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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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 팽성국(彭城國)에서 부딪치게 된 팽성 전투는 초전부터 일방적으로 흘러가게 되었다.
조조 군은 곧바로 기선을 제압한 뒤,
전투의 판도마저 장악하면서 도겸군을 위협했다.
대규모 전투들을 수차례 치르면서 중원을 제패했던 강병답게 조조 군은 전투에서 이기는 방법을 어느 세력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돌격하라!”
우금이 이끄는 부대가 도겸군의 거센 저항을 뚫어냈다.
근엄하고 용맹한 성정의 장수답게 사방에서 적들이 달려들었음에도 전혀 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놈들이 자사 어르신을 노리고 있다!”
검을 휘두르며 장졸들을 고무하던 팽성교위(彭城校尉) 여유가 일 점돌파로 진입하는 우금의 군세를 향해 소리쳤다.
적의 예봉이 전선을 일직선으로 돌파했다.
자살특공이나 다름없는 막무가내 같은 공세에 여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놈들은 목숨이 열 개라도 된단 말인가?
스스로 범의 아가리에 달려드는 것처럼 날카로운 창검들이 겨눠진 아군 진형으로 뛰어드는 우금의 군세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우금 도위를 따르라!”
“휘황찬란한 무구를 걸친 놈이 도겸이다! 그 늙은이를 죽여라!”
날카로운 송곳에 구멍이 뚫리듯.
3만에 이르는 도겸군 병력의 진형이 점점 곡선 형태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중앙을 돌파한 우금의 병력과 더불어, 하후돈과 조홍이 이끄는 병력이 강습을 감행하면서 도겸군 보병들이 갈피를 잃고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가소로운 놈 같으니!”
“잡놈들이 감히 자사 어르신을 노리는구나!”
예상치 못한 적들의 맹공에 여유가 흔들리고 있을 때, 기도위(騎都尉) 장패의 휘하 장수들이 우금을 저지하기 위해 나섰다.
손관과 윤례가 기병들을 이끌고 달려들었다.
그러나 잠시 흔들렸을 뿐,
적진에 깊숙이 파고든 우금의 부대는 기병들의 공격에도 무너지지 않았다.
“커헉!”
“이, 이것들이!”
도겸군 기병들이 창에 찔려 말에서 굴러떨어졌다.
미친개와 다름이 없는 모습이다.
사방이 포위되었음에도 기세와 사기를 잃지 않고서 전투를 속행할 수 있다니.
우금의 부대가 도겸군의 내부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틈을 노려 하후돈이 뛰어들었다. 날카로운 월도를 든 패국의 여걸이 도겸군의 무관들을 수차례 쓰러트리면서 일기당천의 용력을 뽐냈다.
“적진을 돌파하는 우금 도위를 지원하라! 물러서지 마라!”
하후돈이 날렵한 범처럼 달려들면서 가로막는 적들을 때려눕혔다.
아군이 승세를 낚아챘다.
이대로 계속 승세를 밀어붙인다면 승기를 점할 수 있으리라.
3만 명에 이르는 적들을 완파한다면 팽성에 도달할 수 있을 터.
팽성을 무너뜨리고 도겸 일파를 모조리 제거한다면 조조가 복수심을 떨쳐 내고서 냉정을 되찾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떠안은 채로 전투에 열중했다.
“공격하라! 도망치는 놈들을 모두 소탕하라!”
황금 투구를 쓴 흑발의 여인이 수십 기의 기병들을 이끌면서 전쟁을 지휘했다.
날카로운 화살들이 날아들었다.
그때마다 병사들이 끔찍한 비명 소리를 내질렀다.
아비규환 속에서도 조홍은 평정심을 안은 채 부동을 유지했다.
‘그 사람이 지금 없으니까…, 제가 그 몫을 대신 해내야 돼요.’
조홍은 비참한 모습으로 쓰러졌던 이성휘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중원제일 검의 몫까지 해내야 한다.
비장한 각오와 결연한 맹세를 품은 채 앞으로 나아갔다.
분명 그 사람이라면 누구보다 용감하게 전쟁에 임했을 터. 그렇기에 물러날 수 없다. 날카로운 병장기들이 날아들고 화살들이 장대비처럼 빗발치고 있었음에도.
“도겸이다! 도겸이 저기 있다!”
우금의 휘하에 속한 한 병사가 소리쳤다.
그에 휘황찬란한 갑옷을 걸쳐 입은 채 지지부진하게 밀리고 있는 전황을 바라보며 한탄하던 도겸이 소스라치게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놈들이 언제 여기까지 왔단 말인가!
무식하게 달려드는 황소처럼 일직선으로 밀고 들어오는 적들을 막아 내지 못한 여유와 장패에게 원망을 쏟아 냈다.
“퇴각하셔야 합니다, 어르신! 적들이 계속해서 밀려들고 있습니다!”
별가종사(別駕從事) 미축이 소리쳤다.
흘러가는 전황이 심상치 않았다.
아군은 패퇴를 거듭하고 있었으며 적들은 거침없이 용진을 반복하고 있었다.
중원에서 거친 싸움을 반복해온 조조 군은 변방에서 황건적을 토벌해온 도겸군을 완전히 압도하기에 이르렀다. 힘의 논리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전면전에서 도겸군은 금방 수세에 몰리고 말았다.
“어르신을 호위하라!”
부곡(部曲) 조표가 단양병(丹揚兵)을 동원하여 도겸을 호위했다.
본진을 돌파하고자 달려드는 우금의 부대를 몰아낸 뒤, 팽성으로 향하는 퇴각로를 확보했다.
서주 최강의 정예부대답게 단양병은 거친 격전 속에서도 무용을 떨쳤다. 승전보를 거듭하던 우금의 부대를 몰아내는 성과를 거두면서 자칫 목숨이 잃을 뻔한 도겸을 구해 냈다.
“소장이 후미를 도맡겠습니다! 어서 가십시오, 어르신!”
검을 뽑아 든 조표가 달려드는 적들을 막아 내며 소리쳤다.
단양병들 또한 날카로운 창을 치켜들면서 호랑이처럼 달려드는 조조군을 막아섰다.
“적들이 어찌 이리도 날래단 말이냐! 아군 또한 정예로 손꼽히는 병력이거늘, 제대로 반격조차 못 해 보고 무너질 수 있단 말인가!!”
도겸이 크게 한탄하며 속수무책으로 밀리는 병력들을 바라보았다.
전선에 투입된 아군의 대장기들이 하나둘씩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대장기들이 조조 군의 거센 공세에 꺾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본 도겸은 비통함을 쏟아 내면서 앞을 향하고 있던 말머리를 돌려야 했다.
“퇴각하라! 팽성으로 퇴각하라!”
결국 불리한 열세를 이기지 못한 도겸은 미축, 손건과 함께 달아나게 되었다.
조조 군에게 완전히 참패했다.
3만에 이르던 병력은 와해되었으며,
압도적인 힘 앞에 전의를 상실하게 된 도겸군 병사들은 병장기를 버리고 투항하기 시작했다.
팽성 전투는 도겸의 병력을 대파(大破)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조조 군의 압승이었다. 순욱의 추천을 받고 군사로 투입된 정욱의 계책대로 진행되었던 전투는 너무도 싱겁게 끝나버렸다.
“전군 퇴각하라!”
“팽성으로 퇴각한다! 퇴로가 막히기 전에 어서 서둘러라!”
뿔뿔이 흩어진 도겸군의 잔병들이 병장기까지 내던진 채 팽성 방면으로 달아났다.
하지만 퇴각에 성공한 병력은 극소수였다.
팽성 전투에 참여한 대부분의 장졸들은 조조 군에게 포로로 떨어지게 되었다.
그렇게 사로잡은 포로들이 무려 수천 명에 이르렀으며, 조조 군은 도겸군이 동원했던 물자들을 모두 노획하는 성과를 거둬냈다.
“도겸을 끝까지 쫓아라! 도겸 일파들을 모조리 추살하라!”
서주자사 도겸이 심복들을 대동한 채 달아나는 모습을 목격한 조조는 기병들을 즉시 투입시켰다.
그러나 후미에 남은 단양병의 활약으로 인해 조조 군은 도겸의 추격에 실패하고 말았다. 팽성 전투에서 크게 승리를 거뒀지만 도겸을 안타깝게 놓치고 만 것이다.
“공세를 늦추지 마라!”
“잔적들을 끝까지 추격하여 전의를 꺾어버려라!”
맹렬한 추격이 이어졌다.
팽성 전투에서 압승을 거둔 뒤,
조조 군은 팽성 방면을 도망치던 장졸들을 집요하게 추격하여 붙잡는 성과를 올렸다.
눈앞에서 대패를 경험한 도겸은 팽성에서 웅거하면서 수성전을 벌일 터. 도망치는 적들을 최대한 많이 사로잡아 도겸군의 전력을 깎아낼 필요가 있었다.
“주군, 대승을 거뒀습니다!”
“무사히 팽성으로 도망친 적들은 겨우 1만도 되지 않습니다!”
피칠갑한 장수들이 달려와 조조에게 반가운 승전보를 고했다.
실로 역사에 남을 압승이다.
3만에 달하던 적들을 완전히 꺾어 버렸으니 도겸군은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었다.
팽성 평야에서 대승을 거두고 5천에 달하는 장졸들을 포로로 붙잡은 조조 군의 기염이 마치 천하를 진동시키는 듯했다.
“사로잡은 포로들은 얼마나 되는가?”
“5천이 조금 넘습니다.”
초전부터 대승을 거뒀음에도 조조는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스산한 살의를 흩뿌리면서 이전에게 사로잡은 포로들에 대해 물을 뿐이었다.
그 물음에 이전은 형용할 수 없는 섬뜩한 오싹함을 느껴야 했다. 붙잡은 포로들에 묻는 주군의 모습에서 서늘한 귀기(鬼氣)가 흘러나오는 듯했기 때문이다.
“팽성으로 전령을 보내라. 일주일 내로 도겸과 그의 식솔들이 팽성의 성문을 열고 투항해 오지 않는다면 5천의 포로들을 모조리 죽일 것이라고 전하도록.”
“…예?”
5천에 달하는 포로들의 목숨을 담보로 잡겠다는 조조의 말에 이전이 놀라 되물었다.
그러나 조조는 답하지 않았다.
스산한 눈길로 이전을 바라볼 뿐이었다.
자신이 결코 잘못 들은 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 이전은 아연실색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 * *
중원제일 검의 목숨이 경각에 달했다는 소문을 듣고 급히 달려온 화타는 장중경과 의원들에게 수술을 주문했다.
침과 뜸을 먼저 준비했다.
그는 침구학(鍼灸學)과 경혈학(經穴學)의 뛰어난 대가였기 때문이다.
수술 준비가 모두 끝나자 깨끗하게 세신하고 새 옷으로 갈아입은 화타는 서서히 죽어 가고 있는 이성휘에게 침을 놓기 시작했다.
“마비산을 쓰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낙맥(絡脈)이 흐르는 혈에 거침없이 침을 꽂는 화타에게 장중경이 물었다.
그에 화타가 답했다.
“고통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병자는 위독한 상황일세. 게다가 지금 같은 경우에는 마비산을 쓰는 게 오히려 위험할걸세.”
노련한 신의는 무려 361개에 달하는 경혈들의 위치를 모두 알고 있다는 듯이 능숙하게 침을 꽂았다.
그 거침없는 모습에 의원들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면서 지켜보았다. 병자를 소생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경이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매우 위태롭게 보였다.
“이제 뜸을 놓겠네.”
그렇게 한 시진이 흐른 뒤,
이성휘의 온몸에 침을 꽂은 화타는 흐르는 땀을 옷소매로 닦으면서 장중경에게 말했다.
그 모습에 의원들이 혀를 내둘렀다.
일말의 오차도 없이 경혈에 해당하는 부분에 침들을 꽂은 화타의 실력에 경악을 토해냈다.
“실로 경이로운 무인이군. 내 반평생 동안 수많은 병자들을 살폈네만, 이토록 강인한 심신을 가진 사내는 본 적이 없었네.”
다 죽어 가는 상태에서도 끊임없이 혈기를 발산하는 이성휘의 육신을 본 화타는 경이를 금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녕 사람이란 말인가?
어떻게 사람의 육신이 이토록 고강할 수 있는가!
육신의 혈기와 강인함은 사람의 한계를 현저히 벗어난 인외(人外)에 가까웠다.
‘천하에 감히 대적할 자가 없었다고 전해지는 서초패왕(西楚覇王)이 이러했을 터…. 사나운 흉적들로부터 황실과 조정을 수호해온 중원제일 검의 명성은 귀가 따갑도록 들었네만, 설마 이 정도의 힘과 무용을 자랑하는 자였을 줄이야!’
경혈들에 침을 놓자마자 혈기가 솟구치고 있었다.
심장처럼 끊임없이 박동 치면서,
싸늘하게 식었던 혈색이 점점 돌아오기 시작했다.
물길을 가로막고 있던 돌덩이를 치운 것처럼 발산되기만을 기다려온 혈기가 중원제일 검을 계속해서 재촉했다.
“경과는 어찌 되었습니까?”
“지금 화타 선생께서 사력을 다하시는 중이니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일단 선생을 뵈어야겠습니다…!”
경혈에 해당하는 부위에 말린 쑥을 올리고 불씨를 지폈을 때,
바깥에서 여성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체 무슨 일입니까?”
화타를 대신하여 장중경이 나와 연주성에서 온 여인을 응대했다.
상아색 머리카락을 허리까지 늘어뜨린 여성은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이성휘의 경과를 물었다.
“여전히 눈을 뜨지 못하고 계십니다만 원화 선생께서 사력을 다하고 계시니 치료와 회복을 계속 병행한다면 눈을 뜰 겁니다.”
“호, 혹시 그게 언제쯤이겠습니까…?”
“그건 저희들도 알 수 없습니다.”
연주성에서 온 부군사 순욱의 말에 장중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확답은 할 수 없었다.
아직 중원제일 검은 사경을 헤매는 상태였으므로.
생사의 기로에 접어들었던 상태가 악화 일로를 걷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러운 일이리라.
* * *
무려 2시진 동안 쉬지 않고 이어졌던 수술이 마무리가 된 뒤에야 순욱은 이성휘를 볼 수 있었다.
화타가 심혈을 기울인 덕분이었는지 시체처럼 싸늘했던 안색에 불그스름한 혈색이 돌았다.
그러나 여전히 정신은 돌아오지 않았다.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키기 위한 기력은 돌아오지 않았는지 침상에 누운 사내는 여전히 침묵을 이어갈 뿐이었다.
“…어림총사.”
곤히 잠든 것 같은 이성휘의 모습에 순욱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의자에 앉았다.
피부 위로 수많은 흉터들이 보였다.
분명 치열한 사투 속에서 입은 흔적들이리라.
온몸에 선명히 남아 있는 흉터들을 본 순욱은 손끝을 미약하게 떨면서 이성휘의 팔을 훑었다. 강철처럼 무척이나 단단하고 뜨거운 몸이었다.
“죄송해요, 어림총사는 최선을 다해 비극을 막으려고 하셨는데… 부족한 저는 주군을 저지할 수가 없었어요…. 정말 미안 해요.”
순욱은 증오와 복수에 불타던 주군을 말리지 못한 스스로에게 깊은 회한과 자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주군을 바른길로 이끌지 못한 주제에,
일말의 희망이라도 붙잡고자 태산국으로 달려왔다.
서주를 모두 불태우겠노라며 복수심에 물든 주군을 말릴 수 있는 사람은 이성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어림총사는 저를 믿고 추천해주셨는데… 저는 그런 어림총사의 기대를 완전히 저버리고 말았어요.”
실로 비참하고 슬픈 일이었다.
사경을 헤매고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니.
순욱은 그 비참함을 견디기 어려웠는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이성휘의 팔을 붙잡은 채 오열했다.
“주군께서는 결국 복수를 결행하기 위해 군세를 이끌고 서주로 향하셨습니다. 증오와 복수를 내세우시면서 나서셨지만… 분명 자신을 향한 분노와 죄책감을 이기지 못해 내리신 결정이겠지요….”
장개를 꼭두각시로 내세워 기습을 감행했던 도겸군을 징벌하겠다는 명분은 그저 핑계일 뿐,
그녀가 진심으로 증오하고 경멸하는 대상은 본인이었다.
자기 자신을 용서할 수 없기에,
그래서 그 분노와 증오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것이다.
증오와 복수에 빠진 주군을 끝내 말리지 못한 자기 무력함이 한탄스러웠다. 그리고 사경을 헤매고 있는 남자에게 찾아와 애처롭게 도움을 구걸하는 자기 안약함이 실로 원망스러웠다.
“미안 해요.”
상아색 머리카락의 여인이 뚝뚝 흘러내리는 눈물을 옷소매로 닦으면서 중얼거렸다.
촉촉하게 젖은 눈가와 붉게 달아오른 얼굴.
누구에게도 보여 줄 수 없는 꼴사나운 모습이었다.
“의술이 가히 신기에 도달하신 화타 선생이라면 어림총사를 무사히 소생시킬 수 있겠죠. 부디 쾌차하시기를 바랄게요.”
수줍은 표정을 지으면서 이성휘를 향해 속삭인 순욱이 이내 몸을 일으켰다.
이제 서주로 갈 생각이었다.
서주로 가 목숨을 걸고 주군을 막으려 했다.
예정된 참사를 막기 위해서.
어림총사와 주군으로부터 막중한 중임을 받아 부군사가 되었으니, 이 하잘것없는 목숨을 다하여 주군께서 현명한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희생할 생각이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꺄악──!!”
온몸에 침이 박힌 사내가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 순간,
상아색 머리카락의 여인은 경악에 찬 비명을 지르면서 뒤로 고꾸라졌다.
“정말… 맹덕 님께서 서주로 가셨습니까?”
죽음의 기로에서 간신히 소생하게 된 사내가 두 눈을 부릅뜨며 순욱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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