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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193화 (193/616)

19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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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司空) 조조가 결국 군사를 일으켰다.

총 5만의 군세가 움직였다.

그 소식을 들은 도겸은 아연실색하여 비명을 내질렀다.

별가(別駕) 조욱과 부곡(部曲) 조표를 보내어 장개의 단독행동이었음을 알리도록 하였건만, 조조는 독불장군처럼 부하들에게 서주 공세를 천 명했다.

“어르신! 조조군이 태산국(泰山國)을 통과하여 패국(沛國)에 도달했습니다!”

“벌써 왔단 말이냐!”

다급히 도착한 척후의 급보에 도겸과 관료들이 크게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조조 군의 기동력은 상상을 초월한 수준이었다.

과연 중원 지역을 제패한 세력답게 요원지화를 방불케 하는 속도로 진격해 오고 있었다.

조조군이 도달한 패국은 도겸군의 중심지인 팽성과 그리 머지 않은 위치였으므로 도겸은 간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껴야 했다.

“어서 군사들을 편성하라! 내 직접 군세를 몰고 조조를 막을 것이다!”

공세에 응전하기 위해 도겸은 장수들을 모두 집결시켰다.

팽성교위(彭城校尉) 여유. 기도위(騎都尉) 장패.

두 장수들을 중심으로 하여 군세를 소집하도록 명령한 도겸은 직접 지휘를 맡겠노라고 관료들에게 천 명했다.

장수였던 시절에 직접 군세를 이끌고 수많은 전투들을 승리로 이끈 경험이 있었으며, 또한 자신이 직접 나선다면 서주 사대부와 호족들이 뒤를 받쳐줄 것이었기에 호기롭게 나섰다.

“비록 장개의 만행으로 시작된 일이나… 조조, 그 사악한 독부가 풍요로운 서주를 잿더미로 만드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도겸의 호언에 미축과 손건 등의 관료들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동의했다.

조조는 서주를 침공하려는 침략자,

지금은 만인의 힘을 합쳐 침략자를 저지해야 할 때였다.

5만에 육박하는 대군이 턱밑이나 다름없는 패국에 이르렀기에 도겸은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갑옷을 걸쳐 입고 서주의 용맹한 장수들을 이끌었다.

“부양현(傅陽縣)과 여현(呂縣)의 사대부와 호족들이 물자를 이끌고 가세했습니다!”

“소장이 직접 무원현(武原縣)에 집결한 병력을 이끌고 전선으로 향하겠나이다.”

도겸을 따라 서주를 제패했던 용장들답게 도겸군의 장수들은 매우 능숙한 모습을 보였다.

용맹하고 충직하였으며,

또한 서주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목숨을 걸 수 있는 정예였다.

좌우에 도열한 장수들의 믿음직스러운 면면을 살펴보던 도겸은 고개를 무겁게 끄덕이면서 자신감에 찬 모습을 보였다.

‘오냐! 어서 오거라, 조맹덕…! 더러운 침략자인 네놈들을 모두 무덤으로 보내주겠다! 너희를 모두 전멸시킨 다음에 연주와 예주를 차지해 주마!’

도겸은 침략자들을 모두 막아 내겠다는 사명감과 함께, 침략자들을 모두 무찌르고 연주와 예주를 석권하여 중원을 제패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조조 군의 침략은 끔찍한 위기이며,

또한 서주의 도겸군이 천하를 향해 도약할 기회였다.

그렇게 판단한 도겸은 서주의 모든 병력들을 이끌고서 조조군과 건곤일척의 승부를 내려 했다.

* * *

군세를 이끌고 예주 패국에 도달한 조조는 도겸이 팽성으로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응전을 꾀할 생각이 분명했다.

도겸의 저항에 조조는 비웃음을 흘렸다.

연주와 예주를 제패했던 5만의 병력이 서주 침공을 위해 집결했다. 시골벽지에서 황건적을 상대로 자웅이나 벌이던 서주 약골들이 감히 연주의 강병들을 이길 수 있을 리 없었다.

“묘재, 1만의 군세를 맡길 터이니 임성국(任城國)으로 가 후방을 지켜라.”

조조는 하후연에게 1만의 군세를 맡기면서 임성국을 지키게 하는 한편, 예주로 전령을 보내어 조인에게 원술군을 견제할 것을 주문했다.

중과부적의 상황을 우려한 도겸은 동맹에게 도움을 구걸할 터.

도겸군과 원술군이 은밀하게 동맹을 맺었다는 정보를 입수한 조조는 혹시 모를 원술군의 참전에 대비하였으며, 또한 하후연으로 하여금 청주에 세력을 두고 있는 공손찬군의 참전을 저지하려 했다.

“주군, 도겸군에서 사절단이 도착했습니다.”

조조를 알현하고자 연주성으로 향했던 도겸군의 사절단이 패국에 도착했다.

별가 조욱을 대표로 하는 사절단이었다.

연주성에 조조가 없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되돌아온 조욱은 장개의 만행으로 불거지게 된 전쟁을 막기 위하여 조조 군의 본영에 발을 들였다.

“사절단이라…. 뻔뻔스럽게도 사절단을 보내셨군.”

조조는 허저에게 사절단을 들일 것을 명령했다.

어디 변명을 듣기로 했다.

나의 전부였던 사람을 죽음 직전까지 내몬 주제에, 과연 어떤 궤변으로 심중을 속이려 들지 궁금했다.

“소신은 별가 조욱이라 하옵니다.”

좌우에 장수들을 거느린 조조가 도겸군의 사절단을 맞이했다.

그에 정숙한 인상의 중년남성이 서주 관료들과 함께 조조에게 예를 취했다.

침략군의 군영으로 들어선 것이었기에 관료들은 긴장감에 물든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사께옵서는 휘하를 제대로 단속하지 못하여 양군 사이에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게 된 것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계시옵니다.”

휘하는 장개와 그 부하들을,

불미스러운 일은 당연히 낭야국에서 벌어졌던 피습을 의미했다.

조욱은 낭야국에서 벌어진 피습은 팽성도위 장개와 그 부하들이 벌인 소행이며, 도겸군은 결코 피습사건과 연관이 없음을 알렸다.

“사태가 진정되면 자사께옵서 장개와 그 무리들로부터 습격을 겪으신 어르신에게 사죄를 청하겠노라고 하셨사옵니다.”

조욱이 넙죽 엎드리면서 조조에게 사죄를 청했다.

5만에 육박하는 조조 군의 위용을 본 조욱은 이 침략자들이 기어코 공세를 벌인다면 서주의 명운이 풍전등화처럼 흔들리게 될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조욱은 혼신의 힘을 다하여 전쟁을 막으려고 했다.

“사죄? 잘못에 대한 사죄하겠단 말인가.”

“그렇사옵니다.”

조욱의 말에 조조가 몸을 일으켰다.

그에 좌우에 도열한 조조 군의 장수들이 긴장이 섞인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격노에 찬 주군의 모습을 보았기에,

도겸군의 사절단에게 무슨 짓을 가할지 알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너희 서주 놈들은 내 부친과 일가친척들에게 위해를 가했으며, 그를 막고자 나섰던 어림총사는 사경을 헤매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네놈들은 그것을 어떻게 보상해 줄 생각이지?”

흑발의 여인이 검을 뽑으면서 날카로운 칼끝을 겨눴다.

목덜미에 겨눠진 차가운 금속을 느낀 조욱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면서 입을 열었다.

“장개와 그 부하들로 인해 벌어진 희생과 피해 들은 몇 번을 사죄해도 모자랄 것이옵니다! 어찌 저희 군이 잘못을 부정하겠사옵니까?”

조욱의 절절한 외침에 그를 조용히 응시하던 조조가 목덜미를 향해 겨눴던 칼끝을 거뒀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사죄라…. 그렇다면 이야기가 빠르겠군. 나는 나의 전부를 앗아간 네놈들에게 똑같이 전부를 빼앗을 생각이다.”

사죄,

잘못을 비는 사죄는 필요치 않았다.

칠신탄탄(漆身呑炭)의 심정으로 잃은 것들을 적에게서 또한 빼앗을 뿐이다.

입으로 무엇을 떠들지 못하겠는가.

직접 사죄를 청하겠다는 도겸의 말은 코앞에 들이닥친 위기를 벗어나려는 수작질에 불과했다.

“중강.”

“예, 주군!”

“내 혜안을 흐리게 만들기 위해 둔영에 온 놈들이다. 당장 둔영 밖으로 끌고 나가 목을 쳐라.”

조조는 조욱과 도겸군의 사절단에게 참수를 선고했다. 또한 호위장 허저에게 당장 참수를 집행할 것을 명령했다.

“안 됩니다, 주군!”

허저가 호위병들을 동원하여 조욱과 서주 관료들을 끌고나가려 했다.

그에 정욱이 가로막았다.

“조욱은 어진 효행과 유순한 성품으로 유명한 서주의 명사입니다! 절대로 조욱을 죽여선 안 됩니다! 부디 재고하여 주십시오, 주군!”

어질고 현명한 성품을 가진 선비로 유명한 조욱을 살해한다면 서주 사대부와 호족들이 크게 반발할 터였다.

조욱은 왕랑, 장소와 함께 서주의 3대 현인으로 명성이 높은 선비였으므로 사대부와 호족들뿐만 아니라 백성들 또한 분개하여 아군을 규탄할 것이 분명했다.

“당장 목을 쳐라!”

정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조조는 끝내 집행을 강행했다.

이윽고 호위병들이 조욱과 서주 관료들을 둔영 바깥으로 끌고 나간 뒤에 목을 쳤다. 어질고 효행이 높은 선비로 유명했던 조욱이 결국 조조 군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일말의 망설임 없이 사절단을 살해한 조조는 그 수급들을 팽성에 보냈다.

도겸군을 향한 경고이며,

네놈들 또한 목 없는 귀신으로 만들어 주겠다는 선포이기도 했다.

“원양, 선봉을 맡기겠다. 오현(梧縣)에 진형을 치고 아군 본대를 기다려라.”

“알았어.”

“자렴, 휘하 군세를 이끌고 원양을 보조해라.”

“알겠습니다.”

사절단으로 보낸 조욱과 관료들이 모두 참수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면 도겸은 필시 분개하여 군세를 움직이려 들 터.

그것이 바로 조조의 노림수였다.

만약 도겸군이 팽성의 높은 성벽에 의지하여 수성전을 벌인다면 장기전을 걱정해야 할 것이기에, 일부러 도발하여 팽성 밖으로 끄집어내려 했다.

중원을 제패했던 조조군이 허허벌판에서 치러질 야전(野戰)에서 도겸군을 이기지 못할 리가 없었다.

“수만 명의 도겸군 병력들을 모두 짓밟은 뒤에 팽성을 불태워 버릴 것이다. 도겸과 그 피붙이들은 물론, 그와 연관된 놈들을 모두 묻어 버리겠다!”

복수심에 불타는 흑발의 여인이 증오에 물든 외침을 토해냈다.

모조리 진멸시킬 것이며,

결코 잔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진멸(盡滅)과 잔륙(殘戮).

주춧돌 하나 남기지 않고 도겸군을 멸망시킬 것이며, 또한 장졸과 백성들에 이르기까지 단 한 명도 살려 두지 않겠다는 끔찍한 광기를 엿볼 수 있는 단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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