이성휘는 크게 놀라고 말았다.

뺨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문을 열고 들어온 흑발의 여인은 짙은 취기가 담긴 한숨을 토해낼 정도로 크게 취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대체 무슨 일 있으십니까.”

인사불성처럼 보일 정도로 크게 취한 조인의 모습에 불안감이 들었는지 이성휘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만약 조홍이었다면 납득했겠지만,

누구보다도 규율과 군법을 중요시하는 조인이 취한 채로 집무실에 발걸음을 하다니…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이성휘는 위태로운 눈으로 조인을 바라보았다.

“표기장군.”

“예, 자효 님.”

“…표기장군에게 부탁이 있습니다.”

“부디 하명하십시오.”

간절한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며 부탁을 입에 담는 흑발의 여인.

그에 이성휘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저를… 저를 부디 안아주시겠습니까.”

“예?”

전혀 예상치 못한 부탁에,

예상에 넣어 두었던 범주들을 아득히 초월한 부탁에 이성휘는 무례인 줄 알면서도 놀란 목소리로 다시 되물었다.

“부디 오늘 밤에 저를 안아주십시오.”

관복을 두르고 있던 흑발의 여인이 제 스스로 옷을 벗기 시작했다.

야릇하게 흘러내리는 의복.

음란한 몸을 가리고 있던 의복이 새하얀 살결 위로 흘러내렸다.

그러자 치부를 아슬아슬하게 가리고 있을 뿐인, 음란한 형태의 속옷을 입은 조인의 새하얀 나신이 아찔할 정도로 뇌쇄적인 매력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원초적인 아름다움을 두른,

커다란 가슴과 둔부를 어김없이 드러낸 음란한 몸매가 드러났다.

“…자효 님.”

이성휘가 당혹감에 물든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그에 조인은 도톰한 입술을 깨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패국조씨 가문의 여식이 절대로 해선 안 될 행위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또한 무도를 숭상하는 무장이 절대로 해선 안 될 파렴치한 행위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결코 변명이 되지 않을,

그저 본능에 따랐을 뿐인 자기주장을 꺼냈다.

“하지만 이 방법 말고는, 표기장군을 향한 제 마음을 표현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닮았다.

촉촉하게 물든 조인의 붉은 눈동자를 보게 된 이성휘는 자신에게 고백했을 때의 조조와 그리고 조홍과 많이 닮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연모의 감정에 물든 눈동자.

붉은 눈동자가 더욱 아름답게 이채를 흘리고 있었다.

‘음?’

속옷만을 입은 채 음란한 자태를 뽐내는 조인을 바라보던 이성휘는 문 너머에서 들린 작은 발걸음 소리를 포착했다.

꽤 특이한 발걸음이다.

일 전에 두 발을 크게 다친 적이 있는 여인의 발걸음이었다.

이렇게 특이한 발걸음 소리는 단 한 사람밖에 없다.

‘이 탕녀가… 무슨 간계를….’

요염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은 채,

자신에게 번번이 음란한 농담을 던지면서 쿡쿡 웃음을 터트리는 게 일상인 갈색 머리카락의 여인을 떠올렸다.

지독한 원칙주의자이며, 그리고 냉철한 이성과 판단력을 중시하는 조인이 돌발행동을 벌이도록 은근슬쩍 유도한 배후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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