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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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는 진심으로,
진심으로 이성휘를 사랑하고 있었다.
수많은 자객들로부터 나를 지켜 주었던 사내에게 그만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는 내 목숨을 구해줬으며, 또한 신분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며 노비의 자식이라는… 여남원씨 가문의 얼녀라는 결점 또한 긍정해주면서 나를 진심으로 응원해주었다.
‘당신은 내 마음을, 이 원본초의 마음을 모두 가져가 버렸어요…. 나를 긍정해준 당신을, 내게 진심 어린 위로해준 당신을 사랑하게 되어 버렸어요.’
마음을 빼앗기기에 충분했다.
그는 목숨을 걸고 나를 구해줬으며,
숨기고 싶은 결점과 부끄러운 부분들까지 긍정해줬다.
여인의 마음은 어디로 휘날릴지 알 수 없는 갈대와도 같기에… 결코 흔들리지 않을 철옹성처럼 보이면서도 한마디의 말과 작은 손짓에도 쉽게 함락되고 만다.
나는 이성휘를 연모하고 있다.
진심을 담아 그렇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이성휘를 사랑하고 있었다.
“…아.”
우왕각에 올라선 조조와 이성휘가 서로를 꼭 껴안은 채 입술을 겹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본 원소는 한탄에 젖은 침음을 흘렸다.
두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그들이 이어지게 된 모습을 보자 울음기 섞인 침음을 흘리고 말았다.
‘성휘…. 당신은 역시 맹덕을….’
알고 있었다.
당신이 진심으로,
맹덕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그렇기에 언젠가 맹덕과 맺어지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맹덕 또한 당신을 진심으로 연모하고 있음을 넌지시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어째서… 눈물이 나는 걸까요…?’
새하얀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렇게 되리라고 알고 있었음에도,
어째서인지 통한과 한탄에 젖은 눈물이 뺨을 타고서 흘러내렸다.
자신은 그저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두 남녀의 사이에 낀 제3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분함과 서글픔이 담긴 감정을 품게 되었다.
“…….”
사랑하는 동생이 야속하게 보였다.
유년시절을 함께 했던 벗이 너무도 미웠다.
이것이 질투라는 감정인 걸까.
실로 더럽고 추악하기 짝이 없는 감정이다.
그런데도 원소는 질투를 떨쳐 낼 수 없었다. 질투에서 비롯된 불길이 마음을 완전히 잿더미로 만들 것처럼 맹렬하게 타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으…! 우으윽…!!”
울음이 쏟아졌다.
나무에 몸을 숨긴 채,
누각 위에서 사랑을 속삭이고 있는 이성휘와 조조의 모습을 훔쳐보았다.
반드시 저 남자를 내 것으로 만들겠다고 결심했건만, 약하고 여린 마음은 너무도 쉽게 상처받고 너무도 쉽게 무너져 내렸다.
‘알고 있는데… 알고 있었는데…. 성휘, 당신이 맹덕을 연모하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런데도,
이성휘를 연모하는 마음을 거둘 수 없었다.
이미 그를 사랑해 버렸으니까.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으니까.
가시밭길을 택한 것은 나다.
비극적인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을 알면서도 그를 향한 마음을 접지 않았으며 언젠가 이성휘를 빼앗겠다는 욕심마저 품었다.
“맹덕…! 맹덕…!!”
저 여자가 원망스럽다.
증오와 질투가 향하는 대상의 이름을 되뇌면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점점 검게 물들었다.
검게 물든 마음이 흑심을 발산했다.
찬연하게 빛나는 햇볕처럼 아름답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던 그녀가 질투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마음을 불태웠다.
‘나를 제쳐둔 뒤에 성휘를…! 이 영악한 년이…!’
밉다.
저 여자가.
당장에라도 저 틈에 뛰어들어가 검을 뽑아 들고 싶을 정도였다.
유년시절의 벗을 ‘영악한 년’이라 부르며,
두 눈을 부릅뜨면서 증오스러운 적을 시야에 담아냈다.
이 치욕과 쓰라림을 결코 잊지 않겠다는 듯. 살벌한 위압을 담은 붉은 눈동자로 광경을 지켜보면서 입술을 사납게 물어뜯었다.
비릿한 맛이 났다.
도톰한 입술이 치아에 찢어지면서 한 줄기의 새빨간 피가 흘러나왔다.
“내가 이렇게 사랑하는데…! 성휘, 당신을 위해서라면 나는 무엇이든 해 줄 수 있는데! 그런데도 결국 당신은… 저 영악한 년을 택했군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피에 젖은 입술로 사랑하는 남성을 향해 울분을 토해냈다.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이게 바로 실연의 감정이라는 것일까.
자객이 휘두른 칼날에 살이 베였을 때보다도 아픈 끔찍한 격통이었다.
“당신은 맹덕에게 속고 있어요. 맹덕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이상적인 여자가 아니예요. 혀를 내두를 정도로 지독하게 이기적이고, 자기 목적을 위해서라면 백성들을 가차 없이 희생시키겠죠.”
성휘는,
내 사랑하는 동생은 속고 있다.
저 여자가 겉으로 보이는 사랑스러움에 빠져 마음을 농락당하고 있었다.
나 또한 권력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희생시킬 수 있는 괴물이지만, 저 여자는 권력을 위해서라면 수십만 명에 달하는 백성들을 망설임 없이 희생시키고도 남을 흉악한 괴물이다.
성휘가 계속 저 여자를 따른다면…,
언젠가 중원제일 검의 고고한 칼날이 한나라 백성들을 도륙하는 도살검(屠殺劍)이 될 게 분명했다.
“…제가 막겠어요.”
울분에 찬 여인이 결연한 질투를 입에 담으면서 두 눈을 부릅떴다.
* * *
첫 입맞춤은 무엇보다 달콤했으며,
또한 그 무엇보다도 온몸을 짜릿하게 만들었다.
사랑하는 부관과 마침내 고백과 함께 짜릿한 입맞춤을 나누게 된 흑발의 여인인 수줍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
“흐으… 흐으읏!”
얼굴이 뜨거웠다.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심장이 쿵쾅쿵쾅 요동쳤다.
대체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내 입술을 빼앗아 간 상대에게,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몰라 앓는 소리를 내면서 입을 꾹 다물었다.
다시 내 입술에 격렬한 입맞춤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응큼한 욕망이 일었다. 그래서 조조는 부끄러움에 젖은 모습을 보이면서도 은근슬쩍 입술을 쭉 내밀면서 다시 입술을 빼앗아주길 바랐다.
“아만 아가씨.”
“네… 네엣!”
앗.
혀가 꼬이고 말았다.
부끄러움에 이성이 잠식된 나머지 멍청해빠진 소리를 내버렸다.
나를 바보로 생각하겠지.
속으로 큭큭 웃고 있을 게 틀림없었다.
사랑하는 부관 앞에서 무심코 얼빠진 모습을 보이고 만 조조는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 채 입술을 우물우물 씹었다.
바보가 된 것 같았다.
사랑에 빠진 나머지… 당신밖에 모르는 바보가 되고 말았다.
“괜찮으십니까? 얼굴이 너무 빨갛습니다.”
이성휘가 손을 들어 올렸다.
혹시 얼굴을 만지려는 것일까.
어쩌면 재차 입맞춤을 하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내의 거친 손길이 자기 뺨을 천천히 어루만질 것 같았기에 조조는 얼굴을 수줍게 내밀면서 그가 만져 주기를 기다렸다.
“읏!”
예상했던 대로,
거친 손바닥이 뜨겁게 달아오른 얼굴을 천천히 쓰다듬기 시작했다.
굳은살이 박힌 손바닥이, 거친 손바닥에 담긴 부드러운 상냥함이 뺨을 어루만졌다. 사랑하는 남성으로부터 농밀한 접촉을 받게 된 조조는 작은 어깨를 바르르 떨면서 손길에 순응했다.
“성휘.”
조조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재차 입을 열었다.
“성휘는…, 나를… 연모하는가?”
사랑스러운 여인의 물음에 이성휘는 일말의 흔들림 없이 대답했다.
“예, 그렇습니다. 진심으로… 진심으로 사모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2년 동안 짝사랑해온 남성으로부터 확고한 의지가 담긴 고백을 듣게 된 조조는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마음이 들뜨게 되었다.
혹시 꿈이 아닐까?
만약 꿈이라면 결코 깨지 않기를.
이 행복한 꿈이 영원토록 이어지기를.
입술에 담긴 뜨거운 온기와 감촉이. 뺨을 어루만지고 있는 이 따스함이 쭉 남기를 바랐다.
“나를… 단둘이 있을 때는… 그냥 아만이라고 불러줘. 명령도 지시도 아닌, 그냥 개인적인 부탁이야.”
“알겠습니다…. 아만.”
연모하는 이를 향해서 억지스러운 부탁했다.
연인을 애칭으로 부르듯,
나를 아명으로 불러줄 것을 부탁했다.
다소 억지에 가까운 부탁이었음에도 이성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여인의 간절한 청을 받아들였다.
이성휘 또한 사랑하는 여인을 ‘아만’이라 부르고 싶었기 때문이다. 불순하고 불충한, 불민한 행동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녀의 청을 받아들여 아만이라는 아명을 입에 담았다.
“성휘, 다시 불러줘.”
“아만.”
“다시 한번만.”
“아만….”
“…응.”
그녀의 아명을 입을 담을 때마다,
이성휘 또한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었는지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사랑하는 여인과 시선을 마주하면서 아명을 속삭이는 일이 부끄럽지 않을 리 없었다.
흑단처럼 아름다운 흑발을 늘어뜨린 채, 촉촉하게 젖은 눈동자로 자신을 조용히 응시하는 조조의 모습은 어느 때보다도 사랑스러웠다.
“성휘….”
“예.”
“다시 내 입술을… 빼앗아줘.”
“…….”
입술을 쭉 내밀면서 귀엽게 조르는 조조의 애교에 이성휘는 자기 온몸이 빳빳하게 경직되는 것을 느꼈다.
애욕이,
욕망이 밀려들었다.
당장 이 사랑스러운 여인을 쓰러트린 다음에 마음껏 사랑해주고 싶었다.
이성휘는 최대한의 인내를 발휘하여 시커먼 욕구를 억누른 뒤, 두 팔을 뻗으면서 작고 가냘픈 여인의 몸을 꼭 끌어안았다.
쪽,
다시 입술을 맞췄다.
그녀의 입술을 꾹 깨물면서 부드러운 감촉을 느꼈다.
“흐응… 흐읏…! 하아…!”
거칠고 격렬하게 입술을 탐하자 흑발의 여인이 교성에 물든 신음을 흘렸다.
타액에 젖은 혀를 움직이며,
입술을 벌리면서 새하얀 치아를 드러냈다.
격렬한 입맞춤 탓에 처녀의 입술이 타액으로 물들었다.
“성휘, 성휘….”
농밀한 입맞춤을 끝낸 뒤,
조조가 아기 새처럼 입술을 벌리면서 사랑하는 남성의 이름을 연신 불렀다.
내 사랑이 닿도록.
진심으로 연모하고 있음을 고백하고자.
아름다운 등불들로 불야성을 이룬 연주성의 정경을 뒤로한 채, 애달플 정도로 서로를 향해 연모와 사랑의 감정을 키워왔던 두 남녀는 계속해서 서로의 온기에 의존한 채 애정을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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