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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188화 (188/616)

18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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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국조씨 가문을 피습하여 막대한 재산을 가로채려 했던 장개는 도리어 3백 명의 부하들을 모두 잃고 치욕을 당하게 되었다.

중원제일 검이 휘두른 검에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었으며, 뒤이어 달려든 패국조씨 가문의 사병들에 구살(毆殺)당하는 끔찍한 최후를 맞이했다.

“중원제일 검은 우리 패국조씨 가문의 은인이다! 한시라도 빨리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태산국으로 옮기거라!”

조숭은 극심한 치명상을 입은 이성휘를 급히 후송할 것을 명령했다.

그는 일가친척들을 구한 은인이다.

단기필마로 3백 명에 달하는 적들을 향해 달려들어 패국조씨 가문을 구해주었다.

이성휘를 편히 옮길 수 있도록 수레 위에 가득 쌓은 재물들을 바닥에 버리기까지 했다. 천만금에 달하는 재물을 단념할 정도로 조숭은 이성휘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적들이 언제 또 몰려올지 모른다! 지금부터 모든 재물들을 두고 떠난다!”

조숭은 진귀한 패물과 금은보화를 가득 실은 100여 대의 수레들을 모두 포기할 것을 명령했다.

장개 같은 무리가 또 있을지 모른다.

조숭은 최대한 빨리 서주를 탈출할 수 있도록 치중들을 모두 두고 떠난다는 강수를 두었다.

수십 년 동안 축적해온 패국조씨 가문의 재산들을 그대로 두고 떠난다는 것은 매우 씁쓸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중원제일 검에게 구원받은 목숨을 소중하게 여겨야 할 때였다.

“어, 어르신!”

“그럼 이 재물들을 모두 포기한단 말씀입니까?!”

그에 패국조씨 가문의 종친들이 크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조숭의 지엄한 명령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순응했다.

지금은 목숨부터 보전해야 할 때였다.

억만금의 금은보화들도 목숨에 비할 바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재물을 노리는 도적들이 언제 또 급습을 가해 올지 모른다는 공포에 패국조씨 가문의 종친들은 결국 패물과 금은보화들을 두고 떠나야 했다.

‘중원제일 검, 이 조거고는 결단코 자네의 은공을 잊지 않겠네! 내 반드시 살아 아만에게 갈 것일세!’

피투성이가 된 채 정신을 잃은 이성휘의 모습을 바라보던 조숭이 굳은 결심을 품었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다.

저 젊은이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재물에 눈이 멀어 피습을 가했던 장개 같은 무리가 배후를 쫓아오고 있다면 길목에 방치한 억조(億兆)의 금은보화들을 그냥 좌시하진 않을 터. 놈들이 재산에 눈이 팔려 있을 때 서둘러 연주로 달아나기로 했다.

“수레를 끌던 말에 올라라! 최대한 빨리 이 끔찍한 곳을 벗어난다!”

조덕이 크게 소리쳤다.

실로 처참하고 원통했다.

개국공신 사대부인 우리 패국조씨 가문이 며칠 동안 굶은 부랑자 같은 몰골이 되다니.

가문의 패물과 금은보화를 노린 도겸군의 만행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다. 분명 피습을 가한 도적들의 배후에 서주자사 도겸이 있을 게 분명했다.

“중원제일 검의 도움을 받게 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지금까지 천운이라는 것을 믿었던 적이 없었습니다만…, 과연 이것을 두고 천운이라고 말하는 것이군요.”

중원제일 검이 단기필마로 가세하지 않았다면 비열한 도적 떼들에게 전멸을 당했으리라.

재물들을 모두 빼앗긴 채,

싸늘한 시신이 되어 누이에게 전해졌겠지.

홀로 3백 명에 달하던 적들과 싸웠던 저 사내는 우리 패국조씨 가문의 은인이며, 또한 백골난망하듯 평생 그 은혜를 갚아야 할 사람이었다.

“천운이라…. 그래, 네 말대로 지금 같은 상황을 두고 천운을 받았다고 하는 것일 테지.”

조덕의 말에 조숭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만이 지아비가 될 사람을 데려온다면, 패국조씨 가문의 사위가 될 사람을 데려온다면…. 우리 가문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려 했던 이 젊은이 같은 대장부를 데려왔으면 좋겠구나.”

중원제일 검의 활약 덕분에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지게 된 조숭은 이성휘를 향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면서 중얼거렸다.

“저도 중원제일 검이 매형이라면 아침마다 공손하게 문안인사를 드릴 겁니다.”

조숭과 조덕 부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살아남은 것에 안도하고 있을 때,

저 너머에서 군세가 달려왔다.

평동장군(平東將軍) 조홍이 이끄는 군세였다.

조조의 명을 받들어 서주 경계를 넘은 조홍은 낭야국을 완전히 불태워 버릴 기세로 달려오고 있었다.

* * *

패물과 금은보화들을 빼앗기 위해 패국조씨 가문을 습격한 도겸군의 군사들에게 태산태수 응소가 피살되었다.

실로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2백 명의 병력을 이끌고 출진했던 응소가 살해당했다면 패국조씨 가문의 종친들 또한 도적들에게 흉수를 당했을 터.

소수의 사병들만 이끄는 패국조씨 가문이 도적들의 흉수를 막아 낼 수 있을 리 없었다.

“누님, 자렴 누이께서 휘하의 군세를 이끌고 낭야국으로 출진하지 않았습니까? 일단 경과를 지켜본 뒤에 군세를 움직여도 늦지 않습니다.”

하후연은 성급하게 군세를 움직이려는 조조의 행동에 우려를 드러내고 있었다.

조조가 동원하려는 병력은 5만.

가용할 수 있는 부대들을 모두 소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연주를 차지한 뒤에 예주를 세력권에 두게 되면서 중원의 패자라 불리게 될 정도로 크게 성장하게 되었다. 그러나 5만에 달하는 병력을 한꺼번에 전선에 투입하는 것은 조조 군에게도 아슬아슬한 도박이었다.

“말릴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맹덕은 어느 누구의 말도 들으려고 하지 않을 걸.”

붉은 머리카락을 허리까지 늘어뜨린 여인이 근심에 찬 표정을 지으면서 중얼거렸다.

애지중지 키운 아버지가,

자신을 금지옥엽처럼 홀로 키웠던 아버지가 재물에 눈이 먼 도적 떼에게 피습을 당하고 말았다.

어릴 적 어머니를 여윈 조조는 홀로 자신을 키워주었던 아버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감히 자기 아버지에게 위해를 가한 적들의 존재를 결코 용서할 수 없다.

“제가 예주로 파발을 띄우겠습니다. 분명 어림총사라면 맹덕 누이를 말릴 수 있을 겁니다.”

“너무 늦어. 맹덕은 지금 당장에라도 군세를 출진시킬 기세라고.”

“그건 그렇습니다만….”

조조는 휘하 참모와 장수들을 향해 서주를 불태우겠노라고 단언했다.

광기 어린 살의,

붉은 눈동자에 담긴 지독한 살의를 엿본 하후돈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불길함을 느꼈다.

귀기가 느껴지는 증오를 품은 딸이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마음을 옥죄어왔다.

“주군.”

하후돈과 하후연 남매가 굳은 표정을 한 채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상아색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여인은 무관들과 함께 조조의 집무실을 출입했다.

굳게 닫힌 집무실의 문을 열자,

갑옷을 걸쳐 입은 채 흉흉한 살의를 토해내는 흑발의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을 불태워 버릴 것처럼 매서운 광기를 발산하는 조조의 모습은 악귀(惡鬼)와도 같았다.

도깨비불처럼 요사스러운 붉은 안광을 형형하게 빛내는 조조의 모습에 순욱이 어깨를 미약하게 떨었다.

“부군사, 전군은 모두 집결하였는가?”

“주군.”

피부에 따끔한 통증이 가해질 정도의 살기가 주군으로부터 흘러나오고 있었다.

도살(屠殺).

순욱은 휘하 참모와 장수들이 모인 자리에서 주군께서 언급했던 말을 떠올렸다.

서주의 모든 군현들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리겠다며 호언하던 모습은 사해(四海)를 피로 물들였던 진시황이 과연 이러하였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잔인하고 무자비했다.

“전쟁을 멈춰주십시오.”

상아색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문사가 결연함에 물든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들었다.

전쟁 준비를 중단할 것을,

증오와 분노를 동원한 복수극을 멈춰줄 것을 요청했다.

고결한결연함을 품은 순욱의 말에 조조의 눈이 더욱 사납게 변해 갔다. 부친과 일가친척들의 복수를 가로막는다면 너 또한 용서치 않겠다는 지독한 증오가 흘러나왔다.

“부군사, 주군의 명령이 우습게 들리는가. 그도 아니면 내가 우습게 보이는가.”

허리에 검을 찬 흑발의 여인이 성큼성큼 내디디면서 순욱을 위협하듯 그 앞에 섰다.

당장에라도 검을 뽑을 것처럼,

마치 철천지원수를 바라보듯 순욱을 노려보았다.

흉악한 살의에 숨을 쉬기 어려웠다. 도깨비불처럼 사나운 빛을 내는 붉은 눈동자에 순욱은 자기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가는 것을 느꼈다.

“주군인 내가 명령을 내렸으면 그를 충직하게 따르는 것이 그대의 본분일 터.”

조조가 말했다.

그에 순욱이 두 팔을 뻗으면서 입을 열었다.

“주군께서 그릇된 길을 걸으려고 하실 때마다 목숨을 바쳐서라도 간곡히 진언하는 것 또한 부군사의 사명일 것입니다.”

절대로 전쟁을 일으켜선 안 된다,

순욱의 진언에 조조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네년이 뭘 안다고 지껄이는 거냐.

재물에 갈취하려는 비열한 도적 떼에게 아버지와 일가친척들을 잃었다.

가문과 가족들이 흉악한 도적들에게 피살되고 말았다. 응당 복수하는 게 도리일 터.

패국조씨 가문에게 위해를 가한 놈들을 발본색원하여 모조리 죽여 버릴 것이었다.

“주군.”

조조가 당장에라도 검을 뽑아 들 것처럼 흉흉한 기세로 순욱을 노려보고 있을 때,

순욱의 뒤를 지키던 무관이 입을 열었다.

“저희는 어림총사를 보필하는 휘하 무관들입니다. 어림총사가 올린 전언을 주군에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부관이…?”

자신을 어림총사 휘하의 부관이라고 밝힌 남성의 말에 조조가 의문을 띄웠다.

부관이 전령이 보낸 서한에 이어, 이번에는 전언까지 보냈단 말인가.

흑발의 여인은 순욱에게서 눈을 돌리면서 이성휘가 보낸 무관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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