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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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숭의 사위 사랑은 매우 극진했다.
번번이 사위의 용맹을 자랑했으며,
사대부와 호족들에게 머지 않아 어림총사를 사위로 들일 것이라는 이야기를 줄곧 언급했다.
사위가 선물한 호랑이 가죽을 자랑하는 일 또한결코 잊지 않았다.
“껄껄껄! 이게 바로 사위가 나를 위해 사냥해준 호랑이의 가죽일세! 이 장인을 위해 사위가 직접 백수의 왕이라 불리는 산군(山君)을 잡아주었다네!”
수십 명에 달하는 무리들을 벌벌 떨게 하였던 대호(大虎)를 창 한 자루로 잡아냈다.
벌써 연주성에는 중원제일 검이 집채만 한 덩치를 가진 호랑이를 잡았다는 소식이 널리 알려져 있었다.
호환(虎患)을 번번이 일으켰던 산군을,
중원제일 검이 창 한 자루로 단숨에 머리를 박살 내어 잡아냈다.
산군이라 불리던 호랑이는 20여 명에 달하는 백성들을 습격했던 탓에 연주성에서 악명이 자자한 맹수였다. 무자비한 맹수의 가죽을 중원제일 검에게 선물로 받은 조숭을 수많은 사대부와 호족들이 크게 부러워했다.
“정말 잘 어울리십니다, 어르신!”
“패국조씨 가문의 위상에 더없이 잘 어울리지 않사옵니까.”
두 눈을 부릅뜬 듯한 머리와
날카로운 발톱이 달린 두터운 앞발까지.
실력 좋은 장인이 동원되었는지 호랑이 피혁은 매우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호랑이를 사냥하기가 워낙 어렵다 보니 가죽이 갈기갈기 찢기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성휘는 단 일격에 호랑이를 잡아버렸기 때문에 피혁이 매우 멀쩡했다.
집채만 한 체구의 산군을,
그것도 아무런 훼손도 없이 피혁을 벗겨 냈다.
나중에 패국조씨 가문의 가보로 남겨도 좋을 정도로 조숭의 호랑이 가죽은 최상급으로 뽑혔다.
“결례가 안 된다면 한 번 만져 봐도 되겠사옵니까?”
“이렇게 큰 호랑이 가죽은 처음 봅니다! 분명 억만금을 줘도 구할 수 없는 귀중한 보배일 겁니다!”
삼공(三公)과 구경(九卿)까지 모두 지내면서 일생에 누릴 수 있는 홍복과 영화를 다 누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패국조씨 가문을 향한 하늘의 총애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증명하듯, 사위를 잘 만난 덕분에 늘그막에 과분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홍복과 영화를 재차 누리게 되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여쁜 딸을 금지옥엽처럼 키운 노력과 시간들이 이렇게 보상을 받는구나!’
조숭이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딸을 잘 둔 덕분에,
천하에서 가장 큰 홍복을 누리는 장인이 되었다.
가택을 방문한 사대부와 호족들에게 호랑이 고기로 만든 요리들을 대접한 조숭은 입이 마르도록 재차 사위를 치켜세웠다.
“이보시게, 범선생. 어서 수를 두시게나.”
손님으로 온 사대부와 호족들을 돌려보낸 뒤,
조숭은 호랑이 가죽을 맞은편에 앉힌 채 바둑을 두었다.
먼저 자신이 바둑돌을 둔 뒤,
‘범선생’이라고 이름을 붙인 호랑이 가죽의 차례가 되면 재차 바둑돌을 두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예비 사위가 선물해준 호랑이 가죽이 그토록 마음에 쏙 들었는지 뒷간에 갈 때조차도 들쳐 메고 갈 정도로 지극정성인 모습을 보였다.
“허허허, 참으로 어리석은 악수(惡手)로군. 두 눈을 부릅뜨고 있을 때야 산군이라 불리는 맹수였지, 가죽이 지금은 한낱 금수에 불과하구먼.”
딱!
바둑판 위에 흑돌을 두며 말했다.
죽은 산군의 피혁과 바둑을 두던 조숭은 대국을 열 번이나 두어 열 번 모두 이기는 쾌승을 일궈냈다.
“아버지.”
열한 번째 대국을 시작했을 때,
아들 조덕이 바둑을 두던 조숭에게 다가왔다.
“내일 아침에 매형과 함께 낚시를 가시지 않겠습니까? 매형에게 물으니 흔쾌히 수락해주었습니다.”
“낚시 말이냐?”
“물반 고기반이라 불릴 정도로 싱싱한 민물고기들이 많이 잡히는 곳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거 좋은 생각이구나!”
낚시를 오랜 취미로 해온 조숭이었기에 아들의 제의에 화색을 띠며 기뻐했다.
사위와의 낚시,
분명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경험이 될 게 틀림없었다.
다재다능한 출중함을 겸비한 사위가 과연 낚시에서 어떤 활약을 해 줄까, 조숭은 어린아이처럼 크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낚시…! 사위와 낚시를 간다라…!!’
아들의 제의에 가슴이 벅차오른 조숭은 이부자리에 누워서도 두 눈을 똘망똘망 빛냈다.
내일 소풍을 앞둔 아이처럼,
기대에 찬 표정을 지은 조숭은 사위와 함께 낚시를 나갈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 * *
서주 정벌이 끝난 이후,
애절하고 애처로운 연분을 쌓게 된 두 남녀는 데면데면한 관계를 이어 나가고 있었다.
조조는 전후 처리로 인해 그동안 업무에만 줄곧 매진해야 했고, 이성휘는 가택에 칩거하며 상처들을 치료해야 했기 때문에 짐짓 관계가 멀어진 듯한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어림총사라면 춘부 어르신과 함께 아침부터 낚시를 가셨습니다만….”
애써 용기를 내어 이성휘의 병문안을 가려 했던 조조는 허탈감을 느껴야 했다.
물론 아버지가 부관을 흡족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어제는 사냥,
오늘은 낚시로 이성휘를 계속 붙들고 있는 아버지가 점점 야속하게 느껴졌다.
“기뻐하실 일입니다, 어르신! 춘부 어르신께서 어림총사를 패국조씨 가문의 사위로 낙점했다고 볼 수 있는 일이지 않습니까?”
뒤를 따르던 곽가의 알랑방귀에 조조는 어깨를 으쓱이면서 뺨을 붉혔다.
고집불통 같은 아버지가 부관을 마음에 쏙 들어 한다는 것은 분명 기뻐해야 할 일이다. 패국조씨 가문의 데릴사위로 들여도 좋다는 허락받은 셈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연모하는 부관을 만날 기회가 사라진 점은 안타까웠지만 후일을 위해 잠시 참기로 했다.
“사냥을 나섰던 어림총사가 산군이라 불리는 거대한 호랑이를 잡아 춘부 어르신에게 선물했다는 이야기를 들으시지 않았습니까? 분명 어림총사도 춘부 어르신에게 잘 보이려고 줄곧 동행하는 게 분명합니다.”
곽가의 말에 흑발의 여인은 쑥스러움에 찬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부관이 귀엽게 느껴졌다.
나와의 혼례를 위해 필사적으로 장인어른에게 점수를 따내려 노력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패국조씨 가문에 데릴사위로 들어오기 위해선 당연히 아버지로부터 허락을 받을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부관은 데릴사위로 인정받기 위해 아버지를 졸졸 따라다니고 있는 것이리라.
‘많은 수고를 스스로 부담할 정도로 부관은 그렇게나 나를 깊이 연모하고 있단 말인가…. 정말이지 어쩔 수 없는 사내로군. 다른 사람들의 눈에 팔불출처럼 보이지 않겠나.’
조조는 아버지에게 점수를 따내려는 이성휘의 노골적인 행동에 부담스러워하면서도 내심 기뻤는지 새하얀 이를 드러내면서 헤실헤실 웃음을 터트렸다.
이런 못 말리는 사람,
그렇게나 나를 연모하고 있단 말인가?
일직선 같은 순애보에 조조는 벌꿀사탕을 입에 한가득 넣은 것처럼 달달함에 빠져들었다.
‘어, 어떻게든 안 들키고 성공했다…!’
부관의 자강불식(自强不息) 같은 노력에 조조가 기뻐하고 있을 때,
관복을 입은 주황빛 머리카락의 여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새하얀 뺨을 타고 흐르던 식은땀을 옷소매로 급히 닦아냈다.
살았다.
안 들키고 무사히 지나갔다.
주워들은 말들로 주군의 심기를 살살 달래는 진언을 했을 뿐이었음에도 완벽하게 주군의 연애 사업에 성공했다.
“일단 제가 어림총사에게 연통을 넣어 내일은 시간을 내어볼 수 있도록 유도해 보겠습니다.”
“그리하도록, 좨주.”
조조의 심중을 꿰뚫어 본 듯,
주군이 아버지와 어림총사가 막역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음에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섭섭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간파한 곽가는 재빠르게 대처에 나섰다.
자신이 직접 하명하기 전에 곧바로 대처에 나서는 곽가의 기민한 행동력에 조조는 흡족함을 느꼈다.
“아버지께서 부관을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것은 분명 기뻐해야 할 일이다. 앞으로도 긴밀히 주시하도록.”
“알겠습니다.”
만족을 한 듯한 주군의 모습에 곽가는 고개를 숙이면서 예를 취했다.
됐다!
오늘도 무사히 넘겼다.
이로써 이성과의 연애 경험이 전무한 숫처녀도 연애 상담을 할 수 있다는 게 증명되었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아슬아슬한 처지였지만 어렵사리 얻은 관직을 버리고 낙향할 수는 없었으므로 곽가는 얼굴에 두꺼운 철판을 깔고 행동하기로 다짐했다.
‘군사좨주야! 어르신에게 받은 관직이 무려 군사좨주라고! 분명 아버지는 딸이 임관하자마자 높은 관직을 받았다며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니고 계실 텐데…! 어, 어떻게든 이 자리를 지켜내야 해!’
두 주먹을 바르르 쥐면서 결연한 맹세를 한 곽가는 자신이 연애 한 번을 못해 본 숫처녀라는 것을 숨기는 일에 필사적인 모습을 보였다.
* * *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아슬아슬한 위기들을 완벽하게 넘겨낸 곽가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들뜬 기분으로 퇴청을 서둘렀다.
집무실을 나서려 했을 때,
곽가는 바깥에서 시녀들이 나누고 있는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새로 오신 군사님 이야기 들었어?”
“당연히 들었지! 사대부 출신의 여식이면서…, 지금까지 남자들을 수도 없이 갈아치운 전적이 있다고 하더라.”
“완전 꽃뱀이네.”
“소문을 듣자 하니 지금까지 만난 남자들만 해도 백 명이 넘는다고 하더라고. 정말 어마어마하지.”
시녀들의 대화를 엿듣던 곽가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체 어떻게 소문이 퍼졌길래,
지금까지 남자 손 한 번 못 잡아본 자신이 남자들을 수도 없이 갈아치운 꽃뱀이 되었단 말인가!
임관을 위해 주군에게 했던 거짓말이 점점 질 나쁜 쪽으로 퍼지기 시작하면서 졸지에 ‘꽃뱀’이 되고 말았다.
“손짓 한 번으로 남자를 싸게 만든대!”
“아름다운 용모만큼이나 방중술도 뛰어나다더라.”
시녀들의 수군거림이 이어질 수록 곽가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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