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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247화 (247/616)

24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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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제 집 안방에 들어가듯 누구에게도 제지를 받지 않고 사공(司空) 조조의 집무실에 발을 들인 이성휘의 모습에 사마의는 충격을 금치 못했다.

출입이 자유롭다는 말은 곧,

조조를 측근에서 보필하는 심복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또한 어깨가 움찔 떨릴 정도로 험상궂게 생긴 무관들이 이성휘를 보자마자 예를 취했다. 그를 통해 이성휘가 높은 품계에 있는 인물임을 알 수 있었다.

그 근거들을 토대로,

사마의는 심사숙고 끝에 추론을 내렸다.

‘선배는 천하제일의 마구간지기가 분명함!’

근거들을 모아 심사숙고를 거쳐 추론을 내렸음에도 진실에 도달하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진실에서 더 멀어졌다.

“무슨 일인가, 귀관. 게다가 저 꼬맹이는….”

감히 자신을 ‘노처녀’라고 지껄인,

제 목숨이 열 개라도 되는 줄 아는 사마씨 가문의 꼬맹이가 이성휘의 뒤에 몸을 폭 숨긴 채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 모습을 본 조조가 얼굴을 찌푸렸다.

“히익!”

살의로 번뜩이는 붉은 눈동자를 본 사마의는 질겁하는 목소리를 내며 이성휘의 옷소매를 꼭 붙잡았다.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사마의의 얼굴은 어느 때보다도 새하얗게 질린 상태였다.

그럴 수밖에.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흑발의 여인은 사람 한두 명쯤은 아무렇지 않게 황하로 내던져 버리는 폭군이었으니까.

“사마의를 제 휘하로 삼게 해주십시오.”

이성휘가 말했다.

그 말에 조조는 물론,

사마의 또한 크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말인가. 말똥 냄새가 코를 찌르는 꼬맹이를 휘하에 둬서 어쩌려고.”

“표기장군부(驃騎將軍部)의 속관(屬官)으로 삼을 생각입니다.”

“이해할 수 없군.”

군부를 관장하는 대장군을 포함하여 일곱 장군들은 휘하에 부서(府署)를 둘 수 있었으며, 부서에서 군무를 도맡을 속관들을 임의적으로 기용할 수 있었다.

누구를 속관으로 삼든,

그것은 표기장군인 이성휘의 고유 권한이었다.

하지만 표기장군에 임명되자마자 사마씨 가문의 꼬맹이를 속관으로 기용하겠다는 이성휘의 의중에 조조는 못마땅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허약하기 짝이 없는 꼬맹이에게 그 정도의 가치가 있단 말인가?”

조조가 몸을 일으켰다.

천천히 걸음을 움직이면서,

이성휘의 뒤에 앉은 채 바짝 엎드리고 있던 사마의에게 다가섰다.

조조가 한 걸음씩 다가올 때마다 심약하기 짝이 없는 사마의의 심장은 맹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두려움으로 가득 찬 감정이 심장을 옥죄고 있었다.

“말해 보라.”

흑발의 여인이 물었다.

좌중을 압도하는 스산한 목소리에 사마의는 두 어깨를 움찔 떨었다.

“너에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가.”

3개 주를 제패한 중원의 패자.

수많은 군벌들을 모두 토벌하고 그 위에 우뚝 서게 된 철혈의 여인이 위압감을 발산했다.

중원의 패자가 발산하는 위압감은 담대한 무장들조차도 감히 견딜 수 없을 만큼 매섭고 무자비했다.

‘표기장군! 선배가 표기장군… 중원제일 검으로 유명한 그 무시무시한 사람이었음! 본좌를 이렇게 감쪽같이 속이다니… 엄청 무서운 사람임!’

낙양 벌판에서 십만 대군을 격파하고 역도의 수괴까지 참살한 사예주의 영웅.

표기장군 이성휘.

동탁의 목을 벤 사예주의 영웅이 황후와 조정대신들의 환대받으면서 표기장군에 임명되었다는 소식을 마구간 근처를 지나던 노복들로부터 들었다.

전쟁에서 거둔 무명으로 천하를 벌벌 떨게 만든 수많은 활약상의 주인공이 바로 옆에 있었다는 사실에 사마의는 두 눈을 바르르 떨었다.

“마, 맡겨 주신다면 신명을 다해 봉공하겠습니닷!”

조조의 무자비한 위압감은 독특한 말투를 구사하던 철부지 꼬맹이를 제정신으로 돌려놓을 정도였다.

사공 조조.

표기장군 이성휘.

천군만마를 호령하는 중원의 두 거두들의 틈에 놓이게 된 사마의는 정신줄을 꽉 붙잡으면서 성의를 다해 대답했다.

“목숨을 걸 수 있겠는가.”

“예… 예!”

“지난번에 내게 무례를 범한 경우는 부관의 부탁으로 겸허히 관용을 베풀었다만, 내 앞에서 목숨을 걸겠다고 맹세한 이상 두 번 관용을 베푸는 일은 없을 거다.”

조조는 결코 관용을 남발하지 않는다.

관용은 아량의 도리였으나,

그것이 계속 남발되면 부하들이 교만해지고 방자해질 수 있다.

냉혈한으로 보일 정도로 엄격한 신상필벌의 논리로 부하들을 다스리는 조조는 이성휘를 제외한 어느 누구에게도 무자비하고 냉혹했다.

“표기장군부의 속관을 두는 것은 귀관의 고유 권한이다. 마구간지기 따위에게 미련을 두진 않으니 휘하로 데려가도 좋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수개월 동안 마구간지기로 부리면서 낭고의 상을 가진 사마의의 충성심을 시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연모하는 사내의 부탁을 차마 거절할 수 없었던 조조는 목숨을 담보로 하는 언질을 받아 내는 조건으로 사마의를 이성휘의 휘하로 보냈다.

여전히 꺼림칙했지만,

이성휘를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조조였기에 그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귀관은 잠시 남도록.”

밉살스럽기 짝이 없는 꼬맹이를 밖으로 보낸 조조는 이성휘를 집무실에 남게 했다.

“흥, 왜 저런 기분 나쁜 꼬맹이를 벽소한 건가!”

그 뒤,

이성휘의 품에 안겨 어린아이처럼 투정 부렸다.

절대로 허점이 될 만한 부분을 보여 주지 않는 철혈의 군주가 오직 이성휘와 단둘이 있을 때만큼은 마음껏 빈틈을 드러냈다.

“감히 그딴 망발을 지껄인 계집을 기용하다니… 분명 그 사실이 천하에 알려지게 된다면 만민들이 나를 비웃을 걸세!”

“오히려 아만의 아량을 칭송하지 않겠습니까.”

“마, 말은 잘하는군….”

흑발의 여인은 쀼루퉁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이성휘의 감언이설이 듣기 나쁘진 않았는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어떤 여자가 싫어하겠는가.

제아무리 철옹성 같은 독심을 자랑하는 계집이라도 사랑하는 연인의 달콤한 말에 마음이 사르륵 녹아내리고 마는 것을.

“부디 마음을 푸셨으면 합니다.”

“귀관은 이 조맹덕이 그리 쉽게 마음을 풀 정도로 쉬운 여자로 보이던가?”

그렇게 말했지만,

엄중한 자물쇠로 구속된 마음은 이미 풀어진 뒤였다.

사랑하는 사내의 품에 안겨 달콤한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철혈의 여인은 순종적인 집고양이가 되고 말았다.

“물론 귀관의 행동에 따라 달라질지도 모르지만 말일세.”

장난스러운 농담과 함께,

흑발의 여인은 새하얀 뺨을 붉히면서 입술을 쭉 내밀었다.

먹이를 달라고 조르는 아기 새처럼 수줍음에 찬 미소와 함께 발끝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흐읏!”

사랑스럽게 몸짓하는 여인을 꼭 끌어안은 이성휘가 고개를 숙이면서 입술을 훔쳤다.

부드러운 입술을 탐닉하면서,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꼭 끌어안고 있던 허리에 힘을 더했다.

여인의 달콤한 향기가 코를 자극했다.

여인의 농밀한 타액이 성적 충동을 일으켰다.

“후으응…! 흐읏, 흣!”

혀를 돌리면서 입안을 탐한 뒤,

타액을 훔치면서 부드러운 입술 위에 자국을 새겼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쪽, 소리가 날 정도로 격렬하게 입술을 부딪치면서 입맞춤을 끝냈다.

“빠… 빤히 쳐다보진 말게, 부끄럽단 말일세….”

농밀한 입맞춤을 끝낸 뒤,

자신을 바라보는 이성휘의 시선에 조조는 부끄러움에 물든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돌렸다.

살결을 맞댄 사이였음에도,

아직 입맞춤이 부끄러웠는지 흑발의 여인은 귀여운 표정을 지으면서 한 손으로 제 얼굴을 가렸다.

* * *

조조로부터 허락을 받아 낸 이성휘와 사마의는 집무실을 나선 이후부터 많은 담소를 나누게 되었다.

물론 담소의 주체는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 내는 흑발의 소녀였다.

“진짜… 진짜 중원제일 검임?! 낙양대전의 영웅!”

두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주먹을 꾹 쥔 채로 두 다리를 동둥 굴렀다.

천하를 뒤흔들었던 영웅과 만나게 된 것이 그리고 반가운 걸까. 사마의는 감격에 물든 표정을 지으면서 온몸으로 환희를 발산했다.

마구간지기 선배를 대할 때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물론 준마들을 길들일 때도 이렇게 존경심에 찬 눈으로 보았지만.

“표기장군부의 속관으로 임명했으니 앞으로 최선을 다하도록 해라.”

“알겠음!”

이성휘의 말에 흑발의 소녀는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을 지으면서 경례를 올렸다.

그 과장된 몸짓에 이성휘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누구게요~?”

사마의와 함께 궁문을 빠져나왔을 때,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걸으면서 뒤를 밟은 여인이 두 손으로 이성휘의 눈을 가렸다.

장난기가 서린 목소리.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는 부드러운 손.

반가운 기색이 담긴 숨소리와 깃털처럼 경쾌한 발걸음까지.

여인이 뒤를 밟을 때부터 그 발걸음 소리로 정체를 이미 알고 있었던 이성휘는 조금의 망설임 없이 물음에 대답했다.

“자렴 님.”

“피이, 재미없어. 일부러라도 모른 척해주면 안 돼요?”

그 대답에 흑발의 여인은 눈을 가리고 있던 두 손을 내리면서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당돌함이 느껴지는 미소,

익살스러운 눈웃음과 활발한 매력이 느껴지는 용모까지.

도둑고양이처럼 몰래 다가왔던 흑발의 여인은 조조의 사촌 동생인 조홍이었다.

이성휘와 재회를 나누게 된 조홍은 반가움에 물든 표정을 지으면서 배시시 웃음을 터트렸다. 그 모습이 마치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여우를 보는 듯했다.

“반가워요, 어림총사. 아니…, 이제는 표기장군님이라고 불러야죠? 진류군으로 오는 길에 이야기를 들었어요. 표기장군에 임명된 것을 축하해요.”

“감사합니다.”

이성휘에게 진심 어린 축하를 전하는 조홍을 목격한 사마의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닮았다.

악덕 주군과 용모가 매우 유사했다.

흑단처럼 아름다운 머리카락과 패옥처럼 빛나는 붉은 눈동자. 패국조씨 가문의 여식들이 함께 공유하는 특징을 본 사마의는 정신적 외상에 빠진 사람처럼 본능적으로 어깨를 바르르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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