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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185화 (185/616)

18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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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패물과 금은보화들이 가득 실린 수레를 본 이후부터 장개는 시커먼 욕망을 품게 되었다.

몇 안 되는 사병들을 모두 벤 다음,

힘없는 늙은이와 그 일가친척들을 모조리 도륙해 버리면 저 막대한 재물들은 내 것이다!

개국공신 사대부인 패국조씨 가문이 보유한 재물들을 가로채고서 멀리 달아나버리면 된다. 남쪽 지역으로 도망친다면 도겸에게도, 조조에게도 붙잡히지 않고 평생 영위를 누릴 수 있으리라.

‘듣자 하니 저 늙은이는 십상시 일파에게 1억 전에 달하는 재물들을 바친 뒤에 삼공의 벼슬에 올랐었다고 들었다…! 저 재물들만 있으면 나 또한 삼공의 벼슬에 오를 수 있을 터!’

치중들을 호위하는 휘하 병력이 총 3백 명에 달했다.

거사를 성공 시키고도 남는다.

인적이 드문 지역으로 이동한 다음에 급습을 가한다면 저 늙은이를 끝장낼 수 있었다.

장개의 무리들은 서주의 지리를 훤히 꿰뚫고 있었으므로 급습에 매우 유리했다. 나무들이 빽빽하게 우거진 숲으로 이동하여 패국조씨 일가를 완전히 끝장내려고 했다.

“소나기가 그쳤다! 서둘러라!!”

장개가 우렁찬 목소리로 외치면서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차가운 빗방울이 그쳤다.

잠깐 내릴 뿐인 소나기였는지 하늘을 가득 뒤덮었던 먹구름이 옅어지기 시작했다.

땅을 촉촉하게 적실 정도로만 비가 내렸기에 수레바퀴가 진흙탕에 빠지는 일은 없었다. 덕분에 장개는 인적이 드문 숲으로 유인한 다음에 조숭 일가를 끝장내겠다는 작전을 보다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예, 도위!”

“부르셨습니까!”

장개가 휘하 부장들을 모두 소집했다.

부장들과 암약하여 일을 벌이기 위해서였다.

장개의 휘하 장졸들은 모두 장개와 같은 황건적 출신이다. 함께 도겸군에 투항하여 배 속된 것이었다.

그렇기에 장개는 자기 결정에 모든 장졸들이 따라줄 것이라고 믿었다. 황건적 시절부터 살인과 방화를, 강간과 약탈을 즐기면서 온갖 악행들을 스스럼없이 벌어왔기 때문이다.

“이놈들아, 저 수레들 안에 진귀한 패물과 금은보화들이 가득 실린 것을 보았느냐?”

“당연히 봤습죠.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부하의 대답에 장개가 탐욕에 젖은 시커먼 미소를 드러냈다.

“우리들의 기개를 다시 보여 줄 때다! 태평도에 몸을 담았었던 시절의 우리는 하늘 무서울 줄 모르고 기개를 뽐내지 않았더냐?”

“대장, 그 말은….”

중원 전역을 누비면서 살인과 약탈을 일삼았던 옛 시절이 떠오른 것일까.

부하들이 장개를 대장이라 불렀다.

“우리는 태평도에 몸을 담았다는 전적 때문에 도겸과 조표에게 지금껏 온갖 괄대와 무시를 받으면서 상갓집 개만도 못한 취급을 받았다.”

“어떻게 그 개자식들을 잊겠습니까! 생살을 씹어도 시원찮을 놈들입니다…!”

“목이 뻣뻣한 늙은이만 죽이면 저 막대한 재물들을 모두 독차지할 수 있다! 더 이상 개자식들에게 굽실거리지 않아도 된단 말이다! 우리가 평생 도겸과 조표 같은 놈들의 개로 살아야겠느냐?”

“당연히 아닙니다!”

호승심을 부추기는 장개의 말에 부하들이 두 손으로 주먹을 쥐면서 말했다.

지금은 도겸군의 장졸들이나,

과거에는 살육과 도둑질을 일삼았던 도적이었다.

서주자사를 따르는 장졸들이 되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개과천선을 할 리가 없었다. 살인과 약탈에 길들여진 황건적들은 언제든 칼을 뽑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낭야국에서 일을 벌이는 건 위험하다. 연주 태산국에 들어서자마자 일을 치른다, 알겠느냐!”

“여부가 있겠습니까, 대장!”

쉬지 않고 반나절 동안 행군을 이어 나가면 태산국으로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인적이 드문 빽빽한 숲.

일을 치르기에 더없이 유리한 공간이었다.

황건적 시절에 숲길을 가로지르던 상단들을 습격하여 재물을 갈취한 적이 있었던 장개와 부하들은 과거의 경험을 되살려 조숭 일가를 습격하기로 했다.

‘흐흐흐흐! 저 멍청한 늙은이는 제 죽을 줄도 모르고 딸을 만날 생각이 아주 신이 나 있군! 네놈의 딸이 보게 될 것은 핏물을 왈칵 쏟아 낸 채 뒈져 버린 피붙이들이다!’

아들 조덕과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조숭의 모습을 본 장개가 희희덕하고 웃으면서 중얼거렸다.

딸과 재회할 생각에 들뜬 마음을 단숨이 밑바닥으로 처넣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변방 출신의 도적에 지나지 않은 장개는 고귀한 신분을 가진 사대부들에게 항상 지독한 열등감을 품어왔기에 조숭과 그 일가친척들을 죽이는 일에 희열까지 느끼고 있었다.

“대, 대장! 창검으로 무장한 군세가 이쪽을 향해 곧장 오고 있습니다!”

장개의 부장이 소리쳤다.

창검을 늘어뜨린 2백 명의 병사들이,

태산태수 응소와 휘하 병력이 달려오고 있었다.

그에 장개는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태산국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할 조조군 병력이 서주 경계를 넘어 낭야국까지 진입했기 때문이었다.

“어째서 조조군 병사들이 낭야국까지 들어왔단 말이냐! 여기는 서주 땅이다!!”

장개가 놀라 소리쳤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째서 조조군이 서주까지 들어왔단 말인가!

놈들은 서주 경계를 넘어섰다. 늙은이 하나를 안전하게 데려가겠답시고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군사행동을 저질렀다는 뜻이다.

“거기 계신 분이 춘부 어르신이십니까! 소신이 바로 태산태수 응소이옵니다!”

2백 명의 병력을 통솔하고 있던 남성이 수레를 타고 있던 조숭을 향해 소리쳤다.

그에 조숭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조숭일세. 자네가 태산태수인가?”

“그렇사옵니다!”

전시처럼 갑옷을 두른 응소와 휘하 무관들과 함께 조숭이 타고 있던 수레로 다가왔다.

2백 명의 조조군 군세를 보며 장개는 침음을 삼켰다. 마치 자신들의 속셈을 꿰뚫기라도 하듯 낭야국까지 군세를 몰고 온 응소를 크게 경계했다.

“서주자사의 명을 받들어 어르신의 호위를 맡은 팽성도위 장개라 하오!”

“여기까지 춘부 어르신을 호위해주어 고맙소, 팽성도위. 지금부터는 우리 장졸들이 어르신을 호위하겠소이다.”

연주성에서 급한 파발을 받게 된 태산태수 응소는 곧장 군세를 이끌고 서주 경계를 넘었다.

이성휘의 서한을 받은 조조가 신속하게 대응한 덕분에 응소는 장개가 일을 벌이기 전에 먼저 조숭 일행에게 도달할 수 있었다.

“잠깐 기다리시오! 어찌 연주의 조조군이 서주 낭야국까지 들어온 것이오? 먼저 자초지종부터 알아야겠소이다!”

장개가 짐짓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조숭과 일가친척들의 신병을 양도받으려는 응소를 저지했다.

그에 응소가 입을 열었다.

“주군께서 춘부 어르신의 안위를 몹시 우려하여 나를 보낸 것이니 너무 경계하진 마시오. 도겸군에 무례를 범한 점은 주군께서 직접 팽성에 사절단을 보내어 사과를 전달할 것이라고 하셨소.”

장개의 경계어린 반응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응소는 말에서 내리면서 조숭에게 다가섰다.

이윽고 조숭을 향해 예를 취할 때,

두 눈을 부릅뜬 장개가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 들면서 응소의 뒤를 찔렀다.

“커헉!”

날카로운 칼날이 태산태수 응소의 몸을 꿰뚫었다.

핏물이 울컥 솟구치면서,

응소를 맞이하기 위해 수레에서 몸을 일으켰던 조숭의 얼굴이 흠뻑 젖게 되었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핏물을 흠뻑 덮어쓰게 된 조숭은 물론, 응소를 따르던 무관들 또한 영문을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때 장개가 피와 살점이 묻은 검을 높게 치켜들면서 소리쳤다.

“다 죽여라! 재물들을 모조리 빼앗아라!!”

격앙된 사자후가 떨어지기 무섭게 장개의 부하들이 일제히 검을 뽑아 들면서 태산국에서 온 병력을 습격했다.

약탈에 능한 도적 출신답게,

그들은 배후를 치는 급습에 특화되어 있었다.

돌연 벌어진 상황이었음에도 장개의 부하들은 이렇게 되리라 미리 짐작이라도 했던 것처럼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조조군을 공격했다.

“조가 놈들을 모조리 없애라!”

“흐하하핫! 저 막대한 패물과 금은보화는 이제부터 우리들의 차지다!!”

황건적 출신의 병사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재물에 눈이 먼 도적들은,

어느 군대보다도 용맹하게 기습을 가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급습에 응소의 병력은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다. 조숭을 호위하던 도겸군 병력이 돌연 공격을 가해 줄 줄 누가 알았겠는가? 병력을 겨우 2백 명밖에 끌고 오지 않은 응소의 행동을 통해 그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 아버지! 습격입니다! 팽성도위가… 장개가 누이께서 보낸 태수를 죽였습니다! 어서 피하셔야 합니다!!”

아들 조덕이 달려와 피를 흠뻑 뒤집어쓴 아버지 조숭의 팔을 힘껏 잡아당겼다.

어서 이 아비규환에서 도망쳐야 한다.

필시 놈들은 휘황찬란한 재물에 눈이 멀어 검을 뽑아 든 것일 터.

수레와 재물들을 그대로 두고 도망친다면 필사적으로 쫓아오진 않을 것이다. 그렇게 판단한 조덕은 아버지와 함께 멀리 달아나려 했다.

“이 늙은이야! 어딜 도망치려고 하느냐!!”

응소를 쓰러트린 장개가 흉악하게 얼굴을 일그러끄리면서 조숭을 향해 소리쳤다.

마치 철천지원수를 만난 것처럼,

장개는 재물을 차지하기 전에 먼저 조숭의 멱을 따버리려고 했다.

“아, 아버지! 소자가 막겠습니다!!”

조덕이 바르르 떨리는 손으로 허리에 찬 검을 뽑으면서 장개를 향해 칼끝을 겨눴다.

그 모습에 장개가 크게 비웃었다.

검술을 배운 적이 없는지 엉성하게 검을 잡은 조덕의 모습이 실로 우스웠다.

단 한 번도 검을 써본 적 없는 사대부 도련님이 앞을 가로막는 꼬락서니라니. 지금까지 족히 수백 명이 넘는 사람들을 살육했던 장개는 조덕의 저항을 무의미한 행동으로 취급했다.

“커헉!”

“막아라! 반드시 어르신을 지켜드려야 한다!”

날카로운 검을 든 장개의 부하들이 패국조씨 가문의 사병들은 물론, 태산태수 응소의 병력까지 압도하기 시작했다.

반평생 살육과 약탈을 반복해왔던 장졸들은 싸움에 이골이 난 정예였다. 그들은 매우 능숙하게 적을 베면서 칼솜씨를 선보였다.

“이 잔챙이 같은 놈이!”

장개가 검을 크게 휘두르면서 조덕이 쥐고 있던 검을 아래로 떨어트렸다.

그 뒤,

조덕을 걷어차면서 흙바닥에 눕혔다.

방해꾼을 손쉽게 걷어낸 장개는 누런 이를 드러내면서 조숭을 향해 칼끝을 겨눴다. 눈앞에서 칼부림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결연한 표정을 짓고 있는 늙은이의 뱃가죽에 구멍을 내주기로 했다.

“대장, 얼른 끝내버리십쇼!”

“저희들도 대충 정리하겠습니다!”

조숭을 향해 칼끝을 겨누고 있는 장개의 모습을 본 부하들이 껄껄 웃으면서 소리쳤다.

태산국에서 온 병력은 많지 않았다.

대동하는 병력으로도 충분히 전멸시킬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한껏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면서 조조군 병력을 밀어붙이던 장개의 부하들은 싸움을 이어 나가던 중, 살육이 일방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칼부림 현장으로 곧장 달려오는 조조 군의 무관을 목격했다.

“저기 오는 놈은 웬 놈이냐!”

“연주 방면에서 오는 것을 보아하니 아마도 조조군 같습니다!”

앞을 가로막는 병사들을 모조리 도륙 내고 휘황찬란한 금은보화들을 꿀꺽 먹어치우려 했을 때,

방해꾼 한 명이 등장했다.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장개의 부하들은 두 눈으로 보고서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쩌저저저저적!!

난데없이 등장한 사내가 검을 뽑아 든 순간,

재물들을 가득 실은 수레가 박살 났다.

그 위에 올라타고 있던 장개의 부하들이 핏물을 뿜어내면서 바닥 아래를 나뒹굴었다.

“대, 대체 무슨 일이…!”

“내가 보고 있는 게 꿈이냐 생시냐! 저 커다란 수레가 깨진 사발마냥 반으로 갈라지지 않았느냐!!”

사내가 시퍼런 인광을 내뿜는 보검을 아래로 늘어뜨린 채로 다가섰다.

그 모습에 조숭이 눈을 부릅떴다.

난폭한 야차처럼 모습을 드러낸 사내가 쥐고 있는 명검은 분명 패국조씨 가문의 보검인 의천검(倚天劍)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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