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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245화 (245/616)

24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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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조정대신들이 도착했다.

궁궐에서 이성휘와 마주하게 된 사도(司徒) 왕윤은 감격에 찬 표정을 지으면서 손을 덥석 맞잡았다.

두 눈에 눈물을 글썽였다.

절망적인 수적 열세를 뒤엎어버리고만고의 역적을 척살한 이성휘에게 가슴이 벅차오를 정도의 고마움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고맙네…! 황실과 조정을 기만했던 그 역적을 참살해주어 진심으로 고맙네…!”

조정대신들을 대표하여 왕윤이 감격에 찬 목소리로 호소했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치욕이 있었는가.

동탁,

그 역적에게 당했던 수모와 아픔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역적을 척살하여 허울이나 다름없었던 황실과 조정의 권위와 위엄을 세운 이성휘를 구국의 영웅으로 여겼다.

“그대가 바로 한나라의 충신일세!”

“분명 어림총사의 무명과 충심은 만대에 걸쳐 남을 것이네!”

나이 지긋한 조정대신들이 이성휘의 무명과 충심을 극찬하면서 예를 취했다.

불구대천의 원수이며,

황실과 조정의 오랜 숙원이었던 역적을 참살한 이성휘를 극진하게 환대했다.

불바다가 된 낙양에서 극적으로 구출되어 장안성의 조정과 나뉘어 분조(分朝)를 형성하게 된 조정대신들은 이성휘를 크게 총애하였는데, 세력을 이끄는 군주인 조조보다도 그를 더 신뢰할 정도였다.

“과찬이십니다, 어르신.”

“아니, 아닐세! 어찌 과찬이겠는가! 그대는 오랜 숙원을 이뤄주었네. 밥이나 축낼 뿐인 우리 늙은이들을 대신하여 원수를 갚아주었단 말일세.”

나라를 걱정하고 심려 했을 뿐,

간신의 폭정과 전횡을 막아 내지 못한 무능과 안일함이 원통할 따름이었다.

왕윤과 조정대신들은 비참하게 망가진 황실과 조정을 대신하여 만고의 역적에게 천벌을 내린 이성휘를 은인으로 여겼다.

그렇기에 그들은 이번 논공행상에서 이성휘의 공적과 활약을 극찬하며 고관대작의 벼슬을 건의하려 했다.

“어림총사.”

조정대신들로부터 환대를 받게 된 이성휘는 곧이어 궁녀들과 거느린 채 도착한 황후 당희와 만나게 되었다.

이성휘를 본 당희는 화사한 미소를 지으면서 전공을 축하해주었다.

“정말 수고 많았어요. 황실과 조정을 위해,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위해 싸워준 노고를 절대로 잊지 않겠어요.”

“감읍한 말씀이십니다.”

“한나라의 만백성들이 어림총사의 활약을 칭송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어림총사가 난세를 평정하여 백성들에게 평온과 평화를 가져다줄 영웅이 될 것을 믿습니다.”

이성휘를 바라보는 당희의 눈길에는 기쁨과 환희가 담겨 있었고, 또한 처량한 슬픔이 담겨 있었다.

수괴를 참살했음에도,

여전히 황제는 잔당들에게 구금된 상태였다.

지아비와 함께 이 낭보를 맞이했다면 얼마나 기뻤을까. 분명 황제 폐하께서는 누구보다 크게 기뻐하면서 어림총사에게 연신 고마움을 표했으리라.

그를 생각하니 더욱 쓸쓸한 마음이 들었다.

“장안으로 도망친 잔적들은 스스로 무너지게 될 겁니다. 그때를 노려 폐하를 모셔오도록 하겠습니다.”

“고마워요, 어림총사.”

이성휘의 위로에 당희는 애써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슬픔을 억누르면서 희미한 미소를 짓는 당희의 모습에 조정대신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진류왕 전하와 사공께서 오셨사옵니다.”

곧이어 유협과 조조가 도착했다.

잠시 담소를 나눴는지,

유협과 조조가 함께 안으로 들어섰다.

황후와 조정대신들과 훈훈한 분위기를 나누고 있는 이성휘의 모습에 유협은 미소를 지어 주었고, 반면 조조는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두 눈을 매섭게 떴다.

‘명공.’

유협을 보필하기 위해 참석하게 된 초선이 앵두처럼 도톰한 입술을 방긋 움직이면서 말을 건넸다.

자신에게 온화한 미소를 지어 주는 아름다운 시녀에게 이성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화답했다.

“그럼 이제 논공행상을 의논하도록 하겠습니다.”

흑발의 여인이 날카로운 눈길로 좌중을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이윽고 걸음을 움직이면서 이성휘의 옆에 섰다.

노골적으로 이성휘를 향해 마음을 드러내는 황후와 조정대신들을 경계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먼저 발언해도 되겠는가.”

왕윤이 입을 열었다.

그에 조조는 발언을 허락했다.

“우리 대신들은 만고의 역적을 참수하여 황실과 조정의 오랜 숙원을 풀어 준 충신에게 표기장군의 관인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네.”

왕윤과 조정대신들은 이성휘에게 표기장군의 관인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표기장군(驃騎將軍).

일곱 장군들 중의 수장이며,

외정(外征)을 지휘하는 총사령관에 해당된다.

낙양대전에서 완승을 거둔 이성휘의 활약을 극찬한 조정대신들은 임의적으로 대장군의 병권을 대리할 수도 있는 권한을 가진 표기장군에 임명하려 했다.

“흐음.”

왕윤의 대답에 조조가 침음을 흘렸다.

높은 벼슬을 내리리라 예상은 했으나,

설마 조정대신들이 일곱 장군의 우두머리인 표기장군을 거론할 줄은 몰랐는지 잠시 당혹감에 젖은 반응을 보였다.

“감읍한 말씀입니다만 다소 과한 것 같습니다.”

조조가 입을 열기 전에 먼저 이성휘가 왕윤과 조정대신들을 향해 말했다.

표기장군이라 하면,

조조의 무관직인 거기장군(車騎將軍)보다 높은 관직이 아니던가.

물론 조조는 삼공(三公)의 벼슬을 겸임하고 있기에 표기장군에 임명되더라도 상하관계가 바뀌는 일은 없겠지만, 조조보다 높은 무관직을 받게 된다면 군부의 지휘계통에 혼란을 줄 우려가 있었다.

그것을 우려한 이성휘는 왕윤과 조정대신들에게 재고를 요청했다.

“당연히 해야 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부디 결정을 거둬주셨으면 합니다.”

표기장군,

자신에게는 너무 과분한 관직이었다.

무엇보다도 이성휘는 조조보다 높은 관직에 오르는 것이 원치 않았다.

뒤따르고 싶을 뿐,

앞서나가고 싶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품어본 적이 없었기에 이성휘는 제안을 사양하려 했다.

“아니, 아닐세.”

조조가 입을 열었다.

표기장군을 사양하려는 이성휘를 향해 고개를 내저으면서 입장을 밝혔다.

“받도록 하게. 귀관은 충분히 표기장군에 오를 자격이 있네. 불리한 전황 속에서 역전을 달성해낸 귀관이 벼슬을 사양하면 귀관을 지지하는 사대부와 호족들이, 백성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나는 귀관이 사양하지 말고 받았으면 하네.”

부디 사양하지 말고 표기장군의 무관직을 받아들였으면 한다.

조조는 자신을 배려하여 애써 사양하려는 이성휘에게 받아들일 것을 부탁했다.

그 말에 이성휘는 물론,

표기장군의 무관직을 제안했던 조정대신들 또한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설마 조조가 겸허히 받아들일 것이라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었다. 필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조조는 오히려 사양하려는 이성휘를 만류하면서 표기장군을 받아들일 것을 종용했다. 분명 부관이자 심복인 이성휘가 자신보다 높은 무관직에 오르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꼈을 터인데도 말이다.

“천하의 그 어디에도 귀관의 활약을 인정하지 않는 자는 없을 걸세. 하루빨리 난세가 끝나기를 기도하는 백성들의 간절한 염원을 위해서라도 한나라의 표기장군이 되어 주게.”

“하지만….”

“귀관, 내 명령이자 부탁일세.”

조조의 연이은 종용에 결국 이성휘는 진류왕과 조정대신들의 뜻을 받아들여 무관직을 수락했다.

“앞으로도 황실과 조정을 위해, 또한 한나라를 위해 소임과 직분을 다해주기를 바라요.”

황후 당희가 직접 표기장군의 직첩(職牒)과 관인(官印)을 이성휘에게 하사했다.

그에 이성휘는 유협과 조조, 조정대신들이 보는 앞에서 직첩과 관인을 받았다.

“성심을 다해 받들겠습니다.”

조조로부터 종용을 받은 끝에 결국 결정을 내리게 된 이성휘는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표기장군이 되었다고 하여,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으리라.

앞으로도 계속 패국조씨 가문에 충성할 것이며, 연모하는 여인을 위해 목숨을 바쳐 싸울 것이다.

스스로에게 경각심을 일으키듯 다짐한 이성휘는 자신을 향해 미소를 지어 주는 흑발의 여인을 통해 가슴을 뛰게 만드는 고양감을 느끼게 되었다.

“축하하네.”

금발의 소녀가 방긋 웃으면서 말했다.

“제 부관에게 친히 성심을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에 흑발의 여인이 정중하게 예를 취하면서 입을 열었다.

유협과 조조가 시선을 마주했다.

아주 잠깐 시선을 마주했을 뿐이었음에도 그 찰나에 이루어진 기 싸움이 실로 살벌했다.

“감사합니다, 맹덕 님.”

“나는 항상 아량이 넓은 군주가 아니었는가.”

이성휘의 말에 조조가 답했다.

‘아량이 넓은’.

그녀의 그 말에 이성휘는 피식 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귀관에게 포상과 식읍은 물론, 낙양 전투에 참전했던 다른 장수들에게도 합당한 포상이 내려질 걸세. 참으로 대단한 전공을 쌓지 않았는가? 걸출한 장졸들을 두어 뿌듯하기 그지없네.”

장안성에 있는 황제의 본조(本朝)부터 분리된 분조(分朝)에서 하사받은 관직이었다.

그러나 정통성은 오히려 높았다.

명망 높은 조정대신들의 결단으로 내려졌으며, 또한 황후와 진류왕의 윤허가 있었기 때문이다.

낙양 대방화를 주도했던 농서동씨 가문과 그 심복들이 고관대작의 벼슬을 나눠먹고 있는 장안성의 조정은 동탁의 죽음으로 인해 그 권위와 영향력이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였다.

“천하를 호령할 준비는 되었는가, 표기장군?”

조조가 웃으며 말했다.

“명만 내려주십시오.”

그에 이성휘는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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