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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186화 (186/616)

18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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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한 자루로 마소가 끄는 수레를 박살 냈다고 하면 믿을 수 있겠는가?

장개의 부하들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인간의 탈을 쓴 괴물이,

무자비한 살의를 발산하면서 병사들을 닥치는 대로 썰어대는 모습이었다.

“끄아악!”

“괴, 괴물이다! 괴물이다!!”

패국조씨 가문의 사병과 태산태수 응소의 병력들을 상대로 용전을 벌이던 태평도(太平道)의 용맹한 사내들이 비명을 토해냈다.

저건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다.

사람이 어떻게 괴물을 이길 수 있단 말인가!

일말의 자비도 없이 수십 명에 달하는 병사들을 베어넘기는 모습에 장개의 부하들은 아연실색한 채 입을 쩍 벌렸다.

“저 새끼는 괴물이오, 대장!”

“나타나자마자 수레를 박살 내더니 우리 애들을 다 죽이고 있잖소!”

푸화아아악!!

졸개들이 장개를 향해 비명에 가까운 외침을 토해내고 있을 때,

시뻘건 피 분수가 솟구쳤다.

중원제일 검의 앞을 막아섰던 병사들은 한 명도 예외 없이 피 분수를 쏟아 내면서 흙바닥에 쓰러졌다.

차가운 금속, 날카롭게 내려앉은 칼날이 커다란 고깃덩이를 베면서 흉흉하게 빛났다. 소름 끼치도록 서늘하게 빛나는 흉광을 본 이들은 죽음을 두려워하는 원초적인 공포를 느껴야 했다.

“장개, 장개라는 놈은 어디 있나?”

“으으, 으어어…!!”

온몸에 피칠갑한 괴물이 벌벌 떠는 병사의 목덜미에 날카로운 칼끝을 겨누면서 물었다.

그 물음에 병사는 겁에 질린 침음만을 흘릴 뿐, 제대로 된 대답하지 못했다.

괴물은 망설임 없이 검을 내질렀다.

병사는 깊은 검흔이 생긴 목덜미를 두 손으로 누른 채 핏물을 울컥울컥 토해내면서 쓰러졌다.

“지, 지독한 놈!”

벌벌 떨면서 이성휘를 향해 창끝을 겨누고 있던 병사가 소리쳤다.

그에 이성휘가 고개를 들었다.

무서운 정도로 내려앉는 눈빛을 보게 된 병사는 어깨를 움찔 떨고 말았다.

“장개라는 놈이 누구인지 말해라.”

“대, 대장이라면… 저, 저기…! 저기에…!!”

순식간에 20여 명에 달하는 동료들을 살해한 괴물의 칼날이 눈앞에서 빛나고 있었다.

목숨을 위협받게 된 병사는 사시나무처럼 벌벌 떨면서 두건을 쓴 남성을 가리켰다.

조숭의 목숨을 위협하던 사내였다.

수레에 올라탄 채 검을 늘어뜨리고 있던 장개의 모습을 본 이성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몸을 움직였다.

“커헉!”

물론 잠시 앞을 가로막고 있던 병사의 목숨을 거두는 것은 잊지 않았다.

“주, 중원제일 검이다!”

“하핫! 드디어… 드디어 살았다!”

재물을 강탈하려는 도적들로부터 힘겹게 수레를 지켜내고 있던 패국조씨 가문의 사병들이 이성휘를 향해 소리쳤다.

또한 가까스로 장개의 부하들을 막아 내던 태산태수 응소의 장졸들 또한 천운을 만난 것처럼 환희를 토해냈다.

“뭐, 중원제일 검…? 저 괴물이 중원제일 검이라 불리는 놈이라고?”

조숭을 향해 칼끝을 겨눈 장개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중얼거렸다.

압도적인 무명을 떨친 괴물,

믿기 어려울 정도의 전적들을 세운 전쟁의 괴물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조조군, 이 빌어먹을 새끼들이 어떻게 알고 군사들을 보냈단 말이냐!!”

중원제일 검은 조조의 오른팔이다.

그 말은 즉,

이제 곧 수만 명에 달하는 조조군 군세가 서주 낭야국으로 몰려오게 될 것이라는 뜻이었다.

겨우 3백 명밖에 안 되는 병력으로 조조군을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장개는 절망의 구렁텅이 안으로 빠진 것처럼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대장, 얼른 달아나야 하오!”

“지체했다간 조조군 놈들이 몰려올 거요!!”

부하들의 절박한 외침에 장개가 어금니를 빠득 갈면서 주저앉은 조숭을 노려보았다.

이 늙은이가 초래한 일이다.

개국공신 가문의 이 늙은이가 진귀한 패물과 금은보화들로 현혹하지만 않았어도 최악의 국면을 맞이하진 않았으리라.

모든 책임을 조숭에게 전가한 장개가 돌연 살의를 드러냈다.

“뒈져라, 이 빌어먹을 늙은이!!”

양손으로 칼자루를 쥔 장개가 검을 번쩍 들어 올리면서 소리쳤다.

“아, 아버지!!”

장개에게 걷어차여 바닥에 쓰러졌던 조덕이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아버지가 적의 흉수에 죽는다.

검을 번쩍 들어 올린 장개의 모습을 본 조덕이 필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그 순간 날카로운 보검이 날아들어 장개의 오른팔을 꿰뚫었다. 조숭의 목을 치려던 장개는 검을 내지르지 못한 채 수레 밑으로 떨어졌다.

“그아아악!! 으으으, 아아아아악!!”

흙바닥에 고꾸라진 장개가 괴성을 내지르면서 나뒹굴었다.

팔뚝이 꿰뚫렸다.

날아든 검에 팔뚝이 반쯤 꿰뚫린 모습은 실로 기괴했다.

까마득히 먼 거리에서 검을 내던져 장개를 정확하게 적중시킨 그 귀신 같은 솜씨에 장개의 부하들이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쳤다.

“모조리… 모조리 다 죽여 버려!! 겁쟁이 같은 새끼들아, 모조리 다 죽이라고!!”

부하의 부축을 받고 몸을 일으킨 장개가 병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이제 곧 조조군이 몰려올 터.

그 전에 패국조씨 일가를 모조리 죽여 버릴 생각이었다.

죽음이 경각에 달하게 된 장개는 동귀어진을 시도하려고 했다. 털썩 주저앉은 늙은이는 물론, 패국조씨 가문의 피붙이들까지 모조리 죽이겠다며 광기 어린 살의를 토해냈다.

“커헉!”

“크아아악!!”

의천검을 내던진 뒤,

청강검을 뽑아 든 이성휘가 다시 움직였다.

앞을 가로막는 방해꾼들을 모두 베어내면서 거리를 좁혀왔다.

마치 맹수가 달려오는 것 같았다. 피칠갑한 맹수가 다가오는 모습에 장개는 광기 어린 살의를 스스로 내려놓을 정도의 공포를 느끼게 되었다.

“죽어라!”

“괴물 같은 놈!!”

창검을 든 병사들이 이성휘를 향해 달려들었다.

아직도 전의가 남은 놈들이 있었는지 곧장 이성휘를 노렸다.

칼부림을 시작했다.

중원제일 검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달려들던 병사들이 피를 흩뿌리며 쓰러졌다. 서슬 퍼런 인광이 번뜩일 때마다 죽음이 날아들었다.

“쏴라!”

“저 괴물을 죽여!!”

활을 든 병사들이 이성휘를 향해 화살 세례를 가했다.

그에 이성휘는 달려들던 병사를 붙잡은 뒤, 병사를 방패로 삼으면서 날아든 화살들을 막아 냈다.

수십 대에 달하는 화살들에 박혀 벌집이 된 병사의 시체를 내던진 이성휘는 재차 검을 휘두르면서 유혈을 일으켰다.

“큭!”

이성휘가 침음을 삼켰다.

완전히 피할 순 없었는지,

화살 한 대가 어깻죽지에 박히고 말았다.

하지만 화살로는 중원제일 검의 발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몸에 화살을 맞았으니 이제 곧 쓰러질 것이라는 허황된 기대를 박살 내려는 듯, 이성휘는 오히려 더욱 빨라진 움직임으로 장개의 부하들을 도륙했다.

“장개────!!!”

피투성이의 짐승이 소리쳤다.

몸에 화살이 박힌 채,

살의에 찬 눈빛을 드러내면서 사자후를 토해냈다.

수십 명에 달하는 병력을 강제로 돌파하면서 온몸에 상처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성휘는 싸울 수록 점점 상처투성이가 되어갔음에도 결코 멈추지 않고 장개의 목숨을 노렸다.

“막아라! 놈은 크게 지쳐 있다!”

“대장에게 다가서지 못하도록 막으란 말이다!”

100여 명이 넘는 병사들이 날카로운 창검을 겨누면서 이성휘를 포위했다.

맹수를 가둬두는 몰이사냥을 하듯,

긴장한 표정을 지은 궁수들이 이성휘를 향해 일제히 활을 겨누고, 뒤에서 대기하던 병사들이 쇠그물까지 준비했다.

제아무리 무명 높은 중원제일 검이라도 단단히 무장한 100여 명의 병사들을 이겨 내진 못할 터.

며칠 동안 계속해서 강행군을 이어나간 끝에 낭야국에 도착한 이성휘는 애초부터 지친 상태였다.

“대장, 이제 중원제일 검은 죽을 겁니다! 혹시 몰라 준비했던 쇠그물까지 동원했습니다!”

“저 늙은이를 당장 죽이진 일단은 인질로 잡으시죠! 조조, 그 년도 제 애비가 인질로 잡혀 있으면 감히 덤벼들진 못할 겁니다!”

고개를 끄덕인 장개가 100여 명에 달하는 부하들과 싸우고 있던 이성휘를 노려보았다.

날붙이가 오른팔을 관통했다.

치료받는다고 하더라도 분명 평생을 외팔로 살아야 할 것이었다.

내 팔을 병신으로 만든 놈. 조조 군에게 붙잡혀 잔인하게 죽게 될지라도 그 전에 내 팔을 병신으로 만든 놈의 생살을 씹어먹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중원제일 검인지 뭔지 하는 놈을 무조건 죽여라! 내 반드시 놈이 뒈지는 모습을 봐야겠다!!”

“알겠습니다, 대장.”

장개의 부하들이 조숭과 조덕 부자를 강제로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들을 인질로 잡을 생각이었다.

조조 군의 추격을 뿌리친 다음에 청주(青州) 북해(北海)로 무사히 도망치기 위해서라도 훌륭한 화살받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놔라! 패국조씨 가문에게 칼끝을 겨누고도 네놈들이 무사할 성싶으냐!!

조숭이 크게 일갈했다.

그에 장개의 부하들은 더욱 억센 손길로 조숭을 수레에서 끌어냈다.

조덕 또한 마찬가지였다.

장개의 부하들에게 팔을 붙잡히게 된 조덕은 거세게 반항했지만 곱게 자란 사대부 도련님이 힘으로 이길 수 있을 리 없었다.

“흐흐, 애비와 동생을 붙잡았으니 조조 년에게 몸값을 두둑하게 받아 낼 수 있을 겁니다! 패국조씨 인원들 중에 어린 계집아이들도 있는 것 같으니, 그 어린 계집들도 데려가시죠!”

장개의 부하가 낄낄 웃음을 터트렸다.

흉악하게 물든 얼굴을 보건대,

무사히 서주를 빠져나간 뒤에 팔병신이 된 장개를 죽이고 우두머리를 차지할 생각인 듯했다.

“어린 계집들이 있으면 심심하진 않을… 카학!!”

의천검에 꿰뚫린 오른팔을 축 늘어뜨린 장개를 향해 조소에 가까운 웃음소리를 내던 부하가 핏물을 토해내면서 앞으로 고꾸라졌다.

피칠갑한 괴물이 달려들었다.

100여 명에 달하는 병력들이 동원된 포위망을 무너뜨린 괴물이 마침내 장개에게 도달한 것이다.

“장개.”

“흐… 흐아아아아아악!!”

배후에서 달려들어 장개의 부하를 쓰러트린 이성휘가 도깨비불처럼 번뜩이는 눈빛을 보냈다.

장개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 뒤 장개의 오른팔에 박힌 의천검을 강제로 뽑아내버렸다.

“끄, 끄아아아아!! 아아악, 아아아아아악!!!”

구멍이 뻥 뚫린 오른팔에서 대량의 핏물이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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