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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200화 (200/616)

20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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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과 도겸군 간의 전쟁이 종결되었다.

팽성을 포위하던 병력이 철수했으며,

또한 하비국 군현들을 위협했던 조조군 병력들까지도 완전히 철군하면서 전쟁의 참화가 사그라졌다.

팽성 전투에서 3만에 이르는 도겸군 병력을 완파한 이후 욱일승천하듯 기세가 오른 조조군이 스스로 물러나게 되자, 서주 백성들은 크게 기뻐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대로 끝난 게 다행스러운 일이지.”

“주군께서 5천 명에 달하는 포로들을 모두 다 죽이시면 어쩌나 걱정했다니까.”

서주 전선에 투입되었다가 연주성으로 귀환하게 된 병사들이 간담을 쓸어내리면서 말했다.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5천 명에 달하는 포로들을 모조리 살육하는 학살의 현장이 벌어질 뻔하지 않았던가.

서주자사 도겸의 휘하였던 팽성도위 장개가 전쟁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나, 조조군 장졸들은 주군께서 벌이려는 학살에 대해 회의감을 품고 있었기 때문에 학살로 이어지지 않고 전쟁이 종결된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때 마침 어림총사께서 딱 등장하셔서 주군을 말리셨다지?”

“근위병으로 투입된 친우한테 들었네. 참(斬)이 새겨진 목패를 포로들에게 던지시려는 주군을 저지하였다고 하였지.”

만약 주군께서,

아랑곳하지 않고 목패를 던지셨다면….

팽성 전투에서 사로잡힌 포로들은 모두 목 없는 귀신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그 시체들이 벌판을 가득 메운 채로 까마귀밥이 되었을 테지.

생각만 해도 간담이 서늘해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 주군께서는 빈틈 없이 완벽한 분이시지만, 어림총사의 간곡한 외침에 결국 고집을 꺾을 수밖에 없었던 겠지.”

“군에 종군하는 장졸들 중에 주군과 어림총사가 연모하는 관계를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이번 일로 백성들도 모두 알게 될 걸세.”

두 남녀 간의 애달픈 연담은 주로 여자들이 좋아하는 이야기였지만, 또한 사내들에게도 큰 인기를 받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이 얼마나 애절한 연담인가.

그 연담을 듣게 된 이후부터 두 사람을 자연스럽게 응원하게 되었다.

조조와 이성휘가 서로를 향해진심을 담은 외침을 토해내던 모습을 본 근위병들은 촉새처럼 그 사실을 군중에 퍼뜨렸고, 또한 그 이야기가 다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게 되면서 소문이 삽시간에 퍼져나가기에 이르렀다.

“어림총사, 그래서 몸은 어떤가! 혹여 상처가 덧나기라도 한 것은 아닌가?!”

수염을 깔끔하게 기른 중년남성이 시동들과 함께 연주성에 마련된 이성휘의 가택을 방문했다.

이윽고 시동들이 몸에 좋은 보약들을 창고에 차곡차곡 쌓아 올리기 시작했다. 쌀과 고기까지 가져 왔는지 꽤 많은 양을 탑처럼 쌓아 올렸다.

“저는 괜찮습니다. 의원이 말하기를 며칠 동안 쉬면 괜찮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거 다행이군. 정말 다행스러운 말일세.”

가택을 방문한 조숭은 이성휘를 마치 제 자식처럼 살피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에 이성휘는 적잖게 당황하고 있었다.

가문을 구한 은인이기 때문일까.

조숭은 직접 가택을 찾아와 감사함을 전하면서 보답이라며 양곡과 재물들을 한가득 전해주었다.

만약 이 모습을 조조가 보았다면 아버지의 깨방정에 부끄러움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필요한 게 있으시거나 어려운 일이 있으시면 우리 패국조씨 가문이 두 팔 벗고 도와드리겠습니다! 어림총사는 더 이상 우리 가문과 남이 아니잖습니까?”

시동들을 지휘하면서 양곡과 재물들을 나르던 조덕이 달려와 이성휘에게 말했다.

어찌 우리가 남이겠습니까.

조덕은 이성휘를 패국조씨 가문의 공동체, 한 식구처럼 여기기 시작했다.

만약 이 모습을 누이가 보았다면 섣불리 알랑방귀를 끼는 동생을 산 채로 구덩이에 묻어 버렸으리라.

“몸이 다 낫거든 함께 사냥이나 가세! 내 시동들을 모두 준비시키겠네.”

“예, 알겠습니다.”

“중원제일 검으로 유명한 젊은이와 함께 사냥에 나선다니… 생각만 해도 기대되는구먼.”

조숭이 껄껄 웃으면서 말했다.

옆에 있던 조덕 또한 웃음을 터트리면서 아버지의 말에 동조하고 나섰다.

조씨 부자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던 이성휘는 갑작스럽게 찾아와 ‘공동’을 강조하기 시작하는 모습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한식구로 받아들이겠다는 듯이.

아니, 조숭과 조덕은 이미 이성휘를 한식구로 여기는 듯했다.

“어르신.”

“왜 그런가?”

“부디 어르신께서 주군을 그만 용서해주셨으면 합니다. 주군은 저를 위한 마음에 그리 행동하신 겁니다. 그러니… 어르신께서 모쪼록 넓은 아량을 베푸시어 부녀간에 다시 화해를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간곡하게 부탁하듯 입을 연 이성휘의 말에 조숭은 천군만마를 얻은 사람처럼 크게 기뻐했다.

“알겠네! 내 어찌 자네의 청을 무시하겠는가!”

진심으로 딸아이를 걱정하는 이성휘의 모습에 조숭은 입이 귓가에 걸릴 것처럼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 * *

아버지와 동생이 연모하는 사내에게 온갖 깨방정과 주접을 떨고 있을 때,

당사자인 조조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표면적인 모습일 뿐,

양손으로 죽간을 들며 업무를 살피던 흑발의 여인은 현재 무거운 심적 갈등을 겪고 있는 상태였다.

‘자, 장졸들이 모두 지켜보는 앞에서 그런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다니…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부관의 품에 매달렸으니 이제 더 이상 숨길 수도 없게 되지 않았는가…!!’

당장 손에 든 죽간을 힘껏 바닥에 내던지고 이부자리 위를 뒹굴뒹굴 구르고 싶었다.

생애 다시없을 흑역사였다.

중원의 패자로 군림하기 시작한 흑발의 여인은 절대로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히지 않을 흑역사에 극심한 위기를 느끼고 있었다.

이대로 그냥 떠나버릴까, 그런 생각을 무심코 했을 정도로 조조는 부끄러움에 떨고 있는 상태였다.

“언니, 들어가도 될까요?”

문 너머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홍이었다.

가장 믿고 총애하는 사촌의 목소리에 조조는 고충을 토로하고자 서둘러 그녀를 집무실 안에 들였다.

“바깥 상황은 어떻지?”

“네…?”

놀란 표정을 지은 조홍이 되묻자 조조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바르르 떨리는 입술로 말문을 열었다.

“그… 나, 나와 어림총사에 관련된… 그 소문들 말이다….”

“아.”

사촌언니가 말을 덧붙이자 그제야 이해하게 되었는지 조홍이 고개를 끄덕였다.

군중을 중심으로 확산된 소문.

분명 수많은 사선들을 함께 해온 주군과 부관의 절절한 연담을 말하는 것이리라.

현재 군중에서 시작된 소문은 빠르게 민중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주군과 부관의 절절한 연담은 숫처녀들의 마음을 애태우게 만들면서 열렬한 인기를 자랑하는 중이었다.

“저는 언니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어림총사와 서로 연모하는 관계라는 걸 진작부터 알고 있었으니까요!”

“아, 알고… 있었다고…?”

이미 서로를 진심으로 연모하는 관계인 줄 알고 있었다는 조홍의 말에 조조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떻게 간파했단 말인가.

분명 철두철미하게 연심을 숨겨 왔다고 자부하고 있거늘.

기민한 재치를 자랑하는 조인에 비해 우둔하게 느껴질 정도로 눈치가 없는 조홍이 자신과 부관의 관게를 미리 간파하고 있었음에 조조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축하해요, 언니. 축하받을 일이잖아요.”

“큼큼…. 축하해주니 고맙다.”

사촌의 진심 어린 축하가 조금 무안 하게 느껴졌는지 조조가 헛기침하며 말했다.

처음이다.

이런 이유로 축하를 받는 것은.

부끄러우면서도 기뻤다. 가슴이 간질간질 흔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조조는 누구보다 먼저 자신에게 축하의 말을 건네주는 조홍을 고맙게 생각했다.

“그럼 이제… 어림총사와 혼인하실 건가요?”

“아직 정해진 것은 아니다. 서로 연모하는 관계라 하더라도… 주군과 부하의 관계이니만큼 가볍게 속단할 수는 없겠지.”

이성휘를 패국조씨 가문의 데릴사위로 들이는 조건으로 혼인을 맺는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분명 부관 또한 동의해주겠지….

내가 부관을 진심으로 연모하듯,

부관 또한 나를 진심으로 연모하고 있었으니까.

만약 부관이 패국조씨 가문을 따르는 일원이 되는 조건으로 데릴사위가 되어 준다면 무엇이든 들어 줄 생각이었다. 나와의 혼약을 위해 가문으로 들어오는 것이었으니까.

“그럼 말이예요, 언니…!”

사촌언니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조홍이 짐짓 기대에 찬 표정을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마, 만약에… 패국조씨 가문의 데릴사위로 들어온 어림총사가 처, 첩을 들이고 싶다고 말한다면 어쩌실 건가요?”

조심스러우면서도 과감한,

조홍은 만약의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해 사촌언니에게 민감할 수도 있는 물음을 건넸다.

그에 조조가 대답했다.

“나는 그 어떤 측실(側室)도 허용하지 않을 생각이다. 정부에 불과한 관계라고 할지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만약 순진한 부관을 꼬드기려는 불여우가 존재한다면… 가문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건대 반드시 그 불여우를 진멸하겠다.”

혹시 첩을 허용할 것이냐는 조홍의 물음에 조조는 부하들에게 잔륙과 학살을 명할 때와 같은 광기와 분노를 토해내면서 두 눈을 부릅떴다.

사촌언니의 확고한 의지에,

조홍은 온몸을 바르르 떨면서 아연실색하는 모습을 보였다.

들키면 죽는다.

넌지시 허락을 구하더라도 목숨을 잃게 되겠지.

어쩌면 죽음이 감미롭게 느껴질 정도의 극심한 고문에 처해질지도 모른다.

사촌언니가 진심으로 연모하는 남성과 은밀한 내연관계를 이루고 있었던 조홍은 자신이 날카로운 작두 위에 있는 처지임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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