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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220화 (220/616)

22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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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 제후의 맹공에 연전연패를 당한 동탁이 낙양에 불을 지르고 장안으로 철퇴한 이후,

사예주 백성들은 모든 기반들을 잿더미로 만든 동탁을 크게 증오하고 원망하면서도, 그 끔찍한 역적이 서량과 인접한 삼보(三輔) 지역으로 도망친 것을 매우 다행스럽게 여겼다.

끔찍한 악몽이 물러났다.

두 번 다시 악몽은 재림하지 않을 터.

중원제일 검의 위세에 혼비백산하듯 도망쳤던 동탁은 관서(關西) 지역에 틀어박힌 채 죽을 때까지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사예주 백성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백성들이여, 우리를 맞이하라!”

“사내놈은 도살하고 계집들은 취해라! 창고에 있는 재물들을 한 톨도 남김없이 빼앗아라!”

서쪽으로 물러났던 악몽이 다시금 사예주 백성들을 유린하기 시작했다.

악몽의 재림을 선언하듯,

동관(潼關)에서 진출한 5만 명의 동탁 군 군세는 서량의 위풍당당한 위용을 과시하면서 홍농군(洪農郡)을 급습했다.

동탁 군이 이제 오지 않을 것이라며 안도했던 홍농군 백성들은 수개월 만에 다시금 동탁의 끔찍했던 폭정을 떠올리게 되었다.

“서, 서쪽에서 놈들이 왔다!”

“동탁 군이다! 동탁이 관중으로 다시 돌아왔다!”

불길이 치솟았다.

백성들의 비명이 찢어질 듯 울려 퍼졌다.

동탁 군이,

동탁 군이 돌아왔다.

천하를 유린하고 사예주를 잿더미로 만들었던 악몽이 수개월 만에 정적을 깨고 돌아온 것이다.

“게섯거라!”

“그하핫! 어딜 도망치느냐!”

기병들이 날카로운 창을 치켜든 채 등을 보이며 도망치던 백성들의 뒤를 쫓았다.

마치 사냥을 하듯,

동탁 군 기병들은 큭큭 웃음을 터트리면서 아연실색한 채 도망치는 백성들을 유린했다.

사예주에서 겪었던 굴욕적인 패배를 대신 화풀이하려는 것처럼 동탁 군은 홍농군을 쑥대밭으로 만들면서 다시금 악명을 떨치기 시작했다.

“위양군.”

수만 명에 이르는 백성들이 무자비하게 살육당하는 모습을 무덤덤하게 바라보고 있던 소녀를 향해 정찰을 나섰던 무관이 돌아왔다.

화려한 갑주를 걸쳐 입은 회색 머리카락의 소녀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응답했다.

“남양군에 별다른 움직임은 없습니다. 아군을 요격할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역시 여남원씨 가문의 머저리 공자군요.”

관서로 물러났던 아군이 다시 관중으로 진출했다는 소식이 사예주와 인접한 남양군에 전해졌을 터.

그런데도 원술은 군세를 움직이지 않았다.

혹시라도 불똥이 튈까,

원술은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어코 동탁 군이 관동 제후들의 편에 섰던 자신에게 복수하기 위해 돌아온 것이라며, 원술은 남양군의 무리들을 이끌고 구강군(九江郡)으로 거점을 옮기려는 생각 마저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를 막아설 유일한 적수는….”

회색 머리카락의 소녀가 고개를 돌리면서 동쪽 너머로 보이는 지평선을 응시했다.

연주에 이어 예주까지 제패한 조조군.

토벌전에서 괄목할 승리를 거둔 뒤,

조조 군은 빠르게 세력을 확장하고 전력을 증강하면서 중원의 패자로 군림하기 시작했다.

5만에 달하는 군세를 이끌고 관중으로 진출한 위양군(渭陽君) 동백은 필시 조조군이 자신들의 앞을 또다시 막아설 것이라고 여겼다.

조조.

이성휘.

농서동씨 가문이 다시금 천하를 제패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그 두 적수들을 꺾어야 했다.

“사정 없이 짓밟아라!”

“전군은 홍농군을 넘으라!”

동탁과 동맹을 맺고 군세에 참전하게 된 서량의 군벌들이 검을 휘두르며 홍농군을 위협했다.

그들은 서량에서 반란군을 이끌고 거병을 주도했던 군벌로, 변방의 반란군 수괴였던 그들은 황실로부터 사면을 받는 것을 조건으로 동탁 군에 가세하게 되었다.

“다음은 하동군으로 간다!”

“속도를 높여라! 절대로 마등에게 뒤처지지 마라!”

동탁으로부터 정서장군(征西將軍), 진서장군(鎭西將軍)에 임명된 마등과 한수는 서로 경쟁하듯 휘하 군세를 재촉하면서 하동군으로 말머리를 틀었다.

놈에게 절대로 질 수 없다.

마등과 한수는 동맹과 반목을 반복해온 관계였기에 동탁 군의 군문에 머리를 조아렸음에도 끊임없이 다투는 모습을 보였다.

“저러다 결국 둘 사이에 분쟁이 벌어지지 않겠습니까? 저들을 어서 중재해야 합니다!”

무관이 말했다.

그에 동백이 고개를 저었다.

“무릇 사냥개들을 기를 때는 사냥꾼이 의도적으로 경쟁을 부추기는 법이죠. 그래야 혈안이 되어 더 큰 사냥감을 가져올 테니까요.”

관직을 받고 충성을 맹세해온 마등과 한수를 사냥개에 비유한 동백은 저들이 사냥꾼에 내미는 큼지막한 고깃덩이에 혈안이 된 한, 결코 자신들을 배신할 리는 없다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 * *

동탁 군이 동관을 넘었다는 소식을 뒤늦게 입수하게 된 조조 군은 곧바로 비상령을 내렸다.

놈들이 결국 움직였다.

피투성이가 된 채 서쪽으로 도망쳤던 맹수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동탁의 주구들이 홍농군을 습격했다는 소식을 들은 조조는 혹시라도 관중이 다시 동탁 군의 손아귀에 넘어가지 않을까, 그것을 깊이 우려 했다.

“명부, 홍농군이 무너졌다면 다음은 분명 하동군일 겁니다. 그리고 다음은… 낙양과 하내군이 되겠지요.”

낙양은 빈껍데기조차 남지 않은 폐허가 되어 버렸지만 하내군은 아직 건재했다.

홍농군. 하동군. 하내군.

사예주 3군이 동탁 군의 표적이 될 터였다.

진궁은 관서와 인접한 홍농군과 하동군이 동탁에게 침략을 당하는 것은 막지 못했지만, 하내군만큼은 어떻게든 막아 내야 한다며 군세를 일으킬 것을 촉구했다.

“군세를 규합하는데 얼마나 걸리겠나?”

“한 달 정도는 걸리겠지.”

조조의 물음에 하후돈이 답했다.

서주 공격이 종결된 이후,

5만에 이르던 군세는 다시 전역으로 흩어졌다.

조조군 병력은 서주 팽성에서 대규모 전투를 치른 뒤에 휴식기에 돌입한 상태였으므로 당장 군세를 소집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다면 제가 예주 전선의 군세를 지휘하여 사예주로 출진하겠습니다. 전선에 주둔하는 병력들은 곧바로 가용할 수 있을 겁니다.”

연주 병력의 집결에 한 달이 소요될 것이라는 하후돈의 말에 조조가 침음을 흘리고 있을 때,

옆에 앉은 이성휘가 말했다.

그에 순유와 가후가 말을 덧붙였다.

“지금 3만의 병력이 영천군(穎川郡)에 주둔하고 있습니다. 즉시 동원할 수 있습니다.”

“영천군은 사예주와 인접한 곳이니 동탁 군보다 먼저 하내군에 도달할 수 있사옵니다.”

여포와 장료가 이끄는 병주군을 위시한 예주 전선의 병력은 전투에 능한 정예군이다.

신속하게 전선에 투입할 수 있으며,

또한 전선에 투입되자마자 능히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순유와 가후의 말에 순욱과 곽가는 예주 전선의 병력을 동원하여 사예주를 침공하려는 동탁 군을 물리칠 것을 촉구했다.

“…가능하겠는가?”

“물론입니다.”

조조의 물음에 이성휘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동탁 군이 준동을 시작했다.

그 급보를 들은 이성휘는 자신이 나서야 할 상황임을 직감하고 있었다.

숭산에서 대승을 거둬낸 것처럼,

동탁을 따르던 여섯 장수들을 효수했듯이,

이번에야말로 동탁을 죽여 후환을 끊어 낼 것이다.

* * *

이성휘는 조조와 함께 패국조씨 가문의 본가로 가 장인어른을 설득하겠다는 계획을 포기한 채, 예주 전선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서둘렀다.

지금은 동탁 군이 우선이다.

그렇기에 장인어른으로부터 어엿한 사윗감으로 인정받는 일은 뒤로 미루기로 했다.

순유, 가후와 함께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주군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내 반드시 연주성에서 군세를 모아 사예주로 진군할 터이니.”

“예, 알겠습니다.”

주군의 말에 예를 취하면서 고개를 끄덕인 이성휘는 걱정으로 물든 흑발의 여인을 보고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숭산에서 놈들을 모두 궤멸시키지 않았습니까.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놈들을 모두 궤멸하여 사예주를 바치겠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귀관의 안전일세.”

조조가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그녀의 진심 어린 대답을 들은 이성휘는 손을 들어 올리면서 홍조가 그려진 새하얀 뺨을 쓰다듬었다.

부드럽고 따스했다.

자기 뺨을 쓰다듬은 손길에 조조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손을 맞잡았다.

“무사히 동탁 군을 몰아낸다면… 내 귀관의 부탁을 무엇이든 들어 주겠네.”

“감읍한 말씀입니다.”

이성휘가 웃음을 터트렸다.

무엇이든 들어 주겠다는 제안에,

오히려 그녀가 흑심을 가득 품고 있는 것 같았다.

동탁은 천하의 만민으로부터 증오와 규탄을 한 몸에 받는 만고의 역적이다. 낙양을 불태웠던 만고의 역적을 다시 서쪽으로 몰아낸다면 장인어른으로부터 그 공을 인정받을 수 있을 터.

외동딸에 이어 조카딸과도 혼인을 하고 싶다는 간청에 미운털이 제대로 박혀 버렸지만 다시 한번 동탁 군을 몰아내는 기염을 토해낸다면 패국조씨 가문으로부터 결국 승낙을 받아 낼 수 있을 것이었다.

“…반드시 인정받을 겁니다.”

장밋빛으로 물든 붉은 눈동자를 응시하면서 근엄한목소리로 호언했다.

* * *

딸과 예비 사위가 혼인을 허락받기 위해 본가로 올 것이라는 연통을 받은 조숭은 정좌한 채 기다렸다.

그러나 딸도, 예비 사위도 오지 않았다.

어떻게 사위에게 말해야 할까.

당장에라도 이성휘를 사위로 맞이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으면서 애써 근엄한 모습을 보이던 조숭은 딸과 사위의 방문 계획이 철회되었다는 말에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딸과 예비 사위 앞에서 패국조씨 가문의 위엄을 과시하는 일장 연설을 할 계획이었건만, 그것이 모두 수포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아버지! 동탁이 군세를 일으켰다고 합니다! 매형께서 군세를 이끌고 출정하기 위해 전선으로 급히 떠나셨습니다!”

“도, 동탁이 군사를 일으켰단 말이냐! 낙양을 잿더미로 만든 그 역적이!!”

낙양은 조숭이 나고 자란 고향이며,

또한 양아버지와 보낸 그리운 추억이 가득한 장소이기도 했다.

그런 낙양을 잿더미로 만들어 버린 동탁을 예전부터 증오해온 조숭은 만고의 역적이 다시 군세를 일으켰다는 급보에 격노를 금치 못했다.

“그럼 사위는 동탁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방문을 취소한 게로구나.”

“예, 그럴 겁니다. 한시가 급한 상황이니까요.”

“과연 중원제일 검이다…! 사내대장부라면 응당 사적인 일보다 공적인 일을 먼저 생각해야지!”

갑자기 딸과 사위의 방문 계획이 철회되었다는 소식에 실망과 허탈함을 금할 수 없었으나,

예비 사위가 만고의 역적을 처단하기 위해 전선으로 출전했다는 뒤이은 소식에 조숭은 그 결정에 찬사를 보냈다.

“소식 들었습니다, 당숙 어르신!”

“중원제일 검이 동탁을 막기 위해 전선으로 출정했다지요!”

연주성에 날아든 급보를 전해 들었는지,

패국조씨 가문의 원로들이 급히 본가로 달려왔다.

그에 조숭은 근엄한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숭산을 시산혈해로 물들여 동탁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우리 사위가 아닌가! 필시 이번 전쟁에서 동탁의 수급을 들고 연주성으로 돌아올 것일세!”

우리 사위는 동탁이 가장 두려워하는 맹장이다.

사위라면 능히 해낼 것이다.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개선할 것이 틀림없었다.

하나뿐인 딸과 조카딸까지 주어 중원제일 검을 패국조씨 가문의 데릴사위로 삼을 수 있는 훌륭한 명분이 주어지게 되었음에 조숭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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