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화
옷이 사르륵 흘러내렸다.
마치 나비가 번데기를 벗는 것처럼,
과육처럼 풋풋하고 달콤한 매력을 풍기는 낙양제일미가 스스로 옷을 벗었다.
과감하게 옷을 벗은 것과는 달리 가슴을 보여주는 것은 부끄러웠는지, 분홍색 머리카락의 여인은 두 팔로 팔짱을 끼듯 젖가슴을 살포시 가렸다.
“으으…! 흐으으…!!”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무심코 눈물이 맺힐 정도로,
낙양제일미는 연모하는 사내에게 자기 살결을 보인 것을 부끄러워했다.
어찌 부끄럽지 않을까. 애지중지 자랐을 명문가의 여식이 외간 남자의 앞에서 스스로 옷을 벗으면서 은밀하게 감춰온 살결을 보였는데.
“무슨 일이십니까.”
이성휘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면서 초선에게 다가왔다.
바닥에 떨어진 의복을 주워든 뒤,
초선의 가느다란 어깨에 두 손으로 의복을 덮어 주었다.
혹시 자신을 취하려는 것일까 싶어 긴장된 모습을 보이던 초선은 오히려 이성휘가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듯 옷을 덮어 주자 몸을 움찔 떨었다.
‘소녀가 좋아하는 명공의 냄새….’
자기 두 어깨에 의복을 덮어 준 이성휘와 부쩍 가까워지게 된 초선은 사내의 체취에 매혹되었는지 눈꺼풀을 슬며시 내리면서 입가를 올렸다.
자신이 좋아하는 냄새였다.
다정함과 상냥함이 느껴지는 체취.
사내를 두 팔로 꼭 끌어안은 다음에 체취를 만끽하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소, 소녀는… 이 몸 말고는… 명공에게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이 없사옵니다. 그리고 소녀는….”
입술을 우물우물 깨물면서 온몸을 떨던 낙양제일미가 이윽고 입을 재차 열었다.
“명공을… 명공을…! 진심으로, 진심으로 연모하고 있사옵니다!”
소녀가 외쳤다.
자기 진심을 담은 고백을.
온몸을 바르르 떨 정도의 수치심과 부끄러움을 느끼면서도 이윽고 그것을 이겨 내고 자기 마음을 연모하는 사내에게 전달했다.
“저를… 말입니까…?”
“그, 그렇사옵니다….”
이성휘의 물음에 나지막이 대답한 초선은 부끄러움에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고개를 푹 숙이게 되면서,
이성휘의 가슴에 이마를 콩, 하고 찍게 되었다.
그에 잠시 놀란 초선이었지만 이윽고 강렬한 체취가 느껴지는 사내의 가슴에 머리를 두게 되었다.
“명공께서 소녀와 양부를 구해줬을 때부터… 아니, 명공과 우연히 만나 도움을 받았을 때부터 소녀는 명공을 마음에 품게 되었사옵니다.”
사람의 마음은 막연하다.
바람에 흩날리는 모래알처럼,
스스로가 자기 마음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막연하기만 했다.
과연 나는 언제부터 명공을 연모하게 되었을까, 초선은 그 물음에 대한 답을 내릴 수 없었다.
첫 만남 때부터 반해 버렸는지,
아니면 환관 무리들로부터 양부와 함께 구명을 받았을 때부터 마음을 빼앗겼던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소녀에게 청혼을 해온 남성들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사오나… 그때 위기에서 소녀를 구해주신 분은 명공뿐이었사옵니다.’
나는 이 사람이 좋다.
나는 이 사내를 좋아한다.
초선은 이성휘에게 진심을 담은 고백한 덕분에 자기 마음이 좀 더 솔직해질 수 있었다.
아름다운 작약꽃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여성은 수줍음을 담은 채, 고개를 천천히 들어 올리면서 이성휘와 시선을 마주하게 되었다.
“소녀를… 불초한 몸이오나 소녀를…! 명공의 첩으로 삼아주시옵소서.”
설령 거절을 당하게 되더라도 마음을 모두 전하고 싶었다.
나중에 후회가 없도록,
이 사내에게 연모하고 있었노라고 말했다.
과연 이 둔감하신 분은 간절하게 연모하는 여인이 속으로 끙끙 앓으면서 애타는 마음만 불태워 왔던 것을 알고 있었을까.
당연히 모르고 있었겠지.
그래서 직접 입으로 전하고 싶었다.
“과분한 말씀이십니다.”
이성휘는 품에 당장에라도 안길 것처럼 거리를 좁힌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초선과 시선을 마주하게 되었다.
투명하게 빛나는 푸른 눈동자.
폭 빠질 것처럼 청명한 이채를 흩뿌리고 있는 시선이었다.
연모의 마음으로 촉촉하게 젖은 초선의 두 눈을 응시하고 있던 이성휘는 그녀의 보드라운 입술을 보자마자 음심이 드는 것을 느꼈다.
“소저…, 다시 옷을 입어 주십시오.”
어깨 위로 다시 윗옷을 덮어 주었지만 여전히 뽀얀 가슴은 드러난 채였다.
비단처럼 부드러운 새하얀 살결 위로,
꼿꼿하게 응어리진 분홍 젖꼭지가 배꼼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조홍과 한적한 장소에서 첫날밤을 치른 뒤, 여성의 몸을 알게 된 이성휘는 더 이상 음심과 육욕을 거부할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저에게는 이미, 진심으로 연모하는 여인이 있습니다.”
조조.
그리고 조홍.
이성휘는 조조를 연모하고 있었고,
얼떨결에 맺어지게 된 조홍 또한 진심으로 연모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초선의 마음에 대답할 수 없었다.
조조를, 조홍을 연모하지 않았다면 당연히 낙양제일미의 고백받아들였겠지만…, 이미 이성휘에게는 사랑하는 두 여인들이 있었다.
“알고 있사옵니다. 어찌 소녀가 명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겠사옵니까? 소녀는 그저… 한 명의 여인으로서 명공의 뒤를 바라보고 싶을 뿐이옵니다.”
초선이 결연한 눈빛을 보내면서 이성휘를 잠시 뒤로 밀어냈다.
그 뒤,
굳게 다짐을 내린 그녀는 어깨에 덮고 있던 윗옷을 사르륵 벗기 시작했다.
작고 왜소한 어깨와 새하얀 젖가슴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볼록한 배와 잘록한 옆구리가 아름다움을 뽐내면서 사내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소, 소녀…! 언젠가 명공에게… 춤을 보이기로 하지 않았사옵니까? 낙양의 가희(歌姬)로부터 배운 소녀의 무용을 보여드리겠사옵니다….”
가슴팍을 폭 가리고 있던 초선이 손을 천천히 내렸다.
그 뒤,
하의 또한 사르륵 벗으면서 야릇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옷을 한 꺼풀씩 벗을 때마다 그녀의 달콤한 향기가 더욱 짙게 흘러나왔다. 활짝 만개한 작약꽃처럼 화려한 아름다움과 함께 달콤한 향기가 넘쳐났다.
“아.”
이성휘가 무심코 침음을 흘렸다.
의복을 벗은 나신의 여인이 이윽고 춤을 추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고혹적이면서 아름다운,
관능적이면서도 청초한 춤사위가 시작되었다.
두 손을 뒤로 뻗으면서 뒷머리에 올린 채로 가슴을 강조하듯 상체를 흔들면서 출렁출렁 흔들리는 움직임을 뽐냈다.
새하얀 젖가슴이 위아래로 출렁이며,
우유가 담긴 그릇 위에 올려진 딸기처럼 선명한 색을 가지고 있는 젖꼭지가 빙글빙글 흔들렸다. 산딸기처럼 한 입 머금으면 상큼한 맛이 날 것만 같았다.
“읏! 으읏! 으으… 으읏!”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려고 해도 부끄러움을 참을 수 없었는지 분홍색 머리카락의 여인이 연신 신음을 흘렸다.
애무를 받는 듯한,
사내를 홀릴 목적으로 내뱉는 교성처럼 달콤했다.
“소저.”
“…….”
이성휘의 부름에도 초선은 입을 꾹 다문 채 춤사위를 이어 나갈 뿐이었다.
새하얀 배와 수줍은 배꼽.
음란하게 흔들리는 젖가슴과 촉촉하게 젖은 보지.
나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다.
설령 그것이 부끄러운 치부라고 할지라도… 연모하는 사내에게 내 부끄러운 모습까지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소, 소녀를 안아주시옵소서.”
춤사위가 모두 끝난 뒤,
실오라기 하나 남김없이 의복을 모두 벗은 그녀가 울음기에 찬 목소리로 호소했다.
그녀가 연모하는 사내에게 간곡히 청한 부탁은 단 하나. 자신을 안아주는 것이었다. 남성을 모르는 숫처녀인 자기 몸에 사내의 자취를 새겨 주기를 바랐다.
“저는 소저에게 사랑을 받을 정도로… 좋은 사람이 아닙니다.”
“소녀의 눈에 명공은 천하제일의 사내로 보이옵니다.”
“…그렇습니까.”
새하얀 나신을 드러낸 시녀가 두 팔을 뻗으면서 이성휘의 목을 감싸 안았다.
발꿈치를 천천히 들면서,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입맞춤을 해 왔다.
첫 입맞춤이 부끄러웠는지 두 눈을 질끈 감은 채로 이성휘에게 온몸을 맡겼다. 순수하고 청초한 그녀답지 않은 육탄공세에 이성휘는 떠밀리듯 그녀를 양손으로 안아 들게 되었다.
“으읏.”
살포시 내려앉듯,
초선은 짧은 입맞춤했다.
연인끼리의 입맞춤에 대해 알지 못 하는 그녀는 아이들이 친애의 의미로 쪽, 하고 뽀뽀하는 것처럼 단순히 입술만 맞췄을 뿐이었다.
“저를 선아(蟬兒)라고… 명공, 부디 소녀를 선아라고 불러 주시옵소서.”
“선아.”
“우으으읏!!”
선아.
귀여운 애칭이었다.
이성휘가 망설임 없이 귀여운 애칭을 입에 담자 초선은 앓은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
당장 쥐구멍으로 들어가 꼭꼭 숨어 버리고 싶은 심정이면서도 연모하는 명공으로부터 사랑스러운 애칭으로 불리게 된 것이 몹시 기뻐했다. 당장 제자리에서 방방 뛰고 싶을 정도였다.
“소, 소녀…! 허락도 없이 입을 맞추는… 명공에게 감히 무례를 범하였사옵니다. 그러니…!”
새하얀 나신을 드러낸 여인이 침상에 몸을 폭 눕히면서 이불로 제 몸을 감쌌다.
그 뒤,
마치 사내를 도발하듯 요염한 자태를 드러냈다.
“소, 소녀를…! 발칙하고 무례한 시녀인 소녀를, 부디 명공께서… 혼내주시옵소서…!”
이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사내는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을 것이었다.
천하제일의 절색을 자랑하는 미녀가,
발칙하고 무례한 자신을 혼내달라며 귀여운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초선의 음란한 춤사위를 본 이후부터… 아니, 뽀얀 젖가슴을 봤을 때부터 분기탱천한 상태였던 이성휘의 자지가 바지를 뚫을 것처럼 맹렬한 기세로 일어서게 되었다.
“우, 우선… 소녀의 엉덩이부터… 때, 때려주시옵소서.
이불로 나신을 가리고 있던 초선이 몸을 움직이면서 잘 익은 사과처럼 먹음직스러운 새하얀 엉덩이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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