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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241화 (241/616)

24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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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유가 이성휘와 조인에게 홍농군(洪農郡)을 점령하도록 명령을 내릴 것을 조조에게 진언했다.

홍농군은 장안성으로 세력을 옮긴 동탁 군과 경계를 마주하는 최전선이다. 그러므로 휘하 제장들 중에서도 뛰어난 용맹과 무용을 자랑하는 이성휘와 조인이 홍농군을 점령해야 한다고 말을 덧붙였다.

그에 조조가 고개를 끄덕이며 허가했다.

“부관과 자효는 홍농군을, 원양과 묘재는 하동군을 진무하라.”

하내군에 본영을 둔 조조 군은 사예주 점령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동탁 군은 모든 전력을 상실했다.

적어도 수년 동안은 병력을 동원할 수 없을 터.

사예주를 발판으로 삼아 천하의 패권에 다시 한번 도전하려 했던 동탁 군은 세력의 존립이 위태로울 정도로 완전히 몰락하고 말았다.

“지금이 기회예요. 어림총사의 마음을 확 낚아채버리는 겁니다!”

지휘를 보좌하는 군사로 참전하게 된 순유가 선두에서 군을 이끌던 조인에게 다가서면서 속삭였다.

그에 조인이 무뚝뚝한목소리로 답했다.

“지금은 오로지 전투에 온 힘을 다 할 때입니다. 사적인 감정은 접어두겠습니다.”

투철한 군인정신을 자랑하는 조인답게 이성휘의 환심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

조금은 살가운 모습을 보여 줘도 되건만,

그런데도 조인은 임무와 역할에 충실히 임할 뿐이었다.

여인의 자태를 보이는 일은 없었다.

그저,

강직하고 충성스러운 무장으로서 행동했다.

‘음, 상당히 완고하신 분이네요. 물론 그런 부분이 오히려 의욕을 불태우지만요. 저 늠름하고 결연한 얼굴이 애욕과 육욕에 물드는 모습을 생각하면… 아흣, 망상하는 것만으로도 하복부가 근질근질하네요.’

의젓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장졸들을 지휘하는 흑발의 여인을 바라보던 순유가 새하얀 뺨을 붉히면서 기대에 찬 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과연,

침상 위에서 어떤 음란한 신음을 낼까.

이성휘에게 깔린 채 숨을 헐떡이며 애액을 분수처럼 쏟아 내는 조인의 모습이 보고 싶었다.

“전투를 준비하라.”

2만의 군세를 이끌고 출정한 이성휘와 조인은 동탁 군이 병참기지로 사용했던 홍농군에 당도했다.

선두에서 병력을 지휘하게 된 조인은 이성휘를 대신하여 공격 명령을 내렸다. 이윽고 조조 군은 공격대형을 갖추면서 홍농군을 급습할 준비를 마쳤다.

“공격하라!”

“역적의 주구들을 모조리 몰아내자!!”

서쪽으로 진출한 조조 군은 홍농군에 주둔하고 있던 동탁 군의 잔당을 공격했다.

저항은 미약한 수준이었다.

홍농군에 잔존하고 있던 잔당들은 겨우 수백 명에 불과했다.

또한 사예주 전역에 흩어진 병력을 수습하던 중군교위 동황과 위양군 동백은 이미 장안으로 철군한 뒤였기 때문에, 조조군이 공세를 시작하자 홍농군의 잔당들은 금세 항복해 버렸다.

“하, 항복하겠소이다!”

“우리는 이 홍농군에 버려졌을 뿐이오!”

투항해온 동탁 군 병사들의 무장을 해제시킨 뒤, 조조 군은 함곡관과 동관을 마주 보고 있는 홍농군에 군기를 꽂았다.

동탁 군의 횡포와 전횡에 숨죽이고 있던 홍농군 백성들은 조조군을 격렬하게 환영했다.

구원을 맞이하게 된 것처럼,

동탁 군의 대대적인 약탈에 쑥대밭이 되었던 홍농군은 조조 군의 지배에 쌍수를 들었다.

“중원제일 검이다!”

“제발 우리 홍농군을 지켜 주세요!”

“동탁 군 놈들에게 친지들이 모두 죽었소이다! 놈들에게 철퇴를 내려주시오!”

군세를 이끌고 홍농군에 당도한 무장이 중원제일 검이라 불리는 어림총사 이성휘라는 것을 알게 된 홍농군 백성들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애원했다.

누군가는 보호를 호소했고,

누군가는 복수를 부탁했다.

수시로 약탈과 방화를 당해왔던 홍농군은 사예주의 군현들 중에서도 동탁 군에게 가장 반발이 심했다.

“어림총사를 뵙습니다!”

“역적을 참살하여 사예주를 구원해주신 그 은혜를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동탁 군의 방화를 피해 야산으로 달아났던 홍농군의 사대부와 호족들이 돌아와 조조군을 환영했다.

노복들을 통해 소식을 들었는지,

낙양대전의 주역이었던 이성휘에게 고개를 넙죽 숙이면서 존대했다.

사예주를 구한 영웅으로 칭송받게 된 이성휘는 백성들로부터 절대적인 환호와 지지를 받게 되었다. 그 인기와 영향력은 군주인 조조를 능가할 정도였다.

“척후들을 보내어 적들의 동태를 감시하라. 우두머리를 잃었으니 분명 움직임을 보일 것이다.”

“알겠습니다, 어림총사!”

홍농군에 주둔하게 된 이성휘는 척후들을 장안 방면으로 보냈다.

서량의 거두였던 동탁이 죽었다.

동탁 군…,

군주를 잃은 잔당들은 과격한 군사행동들을 동원하여 공표정치를 펼치려 들 것이었다.

동탁의 뒤를 이어 세력을 이끌게 될 후계자를 알아낼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동탁에게 압송되었던 유변과 조정대신들의 안위를 살펴야 했다.

“어림총사.”

척후들을 파견한 이성휘가 우수에 찬 시선으로 함곡관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 조인이 한 걸음 다가왔다.

무슨 걱정이라도 있는 것일까.

문득 그의 모습에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은 심려를 느끼게 되었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조인이 물었다.

그에 이성휘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진류왕 전하에게… 반드시 폐하를 구해드리겠다고 약속했는데… 그를 지금까지 지키지 못한 것에 회한을 느꼈습니다.”

머리와 몸통을 모두 잃은 동탁 군의 잔당들은 비좁은 궁지에 내몰린 시궁쥐와 마찬가지였다.

놈들은 분명,

심적으로 크게 내몰린 상태일 것이다.

잔당들은 불만 세력의 진압을 명분으로 황제와 조정대신들을 악랄하게 억압할 것이 분명했다. 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정도로 절박한 사면초가에 내몰린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잔당들은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조정대신들을… 어쩌면 폐하를 시해할지도 모릅니다. 주인을 잃은 사냥개는 결국 들개가 되는 법이니까요.”

친절과 호의에 물든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잘 따라주던 금발의 소녀가 떠올랐다.

의젓한 모습을 보이지만,

사실 외로움을 잘 타는 여린 마음을 가진 소녀.

제발 불쌍한 오라비를 구해 달라며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읍소하던 유협의 모습을 잠시 떠올린 이성휘는 여전히 제자리걸음만 걷고 있는 듯한 자신에게 깊은 혐오를 느끼게 되었다.

“총사.”

조인이 입을 열었다.

조심스럽게 손을 뻗으며,

자기혐오에 물든 이성휘의 손을 맞잡았다.

일부러 의도한 행동은 아니었다.

그저…

한없이 미숙하고 서투르기 짝이 없는 손길로 조금이나마 근심과 심려를 덜어 주고 싶었을 뿐이다.

“총사의 옆에는 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총사의 뒤에는 언니께서 계십니다. 그러니… 혼자서 모든 부담을 떠안으려는 생각을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이성휘에게 위로를 건네는 조인의 모습은 지켜보는 사람의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미숙했다.

누군가를 위로해 본 적이 없고,

누군가에게 상냥한 말을 건넨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인의 목소리와 손짓에는 미숙하고 서투르기 짝이 없는 결점을 모두 메우고도 남을 ‘진심’이 담겨 있었다.

“감사합니다.”

손을 맞잡아주면서 위로를 건네주는 조인의 상냥한 응원에 이성휘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 미소에 흑발의 여인은,

자기 심장이 쿵쿵 격동시키는 것을 느꼈다.

당장에라도 두근대는 심장이 가슴을 뚫고 나올 것처럼 요동쳤다.

혹시라도 격렬하게 뛰는 심장의 박동 소리가 이성휘의 귓가에 들릴까, 조인은 노심초사하는 심정으로 이성휘를 바라보았다.

“…위로가 되셨다면 다행입니다.”

시선을 응시할 용기가 나지 않았는지,

조인은 고개를 푹 숙이면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무뚝뚝한 성격 때문에 손이나 제대로 잡을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잘하고 계시네요.”

이성휘와 조인이 서로의 손을 맞잡은 채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본 순유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면서 중얼거렸다.

서투르고 미숙한 면이 아쉽지만,

오히려 그 점이 그녀만의 독보적인 매력이 아닐까.

진심으로 이성휘를 연모하는 조인의 모습을 본 순유는 수라장과 치정싸움까지 머지 않았다며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 *

불과 3만의 군세가 12만 대군을 격파한 낙양대전의 승전보는 마른 초원을 불태우는 들불처럼 하북의 정세를 크게 요동치게 만들었다.

먼저 움직인 세력은 공손찬군이었다.

계교 전투에서 대패한 뒤,

원소의 휘하 무장이었던 최거업을 크게 무찔러 어떻게든 세력을 수습한 공손찬은 눈엣가시였던 유주목(幽州牧) 유우를 진멸하려 했다.

“제장들이여, 유주목을 처단할 것이다!!”

공손찬이 검을 뽑아 들었다.

그에 호응하여 유주 기병대가 말에 박차를 가하면서 벌판을 가로질렀다.

기병대를 주축으로 한 유주 군단.

북방 이민족들을 여러 번 격퇴하면서 경험을 쌓은 유주 군단은 계교 전투에서 대패를 경험했음에도 여전히 하북 최강의 전력을 자랑했다.

‘중원제일 검이 3만의 군세로 12만에 달하는 대군을 격파했다고 들었다! 이 공손백규 또한 30만에 육박하던 청주 황건적을 일 거에 쓸어 버린 적이 있으니, 유우가 이끄는 나약한 군세를 단숨에 짓밟아버릴 수 있을 것이다!!’

낙양대전에서 완승을 거둔 이성휘의 무용에 감화된 공손찬은 참모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계성(薊城) 침공을 결단했다.

중원제일 검의 무명에 지지 않겠다.

3개 주를 제패하게 된 조조에게 천하의 패권을 빼앗기는 일 또한 없을 것이다!

흑산적의 장연에게 원소군을 공격하도록 명령한 공손찬은 그 틈을 노려 유우를 멸망시키려 했다.

“중원에 중원제일 검이 있다면, 하북에는 이 백마장군이 있다는 것을 천하에 보여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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