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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231화 (231/616)

2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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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가 검을 휘둘렀다.

빠르게 검을 내리친 순간,

칼자루를 굳게 쥐고 있던 동탁의 팔이 날아갔다.

오색찬란한 보석들로 장식된 보검과 함께 칼자루를 쥐고 있던 팔이 바닥에 툭 떨어졌다.

“그아악!! 그아아아아악───!!!”

핏물이 거세게 뿜어졌다.

제대로 검을 휘두르지도 못한 채,

칼자루를 쥐고 있던 오른팔을 잃은 동탁은 고통에 찬 비명을 토해내면서 바닥을 굴렀다.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고통스러워하는 동탁의 모습을 이성휘는 살의에 찬 눈으로 내려다볼 뿐이었다.

“팔 하나일 뿐이다. 지금까지 수십만 명에 넘는 백성들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내몰았던 네놈이 지금부터 치를 대가는 겨우 팔 하나가 아닐 텐데.”

이성휘가 날카로운 칼끝을 동탁에게 겨누면서 스산한목소리로 말했다.

여전히 검은 날카롭고 예리했다.

수많은 병장기들과 자웅을 겨루고 수백 명에 달하는 목숨을 거뒀음에도 푸른 인광을 흩뿌리고 있었다.

당장에라도 만고의 역적을 베어버릴 것처럼 칼끝에서 살의가 맴돌았다.

“그으으, 그아아아아!! 이성휘, 이성휘!! 이성휘!!!”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엎드리고 있던 걸구의 사내가 상처투성이 짐승처럼 크게 울부짖었다.

분노와 원통함.

포악에 찬 고함을 토해냈다.

이성휘를 향한 증오로 가득했다.

중원을 제패하여 농서동씨 가문의 천하를 만들고자 했던 대업을 무너뜨린 원흉을 향한 격노였다. 수십만 명이 넘는 백성들을 비명 속에 죽게 하였음에도 그는 여전히 천하를 향한 갈망을 드러냈다.

“네놈! 네놈만, 네놈만 없었더라도…! 나는 다시 천하를 거머쥐었을 것이다! 이 동중영의 손아귀에 다시 천하가 들어왔을 것이란 말이다!!”

“너는 천하를 거머쥔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너 혼자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지.”

울분이 섞인 동탁의 고함에 이성휘는 그의 목덜미에 칼끝을 겨누면서 답했다.

천하를 거머쥐었다고?

웃기는 소리.

천하는 너를 주인으로 인정한 적이 없다.

너는 거짓과 허영으로 만들었던 옥좌 위에 앉아서 난세를 앞당겼을 뿐이다.

“천하의 주인은 네가 아니다.”

이성휘는 그렇게 단언하면서 날카로운 칼끝으로 동탁의 어깨를 벴다.

뒤이어 팔뚝을 가른 뒤,

이마에 상처를 내면서 얼굴을 피투성이로 만들어 버렸다.

지금까지 그가 범했던 악행들에 대한 징벌을 내리고 싶었던 것일까. 단번에 목을 칠 수도 있었음에도 이성휘는 잠자리를 천천히 찢어 죽이는 어린아이라도 된 것처럼 동탁을 천천히 유린했다.

“으아악! 그으으, 크하아악!!”

비대한 몸집에 수많은 혈선들이 새겨졌다.

결코 지워지지 않을 낙인처럼,

지금까지 범한 악행들을 몸에 기록 하듯 끔찍한 상처들이 늘어났다.

“뭣들 하는가! 어서 어르신을 구하지 않고!!”

거침없이 검을 휘두르는 중원제일 검의 모습에 근위병들이 벌벌 떨고 있었을 때,

이유가 그들을 크게 다그쳤다.

그제야 정신을 차렸는지,

창검을 든 근위병들이 이성휘를 향해 달려들었다.

12만 대군을 모두 패주시킨 원흉을 제거한 다음에 주군을 구원하기 위해서였다.

“다가오면 죽이겠다.”

검을 치켜든 이성휘가 경고했다.

그에 근위병들은 크게 멈칫했으나,

피투성이가 된 채 고통에 찬 시름을 토해내는 주군의 모습을 보고는 용기를 내어 움직였다.

“당장 어르신에게서 떨어져라!”

“네 이놈! 결단코 살려 보내지 않을 것이다!!”

견고한 갑주를 걸친 근위병들이 창검을 휘두르면서 돌격을 감행했다.

그러나 결국 무위로 돌아간 채,

돌격을 감행했던 근위병들은 모두 중원제일 검의 검에 쓰러지고 말았다.

무명 높은 장수들을 모두 삼도천으로 보낸 중원제일 검은 용맹과 충성을 겸비한 근위병들마저 그 숨통을 끊어 버렸다.

“동탁.”

수십 명에 달하던 근위병들을 순식간에 모두 베어 버린 이성휘가 고개를 돌리면서 동탁을 바라보았다.

끔찍한 상처들을 온몸에 새기게 된 동탁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고 싶었는지, 지렁이처럼 흙바닥을 기는 추태를 보였다.

비대한 몸집을 필사적으로 질질 끌면서 살려고 하는 모습이 우습기까지 했다.

“네놈에게 죽어 간 백성들을 대신하여 징벌을 내리겠다.”

이성휘가 두 손으로 칼자루를 쥐었다.

그리고 단번에 검을 휘두르며,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을 기던 동탁의 목을 쳐 버렸다.

곧이어 외마디의 비명과 함께 커다란 머리통이 목에서 떨어졌다. 동탁의 수급은 피 웅덩이 위를 데굴데굴 구르더니 이성휘의 발치에 툭 부딪쳤다.

“어, 어르신───!!”

동탁이 이성휘의 손에 참살된 것을 본 이유가 경악에 찬 목소리를 내질렀다.

이성휘는 쥐고 있던 검을 내던지면서 이유의 머리를 박살 냈다.

메기 같은 수염을 기른 중년남성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바닥에 고꾸라진 것을 본 이성휘는 침음을 흘리면서 걸음을 움직였다.

동탁의 수급을 들었다.

잘린 절단면에서 핏물이 뚝뚝 떨어졌다.

한나라의 수도를 불태우고 수십만 명에 이르는 백성들을 유린했던 역적의 처참한 말로였다.

“주, 주군!”

“이성휘… 놈이 어르신을 시살했다!”

푸줏간에 내걸린 돼지고기처럼 매달린 동탁의 수급을 본 장수들은 두 눈을 부릅뜨면서 복수심을 불태웠다.

이성휘가 숨을 거칠게 토해냈다.

계속해서 맹공과 질주를 반복했던 탓일까. 슬슬 한계가 느껴졌다.

* * *

5군을 이끌던 서영과 고석은 조조 군에게 삼면 포위를 당한 채 사수 부근으로 내몰리고 있던 아군 군세를 구원하기 위해 출진했다.

그러나 너무 늦어 버리고 말았다.

장수들은 모두 죽거나 달아났으며,

사방으로 흩어진 12만 대군은 수습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공황과 분열을 반복하고 있었다.

“너무 늦었습니다, 도독!”

고석이 소리쳤다.

12만 대군이 풍비박산처럼 무너졌다.

장졸들을 수습하고 재정비를 취하더라도 전투를 재개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완패하고 말았다.

도무지 손을 쓸 방법이 없었다.

비명을 내지르면서 도망칠 뿐인 장졸들은 한낱 개미들에 불과했다.

“내 평생 수많은 전투들을 지휘했으나… 이렇게 끔찍한 전투는 경험한 바가 없었다. 이게 정말로 생시란 말이더냐?”

서영은 믿지 못할 광경에 몸을 떨었다.

어떻게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단 말인가?

양주와 옹주를 호령했던 세력이,

황실과 조정을 장악했던 군세가 어찌 이리도 처참하게 패배할 수 있단 말인가.

믿을 수 없었다.

두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믿고 싶지 않았다.

대규모 기습으로 관동 제후들에게 절멸적인 피해를 입혔던 명장조차 이성을 잃을 정도로 전황은 매우 처참했다.

“어서 주군을 찾아라! 주군의 신병을 확보해야 한다!”

후군(後軍)의 투입을 망설이던 서영은 우선 척후들을 전선에 투입하여 동탁과 휘하 장수들을 수색했다.

또한 정예부대를 이끌고 형양에 주둔하고 있던 중군교위 동황을 불러들였다.

‘놈들은 애초부터 퇴로를 확보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낙양에서 결전을 꾀할 속셈이었겠지! 놈들이 퇴로를 확보하려 들 줄 알고 정예부대를 형양으로 배치한 것이 패인이었다!’

제 꾀에 스스로 넘어갔다.

이유가 정예부대를 본대에서 차출하여 형양에 배치한 것은 분명 가후가 퇴로를 확보하고자 그곳을 공격하리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예상은 빗나갔다.

오히려 적에게 이용당하기까지 했다.

총공세를 벌이기 전에 동탁 군은 정예부대를 차출하여 형양에 배치하는 우행을 범함으로서 스스로 전력을 손실하고 말았다. 덕분에 조조 군의 기습공격은 대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가후…! 그 빌어먹을 배신자 년은 의도적으로 퇴로를 내준 게 분명하다! 군사 어르신께서 형양 방면으로 정예병력을 급파할 것을 미리 예상하고…!’

처음으로 놀아났다.

전면전이 시작되기 전부터,

암여우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난 것이었다.

12만에 대군이 궤멸된 다음에야 그것을 깨닫게 된 서영은 무력과 비참함을 느끼면서 이를 빠득 갈았다.

“도독!”

한숨을 돌릴 겨를도 없이 서영은 충격적인 비보를 전령으로부터 듣게 되었다.

“어르신께서… 상국 어르신께서 시살되셨습니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냐!!”

서영이 날카로운 절규를 토해냈다.

어르신께서…,

서량의 위대한 군웅이 목숨을 잃었단 말인가!

수많은 호걸들을 이끌었던 서량의 대군벌이 전장에서 참살되었다.

12만 대군이 불과 3만 밖에 안 되는 병력에게 야전에서 굴욕적인 대패를 당했다. 거기에 더해 총대장마저 목숨을 잃는 최악의 참상까지 벌어졌다.

“상국 어르신께서…!”

“도독, 일단 후군을 뒤로 물리셔야 합니다!”

휘하 장수들이 절규를 토해냈다.

서량의 대군벌이 전사했다.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사예주 공방을 이끌었던 총대장이 목숨을 잃었다.

뒤이어 동탁이 단기필마로 본진에 뛰어든 중원제일 검에게 참살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서영의 후군은 사기가 바닥을 치게 되었다.

“도독, 형양에서 급보입니다!”

정예부대의 합류를 요청하기 위해 형양으로 향했던 전령이 아연실색한 모습으로 소리쳤다.

“조조의 본대가 형양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중군교위와 동중랑장이 어떻게든 적들을 막아 내고 있지만… 전황이 중과부적이라고 합니다.”

연주에서 출병한 조조 군의 본대가 마침내 사예주에 도착했다.

적들의 퇴로를 봉쇄하기 위해 투입했던 동황과 동월의 정예부대가 조조군 본대의 맹공을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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