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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246화 (246/616)

24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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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기장군(驃騎將軍)에 임명된 이성휘는 예주 전선과 사예주 전선을 총괄하게 되었다.

매우 파격적인 권한으로,

사실상 연주 지역에 주둔하는 병력을 제외한 모든 군단들의 지휘권을 거느리게 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친족에게도 감히 위임할 수 없는 권한과 재량권을 이성휘에게 위임했다. 얼마나 조조가 이성휘를 총애하고, 또한 신뢰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경하 드리옵니다, 영예로우신 주군.”

잿빛 머리카락의 여성이 고혹적인 미소를 지으면서 축하의 말을 건넸다.

“예주 전선과 사예주 전선… 실로 광활한 전선들을 모두 지휘하게 되셨사옵니다.”

당장 동원할 수 있는 병력만 하더라도 4만이 훌쩍 넘었으며, 또한 예비대와 당장 징병이 가능한 장정들까지 모두 포함한다면 그 두 배에 달하는 병력을 뽑아낼 수 있을 것이었다.

가후는 이성휘에게 부여된 권한과 재량권에 주목했다.

‘사실상 사예주는 영예로우신 주군을 지지하는 텃밭이나 다름없사옵니다. 만약 낙양에서 거병을 선언한다면 사예주의 모든 백성들이 중원제일 검의 무명을 부르짖으면서 동참할 터…. 거기에 영예로우신 주군을 크게 지지하는 황후와 진류왕, 조정대신들까지 모두 규합한다면….’

어쩌면 중원의 패권을 거머쥔 조조군을 아득히 뛰어넘을 최강의 세력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이성휘는 전혀 야심이 없었지만,

시커먼 야심과 야욕의 권욕이었던 가후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면서 반역을 머릿속에 그려 나가기 시작했다.

“고맙다, 너희들 덕분이다.”

“과찬이시옵니다.”

이성휘의 말에 가후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거두고는 새하얀 뺨을 붉혔다.

설마 갑자기 감사를 받을 줄 몰랐는지,

가후는 잠시 당혹감에 젖은 모습을 보이면서 고개를 숙였다.

“어찌 저희에게 공을 돌리시옵니까, 완승의 주역은 당연히 영예로우신 주군이 아니시옵니까?”

“전쟁은 절대로 개인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만인이 모두 힘과 자질을 쏟은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

가후의 눈에 비친 이성휘는 제왕의 그릇을 가진 인물이었다.

서초패왕(西楚覇王)의 힘을 자랑했으며,

또한 인재들을 부리고 동원하는 용인술(用人術) 또한 뛰어났다.

장졸들로부터 무신(武神)이라 불리며 절대적인 존경과 경외를 받는 것은 물론, 백성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자랑했다. 특히 사예주 백성들은 이성휘를 난세를 평정할 영웅으로 추앙하기까지 했다.

‘우리 영예로우신 주군에게 제발 야심이 있으면 좋으련만….’

표기장군에 임명된 이성휘의 모습을 힐끗 쳐다보던 가후는 속으로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제왕의 자질을 갖췄음에도,

가장 중요한 ‘야욕’과 ‘욕심’이 크게 결여되어 있었다.

만약 영예로우신 주군께서 천하를 휘어잡겠다는 야망을 품으신다면 이 가문화는 목숨을 불사르며 그 뒤를 따를 텐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어림총사!”

이성휘가 가후와 담소를 나누고 있었을 때,

탐스러운 갈색 머리카락을 기른 여인이 당돌한 미소를 지으면서 다가왔다.

가후와 함께 이성휘를 보필하는 양대군사 중 한 명이었던 순유였다. 마치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걸어오는 강아지처럼 이성휘에게 살가운 모습을 한 채로 다가왔다.

“아, 이제는 어림총사가 아니라… 표기장군으로 불러드려야겠네요. 축하드려요.”

“너희들이 도와 준 덕분이다.”

“후후, 별말씀을요. 모두 표기장군께서 이룩하신 전공들인데요. 저희는 그저 묵묵히, 근면하게 뒤를 따랐을 뿐이예요.”

그렇게 대답한 순유는 장난기 넘치는 미소를 짓더니 이성휘에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근면… 뭔가 야하게 들리지 않으세요? 마치 근친면간의 줄임말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

머리가 아프다.

대체 머릿속에 뭐가 든 것일까.

도저히 제정신으로 할 수 없는 순유의 농담에 가후가 아연실색한 표정을 지으면서 뒷걸음질 쳤다.

근면. 근친면간. 아무나 할 수 있는 망상이 아니었다. 분명 평소에도 이런 부적절한 망상을 매우 빈번하게 해온 것이 틀림없었다.

* * *

사마의.

마구간지기. 경력 20일째.

사예주 3군을 정벌하고 돌아온 이성휘가 후원의 마구간에 들렀을 때, 표기장군 이성휘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우앗!”

제 상체만큼이나 커다란 볏짚더미를 운반하던 흑발의 소녀가 물을 가득 담은 양동이를 걷어찼다.

앞이 보이지 않았던 탓에,

양동이에 발이 걸린 소녀는 바닥을 데구르르 구르고 말았다.

덩달아 양동이가 옆으로 툭 넘어지고 말았다.

말린 지푸라기들이 모두 축축해진 것은 물론, 바닥에 넙죽 엎드리고 있던 소녀 또한 물에 빠진 생쥐처럼 처량한 몰골이 되었다.

“흐에에에에엑!!”

누가 방구석지기 아니랄까 봐,

무려 32일 동안 작업에 매진했음에도 미숙하기 짝이 없는 모습을 보였다.

“많이 젖었네.”

그 안타까운 광경을 생생하게 목격한 이성휘는 짧게 탄식하면서 소동이 벌어진 현장에 다가왔다.

실로 처참한 광경이었다.

미성년자를 강제로 착취하는 노동 현장을 보는 듯했다.

악덕업주 조조. 피해자 사마의. 만약 사마의가 변절하여 패국조씨 가문의 반역자가 된다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을 것 같았다.

“선배, 왜 이제 왔음! 한 달 동안 얼마나 고생했는데!”

안타까운 몰골을 한 흑발의 소녀가 이성휘를 보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새하얀 얼굴이 진흙투성이었다.

인형처럼 오밀조밀하게 귀여운 얼굴이 아깝게 되었다.

가장 아깝고 안타까운 점은 희대의 대군사라 불리게 될 사마의가 일개 마구간지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사예주를 구하느라 늦었다.”

“흥, 완전 허풍쟁이임.”

여전히 이성휘의 정체를 모르고 있던 사마의는 그 말을 허풍으로 취급했다.

그 말에 머쓱해졌는지,

이성휘는 잠시 헛기침했다.

당장에라도 정체를 밝힌 다음에 이 건방진 꼬맹이에게 따끔한 훈계를 늘어놓을 수도 있겠지만, 이성휘는 태연한 모습을 보이면서 사마의에게 정체를 밝히는 것을 잠시 유보했다.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군.”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일을 시작한 지 보름이 넘었건만,

사마의는 당장 오늘 작업 현장에 투입된 것처럼 미숙하기 짝이 없었다.

혹시 농땡이라도 친 게 아닐까.

아니,

그것은 아닌 것 같았다.

만약 조금이라도 나태하고 태만한 모습을 보였다면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되었을 테니까.

“선배는 본좌를 너무 우습게 생각함! 본좌가 얼마나 말들하고 친해졌는데! 직접 보여주겠음!”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보는 이성휘의 모습에 사마의는 큰 소리를 떵떵 치면서 앞으로 나섰다.

힘차게 걸음을 내디디면서,

조조의 준마들이 있던 마구간 안으로 향했다.

과연 준마들과 보름이 넘는 시간 동안 친해졌을까? 말은 매우 똑똑한 생물이다. 건초를 주고 보금자리를 정리해주는 사람을 친구라고 생각할 것이었다.

“히야아아아아악!!”

세 마리의 준마들이 사마의의 옷소매와 바짓가랑이를 거세게 물어당겼다.

마치 거열형을 당하는 죄수처럼,

작은 인형처럼 생긴 흑발의 소녀는 공중에 붕 뜬 채로 준마들에게 팔다리가 당겨졌다.

그동안 준마들과 친해진 것 같기는 하다. 물론 그 모습은 실로 안타까웠지만.

‘정말로 사마의가 맞는 건가? 저 추태를 볼 때마다 계속 헷갈리는군. 일부러 얼간이 같은 모습을 보여서 경계심을 누그러뜨리려는 기만책은 아닐 테고. 저 추태가 정말 기만책을 위해 만들어낸 행동이라면… 과연 사마의라고 말할 수밖에 없겠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탄식과 한숨을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사마의의 모습에 이성휘는 저것이 ‘기만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했다.

물론 근거는 없었다.

그냥 속으로 중얼거린 말에 불과했다.

“도움! 도움!! 도움 요청함!! 도와줘어어어!!”

아니,

이 아이는 바보가 분명했다.

대롱대롱 매달린 채 비참한 절규를 토해내는 작은 소녀의 모습을 본 이성휘는 의심을 거뒀다.

만약 저 모습조차도 기만책이라면… 기꺼이 그 기만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었으니까.

“후우.”

한숨을 짧게 내쉰 이성휘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느라 신이 난 준마들을 말려야 했다.

그 뒤,

바닥에 툭 떨어진 장난감을 일으켰다.

난폭한 맹수와 같았던 준마들로부터 해방된 사마의는 제 수족처럼 말을 길들이는 이성휘의 모습에 경이로움에 물든 눈빛을 보냈다.

“역시 선배는 대단함! 어떻게 저 무지막지한 맹수들을 잘 길들이는 거임?”

“내 말을 안 들으면 머리를 통째로 박살 내버리겠다는 생각으로 길들이면 된다. 힘으로 상하관계를 만들어내면 나머지는 간단해.”

지금까지 수백 명에 달하는 목숨들을 진륙했던 이성휘가 뿜어내는 살기는 짐승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연주의 악명 높은 호랑이를 죽였으며,

심지어 맨손으로 자객들을 때려죽인 적도 있었다.

다른 동물들보다 명석한 두뇌를 가진 말들은 이성휘가 발산하는 살기를 알아차리고는 금방 꼬리를 내리면서 복종했다. 절대로 자신들이 이길 수 없는 상대였기 때문이다.

“의복을 갈아입어라.”

“괜찮음. 어차피 또 작업하면 더러워짐.”

“나하고 따로 갈 곳이 있으니 갈아입어.”

“다른 마구간으로 견학이라도 감?”

“견학… 일수도 있지.”

이성휘의 말에 작은 소녀는 머리 위에 물음표를 그리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말뜻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사마의는 이성휘의 말을 고분고분 따랐다.

마구간에 온 뒤부터 자신을 줄곧 챙겨 준 이성휘를 믿음직스러운 보호자로 생각하게 되었는지 잘 따르는 모습을 보였다.

“오! 궁으로 감?”

의복을 갈아입은 사마의는 어미를 졸졸 따르는 새끼오리처럼 이성휘를 따라나섰다.

향한 곳은 조조의 집무실.

이성휘는 사마의를 대동한 채 집무실에 도착했다.

목적지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이성휘의 뒤를 졸래졸래 따랐던 사마의는 상석에 앉은 채 붉은 눈동자를 빛내는 조조의 모습을 보고는 금세 아연실색한 표정을 지었다.

‘조조! 조맹덕!! 선배가 본좌를 무시무시한 마왕에게 제물로 바치려고 함! 일솜씨와 손재주가 눈곱만큼도 없는 본좌를 바쳐서 일 잘하는 새로운 후배를 들이려는 속셈이 분명함!!’

이윽고 조조의 시선이 이성휘를 거친 뒤, 다음으로 사마의를 향하게 되었다.

소녀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바들바들바들바들바들바들!!!

이성휘를 따라 조조를 알현하게 된 사마의는 온몸을 격렬하게 떨면서 당장에라도 눈물을 뚝뚝 떨어트릴 것만 같은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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