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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177화 (177/616)

17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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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 군의 군사가 된 순유는 영천순씨 가문의 오랜 인맥을 이용하여 영천군의 사대부와 호족들을 끌어들였다.

사대부와 호족들을 가문으로 모은 뒤,

유려한 말재주와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한목소리로 인원들을 회유했다.

“황건적의 발호로 시작된 끔찍한 난세가 동탁의 폭정과 전횡으로 인해 ‘절정’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 절정의 난세를 틈타 무리를 모은 끔찍한 세력들이 언제 예주를 노릴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우리 영천 사람들은 조조를 의지해야 한다!

고향 영천군을 지켜 줄 세력은 조조군 밖에 없다!

역적 동탁을 토벌하여 황실과 조정을 구원하려 했던 사공(司空) 조조.

그녀야말로 천하를 이끌 주역이다!

황후 당씨와 진류왕, 명망 높은 조정대신들을 보필하는 사공 조조야말로 천하를 평정하여 난세에서 만민을 구원할 영웅이라는 주장을 폈다.

“공달, 허나 조조는 환관 집안의 여식일세.”

“그녀에게 명분과 정통성이 있는 것은 알고 있네만 우리 예주 사람들은 오랫동안 여남원씨 가문을 섬겨 온 것을 자네 또한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예주 지역에 터전을 둔 사대부와 호족들 중에 여남원씨 가문의 영향력을 받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렇기에 영천군 사대부와 호족들은 여남원씨 가문을 등지고 패국조씨 가문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강한 두려움을 품고 있었다.

두려움의 원인은 혼란과 변동,

수십 년 동안 터전을 일군 지역을 중심으로 목소리를 내온 그들은 격변하는 난세의 흐름을 읽어내지 못해 혼란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기에 조조를 받아들이는 일에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었다.

“전쟁에 절륜이 깊은 중원제일 검 이성휘의 병력이 여남원씨 가문의 적손이었던 원술의 장졸들을 패주시켰습니다.”

무려 3만에 육박하던 원술의 대군이 양성 지역에서 전멸하고 말았다.

단 한 번의 단기결전으로,

그 많은 대군이 뿔뿔이 와해되고 만 것이다.

중원제일 검의 공세에 예주로 진출하려던 원술의 속셈이 저지당하고 말았다. 순유로부터 양성 전투의 승패를 듣게 된 사대부와 호족들은 경악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고, 공달! 그게 사실인가?!”

“형주 남양군에서 출병한 대군이 노산(魯山)에 주둔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었네만… 그 많던 병력이 하루아침에 모두 대파당하다니!”

원술의 병력이 추풍낙엽처럼 모두 쓸려 나가고 말았다.

자랑하던 정예부대들은 물론,

여남원씨 가문의 위세와 영향력에 의지하고자 모여든 원술 휘하의 장수들 또한 제대로 된 저항조차 하지 못한 채 무너졌다.

“원술은 멸문지화를 피해 도망쳤던 자신을 극진히 대접해준 형주자사 왕예와 남양태수 장자를 살해하고 그 군세를 모두 빼앗았습니다! 남들에게 빼앗은 군세로 어찌 전쟁에서 승리를 할 수 있겠습니까?”

순유의 날카로운 외침에 사대부와 호족들은 침음을 삼키면서 고개를 나지막이 끄덕였다.

어찌 그 이야기를 모르겠는가.

낙양에서 급히 도망쳐 온 원술이 환대하며 받아주었던 왕예와 장자를 살해하고 군사와 물자들을 모두 강탈했다는 소문을 당연히 알고 있었다.

“공달의 이야기가 맞네…!”

“형주자사와 남양태수를 살해한 것은 물론, 측근이었던 형주의 사대부와 호족들까지도 잔인무도하게 살해하지 않았는가.”

순유는 예주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믿고 따르는 여남원씨 가문의 적손이 범한 패륜들을 낱낱이 열거했다.

원술은 은인을 살해하는 패륜을 범했으며,

또한 은인이 가진 재산까지 도둑질하는 천인공노할 만행마저 저질렀다.

이런 자를 어떻게 예주의 수호자로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패륜을 범한 원술을 받아들일 바에야, 차라리 환관 집안의 여식인 조조를 받아들이는 것이 옳을 일일 것이다.

“사공 조조는 황실과 조정을 떠받치고 있는 난세의 명신입니다! 오랫동안 한나라를 보필해온 명신의 후예들인 우리 예주 사람들이 어찌 조조를 따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순유는 영악하게도 예주 사대부와 호족들이 중시하는 긍지와 명예를 이용하여 본격적인 설득에 나섰다.

예주의 명사라는 긍지.

수백 년 동안 뛰어난 학인들을 배출해온 명예.

명사와 학인들의 긍지와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난세의 명신인 조조를 받아들여야 한다.

만약 여남원씨 가문의 위광에 눈이 멀어 패륜을 범한 원술을 받아들인다면 예주 호족들은 만천하로부터 지탄을 받게 되리라.

“그래도 패국조씨 가문에 머리를 조아리는 것은 조금…. 게다가 여포와 병주군은 영천태수 이민을 살해하지 않았는가!”

“허나 그것이 사공 조조와 황실과 조정의 죄는 아니지 않소?”

“만고의 역적에게 도읍이 불타고 황실과 조정이 뿔뿔이 흩어졌소! 지금까지 수많은 명사와 학인들을 두루 배출해온 우리 예주 사람들이 어찌 작금의 위기를 모른 척할 수 있겠소?!”

군세를 동원하여 영천군을 점령한 조조 군의 통치에 여러 불만들을 가지고 있던 사대부와 호족들이 갑론을박을 벌이기 시작했다.

군사 순유의 주장에 감화되었는지,

영천순씨 가문의 가택에 모여든 인원들이 웅성웅성 떠들어댔다.

여남원씨 가문에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던 사대부와 호족들의 충성심이 양성 전투의 결과와 순유의 화려한 언변으로 인해 크게 흔들리게 되었다.

“우리 영천군 사대부와 예주 호족들은 일말의 바로 조조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두 발을 붕대로 동동 감은 채 의자에 앉아 있던 갈색 머리카락의 여인이 두 팔을 뻗으며 외쳤다.

그 모습이 마치,

오두미교(五斗米敎)를 열렬히 설파하는 교주를 보는 듯했다.

조조를 믿어야만 천국에 갈 수 있습니다, 라고 소리치는 모습과도 같았다. 순유의 유려한 언변에 현혹된 사대부와 호족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조조!”를 외치면서 두 팔을 벌렸다.

“사공 조조는 지아비와 안타까운 생이별을 한 황후와 보살핌이 절실한 어린 황녀 전하를 보필하고 있습니다! 어찌 그분들을 외면할 수 있겠습니까?”

마지막으로 쐐기를 박듯이 순유는 황후 당씨와 진류왕의 안타까운 사연을 꺼냈다.

황상과 안타까운 이별을 한 황후.

태어나기 전부터 수차례 목숨을 위협받아온 황녀.

조조를 반대하는 것은 그녀의 보살핌을 받는 황후와 황녀를 부정하는 것이며, 그녀들을 또 부정하는 것은 황실과 조정을 기만하는 것과 같다.

이 자리에서 만약 누군가가 눈치 없게 “환관 집안의 손녀를 어떻게 받아들이겠나!”라고 소리친다면 주변인들로부터 “동탁 같은 놈!”이라는 매도와 함께 힘껏 구타를 당하게 될 터였다.

“조조! 조조!”

“조조! 조조!”

의자에 앉은 순유가 재차 두 팔을 벌리자 사대부와 호족들이 입을 모아 조조를 불러댔다.

겨우 한 시진 만에,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망설이던 영천군 사대부와 호족들을 모두 설득해낸 것이다.

뛰어난 수완과 유려한 말재주로 토착세력들의 지원을 받아 내게 된 순유는 상관으로 모시게 된 중원제일 검에게 무슨 ‘포상’을 달라고 할까 궁리하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 * *

영천군 사대부와 호족들이 사공 조조의 통치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여남군에 알려졌다.

그 말은 곧,

영천군은 여남원씨 가문과의 고리를 끊어 내고 패국조씨 가문과 손을 잡았다는 뜻이었다.

소식을 듣게 된 여남군 사대부와 호족들은 어찌 그런 배은망덕한결정을 내릴 수 있냐며 영천군 호족들을 향해 충성과 신의가 없다며 크게 매도했다.

“명망 높은 학인들을 배출해온 영천군이 어찌 환관의 무리들과 손을 잡기로 했단 말인가!”

“실로 통탄할 노릇이로군! 절세의 대학자를 배출한 영천순씨 가문이 앞장서서 환관의 무리들을 영천군으로 끌어들이다니!”

명사와 학인들에게 있어 환관은 멸시와 혐오의 대상이었다.

조조의 조부인 조등은 뛰어난 학식과 성품으로 여러 존경을 받아온 환관이었다. 하지만 후일 십상시라 불리게 될 환관들을 배출했다는 점 때문에 명사와 학인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었다.

영천군이 환관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그에 여남군 사대부와 호족들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무리가라며 영천군을 폄하하듯 힐난했다.

“영천군 사대부와 호족들에게 변절을 종용했던 영천순씨 가문의 여식이 여남군에 온다고 하오!”

“감히 얼씬대지 못하게 막읍시다!”

순유가 설득과 종용을 위해 여남군으로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호족들이 격렬하게 반응했다.

우리를 감히 설득할 셈인가!

3대, 4대에 걸쳐 여남원씨 가문에 봉행해온 우리들의 명성에 먹칠을 할 속셈이 분명하다.

강경한 입장을 표방하던 사대부와 호족들은 노복들을 동원해서라도 순유가 여남군에 들어오는 것을 막겠다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과격한 방안을 꺼냈다.

“허나 순공달은 만고의 역적을 도모하기 위해 거사를 계획했던 충의자 사이외다!”

“목숨을 걸고 대의를 결행하려 했던 충의지사를 어찌 모독할 수 있단 말인가! 부끄러운 줄 아시게!”

반면 순유를 옹호하는 여론 또한 적지 않았다.

조조군을 두둔하는 것이 아닌,

관료들과 의기투합하여 동탁을 암살하려 했던 순유의 대의와 충심을 옹호하는 목소리였다.

“제 요청에 다들 모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대부와 호족들이 의견과 주장을 분분하게 나누면서 대립하고 있을 때,

순유가 여남군에 도착했다.

군사의 신분으로 여남군에 온 갈색 머리카락의 여성은 밝은 미소를 지으면서 불만과 모멸이 팽배한 사대부와 호족들의 모습을 천천히 훑어보면서 머릿속에 저장된 의견들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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