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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238화 (238/616)

23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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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가 말했다.

“아직 어리지 않습니까. 관용을 베푸시지요.”

그에 조조가 입을 열었다.

“흥, 낭고의 상이 아니랄까 봐 돌아서자마자 뒤에서 호박씨를 까다니… 역시 믿을 수 없는 년일세.”

불만에 찬 표정을 지으면서 사마의를 향해 불신을 드러내는 조조의 모습에 이성휘는 곤혹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물론 사마의는 언젠가 패국조씨의 천하를 위협하는 화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린애일 뿐이다.

야욕과 욕심은 물론, 일말의 흑심도 품고 있지 않은 작디작은 소녀에 불과했다.

그런 꼬맹이를 구태여 경계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화근은 미리 잘라두는 편이 가장 현명한결정이겠지만, 일단 이성휘는 사마의의 행보를 가만히 지켜보고 싶었다.

“물론 사마의가 불경한 말을 꺼낸 것은 큰 죄입니다만 선처를 베푸셨으면 합니다.”

현재 사마의는 호위병들에게 압송되어 대리시(大理寺)에 수감된 상태였다.

수많은 죄인들이 수감된 것은 물론,

대리시 내부에는 진실을 토해낼 수밖에 없게 만드는 온갖 고문도구가 즐비하고 있었다.

대리시를 전담하는 관료는 종사(從事) 만총으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격하게 심문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실제로 만총의 심문을 받고 죽거나 반 병신이 되어 버린 관료들이 결코 적지 않았다.

“그런데 귀관은 어찌하여 그 꼬맹이와 함께 마구간에서 그런 궂은일하고 있었던 겐가?”

흑발의 여인이 질투에 빠진 어린아이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물었다.

그에 이성휘는 쓴웃음을 지었다.

“저를 도와 낙양 벌판을 가로질렀던 절영에게 당근을 선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럼 당근만 선물해주면 될 뿐이 아닌가.”

“후원의 마구간을 사마의가 혼자서 청소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함께 청소하여 마구간을 깔끔하게 정리하면, 절영과 아만의 준마들도 좋아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흥.”

뭐라고 항변할 수 없을 정도로 모범적인 대답이다.

완고한 고집이 담긴 이성휘의 대답에 조조는 불만에 찬 반응을 보이면서도 추가적인 대응을 하진 않았다.

“사마의는 낭고의 상일세. 주인을 물어뜯을 사냥개의 관상이지. 그 꼬맹이를 결코 가까이하지 말게.”

“관상을 믿지 않으시잖습니까.”

“이제부터 믿기로 했네.”

조조는 불확실한 미신은 물론, 망령된 토속신앙 같은 것들을 매우 꺼렸다.

그녀가 관상을 믿을 리 없었다.

사마의를 불신하는 것은 분명 다른 이유 때문이리라.

“제가 곁에 두어 감시하겠습니다.”

“귀관이 말인가?”

“만약 아만께서 우려하시는 것처럼 사마의가 언젠가 역심을 품는다면…, 제 손으로 직접 그 목을 치겠습니다.”

조조에게,

패국조씨 가문에 영원토록 충성을 바치겠노라고 맹세했다.

만약 사마의가 훗날 위나라를 위협하는 존재로 부각된다면 반역의 싹을 틔우기 전에 짓밟을 생각이었다.

사마의는 위나라의 충신이었을까.

아니면 오래전부터 암약해온 위나라의 역적이었을까.

위나라를 향한 충의에 대해 논란의 다툼이 있는 인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사마의를 중심으로 사마씨 가문이 위나라 조정을 장악한 것은 분명했으므로 면밀하게 경계할 필요가 있었다.

“귀관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내 한 번 지켜보도록 하겠네. 물론 마구간지기는 계속 시킬 테지만.”

“예.”

사마의를 계속 마구간지기로 두겠다는 그 의중에는 변함이 없어 보였다.

오만한 고집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위정자의 신중함이라고 해야 할까.

후원은 조조가 하루에도 몇 번씩 출입하는 공간으로, 사마의를 후원의 마구간지기로 둔 것은 계속 엄밀히 관찰하고 경계하겠다는 뜻이리라.

“귀관, 일단 사마의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에 접어두고…. 일단 귀관의 충심을 한 번 보고 싶다.”

흑발의 여인이 수줍음에 물든 표정을 지으면서 두 팔을 뻗었다.

자신을 힘껏 안아달라는 애교였다.

외로움을 잘 타는 고양이처럼 고개를 홱 돌린 채로 외면하면서도 꼬리로 팔을 툭툭 건들면서 안아달라고 내심 조르는 모습처럼 보였다.

“물론 그렇게 하겠습니다.”

조조의 말뜻을 헤아린 이성휘는 아담한 체구를 가진 그녀를 두 팔로 번쩍 안아 들었다.

꺄악,

흑발의 여인이 앙큼한 탄성을 내질렀다.

이성휘에게 폭 안기게 된 조조는 부끄러움에 찬 미소를 지으면서도, 대담하게 용기를 내어 그의 건조한 뺨에 입맞춤을 쪽 소리가 날 정도로 했다.

“좀 더 세게 안아주게. 괴로울 정도로… 나를 더욱 격하게 안아줘.”

“예.”

“흐읏…!”

몸을 껴안고 있던 두 팔에 힘이 실렸다.

두터운 품에 안긴 흑발의 여인은 부드러운 신음을 흘리면서 뜨거운 한숨을 토해냈다.

함께 잠자리했던 밤이 떠오른 걸까.

뜨겁게 달아오른 몸이 애욕을 강하게 갈구하는 것만 같았다.

“주군.”

조조와 이성휘가 집무실에서 격렬하게 애정을 나누고 있었을 때,

바깥에서 허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한 뼘의 간격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서로를 꼭 껴안고 있던 두 남녀가 후다닥 떨어졌다.

조조는 다시 상석에 앉았고,

이성휘 또한 맞은편 자리에 착석했다.

“무, 무슨 일이냐.”

흑발의 여인이 뜨거운 숨을 토해내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에 허저가 입을 열었다.

“군세를 이끌고 임려(林慮)에 주둔하는 순우경이 주군을 알현하기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순우경이라면… 원소의 오랜 심복일 텐데.”

원소의 오른팔이라고 할 수 있는 순우경이 알현을 요청한다는 말에 조조가 의구심에 젖은 표정을 지으면서 이성휘와 시선을 교환했다.

* * *

동백은 숙부 동황과 의논하여 이각과 곽사가 홍농군에 발을 들이는 즉시 참살하려 했다.

놈들은 비겁자이며,

전투를 두 번씩이나 망친 원흉이다.

서영의 호위병들을 동원하여 이각과 곽사를 제거하려 했던 동백이었지만, 자초지종을 알게 된 중군교위 동황의 거센 반대로 인해 무산되고 말았다.

“이각 교위와 곽사 교위가 무단으로 군영을 이탈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두 교위들이 솔선수범하여 병력을 수습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 많은 장졸들을 데리고 올 수 있었겠느냐?”

동황은 이각과 곽사의 도움으로 무려 8천 명에 달하는 병력을 이끌고 홍농군에 도착할 수 있었다.

모든 과실들을 덮어두겠다는 듯,

필사적으로 이각과 곽사를 옹호하고 나섰다.

형양에서 동중랑장 동월과 모든 군세마저 잃은 채 조조 군에게 쫓기던 자신을 간발의 차로 구원해준 이각과 곽사를 고결한 충신으로 여기는 듯했다.

“저 비겁자들은 숭산에서 도망쳤고, 이번에는 낙양에서도 도망쳤습니다! 화살받이로도 못 쓸 놈들을 어째서 변호하시는 겁니까!”

“그렇게 잘못과 허물을 따지자면 12만 대군을 가지고도 대패를 당한 서영 도독 또한 참수해야 마땅할 게다!”

기필코 이각과 곽사를 참수하겠다는 동백의 결정에 동황은 서영을 내세우면서 결정을 철퇴할 것을 요구했다.

적극적으로 이각과 곽사를 옹호하는 동황의 모습에 동백이 입술을 꾹 깨물었다.

뻔히 보이는 수작이다.

분명히 이각과 곽사의 힘을 빌려 할아버지의 옥좌를 차지할 속셈이겠지.

숙조부는 부와 권력에 야심이 없는 성정이었으므로 분명 농서동씨 가문의 혈육들 중에서 한 명을 간택하여 후계자 자리를 양보할 게 분명했다. 동황은 벌써 그것을 노리고 있는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숙부님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결국 동백은 결정을 꺾어야 했다.

동황은 자기 숙부였으며,

이각과 곽사가 이끄는 병력이 예상보다 많았기 때문에 경거망동하여 행동할 수가 없었다.

일단 동백은 혼란을 추스른 뒤에 이각과 곽사를 도모하겠다며 이를 빠득 갈았다.

또한 할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하기는커녕,

거대한 세력을 이끄는 후계자가 될 생각으로 혈안이 된 숙부에게 깊은 앙심을 품었다.

“당장 장안성으로 돌아가 황제와 조정대신들이 감히 딴생각을 못하도록 철저히 감시할 것이다!”

동황은 할아버지 동탁의 명을 받들어 황제와 조정대신들을 억류하고 겁박했던 적이 있었다.

황제를 유폐한 것은 물론,

대전의 환관들을 직접 구타하기까지 했다.

그러므로 황제와 조정대신들은 동탁 군 장수들 중에서도 동황을 크게 두려워했다. 동황은 매우 난폭하고 잔인한 성정이었기 때문이다.

“장안으로 돌아가거든 그동안 미뤄두었던 황후 책봉을 준비하마. 네가 황후가 되어 황실을 이끌어다오. 그리고 나는 군부를 동원하여 조정을 장악하겠다.”

“알겠습니다, 숙부님.”

일 전에 동탁은 이유와 의논하여 손녀딸 동백을 황후에 책봉하려 했던 적이 있었다.

비록 잠시 유보되었지만,

위양군 동백이 한나라의 새 황후가 될 것이라는 소문은 황실과 조정에서 공공연하게 들릴 정도로 유명했다.

“헌데 숙부님, 전장에서 할아버지를 시해한 불구대천의 원수들은 어찌 응징할 생각이신가요?”

동백이 물었다.

그에 동황은 헛기침을 늘어놓으며 답했다.

“더 이상 중원을 도모하는 일은 없을 게다. 저 빌어먹을 제후 놈들이 뭘 하든지 간에, 나는 관서와 서량의 군벌들을 호령하며 농서동씨 가문의 위상과 위엄을 수복할 것이다!”

조카딸의 물음에 동황은 앞으로 중원 진출을 포기할 것이며, 혼란을 수습하고 내실을 수쇄하는 작업에 총력을 다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할아버지께서 못하신 일을,

내가 어떻게 해낼 수 있겠는가.

동황은 부와 권력을 장악한 뒤에 가렴주구와 주지육림을 누리는 일에만 관심을 두고 있었다.

그를 모를 리 없는 동백은 할아버지를 시해한 철천지원수들에게 복수할 생각이 전혀 없는 동황의 모습에 깊은 멸시와 경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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