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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249화 (249/616)

24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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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녀 사마의가 표기장군부(驃騎將軍部)의 속관으로 임명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 사마방은 당혹과 경악을 금치 못했다.

딸의 재능을 알아준 것은 고마우나,

조정에 임관하자마자 너무 막중한 역할을 받게 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웠다.

여동생과 함께 임관하게 된 사마랑으로부터 이야기를 듣게 된 사마방은 크게 근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버님, 설마 표기장군부로 전임된 중달에게 무슨 일이 있기야 하겠습니까?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그건 네 말이 맞다만…, 애타는 마음을 추스를 방법이 없구나.”

어린아이를 물가에 둔 것처럼,

표기장군 이성휘의 천거로 표기장군부의 속관에 임명된 딸이 너무도 걱정스러웠다.

설마 표기장군 앞에서 그 해괴망측한 말투를 쓰지는 않겠지, 대체 어디서 배웠는지 모를 해괴한 말투를 쓰던 딸의 모습을 떠올린 사마방은 침음을 흘리면서 관자놀이를 짓눌렀다.

“설마 중달이 그러겠습니까?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그래, 중달도 생각이 있는 아이이니….”

명석한 두뇌와 총명함을 겸비한 사마씨 가문의 재녀가 설마 그런 멍청한결례를 범할 리 없다.

사마방과 사마랑은 간절한 믿음을 품으면서 표기장군부로 전임된 사마의를 응원했다.

그리고 사마의는 아버지와 오라비의 기대를 철저히 무너뜨렸다.

“제가 사공부(司空部)에서 직무를 보게 되지 않았습니까. 중달이 제 직분을 다하는지 표기장군부로 가서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부탁하마.”

걱정과 우려로 점철되긴 했으나,

하내군의 사마씨 가문은 조조군으로부터 많은 총애를 받고 있었다.

장남인 사마랑은 사공부에서 사공 조조를 보필하게 되었음은 물론, 함께 임관했던 장녀 사마의는 표기장군부에서 표기장군 이성휘를 보필하는 영예를 누리게 되었다.

전전긍긍하는 사마방의 심중을 알 리 없는 하내군의 사대부와 호족들은 임관하자마자 중요한 소임을 받은 사마랑과 사마의를, 사마씨 가문을 진심으로 부러워했다.

“살얼음을 걷는 심정으로 행동하거라. 절대로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 높은 관직에 올라선다는 것은 곧 너를 노리는 정적들이 늘어난다는 뜻이니.”

“깊이 명심하겠습니다.”

“우리 가문은 패국조씨 가문을 선택했다. 결국 우리 가문의 흥망은 패국조씨 가문의 성공과 실패에 따라 좌지우지될 것이다.”

천하의 패권에 가장 가까운 세력은 당연히 조조군이었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었다.

수많은 군벌들을 격파한끝에 중원을 호령하게 된 조조 군은 막강한 부와 권력을 거머쥐게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수많은 내환(內患)들을 떠안고 있었다.

머지 않아 조조는 황실과 조정의 부흥을 꾀하는 조정대신들과 마찰을 일으키게 될 것이 분명했고,

게다가 조조에 의해 멸망당한 세력의 잔당들이 도처에 숨어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또한 조조의 강압적인 통치에 반대하여 원소와 내통하는 연주의 사대부와 호족들은 언젠가 큰 화근을 불러오게 될 터였다.

“내가 너희를 정쟁에 휘말리게 만든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울 뿐이다.”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모두 잘 될 겁니다. 그러니 아버님께서는 기인지우(杞人之憂)를 거둬주십시오.”

근심에 찬 한숨을 토해내는 사마방을 향해 사마랑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 *

유비 세 자매가 의용군을 이끌고 황건적들이 득실거리는 북해(北海)로 향했다는 소식을 이성휘는 뒤늦게야 알게 되었다.

원소와 공손찬군,

그리고 무려 수십만 명에 달하는 황건적들.

겨우 한 줌 밖에 안 되는 세력을 가진 공융을 구하기 위해 수많은 군벌들이 난립하는 각축장에 스스로 뛰어든 유비의 결정에 이성휘는 크게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어떤 목적이 있는 걸까.

자기 대의를 관철하기 위하여 불과 수천에 불과한 의용군을 이끌고 사지로 뛰어든 그 무모한결정에 경의를 보냈다.

‘대체 왜 북해국으로 향했지? 명성을 떨치기 위함인가?’

조조 군에 계속 잔류하며 군부의 실무를 도맡았다면 안전한 출세가도를 걸었을 터.

그런데도 유비는 출세가도를 뿌리치고 전장으로 향했다.

단순한 정의감 때문인가.

아니면 치열한 각축장에서 무명을 세워 야망을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는 속셈인가.

연주에서 출병한 유비군이 앞을 가로막는 황건적들을 모두 돌파한끝에 북해상(北海相) 공융이 있는 북해에 도달했다는 정보를 받게 된 이성휘는 잠시 의구심에 빠지게 되었다.

‘역사대로 흘러간다면 유비는 서주자사 도겸으로부터 관인을 물려받아 서주의 주인이 되는 건가? 아니, 그럴 일은 없다. 서주 대학살이 벌어지지 않고 흐지부지하게 끝난 이상… 도겸이 외부인에게 관인을 물려줄 이유가 없지.’

일그러진 미래.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변곡점.

그리고 그로 인해 펼쳐지게 될 혼란.

사투와 중재 끝에 서주 대학살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성휘는 서주 대학살이 벌어지지 않음으로서 맞이하게 될 미래를 경계했다.

조조 군에게 이로운 결과들만 있진 않을 터. 어쩌면 서주 대학살을 맞이하지 않았기에 감당하게 될 위험과 문제점들이 새롭게 출현할지도 모른다.

“표기장군.”

이성휘가 잠시 사색에 잠겨 있었을 때,

문이 열리면서 흑발의 여인이 집무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남장군 조인이었다.

항상 무표정을 고수하는 그녀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냉소적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효 님.”

“늦은 시간입니다만… 긴히 전할 말이 있어 결례를 범했습니다.”

“예, 괜찮습니다.”

이성휘가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기꺼이 조인에게 상석을 양보하려 했다.

하지만 조인은 기꺼이 그 밑에 앉았다.

비록 사적인 담소를 나누는 상황이나,

자신은 표기장군을 보필하는 부관이었으므로 그 신분을 지키겠다는 뜻이다.

과연 모든 상황들을 사무적으로 일관하는 조인다운 행동이었다.

“언니와 혼인을 계획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조조와의 혼인을 언급한 조인의 말에 이성휘는 당혹감에 젖은 반응을 보였다.

설마 밤늦은 이 시간에,

집무실로 찾아온 조인이 사촌언니와의 혼인과 관련하여 발언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아니,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충성과 경애의 대상인 사촌언니가 가문도, 출신도 모를 놈과 혼인을 앞두고 있으니까 당연히 신경 쓰이겠지…. 어쩌면 반대할지도 모르고.’

조인이 혼인을 반대할지도 모른다.

당연한 일이다.

중원제일 검이라 불리며 천하에 그 무명을 떨쳤다고는 하나… 출신 모를 떨거지라는 건 변치 않으니.

만약 조인이 혼인에 반대표를 던진다고 해도 겸허하게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예, 그렇습니다.”

잠시 뜸을 들인 이성휘가 이윽고 조인의 말에 대답했다.

침묵 끝에 얻은 대답에 조인은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긍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

“…….”

이성휘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미녀와

패국조씨 가문과의 혼약에 대해 의논하는 것에 크게 긴장한 듯했다.

대체 심중에 무슨 생각을 두고 있을까. 예리한 직감을 자랑하는 중원제일 검조차도 조인의 그 속마음만큼은 헤아릴 수 없었다.

“그러면 자렴… 평동장군과도, 혼약을… 맺을 의중이십니까…?”

겨울에 핀 수선화처럼 청려한 아름다움을 품은 얼굴에 일말의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동요와 불안,

얼음장처럼 차가운 마음을 뒤흔들었다.

사촌언니를 진심으로 연모하듯, 자렴 또한 진심으로 연모하고 있냐는 물음을 넌지시 던졌다.

“예, 그렇습니다.”

그 물음에 이성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그렇군요.”

그의 진심 어린 대답에 집무실로 불쑥 찾아온 흑발의 여인은 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표기장군은,

언니뿐만 아니라 자렴을 진심으로 연모하고 있다.

“표기장군의 의중이 그러하시다면, 언니의 의중 또한 그러하시다면… 저는 그저 따를 뿐입니다. 지금까지 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그래,

나는 항상 그래 왔다.

언니의 명령을 항상 지켜왔으며,

패국조씨 가문의 결정에 단 한 번도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었다.

그것이 바로 내가 무도를 걷게 되면서부터 다짐했던 맹세이기 때문이다. 주군과 가문을 위해 모두 희생하겠노라고 약속하였기에…, 이번에도 당연히 이의 없이 따를 생각이었다.

‘충분하다…. 언니와 자렴, 그리고 표기장군께서 행복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해.’

끊임없이 동요하는 제 마음을 향해 그렇게 말했다.

스스로 되뇌듯,

그들의 행복을 빌어 줄 뿐이라며 중얼거렸다.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효 님.”

“…….”

진심으로 연모하는 남성이,

혼약을 허락해주어 고맙다고 말했다.

그 말에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도톰한 입술을 꾹 깨물면서 무언으로 그를 응시할 뿐이었다.

“자효 님?”

무언가 할 말이 있는데 꺼낼 수 없는,

복잡한 속사정을 떠안고 있는 것처럼 망설이고 있는 조인의 모습에 이성휘가 의문이 섞인 목소리를 보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혹시라도 마음이 들킬까,

이성휘의 날카로운 직감이 두려웠던 조인은 서두르는 기색을 보이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밤중에 찾아와… 실례했습니다.”

자기 마음에 솔직한 조홍과는 달리, 조인은 자기 마음에 매우 서투른 성격이었다.

그렇기에 진심을 담아 이성휘에게 한 걸음을 내디뎠던 조홍과는 정반대로, 조인은 제 마음에 끊임없이 동요하고 혼란스러워하며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제 곧 표기장군은 우리 패국조씨 가문과 혼례를 치를 몸이다.’

수많은 이들로부터 축하를 받으면서 패국조씨 가문의 데릴사위가 될 예정이었다.

축하는 못해 줄망정,

방해를 하고 싶진 않았다.

그렇기에 조인은 애타게 흘러넘치는 제 마음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면서 감정을 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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