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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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는 강습과 철퇴를 반복하면서 사방을 포위한 동탁 군을 집요하게 괴롭혔다.
백 명에 이르는 결사대를 이끌며,
목책에 의지한 채 포위망을 펼치던 동탁 군 진영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난폭하게 검을 휘두르며 목책을 박살 내고 그 안으로 쳐들어가 장졸들을 몰살 시키는 중원제일 검의 무위에 동탁 군은 절멸적인 피해를 계속 떠안게 되었다.
“마, 막아라!”
“놈들은 겨우 백 명에 불과하다! 응전하라!!”
군영 안으로 침입한결사대의 맹공에 동탁 군이 창검을 치켜들면서 달려들었다.
이윽고 교전이 벌어졌다.
비명과 함께 금속음이 처절하게 울렸다.
치열한 사투 속에서 중원제일 검의 용맹은 더욱 빛을 발했다. 피칠갑한 채 수십 명에 달하는 병사들을 베어 버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동탁 군 병사들은 얼이 빠진 표정을 지으면서 뒷걸음질 치기 바빴다.
“괴, 괴물 같은 놈!”
“저기 사람이냐… 인두겁을 쓴 귀신이 분명하다!”
이섬과 고승이 굶주린 맹수처럼 크게 날뛰는 이성휘를 아연실색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고승은 숭산 전투에서 가까스로 생존한 장수였기 때문에 더욱 이성휘를 두려워할 수밖에 없었다.
병사들이 겁을 집어먹고 말았다.
벌벌 떨리는 두 손으로 창검을 쥔 채,
돌격 명령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었다.
“급습해온 적들을 공격하라!”
“겁먹지 마라! 적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군영을 난데없이 급습한 백 명의 결사대로 인해 피해가 가중되고 있었을 때,
마침내 구원부대가 도착했다.
위양군 동백과 휘하 장수들이 이끄는 부대였다.
중원제일 검이 백 명에 불과한결사대를 이끌고 군영을 급습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부리나케 달려왔다.
“노, 놈들이 도망친다!”
“빌어먹을 놈들을 당장 쫓아라!!”
다급한 증원 요청을 받고 몰려든 동탁 군의 정예부대들을 본 이성휘와 백 명의 결사대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등을 돌렸다.
그리고 철퇴를 시작했다.
난데없이 급습을 감행하여 수백 명에 달하는 병사들을 살육한 이성휘는 곧바로 낙양으로 퇴각했다.
“추격하라! 단 한 놈도 살려 두지 마라!!”
동백이 검을 뽑아 들면서 서량 기병군단에게 추격을 명령했다.
놈들은 겨우 백 명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군영에서 격전을 치르면서 다소 지친 상태이기도 했다.
뒤를 추격하여 격멸을 시도 한다면 중원제일 검의 숨통을 완전히 끊어 낼 수 있을 터였다.
“놈들이 사정권에 들어왔다!”
“역적의 주구들을 모조리 분멸하라!”
서량 기병군단이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이성휘를 뒤를 맹렬히 추격했다.
그리고 그를 예상한 듯,
여포와 장료가 이끄는 병력들이 출현했다.
창검을 늘어뜨린 채 앞을 가로막는 적들의 모습에 동백은 입술을 꾹 깨물면서 추격을 중지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본영에서 총공세 명령이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러서라!”
회색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소녀가 분개를 토해내면서 철퇴를 명령했다.
* * *
이성휘의 급습으로 동탁 군은 수백 명에 달하는 사상자를 떠안게 되었다.
겨우 백 명밖에 안 되는 병력에게,
천하에서 가장 막강한 전력을 보유한 세력이 꼴사나운 치욕을 당한 것이었다.
속수무책으로 당할 뿐이었다는 보고를 받게 된 동탁은 길길이 날뛰면서 광분을 토해냈다. 이성휘를 막지 못한 장수들은 물론, 겁을 집어먹고 뒷걸음질 쳤던 병사들까지 모두 목을 베어 버렸다.
“또… 또 그놈에게 수치를 당했단 말이냐…! 또 치욕을 당했단 말이더냐!!”
거구를 자랑하는 동탁이 휘하 장수들을 핏발 선 눈으로 노려보면서 이를 빠득 갈았다.
이런 쓸모없는 놈들!
밥이나 축낼 뿐인 벌레들 같으니!
어찌하여 번번이 중원제일 검이라는 놈에게 수모를 당해야 한단 말이냐!!
동탁은 무능하기 짝이 없는 부하들에게 욕지거리를 내뱉으면서도, 자기 휘하에 중원제일 검 같은 무장이 없는 것을 매우 애석하게 여겼다.
‘빌어먹을! 내 휘하에 그런 놈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이미 천하를 내 손아귀에 넣었을 것이다! 어찌하여 내 휘하에는 중원제일 검 같은 인재가 없단 말이더냐!!’
살의에 찬 시선으로 노려보자 좌우에 도열한 장수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 한심한 모습에 동탁은 더욱 격노하는 모습을 보였다.
12만에 이르는 대군을 동원하였건만,
중원제일 검을 능가하는 장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하나 같이 제 목숨을 챙기기 바쁜 버러지들만이 우글거릴 뿐이었다. 눈치를 보기 바쁜 장수들의 모습에 동탁은 강한 환멸을 느끼게 되었다.
“고정하십시오, 주군.”
도독(都督) 서영이 예를 취하며 말했다.
사예주 정벌의 총사령관을 맡은 무장의 만류에 동탁은 홧김에 찬 헛기침하면서 뒤로 물러섰다.
당장에라도 검을 뽑아 들 것만 같았던 동탁이 물러서자 장수들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중원제일 검이 두려워 뒤로 물러섰던 수많은 장정들이 목이 잘려 죽었기 때문에 장수들은 혹시라도 자신도 그렇게 될까 크게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제 곧 총력전을 앞두고 있지 않습니까? 일단 지금은 결전에 사력을 다 할 때입니다.”
이유의 말에 동탁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총력전.
이제 12만 대군을 모두 투입하여 결전을 벌이고자 했다.
자신이 가장 총애하던 사위와 장수의 목을 벤 이성휘를 참살하는 것은 물론, 낙양에서 반란을 일으키고서 관동 제후들에게 투항해 버린 더러운 변절자들에게 철퇴를 가할 때였다.
“이성휘, 여포…. 내 반드시 그 연놈들을 죽인 뒤에 부하들의 영전으로 가 억울한 넋을 달랠 것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부하들이 목숨을 잃었다.
우보. 북호적아. 장룡. 호진. 왕방. 화웅.
이몽. 번조.
광활한 서량 벌판을 누비면서 용맹과 기개를 떨쳤던 호걸들의 모습을 떠올린 동탁은 중원제일 검이 버티고 있는 낙양을 무너뜨려 길고 긴 악연을 끝내겠노라고 다짐했다.
실로 지독한 악연이 아닌가.
수많은 부하들을 벤 원수가,
자신이 잿더미로 만들었던 낙양에서 버티고 있다.
단 한 번도 운명이라는 것을 믿어본 적 없는 동탁이었지만, 만약 운명이 존재한다면 필시 이 전투야말로 하늘이 정한 악연일 것이라고 여겼다.
“주군!”
군영을 경계하던 호봉이 예를 취하면서 다급한 소식을 전했다.
“다시 이성휘가 병력을 이끌고 군영을 급습했습니다! 아까 전과 마찬가지로 백 명의 소규모 부대를 이끌고 왔습니다!”
이성휘가 재차 급습을 가해 왔다.
성질을 긁다 못해,
화병에 걸려 죽도록 유도하기라도 하듯 백 명의 결사대를 이끌고 재차 군영을 급습했다.
부하 호봉에게 그 소식을 들은 동탁은 검을 뽑아 들면서 바닥을 내리쳤다. 보검이 바닥을 내리치자, 부하들은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온몸을 바르르 떨었다.
“이런 육시랄 놈─!! 진군을 잠시 멈추는 한이 있더라도 놈을 죽여야겠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만약 이번에도 놈을 놓친다면 천하가 이 동중영을 비웃을 게 틀림없다!
개처럼 꼴사납게 달아날 뿐이라며,
패전만 당할 뿐인 우리 군을 힐난하고 조롱할 것이 분명했다.
“뭣들 하느냐! 당장 나가서 놈을 죽여라! 죽이란 말이다!! 어떻게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성휘를 갈기갈기 찢어 죽여라!!”
두 손으로 칼자루를 쥐고 있던 동탁이 광인처럼 두 눈을 부릅뜨며 장수들을 향해 소리쳤다.
조금이라도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면 당장에라도 보검을 휘둘러 목을 쳐 버릴 것만 같았다.
그에 장수들은 앞다투어 바깥으로 나섰다.
* * *
이성휘는 백 명의 결사대와 함께 동탁 군을 집요하게 괴롭혔다.
무려 사흘 밤낮으로 동탁 군의 군영을 급습하여 절멸적인 피해를 입히면서 군중을 술렁이게 만들었다.
물론 접전이 계속 이어질 수록 결사대로 나선 병사들 또한 쓰러지기 시작했지만, 그때마다 이성휘는 인원을 보충하면서 급습을 반복해나갔다.
“진군하라! 진군하라!!”
“배신과 변절을 반복해온 병주 촌놈들에게 복수를 해주자!!”
사흘 동안 급습에 시달려야 했던 동탁 군은 전열을 가다듬은 뒤에 총력전에 돌입했다.
동탁은 모든 병력을 총동원했다.
얼마나 동탁이 이성휘를 경계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하는 맹수처럼 낙양에 주둔하는 3만의 병력을 짓밟아버리기 위해 동탁은 12만에 이르는 대군을 모두 투입시켰다.
두웅─!!
둥둥둥둥둥둥둥둥둥둥둥───!!!
북이 쉴 새 없이 울렸다.
병사들의 가슴을 고양시키며,
진군을 알리는 것과 동시에 전의를 일으켰다.
천하를 제패하기 위해 출진한 병력들의 위용을 뽐내듯이 고각소리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선봉에 서게 되었다고 하여 동요하지 마라. 우리들의 뒤에는 12만 대군이 있다!”
선봉에 선 중랑장 장제가 긴장된 표정을 짓고 있던 장수들을 향해 소리쳤다.
조카 장수의 호위를 받으면서 선봉을 지휘하던 장제는 지난 굴욕들을 상기하면서 이번에야말로 중원제일 검의 숨통을 끊어 버리겠다며 검을 뽑았다.
“전황이 불리해질 것 같으면 후대(後隊)를 지휘하는 위양군에게 당장 지원을 요청해라. 서량 기병군단을 이끄는 이각과 곽사가 신속하게 달려올 것이다.”
“알겠습니다. 숙부님.”
동탁 군은 중원제일 검을 대적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춘 상태였다.
도독 서영이 지휘를 담당하고 있으며,
낭중령 이유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군략들을 마련했다.
또한 강족과 저족의 용맹한 전사들이 예봉을 맡고 있었으므로 장제는 이번에야말로 중원제일 검의 그 불쾌한 명성이 땅에 짓밟히게 될 것이라고 여겼다.
“전군!”
선봉장 장제가 검을 치켜들었다.
이윽고 명령을 내리려는 순간,
먼저 낙양에 주둔하고 있던 군세가 움직였다.
중원제일 검이 직접 선두에 서서 이끄는 3만의 군세가 마침내 전면전에 나선 것이었다. 폐허를 가로지르면서 모습을 드러내는 군세를 목격한 장제는 놀랄 겨를도 없이 응전을 명령했다.
“서량의 역신들을 처단하라.”
12만에 이르는 동탁 군을 사흘 밤낮에 걸쳐 괴롭혔던 악몽이 검을 빼 들었다.
동탁 군이 전군을 동원하여 총력전을 벌이리라는 것을 짐작하고 반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3만 병력과 12만 대군의 격돌,
총력전이 발발하기를 기다린 이성휘는 적들의 공세가 시작되었을 때를 노려 곧바로 역공을 감행했다.
‘설령 우리 선봉이 무너지더라도 이각과 곽사가 지휘하는 병력이 뒤를 받쳐주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마등과 한수의 3대가, 다음에는 주군께서 직접 병마들을 지휘하고 계신다…! 고작해야 3만 밖에 안 되는 적들은 열세를 이기지 못한 채 낙양에서 무너지게 되리라!’
선봉을 직접 이끄는 중원제일 검이 검을 치켜들고 있는 모습에 위압감을 느낀 걸까.
선봉장 장제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면서 승세는 자신들에게 있노라고 되뇌었다.
우리는 몇 배나 많은 대군이다.
수적 우위를 동원하여 적들을 압살할 것이라며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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