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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216화 (216/616)

2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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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숭은 예비 사위가 곧 예주 전선으로 다시 떠난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상심한 상태였다.

물론 장수의 본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전선을 듬직하게 사수하는 것이 마땅하겠으나, 함께 떠났던 사냥과 낚시가 너무도 즐거웠기에 아쉬움을 금할 수 없었다.

이성휘를 아들로 여겼다.

사위가 곧 아들이 아니겠는가?

단기필마로 흉수들과 싸워 멸족당할 뻔한 패국조씨 가문을 구원한 이성휘는 이미 데릴사위로 낙점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혼례는 어찌 되었습니까?”

“당숙 어르신, 중원제일 검의 무명을 자랑하는 어림총사를 사위로 두게 된다면 우리 패국조씨 가문의 명성이 하늘을 찌르게 될 겁니다!”

패국조씨 가문의 방계 원로들이 찾아와 조숭과 혼담에 대해 상의했다.

물론 그 혼담은 중원제일 검을 패국조씨 가문의 데릴사위로 삼아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이성휘의 도움으로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회생할 수 있었던 패국조씨 가문의 원로들은 모두 혼담에 적극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가문과 일가의 목숨을 구했으며,

또한 황실과 조정을 몇 번이고 구해 냈던 일기당천의 맹장이었으므로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 또한 그대들과 생각이 같네. 혼담은 내 기필코 성사시킬 것이니 그대들은 아무 염려 말게나.”

조숭이 두 눈으로 총기를 발하면서 입을 열었다.

반드시 중원제일 검을 패국조씨 가문의 데릴사위로 둘 것을 원로들 앞에서 호언했다.

하나뿐인 외동딸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상대가 아니던가.

이성휘의 무위와 명성을 높게 평가하여 데릴사위로 두려는 원로들과는 달리, 조숭은 딸이 진심으로 이성휘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에 중점을 뒀다.

조숭은 딸에게 가문의 실리와 이해관계를 통한 정략혼인을 절대로 강요하지 않겠다고 언젠가 맹세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

내당(內堂)에서 가로회의가 진행되고 있었을 때,

아들 조덕이 상석에 앉아 원로들과 혼담을 의논하던 조숭에게 다가왔다.

“매형이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사위가 말이냐?”

혼담의 두 주인공들 중 한 명인 예비 사위가 행차했다는 말에 조숭이 두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그에 조덕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내일 예주 전선으로 떠나기 전에 긴히 전할 말이 있다고 합니다.”

“지금 사위는 어디 있느냐?”

“시녀들에게 명하여 응접실로 정중히 모셨습니다.”

“그래, 내 그리로 가마.”

소식을 들은 조숭은 가로회의를 파한 다음에 원로들을 물렸다.

그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예비 사위가 있는 응접실을 향해 바쁜 걸음으로 이동했다. 반가운 사위가 왔다는 소식에 발이 저절로 움직이는 듯했다.

“기별도 없이 찾아와 죄송합니다, 어르신.”

응접실에 머물고 있던 이성휘가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낸 조숭에게 무릎을 꿇은 채 예를 취하며 인사했다.

듬직하고 성실한 예비 사위의 모습에 어깨가 으쓱해졌는지 조숭은 인자한 웃음을 지으면서 두 팔 벌려 이성휘를 환대해주었다.

“이 가택이 곧 자네의 가택인데 어찌 내외를 따지겠는가? 부디 내 집에 왔다고 생각하게.”

허허 웃으면서 은근슬쩍 예비 사위에게 흑심을 내비친 조숭은 맞은편 상석에 앉아 패국조씨 가문을 급히 찾아온 용무를 들으려 했다.

“전선으로 복귀하기 전에…, 어르신에게 간곡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말하게나.”

조숭이 손을 뻗으며 말했다.

무슨 부탁이든 좋으니 마음 놓고 말해도 좋다는 배려심 담긴 몸짓이었다.

그 말에 힘을 얻었는지,

고개를 잠시 숙였던 이성휘가 조숭을 응시하며 재차 입을 열었다.

“제게 따님을 주십시오.”

“우음!!”

다부진 모습과 함께 직설적으로 딸을 내어 줄 것을 간청하는 이성휘의 행동에 조숭은 강렬한 침음을 토해냈다.

눈앞이 번쩍하는 듯했다.

벼락이 떨어진 것처럼 온몸이 떨렸다.

설마 예비 사위가 이렇게 정공으로 요청을 해 올 줄이야.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면서 정중하게 간청하는 이성휘의 모습에 조숭은 형용할 수 없는 깊은 격정에 휩싸이게 되었다.

“우, 우리 아만을 말인가?”

“감히 건방지게 말씀을 올렸습니다만… 어르신에게 정식으로 혼례를 전제로 한 교제를 허락받고 싶습니다. 저에게 패국조씨 가문의 데릴사위가 되는 영광을 부디 주시지 않겠습니까.”

이성휘의 뒤이은 발언에 조숭은 당장에라도 혼절할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이게 정녕,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란 말인가.

만부부당(萬夫不當)으로 천하를 벌벌 떨게 하였던 중원제일 검이 무릎을 꿇고 예를 취하면서 패국조씨 가문의 데릴사위가 되기를 간청하고 있었다.

“그리고….”

황망함에 찬 표정을 짓고 있는 조숭을 향해 이성휘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 * *

조조는 곧 이성휘가 예주 전선으로 떠나게 될 것이라는 사실에 풀이 죽은 모습을 보였다.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거나

참모들의 말을 귓등으로 흘리는 등,

사랑하는 낭군과의 생이별을 앞둔 아내처럼 노골적으로 슬퍼했다. 그 모습이 처량하게 보일 정도였다.

“명부, 어림총사가 다시 전선으로 떠나더라도 언젠가 돌아오지 않겠습니까.”

허리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을 탐스러운 금발로 물들인 여성이 주군의 안타까운 마음을 위로 했다.

그에 주군이 입을 열었다.

“나는 딱히 안타까워하지 않네.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은 주군의 마땅한 역할이 아닌가? 부관은 예주 전선을 지휘하기에 적합한 인재일세. 내가 어찌 사적인 마음으로 그 결정에 반심을 품을 수 있겠나.”

하지만 그 말과는 달리,

축 내려온 뺨은 올라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연모하는 부관과 영원토록 함께하고 싶다는 집착을 온몸으로 발산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진궁은 속으로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고 하더니, 오랫동안 이어진 짝사랑에 완전한결실을 맺게 된 조조는 주군의 본분조차 잠시 잊을 정도로 이성휘에게 집착하고 있었다.

연모의 감정은 철혈의 여인조차 바보로 만들 정도로 달콤했다.

“언니!”

참모에게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던 주군이 업무를 보고 있던 집무실에 총애하는 사촌 동생이 찾아왔다.

급한 소식을 들고 왔는지,

새하얀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조홍의 외침에 조조는 물론, 주군의 상담자 역할을 하고 있던 진궁의 시선 또한 향해지게 되었다.

“무슨 일이냐, 자렴.”

다급히 집무실로 달려온 사촌 동생에게 물었다.

“어, 어림총사가… 숙부님에게 언니와의 혼례를 간청했다고 해요.”

조홍의 발언에 조조와 진궁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도무지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는지,

두 눈을 끔뻑이면서 입을 꾹 닫고 있을 뿐이었다.

뇌리가 인식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도 충격적인 소식이었기 때문에 주군과 참모는 마치 환청을 들은 사람처럼 행동했다.

까무러칠 것처럼 격렬한 반응을 보인 것은 그로부터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그게 정말이냐, 자렴!”

“당연하죠. 제가 어떻게 감히 거짓을 고할 수 있겠어요?”

“부, 부관이 아버지에게 직접…!!”

흑발의 여인이 두 눈을 크게 뜨면서 경악을 내질렀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채,

사촌 동생의 어깨를 홱홱 흔들면서 강압적으로 심문할 것처럼 격렬한 모습을 보였다.

연모하는 사내가 아버지에게 직접 혼례를 간청했다는 소식을 들은 조조는 당장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싶었는지 시녀들을 불러 당장 채비를 갖출 것을 명령했다.

“음…?”

가슴이 벅차오를 정도의 낭보에 어깨를 떠는 주군의 모습과 그를 축하해주는 조홍의 모습을 응시하던 진궁은 한 가지 의문이 들었는지 눈가를 좁히면서 침음을 흘렸다.

어떻게 조홍은,

그 소식을 먼저 접하게 된 걸까?

만약 어림총사가 패국조씨 본가를 예방하여 입장을 밝혔다면 응당 춘부 어르신을 보필하는 시동들이 먼저 소식을 전해왔을 터인데.

‘격무를 보고 있었을 평동장군이 어떻게 본가의 소식을 금방 접수할 수 있었던 거지?’

진궁은 조홍에게 잠깐 의문을 품게 되었지만 이내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조홍은 주군이 종친들 중에서도 가장 총애하는 심복이다. 경애하는 사촌언니를 향한 그녀의 충성심은 진궁조차 인정할 정도였기에 심중에 담긴 의심을 금방 떨쳐 냈다.

* * *

조조는 사촌 동생에게 들은 소식의 사실 여부를 직접 확인하고자 이성휘를 찾았다.

그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패국조씨 가문의 본가를 들렀던 이성휘가 먼저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조조는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뒤에 후원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성휘를 맞이했다. 연모하는 사내가 먼저 아버지에게 혼례를 간청했다는 소식에 조조의 얼굴은 잘 익은 사과처럼 붉어진 상태였다.

“귀관, 소식은 들었네…. 저, 정녕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조조의 물음에 이성휘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확고함에 찬 답변에 조조는 어깨를 바르르 떨면서 당혹감서린 부끄러움에 어쩔 줄 몰라 했다.

호흡이 가빠왔다.

긴장감에 입술이 바싹 말랐다.

격렬하게 요동치는 심장 소리를 이성휘에게 들킬 것만 같았다.

자신에게 일언반구도 없이 멋대로 일을 결정한 이성휘가 괘씸하게 보일 법도 했건만, 조조는 격한 기쁨에 마음이 고양되어 있을 뿐이었다.

“전선으로 떠나기 전에… 책임을 다하고 싶었습니다.”

“채, 책임 말인가?”

책임.

이성휘가 입에 담은 그 단어에 조조의 가슴은 전력 질주를 한 것처럼 쿵쾅쿵쾅 요동쳤다.

이렇게 기쁜 단어가 천하에 있었던 말인가.

책임을 다하겠다는 이성휘의 말에 조조는 주군으로서의 체면조차 잊은 채 헤실헤실 웃음을 터트렸다.

지금까지 수없이 마음앓이를 하며 아파했던 기억들이 감미로운 미주(美酒)처럼 느껴질 정도로 행복감에 서리게 되었다.

“그리고 아만에게 고백할 것이 있습니다.”

“마, 말하게….”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고백을 입에 담는 이성휘의 모습에 조조는 입술을 달싹이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

분명 자신은 주군이었지만,

남녀관계에 있어선 한없이 가녀린 여자였다.

마침내 전전긍긍하며 짝사랑해 오던 상대로부터 청혼까지 받게 된 조조는 쑥스러움에 물든 숫처녀 같은 모습을 보이면서 그의 고백을 애처로운 마음으로 기다렸다.

“재차 전하겠습니다. 저는 아만을 진심으로 연모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조조의 두 눈에 기쁨의 감정으로 만들어진 응어리가 이슬처럼 맺히기 시작했다.

당장에라도 눈물을 떨굴 것처럼,

흑발의 여인은 감격에 젖은 표정을 한 채 기쁨으로 만들어진 눈물을 글썽였다.

일방적인 짝사랑에 불과했던 마음이 마침내 결실을 맺게 되었음에 여린 어깨를 바르르 떨면서 기뻐했다.

“그리고 저는… 자렴을, 아만의 사촌 동생인 자렴을 또한 마음에 두고 있습니다.”

이성휘는 현장에서 당장 뺨이라도 맞을 것을 각오하고서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당신을 진심으로 연모하고 있으며,

또한 당신의 사촌 동생을 마음에 두고 있다.

기름을 온몸에 끼얹은 채 불길에 잠긴 가옥으로 뛰어드는 사람처럼 이성휘는 고백과 함께 내밀한 관계까지 고백해 버리는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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