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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168화 (168/616)

16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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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패권을 건 전쟁에서 가장 큰 활약들을 세운 일등 공신은 당연히 어림총사(御臨總司) 이성휘였다.

모든 지방관들이 공적을 인정했으며,

맹주 원소와 부맹주 조조 또한 이성휘의 공훈을 높게 평가했다.

진류왕 유협은 물론, 불길에 휩싸인 낙양에서 구사일생으로 구출된 황후 당씨와 조정대신들 또한 이성휘에게 감사와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기에 만장일치로 그를 일등 공신으로 올렸다.

“부관을 정남장군(征南將軍)에 임명하려 한다.”

예주(豫州)와 형주(荊州)를 관할하는 사령관.

조조는 이성휘를 정남장군으로 임명하려 했다.

이성휘를 예주 방면의 사령관으로 삼아,

연주 지역에 국한된 세력권을 예주 지역까지 확장하려는 의도였다.

여포와 장료 등의 병주군 무장들이 모두 이성휘를 따르기로 맹세하였으므로, 하내군에서 투항을 받아 낸 병력을 동원하여 예주를 관할권에 두려는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명부, 섣부른 판단이 아닐는지요. 정남장군은 명부와 동등한 반열의 무관직입니다.”

사나운 인상의 여인이 진한 금발로 물들은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면서 말했다.

주군과 부하가 동등할 순 없다.

명부가 중원제일 검을 얼마나 총애하는지는 잘 알고 있었지만… 그가 정남장군에 임명된다면 명령체계에 혼란이 올 터였다.

그를 우려한 진궁은 차라리 중원제일 검을 정남장군이 아닌, 한 단계 아래인 정남중랑장(征南中郞將)에 임명할 것을 권유했다.

“부관을 도독(都督)에 두려 한다.”

수많은 장수들을 거느리게 될 도독이 중랑장에 불과해서야 어찌 군기와 위엄이 서겠는가.

진궁의 우려 섞인 목소리에도 조조는 이성휘를 한사코 정남장군에 임명하려 했다. 부관을 진심으로 신뢰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럼 어림총사를 정남장군에 임명하기 전에 조정에 주청하여 어르신의 벼슬을 올리시지요.”

수장현령 정욱이 말했다.

그에 시중종사 모개 또한 찬동하며 입을 열었다.

“어르신께서는 황후 폐하와 진류왕 전하를, 그리고 한나라의 조정대신들을 보필하는 제후이십니다! 수장현령의 말대로 조정에 주청을 드려보시지요.”

정욱과 모개의 간언에 진궁 또한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게 좋겠다는 의사를 보냈다.

조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들의 요청이 그렇다면 황후와 진류왕에 주청을 올려보도록 하지.”

동탁이 황제와 조정대신들의 절반을 억류한 채 장안으로 천도하게 되면서 황실과 조정은 완전히 무너지게 되었다.

질서와 섭리가 무너진 아비규환 속에서 황후와 조정대신들의 존재는 거병의 명분과 정통성을 부여하는 유리한 패였다.

그들에게 도움을 받을 때다.

조조는 황후와 조정대신들의 빈껍데기나 다름없는 영향력을 동원하여 스스로 벼슬을 높이려고 했다.

“문약, 그대가 진류왕와 조정대신들에게 상주해 보겠는가?”

“예, 알겠습니다.”

조조의 지시에 상아색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여인이 고개를 숙이면서 답했다.

벼슬을 올려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조조는 이성휘를 정남장군에 임명하고 독군어사(督軍御史)를 겸하게 하여 대규모 군단을 통솔하게 하려 했다.

“부관은 형양 전투에서 적의 간계를 역으로 이용하여 역습을 가하는 뛰어난 군략을 선보였다. 또한 2천에 불과한 군세로 수만 명에 이르는 대군을 패주시키고 적장들을 모두 효수했으며, 나아가 낙양을 도모하여 황실과 조정을 구해 냈다.”

좌중에 앉은 참모와 장수들을 바라보던 흑발의 여인이 담대한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에 부관을 일군(一軍)을 통솔하는 대장(大將)으로 삼으려 한다.”

동탁 군과의 전쟁을 통해 어림총사 이성휘는 호위장으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군대를 통솔하는 대장으로서의 역량과 자질 역시 갖추고 있음을 증명해냈다.

그 역량과 자질을 인정한 조조는,

이성휘를 정남장군에 임명하고 독군어사를 겸하게 함으로서 명실상부한 군부 2인자로 삼았다.

“훌륭한결정이세요, 언니!”

조조의 결정에 흑발을 늘어뜨린 여인이 당돌한 미소를 지으면서 답했다.

호위장군(虎威將軍) 조홍이었다.

조조를 맹목적으로 숭상하는 심복답게,

사촌 동생 조홍은 언니 조조의 결단에 가장 먼저 찬성표를 보냈다.

실로 약삭빠른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 그 약삭빠른 행동에 조인이 인상을 찡그리면서 언니에게 알랑방귀를 끼는 조홍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자효.”

“예, 언니.”

조조가 조홍을 바라보고 있던 조인을 호명했다.

그에 조인이 예를 취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너를 광양군(光陽郡) 태수에 임명하고, 의랑(議郞)을 겸하게 한 뒤에 기병부대를 맡기겠다. 예주 방면으로 향하게 될 부관을 보필해라.”

“예, 명을 받들겠습니다!”

이성휘를 보필할 것을 명령받게 된 조인이 충성심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언니, 어째서 제가 아니라 자효에게…. 제가 자효보다 더 잘할 수 있습니다!”

친애하는 언니가 자신이 아닌 조인을 예주 전선을 지휘하게 될 이성휘의 부장으로 임명했다.

그에 불만이 앞서게 되었는지,

쀼루퉁한 표정을 지으면서 볼멘소리를 냈다.

언니의 곁을 떠나게 되더라도 이성휘와 일심동체처럼 함께하고 싶었기에 조인이 아닌 자신을 어림총사의 부장으로 삼아달라는 간청을 올렸다.

“자렴, 너는 내가 자리를 비운 동안 군사들과 함께 연주를 훌륭하게 다스렸다. 그 공적들을 높게 평가하여 너를 평동장군(平東將軍)으로 삼으려 한다.”

“네…? 아, 네…. 감사한 말씀입니다.”

평동장군은 사평장군(四平將軍)에 해당하는 무관직이다.

내정 안정과 반란 진압을 담당하며,

연주의 치안과 방위를 담당하는 근위부대를 통솔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조조는 부관 이성휘에게 외정(外政)을,

친족들 중에서 가장 총애하는 조홍에게 내정(內政)을 맡긴 것이었다.

‘흐으으…! 언니께서 우수하고 출중한 능력과 자질을 모두 겸비한 이 조자렴을 가슴 깊이 총애해주시는 점은 감읍한 일이지만요…!’

조홍은 자신에게 총애와 신뢰를 아끼지 않는 언니에게 깊은 감사를 보내면서도… 이성휘와 함께 전선에 참전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기에 절절한 안타까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 * *

조조는 황후와 조정대신들의 신병을 호위하는 대가로 진류왕 유협으로부터 사공(司空)의 벼슬과 거기장군(車騎將軍)의 무관직을 제수받았다.

동탁이 사공 유홍을 면직시키고 스스로 그 자리에 올랐기에 사공은 공석이었고,

또한 일곱 장군의 서열 2위인 거기장군 또한 동탁 군과 대장군부에 의해 거기장군 하묘가 살해당하면서 오랫동안 공석으로 유지되고 있었기에 별다른 어려움 없이 고관대작의 벼슬들을 차지할 수 있었다.

삼공의 벼슬과 고급장군의 무관직,

조조는 동탁 군과의 전쟁이 종결되자마자 망설임 없이 야욕을 드러냈다.

“과분한 직책을 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림총사의 벼슬에 더해 정남장군에 임명된 이성휘가 조조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에 조조가 입을 열었다.

“귀관이 사예주의 수많은 전투들에서 세운 활약들에 비하면 정남장군과 독군어사의 벼슬 따위는 조족지혈에 불과할 것일세.”

이성휘와 조조,

두 남녀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주황빛에 물든 연주성의 정경이 내려다보이는 우왕각에서 달콤한 입맞춤한 뒤 처음으로 만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긴장한 듯 뺨을 바르르 떠는 조조.

또한 이성휘도 겉면으로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크게 긴장하는 상태였다.

“병주군을 이끌고 예주 전역을 빠르게 복속 시키겠습니다. 맡겨 주십시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의연한 반응을 보이는 이성휘의 모습에 조조가 일말의 야속함을 느꼈다.

나는 이렇게 긴장하는데.

이 무뚝뚝한 사내는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을 일관하고 있었기에.

절절한 고백을 하고 달콤한 입맞춤까지 했다. 과격하게 자신을 다뤄주면 좋으련만, 이성휘는 별다른 변화 없이 자신을 대하고 있었다.

물론 그다운 모습이었지만….

그렇기에 이 사내에게 얄궂은 마음이 들었다.

“귀, 귀관은… 괜찮은 건가…? 나는 아직도, 여전히 귀관을 생각하면 마, 마음이 계속 두근거리는데….”

무심한 모습을 보이는 이성휘를 향해 조조는 한껏 대담해진 고백했다.

노골적인 유혹은 아니었지만,

입에서 꿀물이 줄줄 흘러나올 것 같은 달콤함을 담은 고백이었다.

수줍음과 부끄러움이 많은 흑발의 여인으로서는 이 정도가 한계였다. 터질 것처럼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아만 아가씨.”

“노, 놀리지 말게…! 부끄럽단 말일세….”

“죄송합니다. 얼굴을 붉히고 계신 맹덕 님께서 너무도 귀여워 잠시 무례를 범했습니다.”

“큼큼! 그러한 이유라면… 내 아량을 베풀어 용서해주도록 하겠네.”

어린아이들이 소꿉장난을 하듯 풋풋함으로 찬 대화를 나눴다.

이 모습을 조홍이 보았다면,

여유가 넘치는 시선으로 언니를 바라보면서 훈훈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여줬을 것이었다.

“부군사가 영입한 수장현령 정욱과 시중종사 모개는 대업을 맡기기에 충분한 인재들입니다. 또한 부군사가 2차로 영입한 인재들 또한 출중한 능력과 인자한 성품을 겸비한 인재들이니 믿고 맡기십시오.”

이성휘는 여포, 장료와 함께 예주 방면으로 투입되기 전에 조조에게 인재들을 적극 받아들이라는 충언을 건넸다.

그들은 모두 훌륭한 인재였다.

연주의 부족한 내정을 반석 위에 올리기 위해서라도 순욱이 영입한 인재들을 더욱 끌어들일 필요가 있었다.

“귀관, 예주로 떠나기 전에… 혹시 괜찮다면….”

부끄러움에 젖은 한숨을 폭 내쉰 흑발의 여인이 입술을 달싹이면서 말했다.

“어, 어젯밤처럼…! 다시 이, 입을… 내 입술을 빼앗아주지 않겠나…?”

먹이를 달라고 조르는 아기개처럼 입술을 쭉 내밀면서 귀여운 애교를 부리는 조조의 모습에 견고한 철옹성과 같았던 이성휘의 마음이 쿵, 하고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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