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225화 (225/616)

225화

===========================

동탁 군이 10만의 병력을 동원했다.

그리고 강족과 저족,

한양군(漢陽郡)과 안정군(安定郡)에 주둔하고 있던 마등과 한수의 병력까지 가세하면서 2만이 합류했다.

도합 12만의 대군이 거센 노도처럼 사예주를 장악하기 시작하면서 조조 군은 풍전등화나 다름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전선에서 올라온 급보입니다! 동관에서 출격한 동탁의 병력이 무려… 12만에 이른다고 합니다!”

척후병들을 이끌고 사예주 전선을 수색하고 돌아온 하후연이 다급함에 찬 목소리로 보고했다.

동탁 군의 병력은 무려 12만.

낙양에 주둔하는 아군 병력을 겹겹히 포위하기 시작했다.

형양 방면의 길목들이 모두 동탁 군의 손아귀에 장악된 것을 목격한 하후연은 이성휘가 사면초가에 내몰렸음을 알렸다.

“이건 전면전입니다! 동탁은 지난 수개월 동안 침공을 준비했음이 분명합니다!”

상아색 머리카락을 탐스럽게 늘어뜨린 여인이 경악에 젖은 목소리로 외쳤다.

사예주의 패권을 탈환하기 위한 전면전.

분명 총력을 동원한 게 틀림없었다.

총력전을 벌여 폐허가 된 낙양과 사예주 3군을 다시 세력권에 두려는 의도였다.

“제 생각 또한 그렇습니다, 명부. 12만에 육박하는 대군을 출병시켰다면 계속 와신상담하며 상경군을 준비했을 게 틀림없습니다.”

동탁의 목적은 영광을 되찾는 것.

중원 지역으로 다시 세력권을 확장하여 천하의 패권에 도전하려는 의도가 확연하게 보였다.

그저 ‘침략’일 뿐이라고 예상했던 추측이 크게 빗나가고 말았다.

동탁의 목적은 점령.

사예주를 주축으로 중원 지역을 도모하려 하고 있었다.

장안에 눌러앉은 채 죽을 때까지 안주만 누릴 것으로 생각했던 판단 또한 틀리고 말았다.

동탁은 여전히 천하를 향한 야망을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12만 대군을 이끌고 상경군을 일으킨 것이리라.

“그럼 어서 지방관들에게 지원을….”

“원술! 이 빌어먹을 놈은 남양군에서 대체 뭘 하고 있단 말인가!”

“예주를 두고 결판을 벌였던 원술군이 우리를 도와주려 하겠습니까? 원술이 속 좁은 소인배라는 사실은 천하가 아는 일이 아닙니까.”

동탁 군이 12만에 달하는 대군을 일으켰다는 소식에 장수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과거에 비해 크게 쇠퇴했으나,

동탁 군이 천하에서 가장 막강한 전력을 보유한 세력이라는 사실은 변함없었다.

거기에 난폭하고 사납기로 악명 높은 강족과 저족의 군사들이, 서량의 군벌들까지 합세하여 동탁을 돕고 있었으니 승산은 더욱 희박해졌다.

“원양, 집결 준비는 어떻게 됐나! 당장 군세를 이끌고 출정하겠다!”

사예주로 먼저 출정한 이성휘가 사면초가에 내몰리게 되었다는 하후연의 보고에 다급함을 느낀 걸까.

조조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에 하후돈이 착잡한 표정을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연주성의 병력을 필두로 전선의 병력들이 속속히 집결하긴 했는데… 3만 밖에 되지 않아. 나머지 병력들은 급히 연주성으로 오고 있는 중이야.”

“3만이면 충분하다!”

하후돈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조조는 일단 연주성에 집결한 3만의 병력이라도 이끌고 사예주로 출정하겠노라고 외쳤다.

추측이 빗나가고 말았다.

동탁 군의 목적이 천하의 패권을 다시 장악하기 위한 정벌이었다면 절대로 부관을 먼저 출전시키진 않았을 것이다.

빌어먹을.

나지막이 욕지거리를 중얼거렸다.

“원양, 선봉을 맡기겠다. 묘재는 연주성에 남아 후속병력을 이끌고 합류하라!”

하후돈, 하후연 남매에게 명령을 내린 조조는 좌우 장수들을 거느린 채 3만의 병력을 이끌고 출정했다.

갈 길이 멀다.

조조는 강행군을 명령하며 진군을 서둘렀다.

형양 방면에 주둔하는 동탁 군의 정예 병력들을 격파하여 길을 확보한 뒤, 동탁 군에게 포위된 이성휘와 합류하려 했다.

* * *

전운은 풍전등화와 같았다.

12만 대군은 포위를 끝냈으며,

궁지에 몰린 아군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줄 지원군은 어디에도 없었다.

사태의 급박함을 들은 조조는 신속하게 3만의 군세를 이끌고 출정했지만, 계속 박차를 가하면서 강행군을 감행하더라도 사예주 전선에 도착하기까지는 나흘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장졸들의 사기는 어떤가?”

이성휘가 물었다.

그에 장료가 답했다.

“병주의 장졸들은 그 어떤 절체절명의 위기에도 전의를 잃지 않습니다. 최후의 1인까지 어림총사를 위해 목숨을 바칠 거예요.”

전황의 불리함을 휘하 장졸들이 모를 리 없었다.

퇴로는 이미 끊어졌으며,

또한 사방이 모두 동탁 군에게 포위당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병주군은 전의를 불태우면서 이성휘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동탁 군의 숨통을 끊어 버리겠다며 복수의 칼날을 갈았다.

“그렇습니다!”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학맹과 위속, 성렴 등의 장수들이 어서 출격 명령을 내려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비록 적들은 12만 대군이나,

사면초가에 내몰렸음에도 결코 두렵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중원제일 검이 있다. 이성휘의 무위와 용맹을 흠모하고 있던 병주의 장졸들은 결사의 각오를 품었다. 장졸들 중 어느 누구도 이성휘의 결단에 의심하는 자가 없었다.

“너는 이 여봉선을 결투에서 정정당당하게 이긴 무인이니까. 네가 앞으로도 계속 우리들의 우상으로 남아준다면… 우리는 네게 끝까지 충성을 바치겠어.”

금발을 늘어뜨린 여걸이 결연함에 찬 표정을 지으면서 이성휘에게 맹세를 전했다.

끝까지 너를 따르겠다.

너는 우리에게 기회를 주었으니까.

배신자의 오명을 벗고 황실과 조정에 귀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중원제일 검은 목숨을 다해 은혜를 갚아야 할 대상이었으며, 또한 충성을 맹세한 주군이기도 했다.

여포와 장료는 이성휘를 진심으로 믿고 따르고 있었다. 또한 휘하의 장졸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림총사, 준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어서 말에 오르시지요.”

“감사합니다, 자효 님.”

흑발의 여인이 한 손으로 고삐를 잡아당기면서 이성휘의 말을 끌고 왔다.

조인에게 감사를 전한 이성휘는 허리에 검을 차고는 말에 훌쩍 올랐다.

“부디 무운을 빌겠습니다.”

“예.”

간절한 염려가 담긴 조인의 말에 대답한 이성휘는 곧바로 박차를 가하면서 달려 나갔다.

그 뒤를 100기의 기병들이 호위했다.

* * *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고요한 적막을 이어 나갈 뿐인 조조 군의 동태에 동탁 군 장수들은 의구심을 감추지 못했다.

자포자기를 한 것인가.

아니면 노리고 있는 바가 있는 것인가.

군사행동에 일절 나지 않는 조조 군의 모습에 이유는 목에 생선뼈가 걸린 듯한 꺼림칙함을 감추지 못했다. 적들의 의도를 전혀 헤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체 뭘 꾸미고 있는 것이냐!’

자신을 배반하고 조조 군에게 빌붙은 독부를 떠올리던 이유는 책상을 강하게 내리치면서 분기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도저히 그 속내를 간파할 수가 없었다.

적들은 스스로 궁지에 내몰렸다.

하내군이 아닌 낙양에 진을 치면서 고립되기를 유도했다.

혹시 일전을 꾀하려는 속셈인가, 라고 잠시 추측해 보았지만 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조조 군의 모습에 의심암귀만 깊어질 뿐이었다.

“내일 당장 공격을 명령할 것일세! 적들이 무슨 꿍꿍이를 품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제아무리 발악한다고 한들, 결국 당랑거철(螳螂拒轍)에 불과하지 않겠는가!”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고심에 찬 모습을 보이는 사위를 향해 동탁이 말했다.

아군은 무려 12만 대군이다.

고작해야 3만 밖에 안 되는 군세는 제 분수도 모르고 강자에게 도전하는 승냥이에 불과했다.

적들이 낙양에 주둔하고 있다고는 하나, 낙양은 성벽과 시가지가 모두 무너진 폐허에 불과했다. 공세를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 아무것도 없는 낙양에 주둔한 채 꺼림칙한 침묵만을 이어 나가고 있는 적들을 두려워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예, 어르신의 말씀대로입니다.”

고심과 우려를 거듭하면서 낙양 포위망을 형성하던 이유는 마침내 동탁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적들의 몇 배에 달하는 병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중원제일 검의 무력과 용맹이 뛰어난 것은 분명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지만, 그도 결국 인간인 이상 수적 우위에 무너질 수밖에 없을 터였다.

“어, 어르신!!”

동탁과 이유가 총공세를 의논하고 있을 때,

동중랑장 동월이 군막을 걷으면서 급히 안으로 들어왔다.

“중원제일 검이 직접 군사를 이끌고 군진을 급습했습니다!”

“놈이 기어코 쳐들어왔단 말이냐!”

이성휘가 군세를 이끌고 기습할 것을 미리 예견하고 있었는지 동월의 보고에 동탁은 거친 코웃음을 치면서 보검을 치켜들었다.

놈의 속셈은 훤히 꿰뚫고 있었다.

일신의 무력과 용맹을 자랑하는 장수는 항상 기습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중원제일 검의 공격에 대비하여 만반의 준비를 갖춰두었기에 동탁은 이번 기회에 스스로 올가미 안으로 들어온 호랑이를 때려잡겠다며 호기로운 모습을 보였다.

“허, 헌데 그것이….”

보검을 치켜든 동탁의 모습을 보던 동월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말끝을 흐렸다.

“아군 군영을 급습한 병력이 겨우 백 명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배, 백 명…? 그건 또 무슨 해괴한 소리냐!”

오랜 침묵을 깬 이성휘가 급습에 가용한 병력이 불과 백 명밖에 안 된다는 동월의 말에 동탁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럴 리가 없다! 당장 전군을 동원하여 적의 급습에 대비하도록 하라!”

“알겠습니다, 어르신!”

서량 제일의 맹장을 단칼에 베어 버린 이성휘의 무위를 떠올린 동탁은 쩌렁쩌렁한목소리로 전군에 비상을 내렸다.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