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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242화 (242/616)

24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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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동탁 연합에 참전하여 여러 승전보를 달성한 유비는 조조가 내리려 한 벼슬과 봉토를 사양한 뒤, 휘하의 의용군을 이끌고서 청주(青州)로 향했다.

안정을 맞이한 다른 지역과는 달리,

여러 세력들이 난립하는 청주는 살육과 약탈만이 존재하는 땅이었다.

무려 수십만 명에 달하는 황건적 세력이 청주를 점거하고 있었으며, 거기에 공손찬군 세력과 원소군 세력까지 가세하게 되면서 더욱 치열한 격전이 되풀이 되었다.

“적들을 모두 분쇄하라!”

흑단처럼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여인이 선두에서 군사를 이끌면서 맹공을 주도했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황건적 군세,

수적 열세에 직면하였음에도 여인은 날카로운 청룡언월도를 맹렬하게 휘두르면서 병력을 이끌었다.

그리고 그 뒤를 그녀의 의자매였던 붉은 머리카락의 소녀가 장팔사모를 내지르며 엄호했다.

“아, 진짜! 그냥 연주에 있었으면 편하게 벼슬살이를 하고 있었을 거 아냐!!”

세 자매들 중 막내였던 소녀는 여러 세력들이 난립하는 살육의 땅에 참전한 맏언니의 결정이 이해되질 않았는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청주에 발을 들인 이후,

유비군은 매일 목숨을 건 혈전을 벌여야 했다.

수십만 명에 달하는 대규모 병력을 자랑하는 황건적 세력을 상대로 싸움을 내건 유비군은 힘겹게 전장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공융인지 숭늉인지, 얼굴도 모르는 샌님을 구하겠답시고 이 사지로 뛰어들다니!”

다혈질적인 용맹과 담력을 자랑하는 장비조차 질겁할 정도로 전황이 매우 위태로웠다.

수십만 명에 달하는 황건적을 상대로 싸움을 선포한 5천 명의 의용군. 조조군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았다고는 하나, 절망적일 정도의 수적 열세에 놓였다는 것은 변치 않았다.

“측면에서 적들이 온다!”

“예비대는 나를 따르라! 놈들을 막아야 한다!!”

아니나 다를까,

공세가 시작되자마자 황건적들은 수적 우위를 이용하여 아군의 측면을 노리기 시작했다.

측면을 분쇄한 뒤에 아군의 전열을 무너뜨릴 생각인 듯하다.

아무리 무식한 놈이라도 자신들이 수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을 터. 분명 측면뿐만 아니라 배후에서도 곧 공세가 들이닥칠 게 틀림없었다.

“적들의 공세를 뚫어라! 북해(北海)로 들어간다!”

백마를 탄 여인이 소리쳤다.

토끼를 연상시키는 백발의 여인,

아름다운 견직물을 펼친 것처럼 수려한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여걸은 망설임 없이 참화에 뛰어들었다.

화살들이 사방에서 빗발치고 있었음에도 여인은 검을 휘두르며 황건적을 격파했다. 그 용맹스러운 모습에 감화된 병사들이 고함을 내지르면서 뒤를 따랐다.

“익덕, 언니를 엄호해라!”

“알았어!”

둘째 언니의 명령에 장비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십 기의 기병들과 함께 말머리를 돌렸다.

“빌어먹을 년들!”

“저년들을 반드시 사로잡아라! 죽을 때까지 능욕한 다음에 팔다리를 찢어버릴 것이다!”

장비는 목격했다.

황건적 두령의 무자비한 욕설에 새하얀 얼굴이 붉어지는 맏언니의 모습을.

미쳤다.

미친 게 분명했다.

맏언니는 놀랍게도 목숨이 경각에 달한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설마 생사가 위태로운 곤경과 고비를 일부러 맞이하기 위해 공융의 요청을 받아들인 게 아닐까, 장비는 자기 생각이 얼토당토않은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심 맏언니를 의심했다.

“활로가 열렸다! 활로를 따라 진군하라!!”

일부러 위기와 위험을 즐기는 듯한 맏언니에게 의심을 품으면서도, 장비는 적진을 향해 용맹하게 돌격한끝에 마침내 활로를 열어냈다.

우여곡절 끝에 활로를 열었다.

북해상(北海相) 공융이 있는 북해로 향하는 길이다.

공융이 다스리는 땅을 사방으로 둘러싸고 있던 황건적의 포위망을 격파한 유비군은 활로를 따라 북해로 진군하였다.

“놈들을 공격하라! 지원군이 도착했다!”

황건적의 포위망을 찢어발긴 유비군에 호응하듯 북해에서 병력이 출진했다.

유비와 마찬가지로 공융의 요청을 받고 북해에 입성한 태사자가 병마를 이끌고 출진하여 북해로 달려오고 있던 유비군을 도왔다.

“이 도적놈들!”

“덤벼라! 오합지졸 같은 놈들아!!”

관우와 장비가 좌군과 우군을 동원하여 배후를 추격해 오던 황건적 군세를 격퇴하는 사이, 유비는 태사자의 엄호를 받으면서 본대를 이끌고 북해에 입성했다.

* * *

동탁이 전투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이 이윽고 장안성에도 알려졌다.

만고의 역적이 드디어 죽었다.

황실과 조정을 기만하고 한나라의 수도를 잿더미로 만들었던 역적은 마침내 중원제일 검의 손에 참살되었다.

환관들을 통해 소식을 듣게 된 황제 유변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면서 동탁의 죽음에 환희했다.

“고맙네, 정말 고맙네… 지금까지 역신의 손에 무고하게 죽어 간 백성들을 위해… 그대가 짐을 대신하여 역적을 징벌하여 주었구나…!”

마침내 역적이…,

수백만 명이 넘는 백성들을 도탄과 고통에 빠트렸던 역적이 죽었다.

그를 들은 조정대신들은 농서동씨 가문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포악과 전횡을 떨칠 날도 머지 않았다며 그들의 파멸을 예고했다.

“폐하, 앞으로는 소신이 전쟁에서 돌아가신 형님을 대신하여 황실과 조정을 보필할 것이니 부디 안심하소서!”

하지만 환희는 오래가지 않았다.

참살당한 서량의 늑대를 대신하여,

그의 동생이 전권을 거머쥐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전선에서 돌아온 좌장군 동민은 병력을 동원하여 대전을 포위한 뒤, 황제와 조정대신들을 겁박하여 자신을 군부의 수장인 대장군(大將軍)에 임명하도록 유도했다.

“대장군이 되겠단 말인가…!”

옥좌에 앉은 유변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동탁이 스스로 상국(相國)이 된 것처럼,

동민은 형의 행보를 그대로 따라 하듯 대장군이 되려 했다.

배신과 변절의 기회를 엿보고 있는 군벌들을 호령하기 위해서는 막강한 억제력이 필요했다. 동백의 제안을 받아들인 동민은 조정대신들을 볼모로 잡고 유변을 협박한끝에 대장군의 관위를 받아 내게 되었다.

“이 빌어먹을 역적 놈아!”

“제 형처럼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역심을 꾀하는구나! 네놈도 네 형처럼 비참하게 죽게 될 것이다!!”

동탁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동민의 만행을 지켜보고 있던 조정대신들이 분개에 찬 목소리를 내질렀다.

그에 대장군이 된 숙부를 따라 표기장군(驃騎將軍)에 임명된 동황이 검을 뽑으면서 위세를 떨쳤다.

“우리 가문 덕분에 지금까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놈들이 감히!”

황제가 지켜보고 있는 어전 앞에서 당당하게 검을 뽑아 든 동황은 이의를 입에 담는 무리들을 모두 베어 버렸다.

대신들의 목이 떨어졌다.

동황이 거침없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핏물이 쏟아졌다.

낙양에 있을 때부터 오만함을 떨치면서 황실과 조정을 핍박해온 동황은 더 이상 거칠 게 없다는 듯 대전에서 검을 뽑아 들어 조정대신들을 참살하기에 이르렀다.

“이, 이게 무슨 짓인가!”

유변이 옥좌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감히 황제가 보는 앞에서,

망설임 없이 검을 뽑아 들어 조정대신들을 참살하다니!

동탁조차 저지르지 않았던 대역죄를 스스럼없이 행하는 동황의 만행에 유변이 역정을 담은 외침으로 일갈했다.

“안심하소서, 폐하! 밥이나 축내는 이깟 늙은이들이 얼마나 죽든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앞으로 황실과 조정은 우리 농서동씨 가문이 충직하게 보필할 것이옵니다!”

동황은 뻔뻔스럽게 충직을 입에 담았다.

다른 장수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동탁의 죽음으로 완전히 고삐가 풀리게 되었는지, 동황의 측근이 된 이각과 곽사를 중심으로 한 장수들은 마음껏 활개 치고 다녔다.

“일 전에 말씀드린 대로 소장의 손녀딸을 황후로 책봉하여주십시오! 한시라도 국모의 자리가 빌 순 없으니, 곧바로 책봉식을 거행하도록 하겠사옵니다!”

대장군에 오른 동민은 손녀딸 동백을 황후로 만들려는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농서동씨 가문의 힘을,

여전히 농서동씨 가문의 힘은 건재하다는 것을 천하에 보여 줘야 했기 때문이다.

서량과 관서 지역의 군벌들의 배신과 동요를 우려한 동민은 무력을 동원한 공표정치를 통해 세력을 거머쥐려 했다.

“뭣들 하느냐! 책봉식을 서둘러라!!”

표기장군 동황이 호령했다.

동황의 외침에,

충직한 심복이 된 이각과 곽사가 목소리를 높이면서 병사들을 재촉했다.

“병사들은 나를 따르라!”

“지금부터 장안성 시가지로 갈 것이다!”

동탁 군은 황후 책봉식에 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병력을 동원하여 장안을 약탈하려 했다.

권세와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기 위한 재물이 필요했던 이각과 곽사는 황후 책봉식을 위한 비용을 모은 다는 것을 명분으로 제 주머니를 채울 욕심을 품기 시작했다.

* * *

태상(太常) 충불을 위시한 여러 조정대신들이 모여 대비책을 의논했다.

동탁의 죽음을 기뻐하기도 잠시,

황실과 조정은 더욱 악랄한 역적들을 감당해야 했다.

황제를 겁박하여 대장군과 표기장군의 벼슬을 받아 낸 동민과 동황의 만행에 분탄을 금치 못한 조정대신들은 역적들이 득실대는 장안성을 탈출하자는 궁리하기 시작했다.

“놈들이 우리를 얌전히 보내줄 리 없지 않소?”

“서량 군벌들을 이용합시다! 마등과 한수에게 벼슬을 주어 농서동씨 가문에 대적하게 합시다.”

이이제이(以夷制夷)를 이용하듯,

성문교위 최열은 동탁에 호응하여 전쟁에 참전했던 마등과 한수를 동원할 것을 주문했다.

마등과 한수,

그들은 옛날에 한나라 황실과 조정을 상대로 반기를 든 바 있었다.

하지만 농서동씨 가문에 대적할 수 있는 세력은 그들밖에 없었기에 조정대신들은 벼슬을 조건으로 탈출에 끌어들이려 했다.

“유약한 폐하께서 받아들이겠소?”

“제가 폐하를 직접 설득하도록 하겠습니다.”

대홍려 주환의 물음에 월기교위 왕기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면서 답했다.

장안성을 탈출해야 한다.

동탁이 죽었음에도 전혀 나아지지 않은 실상에 분개하게 된 조정대신들은 장안성을 탈출하여 조조 군에게 의지하려 했다.

동탁과 그 주구들을 모두 참살한 조조군이라면 분명 황실과 조정의 중흥에 사력을 다해 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중원제일 검이 조조 군의 휘하에 있었으므로 필시 도와줄 것이라고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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