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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210화 (210/616)

2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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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실에서 차를 한 잔 마시겠냐는 제안은 반쯤 막 나가듯 제안한 것에 가까웠다.

이대로 밤을 보내기 싫다.

지난번처럼 서로의 마음만 확인한 채 다시 멀어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흑발의 여인은 자신을 가택까지 배웅한 뒤에 다시 돌아서려는 이성휘를 애써 붙잡은 것이었다.

“…….”

김이 모락모락 흘러나오는 차를 한 모금 마시던 조조는 곁눈질로 맞은편에 앉은 이성휘를 슬쩍슬쩍 쳐다보았다.

뭐라도 말을 해주면 좋으련만,

이 둔감한 사내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사실 여태까지 진도에 발전이 없었던 것은 이 남자의 책임이 아닐까. 조조는 이성휘에게 슬며시 책임을 떠넘겼다.

‘어, 어색하단 말일세! 뭐라고 말 좀 해 보게!’

조조가 소리 없는 아우성을 내지르며 차를 한 모금씩 마실 뿐인 이성휘를 바라보았다.

설마 진짜로,

한밤중에 차나 마시자고 내실로 들였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찻잔을 쥔 그녀의 두 손이 바르르 떨렸다.

“귀관.”

결국 입을 연 쪽은 조조였다.

어색한 침묵을 깨고서,

드디어 조조가 먼저 움직였다.

그녀의 부름에 그저 차를 마실 뿐이던 둔감한 사내의 입이 드디어 열리게 되었다.

“예.”

차를 마시던 이성휘는 찻잔을 바닥 위에 내려놓으면서 고개를 들어 조조를 바라보았다.

그와 시선을 마주하게 되자,

탐스러운 흑발을 늘어뜨린 여인은 어깨를 움찔 떨면서 수줍음에 찬 표정을 지었다.

적막과 고요를 두르고 있는 이성휘의 모습이 너무도 매력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두 눈에 두꺼운 콩깍지가 단단히 씌이게 된 이유도 있겠지만, 원래부터 이성휘는 처녀들의 마음에 단번에 불을 지필 정도의 미형인 사내였다.

‘저, 저 얼굴 때문이다…! 얼굴만 봐도 만족감을 느낄 정도로 저 잘생긴 용모 때문에… 지금까지 번번이 진도를 나아가기를 포기했던 거다!’

촛불에 은은하게 물든 이성휘의 얼굴을 본 조조는 자기 심장이 쿵쾅쿵쾅 요동치는 것을 느끼면서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 사내뿐이다.

내 마음을 이렇게 뒤흔드는 남자는.

그렇기에 조조는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 사내를 놓치지 않겠노라는 결심했다.

“차는 어떤가? 과연 귀관의 입에 맞을지 모르겠군. 만년설로 덮인 고원에서만 자라는 이끼로 만든 차라고 하였네만…. ‘설차’라고 한다네.”

“설차….”

뭔가 불쾌한 이름이다.

대체 무슨 그딴 이름이 있단 말인가.

이성휘는 문득 이름에서 알 수 없는 불쾌감을 느꼈지만 매우 귀하게 취급되는 차를 대접해준 주군의 배려를 무시할 순 없었기에 입 밖으로 내진 않았다.

“지금까지 많은 우여곡절들이 있었네.”

찻잔을 내려놓은 조조가 운을 떼면서 만감이 교차하는 시선으로 이성휘의 모습을 두 눈에 담아냈다.

“나는 귀관을 진심으로 신뢰하고 있네…. 또한 진심으로 귀관을 연모하고 있네.”

촛불이 발산하는 화광에 물든 그녀의 새하얀 얼굴이 유독 붉어진 것 같았다.

재차 마음을 고백한 조조는 촉촉하게 젖은 눈동자로 이성휘를 응시하며 자기 애타는 마음을 전했다.

그와 멀어지고 싶지 않았다.

영원히 곁에서 함께하고 싶었다.

부친과 일가친척들을 시해하려 했던 흉적들과 혈전을 치르다가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진 이성휘의 모습을 떠올린 조조는 격정에 물든 표정을 지으면서 입술을 달싹였다.

“저 또한 아만을 연모하고 있습니다. 연모의 감정인지 충성의 마음인지 헷갈릴 정도로 말입니다.”

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차를 마셨기 때문일까,

주황빛으로 물든 내실에서 차를 마시던 두 남녀는 서로를 향한 애정과 함께 욕정이 흘러나오는 것을 느꼈다.

뜨거운 살결을 애무하면서 애욕을 쏟아 내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귀관을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이 끌리기 시작했다네. 분명히 이런 걸 두고 운명적 끌림이라고 하는 것일 테지…. 나는 단 한 번도 ‘운명’이라는 것을 믿은 적이 없네만 귀관을 보고 나서부터 운명을 믿게 된 듯하네.”

수줍은 고백을 전한 흑발의 여인이 쿡쿡 웃음을 터트렸다.

닭살이 오를 정도로 민망한 말이었지만,

감정과 분위기에 휩쓸리게 된 조조와 이성휘의 귀에는 낭만적인 속삭임으로 들릴 뿐이었다.

오늘 밤은 그 어떤 부끄러운 짓을 해도 용서될 것처럼 낭만적이었으니까.

“…저쪽에 미리 포단을 깔았네만.”

입술을 우물쭈물 흐리던 조조가 바닥에 깔린 부드러운 포단을 가리키면서 중얼거렸다.

작게 중얼대는 목소리였지만,

고요와 적막만이 가득한 분위기였기에 귓가에 생생히 들렸다.

그녀의 말은 곧 함께 동침하지 않겠냐는, 군신관계를 깨고 남녀관계로서 애정을 나누지 않겠댜는 대담한 제안이었다.

“으읏!”

차를 한 잔 마시고 가지 않겠냐는 핑계를 대며 이성휘를 내실에 들인지 반 시진 경과.

드디어 조조가 본론을 꺼냈다.

뇌쇄적인 매력을 흩뿌리면서 대담하게 동침을 제안 했다면 좋았겠지만, 2년 동안 애달픈 마음을 전전긍긍 앓으면서 짝사랑만 해온 여인에게는 어림도 없는 이야기였다.

“저, 정말 차나 마시자고… 귀관을 내실로 들였다고 생각한 겐가…?”

언제까지 멍청하게 얼타는 모습만 보일 순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는지 조조가 대담한 물음을 던졌다.

그에 이성휘는 단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으로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원제일 검이라 불리는 사내가 몸을 떨면서 당혹감을 느끼고 있는 모습이 귀여웠는지 조조는 작게 웃음소리를 터트렸다.

귀엽다.

그리고 사랑스러웠다.

평소의 성실하고 듬직한 모습도 좋았지만 어수룩하게 보일 정도로 당황해하는 모습도 매력적으로 보였다.

“귀관… 언제까지 날, 부끄럽게 만들 셈인가…? 귀관이 나를… 이끌어 줘야 할 게 아닌가…! 바, 바보 같은 사내로군…!”

조조가 불평을 중얼거리면서 이성휘를 향해 두 손을 뻗었다.

그에 이성휘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더니,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서히 조조에게 다가섰다.

점점 다가오는 이성휘의 모습에 조조는 긴장된 표정을 지으면서도 결코 동요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매번 두려움에 떨면서 물러섰던 것처럼 이번에도 물러서버리면 영영 기회를 놓쳐 버리게 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아만.”

“서, 성휘….”

이성휘가 마침내 두 팔을 뻗으면서 자신을 애절하게 바라보던 흑발의 여인을 끌어안았다.

불길처럼 뜨거웠다.

마치 불씨가 붙은 볏짚을 껴안은 듯했다.

여인의 왜소하고 가냘픈 몸을 품에 안아 든 이성휘는 혹시라도 그녀가 아파할까, 도자기를 다루듯이 매우 섬세하게 몸을 쓰다듬었다.

“나, 날 들어 주게….”

연모하는 사내의 품에 안겨든 흑발의 여인이 귓가에 대담하게 속삭였다.

그 주문에 이성휘가 번쩍 안아 들었다.

오랜 고요와 적막 끝에 드디어 품에 완전히 안기게 된 조조는 부끄러워하면서도 만족감에 찬 미소를 지었다.

“우읏…!”

품에 안겼던 조조는 이윽고 부드러운 포단 위에 몸을 눕히게 되었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들며,

이성휘의 목덜미를 꼭 껴안은 채로 자신을 향해 당겼다.

애달프게 사랑해온 여인의 달콤한 체취를 맡던 이성휘는 부드러우면서도 억센 손길을 따라 천천히 고개를 숙이면서 그녀와 몸을 겹치게 되었다.

“아앙!”

이성휘가 대담하게 고개를 숙이더니 조조의 새하얀 목덜미에 입맞춤했다.

쪽, 하는 소리와 함께

흑발의 여인이 교태 섞인 신음을 터트렸다.

오랜 망설임과 기다림이 오히려 성욕을 촉진시키는 촉진제가 되었는지 조조의 온몸은 매우 집요하게 개발된 성감대가 되어 있었다.

“아름다우십니다.”

“부, 부끄럽네….”

사내의 칭찬에 포단 위에 몸을 눕힌 여인이 수줍게 고개를 돌리면서 뜨거운 숨결을 흘렸다.

하복부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벼락처럼 찾아온 애욕의 쾌감에 조조는 두 다리를 움찔 떨었다.

이렇게 포단 위에서 서로 몸을 겹친 것만으로도 몸이 달아올라 미칠 것 같은데, 본격적으로 교접을 시작하면 과연 어떤 쾌감을 맞이하게 될까.

조조는 두려워하면서도 내심 기대하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귀, 귀관… 내 의복을, 벗겨 주지 않겠나…?”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한 여인이 포단 위에 흑단처럼 탐스러운 머리카락을 부채꼴로 늘어뜨린 채 달콤한 유혹해왔다.

사랑하는 여인이,

경애해온 주군이 애욕을 속삭였다.

그를 버틸 수 있는 사내가 천하에 어디 있을까. 이성휘는 경직된 표정을 지은 채 천천히 품에 안긴 여인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한 꺼풀씩,

천천히 옷을 벗겨 냈다.

옷을 한 꺼풀씩 벗겨낼 때마다 뜨겁게 달아오른 새하얀 살결이 바깥으로 드러났다.

“흐흥… 흐으… 하앙!”

가슴에 두른 피륙의 매듭까지 풀어내자 둥근 형태를 한 아담한 가슴이 드러났다.

조홍과 초선에 비하면 많이 작았지만,

손아귀에 가득 찰 법한 아담한 가슴은 아름다운 형태를 완벽하게 품어내고 있었다.

꼿꼿하게 솟은 분홍색 유두.

갓 짜낸 우유처럼 새하얀 젖가슴.

마침내 연모해온 주군과 동침하게 된 이성휘는 부끄러움에 몸을 움찔움찔 떨면서 고혹적인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여신의 자태에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귀관, 나를 진심으로 연모하는가?”

조조가 물었다.

새하얀 나신을 드러낸 여신은,

마지막으로 마음을 확인하고 싶었는지 두 팔로 아담한 가슴을 가린 채 물음을 보냈다.

그에 이성휘가 답했다.

“진심으로… 진심으로 연모하고 있습니다.”

원하던 답을 들은 흑발의 여인은 미소를 배시시 지으면서 이성휘를 받아들였다.

“귀관, 그럼 나에게… 귀관의 아이를 품을 수 있는 기회를 주게.”

귀관의 아이를 가지고 싶다.

그대에게 처녀를 주는 것은 물론,

소중하게 간직해온 처녀를 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대의 아이를 품고 싶었다.

“귀, 귀관의 아이라면… 얼마든지 낳아줄 수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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