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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158화 (158/616)

15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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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양제일미와의 하룻밤은 마치 잠깐의 단잠처럼 아쉬움에 찬 여운만을 남긴 채 지나갔다.

이성휘는 떠날 준비를 서둘렀다.

여포와 장료에게 채비를 갖출 것을 명령한 뒤, 마지막으로 유협과 인사했다.

연주성으로 이성휘를 떠나보내는 게 아쉬웠는지 작은 황녀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이성휘를 향해 입을 열었다.

“다음에 또… 진류에 와 줬으면 한다, 그대여. 학수고대하며 재회하기만을 기다리고 있겠다.”

“예, 늦지 않게 오겠습니다.”

“정말이냐…?”

“제가 어떻게 전하에게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귀여운 여동생처럼 앙증맞은 모습을 보이는 유협을 향해 미소를 지어 주었다.

무뚝뚝한 남자가 짓는,

실로 낯설고 어색한 미소였다.

그 안 어울리는 미소에 울먹이던 유협이 활짝 웃으면서 이성휘에게 손을 뻗었다. 진류를 떠나는 또 한 명의 오라비에게 자기 온기를 나눠 주었다.

“꼭, 꼭…! 꼭 다시 와다오…. 기다리고 있겠다!”

“명심하겠습니다.”

눈물이 글썽글썽한 유협의 두 눈을 본 이성휘가 쓴웃음을 지었다.

장안으로 끌려간 오라비를 떠올린 걸까.

전선에서 돌아온 이후부터 유협은 다소 인연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낙양에 홀로 남은 오라비와 다시 재회하게 될 것을 기대했건만 재차 끔찍한 이별을 겪게 된 것이 심적인 부담으로 작용한 모양이었다.

“저는 황실과 조정을 수호하는 검입니다. 중원제일 검의 이름을 걸고 반드시 진류왕 전하에게 반드시 돌아오겠습니다.”

결연함에 찬 눈빛을 보였다.

정중하게 예를 취하는 이성휘의 행동에 유협은 새빨갛게 물든 얼굴을 끄덕이면서 배시시 웃었다.

반드시 돌아오겠다.

이성휘의 그 말에 유협은 햇볕처럼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를 보내주기로 했다.

“며, 명공!”

유협과 작별을 끝낸 이성휘가 발걸음을 돌리려 했을 때, 여성의 다급한 목소리가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다급하게 달려온 여성은 초선이었다.

분명 열병으로 몸져누웠다고 했을 텐데.

작약꽃처럼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여인은 다급히 뛰어왔는지 송골송골 맺힌 땀을 흘리면서 이성휘를 향해 양손으로 들고 온 찬합을 내밀었다.

“하아…! 하아…!! 소, 소녀가… 요깃거리들을….”

거칠게 숨을 내쉰 뒤,

초선이 재차 입을 열었다.

“며, 명공께서 드실 것들을 가져 왔사옵니다…!”

새벽까지 이어졌던 격렬한 성교 때문에 온몸이 녹초가 되었을 게 분명했다.

게다가 초선은 첫 경험의 후유증으로 열병까지 앓고 있었다.

그런데도 떠나는 이성휘를 위해 지금까지 요깃거리들을 찬합에 준비해온 것이다. 욱신대는 하복부의 통증과 열병으로 인한 두통과 어지러움을 참아가면서까지 말이다.

“소저, 무리하지 말라고 했잖습니까.”

“하오나… 이제 명공께서 떠나시면… 당분간은 뵐 수 없게 되지 않사옵니까….”

이성휘가 짐짓 노여움에 찬 목소리를 내자 초선은 입술을 우물쭈물 달싹이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

순종적인 현모양처처럼 보였지만,

초선은 사실 고집스러운 면이 없지 않았다.

연모하는 명공을 위해서라면 다소의 무리들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으며, 명공이 기뻐한다면 무리를 해도 괜찮다는 생각하고 있었다.

“어머나, 대담하셔라. 속마음만 애태우고 있는 누구와는 전혀 다르네요.”

“시끄러워, 문원.”

“저는 봉선 님이라고 말한 적 없는데요?”

“…….”

흑발의 여인이 여우처럼 익살스러운 눈웃음을 지었다. 그에 여포는 뜨겁게 달아오른 얼굴을 옆으로 홱 돌리면서 입술을 꾹 깨물었다.

“감사합니다, 소저.”

“소, 소녀가 당연히 해야 될 일이옵니다….”

이성휘의 감사 인사에 초선은 수줍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선아.”

“네, 네에…!”

정을 나누면서 보낸 부탁.

그 부탁을 기억하고 있었는지 이성휘는 초선을 ‘선아’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갑자기 애칭으로 부를 줄은 몰랐는지 초선은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어깨를 떨었다.

“선아가 오래 기다리지 않게, 최대한 빨리 돌아오겠습니다.”

“후으으읏!!”

은은한 미소를 지으면서 입을 연 이성휘의 모습에 초선은 앓는 소리를 내면서 머리 위에 뜨거운 수증기를 발산했다.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앞에서,

그런 대담한 모습을 보이다니.

두 눈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았다.

혹시 열병으로 인한 어지럼증인 걸까.

아니,

열병으로 인한 증상은 아니었다.

사랑과 애절함으로 가득 찬… 기분 좋은 어지럼증이었으니까.

“…네, 기다리겠사옵니다.”

이성휘의 말에 초선은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밝은 미소를 지었다.

“흥.”

경칩의 봄바람처럼 애틋한 마음을 품고 있는 두 남녀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금발의 여인이 팔짱을 낀 채 콧방귀를 꼈다.

질투에서 비롯된 마음이었는지,

괜스레 불만 섞인 반응을 보이고 말았다.

그 모습을 빤히 쳐다보던 흑발의 여인이 배시시 웃음을 터트렸다. 부하의 장난기 가득한 모습에 금발의 여인은 허를 찔린 듯 뒷걸음질 치면서 고개를 홱 돌려 버렸다.

“봉선 님. 봉선 님.”

“안 들려.”

“들리시니까 대답하신 게 아닐까요?”

“몰라.”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포를 향해 장료가 입을 열었다.

“아마도 중원제일 검은 앞치마를 두른 ‘시녀’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성심성의껏 수발을 들어 주는 아름다운 여인을 좋아하는 건 사내로서 당연한 일이죠. 게다가 상하관계가 확실하니까 손을 대기도 좋을 테고요.”

“나, 나하고 상관없는 일이야.”

“그런가요? 봉선 님께서 앞치마를 두르고 현모양처 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분명 중원제일 검의 환심을 살 수 있을 거라고 보는데요.”

“…자세히 말해 봐.”

묘하게 설득력이 있는 장료의 말에 여포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판단했는지, 장료에게 천천히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중원제일 검이 앞치마를 두른 시녀를 좋아한다.

어젯밤,

초선이 녹초가 될 때까지 격렬하게 안았던 것을 떠올린 여포는 이성휘의 취향이 순종적인 시녀라는 장료의 말에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 * *

여포와 장료, 병주 출신의 기병들로부터 호위를 받으면서 여정을 속개했던 이성휘는 일정을 서두른 끝에 예상보다 빨리 연주성에 도착하게 되었다.

연주성으로 돌아왔다.

활력이 넘치는 연주성의 정경에 가슴이 들떴다.

미려한 용모를 자랑하는 흑발의 여인과 다시 만나게 될 생각에 발걸음이 빨라졌다. 연주성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안에도 알려졌을 터. 곧 사랑스러운 주군과 만나게 될 것이었다.

“연주성은 참 활발한 곳이네요.”

“글쎄. 그냥 평범한데? 뭐, 상인들이 많긴 하네.”

병주 기병대를 통솔하던 장료와 여포가 소란스러운 활발함이 느껴지는 연주성의 정경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성문을 자유롭게 출입하는 상인들.

봇짐을 짊어진 나그네와 농기구를 든 농민들이 보였다.

사나운 도적들의 소굴이라 불리던 연주의 정경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평화로웠다.

분명 정동장군 조조의 수완 덕분이겠지.

치안이 안정화되고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가도가 정비되자 연주 지역에 발길을 끊었던 상단들이 몰리게 되었다.

“…정동장군 조조. 재간은 좋은 모양이네.”

평화로움에 젖은 아낙네와 떼를 지어 방방 뛰어다니는 어린아이들을 본 여포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연주는 어느 지역들보다 평화로웠다.

마음 놓고 길거리를 돌아다닌다는 것만으로 그것을 알 수 있었다.

온갖 아비규환과 수라장들을 겪어온 여포에게 있어 태평성대 같은 평화를 누비고 있는 연주 백성들은 매우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게 되었다.

“부관!”

연주성 성문을 통과했을 때,

흑발의 여인이 수십 명의 관료들을 이끌고서 모습을 드러냈다.

“어림총사!”

그 옆에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금발을 틀어 올린 다음에 비녀를 꽂은 아름다운 여인이 함께하고 있었다.

조조와 원소.

난세를 평정한 두 여걸들이 함께 연주성에 도착한 이성휘를 맞이하러 나온 것이다.

설마 원소까지 직접 마중을 나올 줄은 몰랐는지 이성휘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나란히 마중을 나온 흑발의 여인과 금발의 여인을 본 이성휘는 마치 양손의 꽃을 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명을 수행하고 돌아왔습니다.”

말에서 내린 채 고삐를 끌던 이성휘가 조조를 향해 예를 갖췄다.

그에 여포와 장료 또한 조조에게 예를 갖추면서 고개를 숙였다.

“수고 많았다, 귀관. 귀관이 돌아오기만을 계속 학수고대하면서 기다렸다.”

강직한 모습의 이성휘를 본 조조가 희미한 웃음을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만약 이성휘가 하루 만 더 늦었다면 직접 병력을 이끌고 찾아 나섰을 것이었다.

이성휘가 미려한 용모를 갖춘 흑발의 여인와의 재회를 고대했던 것처럼, 조조 또한 냉철하고 무뚝뚝한 부관이 돌아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려왔기 때문이다.

“관동 지방관들을 통솔했던 맹주로서, 이번 전쟁에서 가장 큰 전공들을 세운 일등 공신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었어요.”

“과찬이십니다, 본초 님.”

“아뇨, 절대로 과찬이 아니예요. 전쟁에서 큰 공훈을 세운 수훈자에게 마땅히 내려야 할 찬사인 걸요.”

금발의 여인이 여우처럼 가느다란 눈웃음을 지으면서 이성휘에게 손을 뻗었다.

그의 손을 꼭 맞잡으면서,

수많은 전투들을 치른 끝에 승리를 거둔 수훈자의 활약을 치하했다.

섬섬옥수처럼 새하얗고 섬세한 손길이 자기 손을 맞잡자 이성휘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정숙한 여인의 달콤한 체취가 후각을 자극하고 있었다.

“그간 노고가 많았겠군. 이제 그만 관저로 들어가도록 하지. 귀관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연회를 준비를 하라고 일러두었네.”

“예, 알겠습니다.”

정말 양손에 꽃을 쥔 것처럼,

원소와 손을 맞잡은 채…

다른 한 손으로는 조조와 손을 맞잡은 채로 이동하게 되었다.

질투에 빠진 두 여인들의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면서 그중심에 놓이게 된 이성휘는 곤혹을 겪는 상황에 놓였다. 뻣뻣하게 굳은 발걸음으로 조조와 원소를 따라 관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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