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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243화 (243/616)

24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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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양대전의 결과에 가장 큰 위협을 느끼게 된 세력은 서주(徐州)의 도겸군이었다.

서주 침공 이후,

조조군과 도겸군은 불구대천의 원수나 다름없는 적대관계를 형성하게 되었다.

3만에 불과한 조조군 병력이 무려 12만 명에 달하는 대군을 낙양에서 크게 완파했다는 소식을 세작들로부터 받게 된 도겸은 혼비백산하며 두려워했다.

“부, 분명 조맹덕이 또 서주로 올 것이 아닌가?!”

조조 군의 완승 소식을 듣고 근심을 얻게 된 도겸은 마음의 병을 얻고 병석에 눕고 말았다.

장개와 그 부하들이 조숭과 패국조씨 일가를 죽이려 하지 않았던가. 비록 중원제일 검의 개입으로 인해 미수로 끝나게 되었다고는 하나, 분명 조조는 여전히 앙심을 품고 있을 것이었다.

만약 조조군이 다시 침공해 온다면,

지금의 아군이 그들을 상대로 이길 수 있겠는가?

팽성 전투에서 수만 명에 달하는 병력을 잃은 도겸군은 여전히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조조군이 만약 2차 침공을 가해 온다면 모래로 쌓은 성처럼 와르르 무너지게 되리라.

“일단 구강군으로 세력을 옮긴 원술을 의지해야 하지 않겠소?”

팽성교위(彭城校尉) 여유가 입을 열었다.

그에 별가종사(別駕從事) 미축이 고개를 좌우로 내저으면서 대답했다.

“남양군에서 도망치듯 달아난 원술군이 과연 의지가 되겠습니까. 원술 세력은 양두구육(羊頭狗肉)에 지나지 않습니다.”

원술은 한낱 구리에 지나지 않았다.

아름다운 빛깔을 자랑하나,

열과 충격에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는 금속이다.

원술군은 여남원씨 가문의 위명을 추종하여 모여든 세력에 불과하다. 예주의 패권을 두고 조조군과 다퉜던 양성 전투에서 대패를 당하지 않았던가.

“원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어떻겠소?! 그 무시무시한 공손찬을 이겼다고 했잖소!”

“조조와 원소는 오랜 지기이며, 또한 거병하기 이전부터 동맹 관계였소이다. 원소가 그 동맹을 끊고 우리를 도와주겠소?”

“그럼 대체 누구를 의지해야 한단 말인가!”

도겸의 병문안을 온 참모들이 대책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습을 보였다.

목소리를 높이면서 논쟁을 벌이는 참모들의 모습에 도겸의 수발을 들던 도상이 크게 소리쳤다.

“지금 아버님께서 병석에 누우셨거늘, 대체 그대들은 앞에서 뭘 하는 것이오!”

도상의 날카로운 지적에 참모들은 깊이 사죄하면서 뒤로 물러났다.

“반평생에 걸쳐 이룩해낸 세력이 잿더미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단양도씨(丹楊陶氏) 가문의 명맥만큼은 이어나가야 한다…! 상아, 가솔들을 데리고 남쪽으로 도망치거라! 양주까지 도망친다면 그 잔인무도한 독부도 결국 포기할 게다!”

도겸은 아들 도상의 손을 붙잡으면서 조조 군의 공세를 피해 양주로 도망칠 것을 부탁했다.

양주 단양군은 도겸의 고향이며,

또한 단양군에는 단양도씨 가문을 도와줄 사대부와 호족들이 있었다.

팽성 전투에서 큰 손실을 입었으나 도겸군은 여전히 많은 병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직접 참전한 전투에서 대패를 경험한 도겸은 전의를 완전히 상실한 상태였다.

“아버님, 힘을 내십시오!”

도상이 울분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아버지의 앙상한 손을 꼭 잡으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소자가 팔방을 누벼서라도 위기에 빠진 서주를 도와줄 사람을 찾아보겠습니다!”

전혀 신빙성이 없는 말이었다.

이미 대패를 경험한 도겸군을,

천하의 어떤 얼간이가 제 목숨을 걸고 구원해주겠는가?

게다가 상대는 낙양에서 동탁을 참살하고 12만 대군을 모조리 쳐부순 조조군이다. 중원의 패자에게 감히 맞설 수 있는 적수가 천하에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도 어떻게든 병석에 누운 아버지를 위로하고 싶었던 도상은 일말의 가능성을 입에 담으면서 손을 바르르 떨었다.

* * *

동탁 군을 대파하고 사예주 3군을 장악한 조조 군은 1만 명의 병력을 남긴 뒤에 연주로 철군했다.

군영을 거두게 한 뒤,

전장에 널브러진 시신들을 정리했다.

또한 조조는 성문에 매달았던 동탁과 그 주구들의 수급을 모두 수습할 것을 지시했다. 진류왕과 조정대신들에게 진상하여 낙양대전을 승리로 이끈 이성휘의 전공을 인정받기 위해서였다.

“철군하라!”

“연주성으로 돌아간다!”

말을 탄 무관들이 우렁찬 목소리를 내지르면서 철군을 알렸다.

연주성으로 돌아간다.

사예주 전선을 종군했던 병사들은 고양감에 찬 표정을 지으면서 철군을 서둘렀다.

분명 역사에 길이 남게 될 장엄한 전투를 치른 조조군 병사들은 가족과 친척들에게 전공을 자랑할 생각으로 가득했다.

중원제일 검의 뒤를 따랐노라고,

만고의 역적을 처단하는 그 전장에 나 또한 있었노라고 자랑하려 했다.

“귀관, 정말… 정말 수고 많았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이성휘와 함께 나란히 말을 탄 채 행군을 지휘하고 있었던 조조가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면서 말했다.

그에 이성휘는 겸허한 모습을 보이면서 고개를 숙였다.

“자효, 전투에서 고생 많았다. 네 공헌과 용맹은 절대로 잊지 않겠다.”

“감읍한 말씀이십니다.”

이성휘와 함께 조조의 옆을 보필하고 있던 조인이 고개를 숙이면서 찬사를 받아들였다.

“앞으로 종친들 중에서 너를 가장 중용하도록 하겠다.”

“내가 보는 앞에서 당당하게 편애를 선언하는 것은 조금 너무하지 않아?”

조인을 1순위로 지목하는 조조의 말에 하후돈이 큭큭 웃음을 터트리면서 말했다.

작게 불평하면서도,

털털하고 호탕한 성격의 여걸은 낙양대전에서 빛났던 조인의 활약을 칭찬해주었다.

친척들 간의 신뢰와 유대가 강한 패국조씨 가문답게 조조와 종친들은 서로를 진심으로 믿고 있었다.

‘교활하고 사특한 불여우였던 자렴을 총애했던 것은 내 최악의 패착이다. 충성과 충의를 입에 담는 불여우의 사탕발림에 넘어가 그 더러운 속셈을 눈치채지 못하다니… 남자를 군것질거리로 아는 계집 같으니라고.’

오랫동안 연모해온 사내와 내연관계를 이어온 사촌 동생 조홍은 조조의 심중에서 그 평가가 최악을 달리고 있었다.

조인이 1순위에 등극한 반면,

조홍은 번번이 이성휘를 빼앗으려 했던 원소와 동등한 반열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래서 조조는 진지하게 조홍에게 내렸던 평동장군(平東將軍)의 관위를 거둘까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물론 그 사유는 이성휘와 감히 바람을 피웠다는 것이었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것처럼 자렴에게 배신을 당했지만… 자효라면 믿을 수 있을 터. 충성과 강직을 고수하는 참된 무장인 자효라면 절대로 내 믿음과 신뢰를 배신하지 않을 거다!’

단 한 번도 감정에 휩쓸린 모습을 보인 적 없는 조인이라면 절대로 조홍처럼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터.

그렇게 여긴 조조는 계속 조인을 이성휘의 부관으로 두기로 했다.

“나도 좀 믿어줬으면 좋겠는데.”

붉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여걸이 입술을 삐죽 내밀면서 투덜거렸다.

그 말에 조조는 답하지 않았다.

거병하기 이전부터 이성휘에게 계속 호감을 표시해온 하후돈은 조조에게 불신의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많은 종친들 중에 믿을 사람은 오직 자효 밖에 없는 건가…. 죄다 부관을 노리고 있으니.’

하후돈을 조홍과 같은 부류로 둔 조조는 단 한 번의 수상한 모습 없이 최선을 다해온 조인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였다.

* * *

마침내 동탁이 죽었다.

낙양대전의 결과가 진류성에도 알려지게 되었다.

불과 3만의 군세로 12만 대군을 대적하여 완승을 거둔 이성휘의 활약을 들은 조정대신들은 감탄과 경의를 금치 못했다.

항우재림(項羽再臨).

항우가 되살아나 돌아왔다.

사예주 백성들이 이성휘의 무공에 찬사를 보낸 것처럼, 조정대신들 또한 이성휘의 용맹과 무략을 높게 평가하면서 서초패왕(西楚覇王) 항우에 비견했다.

“과연 난세가 낳은 장수로세!”

“난세를 평정하기 위해 하늘께서 내린 장수가 분명합니다!”

“중원제일 검… 아니, 이제 천하제일 검(天下第一劍)이라 불러도 되지 않겠습니까!”

사도(司徒) 왕윤과 상서복야(尙書僕射) 사손서 등,

조정대신들이 낙양대전의 영웅을 치켜세웠다.

황실과 조정을 수호하는 검,

역적의 무리들을 참하는 충장으로 그를 평가했다.

“경하 드립니다, 진류왕 전하!”

“드디어 만고의 역적이 죽었습니다! 어림총사가 역신을 참하고 12만 대군을 모두 무찔렀다고 합니다!”

소식을 들은 궁인들이 부리나케 달려와 낙양대전의 낭보를 유협에게 전달했다.

역적이 죽었다.

마침내 동탁이 참살되었다.

황실과 조정을 기만하고 한나라의 수도를 잿더미로 만들었던 동탁은 왕망에 필적하는 역적의 대명사였기에 소식을 들은 궁인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면서 함성을 내질렀다.

“어림총사가 낙양 백성들의 깊은 원한을 달래주었습니다.”

“과연 중원제일 검은 한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의 용장입니다! 지금 동탁과 그 무리들의 수급을 들고 연주성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합니다!”

궁인들의 말에 금발의 소녀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역적이 죽었다.

수많은 사람을 도탄에 빠트렸으며,

자신과 오라비를 생이별하게 만들었던 원흉이 인과응보 끝에 죽임을 당했다.

사력을 다해 전투에 참전했을 이성휘의 모습을 잠시 떠올린 유협은 그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다며 입술을 바르르 떨었다.

‘그대는… 그대는 항상 나를 위해 사력을 다해주는구나….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몸 둘 바를 모를 은혜에,

평생 다 갚을 수 없을 것만 같은 은공에 금발의 작은 소녀는 환열의 감정이 응어리진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이성휘에게 고마움을 보냈다.

그가 연주로 돌아온다면 정성과 성의를 다해 영접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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