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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182화 (182/616)

18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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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이 물었다.

“많이 바쁜 일입니까, 어림총사.”

급히 연주성으로 향하기 위해 채비를 갖추는 이성휘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마치 무언가에 쫓기듯,

이성휘는 급히 허리에 검을 찬 채 겉옷을 둘렀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연주에서 급보가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는 없었다. 급히 연주성으로 돌아가려는 이성휘의 행동에 조인은 의구심을 품게 되었다.

“단순히 심증일 뿐입니다. 확신에 찬 바가 있어 내린 결정은 아닙니다.”

“대체 무슨 일인지….”

지금까지 중원제일 검의 ‘감’이 틀린 적은 없었다.

날카롭게 단련된 직감은,

본능을 바탕으로 한 육감은 항상 정확했다.

그렇기에 흑발의 여인은 다급하게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는 이성휘에게 걱정을 보냈다. 지금의 이성휘가 당장에라도 넘어질 것처럼 위태롭게 보였기 때문이다.

“자효 님, 제가 없는 동안 부디 예주를 부탁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별일 없을 겁니다.”

우선 이성휘는 연주성에 전령을 보내 도겸군을 경계할 것을 진언했다.

도겸군이 흉계를 꾸밀지도 모른다.

서주자사 도겸의 휘하들 중에는 투항해온 도적 출신이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필시 도적 출신의 도겸군 장수들이 낭야국을 떠나려는 패국조씨 가문에 위해를 가할 것이다. 이성휘는 확신을 담아 조조에게 서한을 보내두었다.

‘아만이 내 말에 귀를 기울여 준다면… 결코 대참사가 벌어질 일은 없겠지.’

낭야국은 서주(徐州)의 중심지인 팽성(彭城)보다 청주(青州)에 가까운 지역이다.

조조가 서한을 받자마자 조숭 일가를 호위하기 위한 군세를 보낸다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연주까지 호송할 수 있을 터.

미리 대처한다면 능히 회피할 수 있다.

청주와 경계를 마주하는 임성국(任城國)의 병력을 신속하게 파병한다면 예견된 참사를 막을 수 있을 것이었다.

“어림총사, 연주성까지는 매우 먼 길입니다. 어림총사를 호위할 무관들을 선정했습니다. 또한 말을 갈아 타고 가실수 있도록 예비 말들도 준비해 뒀습니다.”

“감사합니다, 자효 님.”

“언니의 명을 받고 어림총사의 부관이 된 몸으로서 당연히 해야 될 일입니다.”

이성휘의 감사 인사에 조인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매우 정중하게 대답했다.

결코 으스대는 일 없이,

부관의 역할과 본분에 충실했다.

꽁꽁 얼어붙은 얼음처럼 차갑고 무뚝뚝한 얼굴이었지만 조인은 냉철한 아름다움과 매력을 겸비한 여인이었다.

이성휘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갑작스럽게 내렸음에도 조인은 일절 거부하는 일 없이 순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림총사의 명령을 듣고 급하게 배를 마련했습니다. 수로를 통하여 산양군(山陽郡)으로 향하신 다음에 말을 타고 곧장 연주성으로 달리십시오.”

연주성에서 예상치 못한 변고가 발생했을 경우, 급히 귀환할 수 있는 경로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과연 철두철미한 그녀다웠다.

예주 전선에 투입되었음에도 연주의 상황을 경계하고 있었다.

미리 조인이 최대한 빨리 연주성에 도달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해준 덕분에 이성휘는 수월하게 귀환길에 오를 수 있었다.

“저는 언니의 지엄한 명령을 받들어 어림총사를 보필하게 되었습니다. 이 정도는 당연한 일입니다.”

흑발의 여인이 희미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분명 어림총사는 언니를 위해 서두르고 있는 것일 터. 언니를 위해 맹목적으로 움직이는 이 남자를 진심으로 도와주고 싶었다.

어림총사를 위한 행동이 언니를 위한 행동,

어림총사에게 적극 협조하는 것은 곧 언니에게 적극 협조하는 행동이리라.

‘역시 어림총사는 언니를….’

언니에게 조금 질투가 났다.

부러움과 질투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했던가.

절대적인 충성심과 냉철한 판단력을 겸비한 흑발의 여인조차 순간 질투를 품게 만들 정도로 이성을 연모하는 마음은 실로 지독했다.

“다녀오십시오, 어림총사.”

하지만 조인은 가슴속에서 물에 탄 염료처럼 점점 확산되기 시작한 질투를 단숨에 억눌렀다.

사적인 마음을 일절 드러내지 않는,

냉철한 성정을 가진 여걸다운 모습이었다.

* * *

하비국(下邳國)에서 수만 명에 달하는 병력을 보유하는 궐선은 서주의 마지막 남은 군벌이었다.

자신을 천자(天子)라고 지칭하며,

잠정적인 동맹 관계였던 서주자사 도겸을 수하로 여길 정도로 오만했다.

부하들과 함께 약탈과 방화를 벌이면서 안하무인처럼 날뛰는 궐선의 행동에 불만을 품게 된 서주의 사대부와 호족들은 도겸에게 밀지를 보내어 궐선과 휘하의 두령들을 척결해 줄 것을 주문했다.

“흐하하핫! 공조, 연회에 초대해주어 고맙네!”

궐선이 수십 명에 달하는 부하들과 함께 당당한 발걸음으로 서주성에 입성했다.

서주성에서 융숭하게 연회가 열릴 예정이다.

도겸이 보내온 사자에게 전언을 들은 궐선은 측근들과 함께 연회에 참석하고자 서주성에 발걸음했다.

궐선의 부하들은 서주자사 도겸이 쥐 새끼 같은 호족들과 간계를 꾸미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크게 만류했다.

그러나 궐선은 오랜 벗과 같은 도겸이 자신에게 위해를 가할 리 없다며 부하들의 만류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왜 이렇게 뜸했나? 자네가 계속 하비성에만 있으니 이렇게나마 부른 게 아닌가.”

“번거롭게 만들어 미안 하네.”

“어서 가세. 이미 연회를 준비해 두었으니.”

도겸이 두 팔 벌려 궐선을 환대하면서 연회가 열리게 될 전각으로 안내했다.

그에 하비국의 군벌, 궐선은 부하들의 만류로 찜찜했던 마음을 완전히 떨쳐 내면서 도겸을 뒤따랐다.

간계 따위가 어디 있다고.

여린 계집처럼 걱정만 많은 것들 같으니.

궐선은 대취한 모습을 한 채 돌아가서 자신을 만류했던 부하들을 크게 비웃어 주겠노라고 다짐했다.

“음?”

도겸을 따라 연회가 벌어지게 될 전각으로 향한 궐선은 해괴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분명 연회를 준비했다고 했건만,

도겸이 안내해 준 전각 내부가 텅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연회는커녕 조촐한 주안상조차 차려놓지 않은 것이었다. 텅 빈 공허함만이 흐르고 있는 전각 내부를 본 궐선은 도겸이 허둥대어 장소를 잘못 찾은 것으로 생각했다.

“오랜만에 만난 지기에게 벌써 농담인가? 주안상조차 없지 않은가.”

궐선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

그에 도겸이 답했다.

“주안상 대신… 제사상을 차리지 않았는가?”

“…뭐라!”

푸근한 웃음을 짓던 도겸의 딱딱하게 굳은살의를 본 궐선은 사색이 되고 말았다.

함정이다!

분명 함정이 틀림없었다!

그제야 도겸의 함정이었음을 깨달은 궐선은 허리에 찬 검을 뽑아 들면서 부하들과 함께 항전하려 하였으나 그보다 먼저 도겸군의 단양병(丹楊軍)이 움직였다.

“다 죽여라!”

“궐선이다! 저기 궐선이 있다!!”

부곡(部曲) 조표와 단양병 장졸들이 일제히 달려들면서 궐선의 부하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도겸을 호위하던 무관들이 칼끝을 치켜들면서 궐선의 무리로부터 주군을 지켰다.

“네, 네 이놈!!”

불의의 습격을 받게 된 궐선이 무관들의 호위를 받고 있던 도겸을 향해 소리쳤다.

감히 나를 배신하다니!

함께 동맹을 맺고 서주 땅을 나누기로 했던 동지를 어떻게 동전 뒤집듯 이리도 쉽게 배반할 수 있단 말인가!

지독한 배신감에 노기를 품은 궐선은 검을 뽑아 들면서 도겸을 도모하려 했다. 그러나 기민하기로 유명한 단양병 장졸들이 그를 용인할 리 없었다.

“커헉! 크아악!!”

날카롭게 벼려진 장창들이 궐선을 사정 없이 꿰뚫었다.

온몸이 숭숭 구멍을 낼 것처럼,

무려 10여 자루에 달하는 장창들이 궐선을 찔렀다.

수만 명에 달하는 장졸들을 이끌고 하비국을 호령했던 군벌도 단양병을 동원한 기습에는 어쩔 도리가 없었는지 매우 허무하게 최후를 맞이했다.

“목을 베어라. 감히 천자를 자칭했던 역적이다!”

“예, 어르신!”

도겸의 서슬 퍼런 명령에 머리에 두건을 쓴 남성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단검을 뽑아 들었다.

날카로운 단검을 늘어뜨렸다.

온몸에 피를 쏟으면서 넝마가 된 채 쓰러진 궐선에게 다가선 뒤 그의 수급을 벴다.

목이 달아나게 된 것은 궐선을 따르던 부하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함정에 속아 기습을 당하게 된 도적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성문 위에 머리가 내걸리게 되었다.

“어서 시체들을 치워라.”

“예, 부곡.”

궐선의 잘린 수급을 확인한 도겸이 자리를 떠나자, 부곡 조표가 머리에 두건을 두른 남성에게 비천한 도적의 주검들을 치울 것을 명령했다.

그에 남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더러운 도적 떼 놈들.”

마치 남성이 들으라는 것처럼 조표는 혐오에 찬 목소리로 크게 중얼거렸다.

처참하게 죽은 두령들과 마찬가지로,

조표 휘하에서 온갖 잡일을 도맡아서 처리하던 남성 또한 도적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부곡 조표에게 괄대와 무시를 받는 남성의 이름은 장개였다. 과거에 황건적이었으나 도겸군에 투항하여 팽성도위(彭城都尉)의 무관직에 임명된 장수였다.

“이 빌어먹을 잡것들이…! 나를 괄시하고 업신여겼던 네놈들에게 기필코 재앙을 보여 줄 것이다!”

도겸에 이어 조표가 물러나자,

더러운 잡일을 떠맡게 된 장개는 목소리를 높이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어떻게든 출세하여 나를 괄대하고 무시했던 도겸군 놈들에게 복수를 해 줄 것이라며, 황건적 출신의 장수는 핏발 선 눈으로 복수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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