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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187화 (187/616)

18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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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물을 사정 없이 뿜어내면서 흙바닥을 나뒹굴고 있던 장개가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얼굴에 흙을 가득 묻힌 채,

침음을 토해내며 어떻게 된 일인지를 알아내려 했다.

고개를 든 장개는 경악스러운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중원제일 검을 척살하기 위해 투입되었던 100여 명의 용맹한 병사들이 군데군데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커헉…! 쿨럭쿨럭!!”

“괴, 괴물 같은 놈! 어떻게 이 많은 숫자들을…!!”

창검을 치켜들면서 앞을 가로막았던 보병들이 전멸했으며, 뒤에서 활을 겨누던 궁병들 또한 중원제일 검에게 도살되고 말았다.

쇠그물은 청강검의 칼날에 끊어졌다.

포위망이 결국 무너지게 되면서 100여 명에 달하던 병사들이 겨우 한 명에게 참패를 당하게 된 것이었다.

그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장개의 부하들은 물론,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하고 있던 조숭과 조덕 부자 또한 경악에 찬 눈빛으로 피투성이가 된 이성휘를 바라보았다.

“세, 세상에…!”

“믿을 수가 없군! 저게 바로 풍문으로만 들어온 중원제일 검의 무위인가?”

이성휘가 가세한 덕분에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지게 된 패국조씨 가문의 사병들이 경외에 가까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과연 풍문대로…

아니, 풍문 이상의 실력을 보여 주었다.

저게 정녕 우리와 같은 사람이란 말인가? 두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믿어지지 않았다.

절대적인 무력과 활화산과 같은 용맹.

가히 초패왕(楚覇王)에 필적하는 무용(武勇)을 지켜보게 된 그들은 이성휘를 사람의 한계를 벗어난 인외(人外)로까지 취급했다.

“싸울 기력이 남은 장졸들은 패국조씨 가문의 종친들을 호위하라!”

이성휘가 사자후를 내지르면서 치열한 난전 속에서 살아남은 장졸들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그에 패국조씨 가문의 사병과 태산태수 응소의 잔병들이 수레에서 몸을 웅크린 채 벌벌 떨고 있던 패국조씨 가문의 종친들을 호위하기 시작했다.

“으, 으아악!!”

“대장이 잡혔다! 모두 도망쳐라!”

“저런 괴물을 상대로 어떻게 싸우라고!!”

이성휘가 흙바닥에 쓰러진 장개를 향해 칼끝을 겨누고 있는 모습을 본 부하들은 전의를 완전히 상실하고는 무기를 버리고 도망쳤다.

중원제일 검을 향한 공포가 장개를 향한 충성심마저 집어삼킨 듯했다.

“사, 살려 줘! 제발 살려다오! 아니, 제발 살려주십쇼!!”

피투성이가 된 장개가 고개를 벌떡 쳐들더니 이성휘를 향해 목숨을 구걸했다.

기세등등하게 날뛰던 모습은 대체 어디로 가 버렸는지 눈물 콧물을 뚝뚝 흘리면서 흙바닥에 머리를 조아렸다.

실로 구차하고 비겁한 모습이었다.

이성휘는 그 모습을 싸늘한 눈길로 내려다보았다.

“두 번 다시 못된 짓하지 않겠습니다, 대협! 하, 하늘에 걸고 맹세하겠습니다!”

외팔이 된 장개는 발이라도 핥을 것처럼 이성휘에게 자비를 베풀 것을 요청했다.

그에 이성휘는 청강검으로 요청에 대한 답을 해주었다.

“으으으, 으아아아악!!”

청강검의 날카로운 칼끝이 장개의 어깨를 벴다.

흩뿌려지는 피와 살점,

장개가 비명을 토해내면서 몸을 웅크렸다.

그를 본 이성휘는 재차 검을 휘두르면서 장개의 몸에 깊은 검흔들을 새겼다. 감히 패국조씨 가문을 멸족시키려 했던 악한을 향한 징벌이었다.

“비천한 버러지 따위가 감히 패국조씨 가문에게 위해를 가하다니….”

“커헉, 커어억…! 허억, 허억, 컥컥!!”

온몸에 깊은 검흔들이 새겨진 장개가 흙바닥에 몸을 눕힌 채 당장에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소리를 토해냈다.

성한 부분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온몸이 난자되었으니 그 고통은 당연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할 터.

이성휘는 감히 패국조씨 가문을 피살하려 했던 장본인에게 합당한 대가를 가해주었다.

“놈을 묶어라.”

“예!”

겨우 숨을 내쉬고 있는 장개를 내려다보던 이성휘가 의천검과 청강검을 검집에 납검하면서 명령을 내렸다.

패국조씨 가문의 사병들이 달려와 피범벅된 장개를 붙잡았다.

“괜찮으십니까, 어르신.”

이성휘가 예를 취하면서 조숭에게 안부를 물었다.

조숭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가 와 준 덕분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네. 정말 고맙네.”

“…….”

과묵하게 생긴 중년남성으로부터 감사를 듣게 되었다.

늦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

도겸과 부하들에게 피살될 운명이었던 조조의 부친을 기적적으로 구해 냈다.

무아지경의 상태로 낭야국까지 달려온 이성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비극으로 정해진 운명을 바꿨다는 기쁨 뒤에 깊은 고양감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사, 상처가 심하십니다! 어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어깻죽지와 등에 화살들이 박혀 있었다.

그 위태로운 상태를 본 조덕이 놀란 목소리로 이성휘의 부상을 우려 했다.

전신에 생긴 무수히 많은 상처들.

그는 혈겁을 뚫어낸 것처럼 온몸이 피로 물들어 있었다.

설마 이 상처들을 계속 떠안고 싸웠단 말인가?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무려 3백 명에 달하는 장졸들과 혈투를 벌였던 이성휘는 위태롭게 보일 정도로 극심한 부상들을 입은 상태였다.

“괜찮습니다. 잠시… 어지러울 뿐입니다.”

안도감을 느끼게 되자 온몸을 뒤덮고 있던 긴장이 스르륵 풀렸다.

끔찍한 고통들이 엄습해 왔다.

긴장감이 풀린 탓인지 고통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서주 대학살의 원인으로 작용하게 될 비참한 참사를 막아 낸 이성휘는 자신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조숭과 조덕에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두 눈을 끔뻑였다.

피를 많이 흘렸기 때문일까…. 정신이 혼미했다.

* * *

패국조씨 일가를 호위하기 위해 낭야국으로 향했던 태산태수 응소가 도겸군의 손에 피살되었다.

태산국에서 급보를 가지고 온 전령은 패국조씨 일가를 호위하던 도겸군 장졸들이 돌연 기습을 가해 왔다는 소식을 전했다.

“도겸군 장졸들이 춘부 어르신의 재물을 강탈하려는 목적으로 검을 뽑아 들었습니다!”

전령의 격앙된 목소리에 조조는 물론, 휘하 장수들 또한 경악을 토해내면서 두 눈을 부릅떴다.

낭야국의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나섰던 태산태수 응소가 적들의 손에 참살되었다는 소식에 조조는 격분을 토해냈다.

“내 당장 군세를 몰고 낭야국으로 가 모조리 요절낼 것이다!!”

아버지와 일가친척들이 재물을 노리고 검을 뽑아 든 흉수들에게 피습 당했다.

부관이 서한을 보냈던 것처럼…,

황건적 출신으로 구성된 도겸군이 탐욕에 눈이 멀어 기습을 꾀한 것이었다.

연주성으로 오던 중이었던 아버지와 일가친척들이 피습을 당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또한 부관이 도겸군을 경계할 것을 미리 일러 주었음에도 완벽하게 대처하지 않은 자신에게 분노했다.

분노에 분노가 덧씌워지면서….

거센 격노가 되어 살의를 진동시켰다.

“원양! 묘재! 당장 연주의 군세를 집결시켜라! 만약 서주의 무리들에게 아버지께서 변고가 당하셨다면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서주자사 도겸과 그 일파들을 모조리 도살할 것이다!!”

조조는 휘하 참모와 장수들이 보는 앞에서 도살(屠殺), 서주의 모든 인간을 짐승처럼 모조리 몰살하겠다고 선언했다.

붉은 눈동자에 살의가 담겼다.

핏발 선 눈으로 광기 어린 살의를 토해냈다.

수만 명에 달하는 대규모 병력을 보유하고 있던 연주의 대군벌은 서주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리겠노라고 다짐하면서 격노의 불길을 일으켰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명부! 우선 사태를 파악한 연후에 군세를 움직여도 늦지 않습니다! 잠시만 추후를 살펴주십시오!”

허리까지 늘어뜨린 머리카락을 금발로 물들인 여인이 당혹감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지금의 명부는 위험했다.

어디로 돌출할지 알 수 없는 광기가 온몸을 잠식하는 상태였다.

광기와 살의를 받아들인 중원의 패자가 어떤 행동을 일으킬지 알 수 없었기에 진궁은 조조를 애써 만류하면서 군세를 가용하는 것을 잠시 멈춰줄 것을 요청했다.

“군사! 내 부친께서 무도한 적들에게 위해를 입으셨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더러 저 비열한 무리가 일으킨 악행을 참고 있으란 말인가!!”

증오에 몸을 맡긴 조조는 뇌운을 품은 소용돌이처럼 맹렬하고 잔인했다.

평소의 그녀는 호수에 비친 달빛처럼 잔잔한 냉혹함을 품고 있었지만, 증오에 물든 그녀는 거센 노도와도 같았다.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지 모른다는 불안.

나의 소중한 사람에게 위해를 가한 자들을 향한 증오.

조조는 권력의 정점을 갈망하는 집착만큼이나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을 향한 집착이 대단했다. 그 집착을 건드린다는 것은 곧 용의 역린을 건드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서주를 불태우겠다!!”

서주자사 도겸이 있는 팽성은 물론,

서주에 속한 모든 군현들을 불태워 버리겠다며 지옥불과 같은 증오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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