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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230화 (230/616)

23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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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 출신의 정예부대를 이끌던 조인은 걱정에 찬 눈빛으로 저편을 바라보았다.

선두는 어떻게 되었을까.

적들의 완강한 저항을 뚫고 있을 이성휘를 떠올리면서 침음을 삼켰다.

당장에라도 증원을 가고 싶었지만 맡은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해야 했으므로 자리를 이탈할 순 없었다. 걱정과 우려를 조용히 가슴에 묻어둔 채 역할에 전념했다.

“잔병들을 모두 토벌하라! 놈들에게 절대로 재기의 기회를 줘선 안 된다!”

날카로운 화살들이 빗발치는 현장 속에서도 조인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냉철한 모습을 보였다.

평정심을 유지한 채,

대범한 모습을 보이면서 전황을 주도했다.

이성휘가 적의 예봉을 박살 내고 전열을 무너뜨렸다고는 해도 12만 대군은 사방을 포위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조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전투를 속행했다.

“공격하라!”

“놈들은 전의를 상실했다! 두려워할 것 없다!”

조조군이 공세를 이어 나갔다.

전열을 잃고 뿔뿔이 흩어진 동탁 군을 빠르게 제압하면서 선수를 빼앗았다.

속전속결로 적을 쓰러트려야 한다.

비록 지금은 저들이 오합지졸처럼 무너진 상황이지만 자칫 시간을 허비하면 재정비를 하여 반격을 꾀할 위험이 크다.

그래서 조인은 적들이 감히 재정비를 할 수 없도록 단번에 압살하려 했다.

“어림총사께서 적의 본진에 당도하셨어요!”

백마를 탄 흑발의 여인이 다가와 소식을 전달했다.

중랑장 장료였다.

그녀는 군세를 이끌고 있던 조인에게 승전보를 알려주었다.

선봉군을 대파한 이성휘가 적의 2군과 3군을 돌파한끝에 동탁이 지휘하는 4군마저 뚫어냈다. 도독 서영이 이끄는 5군이 아직 남아 있었지만 곧이어 이성휘에게 무너질 듯 보였다.

“동탁의 생사는 어찌 되었습니까.”

“지금 어림총사께서 쫓고 계신 모양이예요. 거기에 대해서는 아직 소식이 없지만… 낭보를 오기를 믿고 기다릴 수밖예요.”

낙양 전투에 종지부를 찍을 가장 중요한 요인이 바로 동탁의 죽음이었다.

그는 세력을 이끄는 군주이며,

또한 서량 군벌들을 아우르는 구심점이기도 했다.

동탁이 전투에서 목숨을 잃게 된다면 그 산하에 모인 서량 군벌들은 결국 무너지게 될 터. 또한 동탁에게 절대적으로 충성하는 십만 대군도 지휘를 상실한 채 자멸하리라.

“군사로부터 전언입니다!”

조인과 장료가 뿔뿔이 흩어지고 있는 서량의 십만 대군을 바라보면서 낭보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때,

순유가 보낸 전령이 도착했다.

“전열을 펼쳐 낙양을 포위하는 적들을 섬멸하라는 분부이십니다.”

전령의 말에 조인과 장료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에게는 물론,

마찬가지로 병마를 지휘하는 여포와 고순, 서황에게도 분부가 전달되었으리라.

전투가 펼쳐지기 전에 계획했던 대로 총공세를 펼칠 때였다.

“다시 진형을 수습하라!”

“지금부터 낙양을 포위하는 모든 적들을 격멸한다!”

일직선으로 동탁 군을 돌파하던 조조군 병력들이 전열을 재정비하기 시작했다.

3만의 군세가 진형을 바꿨다.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이면서 진형을 수습했다.

차륜(車輪)처럼 낙양을 크게 포위하는 동탁 군을 완전히 궤멸시키기 위한 총공세, 전열 변경은 기민하게 작전기동을 펼치기 위함이었다.

“나를 따르라!!”

금발을 늘어뜨린 여걸이 방천화극을 크게 휘두르면서 앞을 가로막는 동탁 군을 분쇄했다.

그 뒤를 병주 기병군단이 따르면서 도망치는 적들을 사정 없이 짓밟았다.

흙먼지를 자욱하게 일으키면서 지상을 유린하는 기병군단의 위용에 낙양을 포위하고 있던 차륜은 완전히 박살 나고 말았다.

“진격하라! 진격하라!”

“한나라의 수도를 유린했던 역적의 무리가다! 단 한 놈도 살려 두지 마라!!”

이성휘를 따르는 병력과 예비대를 제외한 모든 전력을 투입하여 공세를 시작했다.

순유와 가후가 고안한 책략답게,

낙양을 포위하고 있던 동탁 군 병력은 갑자기 측면을 공격받기 시작하자 와르르 무너졌다.

굴을 잃고 사분오열하여 흩어진 개미들을 두 발로 짓이기는 것처럼 조조 군은 압도적인 전력을 자랑하면서 몇 배가 많은 대군을 상대로 우위를 점했다.

“여, 여포다!”

“본대는 어찌 되었나! 상국 어르신께서는…!”

“중원제일 검에게 격멸되어 소식이 완전히 끊어졌습니다!”

동탁 군 병력들이 패주를 시작했다. 그리고 조조 군은 이들을 끝까지 추격하여 섬멸하려 했다.

놈들을 살려 둬선 안 된다.

전선에서 무사히 달아나면 다시 동탁을 의지하려고 할 터.

낙양을 불태우고 장안으로 도주했던 동탁 군 세력을 완전히 일소하기 위해서라도 이 전투에서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혀야 했다.

그것을 알고 있던 여포는 집요하게 추격을 이어 나가며 동탁 군의 후미를 처절하게 분쇄해 버렸다.

* * *

낙양 인근에 펼쳐진 드넓은 벌판은 이성휘가 전력을 발휘하기 가장 좋은 전장이었다.

또한 이성휘에게는 순유와 가후라는 뛰어난 명군사들이 있었기에 전력을 두 배, 세 배 이상으로 발휘하면서 전황을 주도할 수 있었다.

병력이 4배 차이가 나는 수적 열세를 완전히 극복할 정도의 저력을 가진 이성휘의 무력과 휘하 장수들의 용병술, 가후와 순유의 계책까지 더해지면서 12만 대군은 완패로 내몰리게 되었다.

“푸화악!”

“어서 뛰어들어라! 놈들이 온다!!”

여포와 조인의 추격에 쫓기던 동탁 군 병사들은 낙양 외곽을 가로지르고 있는 사수(汜水) 부근으로 내몰렸다.

큰 폭과 깊이를 자랑하는 사수로 내몰리게 된 동탁 군 병사들은 결국 날카로운 창검을 피해 깊은 강물로 몸을 던지고 말았다.

그리고 지옥이 펼쳐졌다.

가후와 순유의 계책으로 만들어진 ‘몰이사냥’은 수만 명에 달하는 동탁 군 병사들을 생사의 낭떠러지까지 내몰았다.

“놈들을 모두 사수에 처넣어라!”

“인정사정 봐줄 것 없다! 황실과 조정을 기만하고 낙양 백성들을 불바다에 빠트린 역적들이다!”

조조군 병사들은 실로 무자비했다.

낙양을 포위했던 동탁 군 병사들을 교묘하게 추격하여 사수 부근으로 내몬 뒤, 빼곡하게 밀집 상태를 이룬 채 배수진을 치고 있던 장졸들을 모두 강물로 밀어 넣었다.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무는 법이지만, 전의를 완전히 상실해 버린 쥐는 스스로 살기를 포기한다.

병사들 또한 다르지 않았다.

날카로운 창검에 찔려 유린당하느니 차라리 강물에 빠져죽겠다며 몸을 내던졌다.

동탁 군 병사들은 대부분 서량 출신이었기에 수영을 전혀 할 줄 몰랐다. 게다가 설령 수영할 줄 알더라도 물살이 거세기로 유명한 사수를 헤엄쳐 건넌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했다.

“미, 밀지 마!”

“놈들이 다가온다!!”

창검을 늘어뜨린 조조군 병력이 한 걸음씩 전진할 때마다 수백 명에 달하는 병사들이 강물에 빠져죽었다.

천천히.

그러면서 강하게.

날카로운 창검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본 병사들은 비명을 내지르면서 뒤를 가로막고 있던 전우를 힘껏 밀었다. 그리고 그 행동이 강물을 코앞에 두고 있던 전우들의 목숨을 빼앗았다.

“활을 쏴라.”

생존을 위해 발악하는 동탁 군의 모습을 본 서황은 망설임 없이 궁수부대를 배치했다.

그리고 궁수들에게 활을 쏘게 했다.

이윽고 날카로운 화살들이 빗발쳤다.

창검에 이어 화살마저 목숨을 위협해 오자 병사들은 더욱 거세게 뒤를 가로막고 있는 전우를 밀기 시작하면서 전멸을 앞당겼다.

“밀어라!”

“놈들을 더욱 거세게 밀어붙여라!”

시체들이 점점 쌓여 간 갔다.

수면 위에 둥둥 뜬 시체와

강바닥에 완전히 가라앉아버린 시체들.

무려 수만 명이 넘는 병력들이 몸을 내던졌기 때문일까. 깊이가 상당하고 물살이 거칠기로 유명한 사수가 이윽고 막혀 버렸다.

수만 구에 달하는 시쳇더미들로 인해 사수가 흐르지도 못할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이었다.

* * *

결사의 각오를 다지고서 앞을 막아섰던 단외와 근위병들을 모조리 도륙한 이성휘는 다시 동탁을 뒤쫓았다.

“어어억!!”

이성휘가 거의 따라잡았을 때,

동탁을 등에 태운 채 필사적으로 내달리던 한혈마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중원제일 검의 살의에 힘이 풀려 버린 탓일까.

하루에 천 리를 달린다는 한혈마가 겨우 1백 리도 도망치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한혈마의 등에 타고 있던 동탁은 흙먼지를 가득 뒤집어쓴 처참한 몰골이 되었다.

“어, 어르신!”

“상국 어르신이 쓰러지셨다!!”

바닥에 쓰러진 채 거친 기침을 토해내는 거구의 남성을 본 이유와 심복들이 크게 놀라 소리쳤다.

주군이 말에서 떨어졌다.

다리를 절뚝대는 것으로 볼 때 크게 다친 것 같았다.

고삐를 당기면서 말머리를 돌렸다. 바닥에 쓰러진 주군을 구하고자 달려가려던 이유는 뒤에서 맹렬하게 쫓아오고 있는 이성휘를 보고는 비명을 삼켜야 했다.

“이, 이놈!!”

머리부터 발끝까지 흙먼지를 뒤집어쓴 동탁은 지척에서 들린 말발굽 소리에 보검을 뽑아 들었다.

이대로 무력하게 죽을 순 없다.

한때 천하의 패권을 거머쥐었던 군주의 마지막 패기를 보여주겠다는 것처럼 중원제일 검을 향해 칼끝을 겨눴다.

“어서 주군을 구하라! 어서!!”

이유가 소리쳤다.

그에 심복들이 창검을 늘어뜨린 채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12만에 이르는 대군을 돌파해낸 만인지적의 괴물은 동탁의 목을 치기 위해서 검을 들어 올린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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