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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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협과 해후의 기쁨을 나눈 이성휘는 여포의 허락으로 둔영에 들어오게 된 조홍과 만나게 되었다.
우두커니 선 채 바라보았다.
그 순간, 조홍이 달려와 이성휘에게 맹렬한 몸통 박치기를 꽂았다.
하지만 이성휘가 몸통 박치기에 밀려나는 일은 없었다. 땅에 깊숙이 박힌 바위처럼 분기에 찬 몸통 박치기를 꽂았음에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보, 보고를 듣긴 했는데… 어째서 저 멧돼지 같은 여자와 같이 있는 거예요! 둔영에 들어오면서 옛날 생각이 났잖아요!”
“설명하자면 길지만….”
“아, 됐어요! 안 들어요! 계속 오매불망 기다린 사람을 뒷전에 두고 시시덕거린 사람이 하는 말을 제가 들을까 봐요!”
“하지만 맹덕 님의 명으로….”
“시끄러워요, 변명은 듣기 싫으니까! 일단 아무 말 말고 따라오기나 해요!”
날카로운 성깔을 자랑하듯,
앙칼진 표정을 지은 조홍이 이성휘를 노려보았다.
씩씩대면서 분기를 표출하던 흑발의 여인이 이성휘의 팔을 잡아당기면서 군막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군막에 들어서자마자,
앙칼진 모습을 보이면서 화를 내던 여인은 대체 어디로 갔는지 두 팔로 이성휘의 목을 두르면서 발꿈치를 들었다.
“후응… 후으응…, 츄릅…!”
남성을 유혹하는 콧소리를 내면서 재회의 입맞춤을 나눴다.
조홍은 이성휘의 입술을 탐한 뒤,
응큼하게 혀를 내밀면서 타액까지 탐해 버렸다.
무려 한 달만의 입맞춤이기 때문일까. 짧은 입맞춤으로 온몸이 달아올랐다.
“얼마나… 얼마나 내가, 당신을 애타게 기다렸는지 알아요…?”
야속함을 중얼거린 흑발의 여인이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이성휘의 품에 매달렸다.
가슴을 옥죄는 아픔을 느꼈다.
이성휘라는 사내를 알기 전까지는 결코 몰랐던 아픔이었다.
하지만 그 아픔은 이성휘와 다시 재회한순간 환희의 감정으로 승화되었다. 한 달 동안 전전긍긍하면서 아파했던 마음에 기쁨이 범람하듯 찾아왔다.
“죄송합니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흥…! 언니를 도와 전쟁에서 큰 공들을 여럿 세웠으니까 특별히 봐주는 거예요.”
조홍이 쀼루퉁한 표정을 지으면서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에 이성휘는 고개를 숙이면서 조홍의 입술에 쪽, 하고 도장을 찍듯 온기를 새겼다.
그녀가 너무도 귀여운 탓이다.
쀼루퉁함에 젖은 얼굴이 꽉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운 탓이었다.
“뭐예요, 갑자기. 이제야 내 매력을 알게 된 거예요?”
“자렴 님께서 아름답고 매력적인 분이라는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으읏…! 이, 일부러 나를 부끄럽게 만들려고 그런 기쁜 말을 해주는 거죠?”
“아뇨, 진심입니다.”
“으으으으!!”
진심임을 주장하는 이성휘의 말에 조홍의 백옥처럼 새하얀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부끄러움에 두 어깨를 바르르 떨었다.
그리고 부끄러움 뒤에 기쁨이 몰려들었다.
“다행이예요. 무사히 돌아와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이성휘를 꼭 끌어안았다.
두 번 다시는,
두 번 다시는 떨어지고 싶지 않았으니까.
“진짜 당신은 복에 겨운 사람이예요. 나 같은 미녀가 일편단심으로 연모해주고 있으니까.”
그렇게 말한 조홍은 다시 발꿈치를 들면서 이성휘와 농밀한 입맞춤했다.
질릴 정도로,
입술이 부르틀 정도로 접문을 나눴다.
그동안 그리웠던 메마른 입술의 감촉과 그의 맛을 즐겼다. 입맞춤을 격렬하게 나눌 때마다 코에서 흘러나오는 숨결의 냄새를 맡았고, 혀를 넣으면서 타액을 쭙쭙 빨 때마다 움찔움찔 떠는 반응을 즐겼다.
“…좋아해요.”
조홍이 속삭였다.
입가에 실타래를 연결한 채,
사랑에 빠진 여인의 얼굴로 연모를 고백했다.
“저도 자렴 님을 좋아합니다.”
그에 이성휘 또한 사랑을 고백하면서 자신이 없는 동안 노심초사하며 기다렸을 그녀의 입술에 다시 한번 쪽, 소리가 날 정도로 입맞춤했다.
“…언제 돌아올 거예요?”
조홍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입맞춤뿐.
병주군 장졸들로 둘러싸인 둔영에서 본격적인 성교를 할 수 없었다.
흑발의 여인은 그게 불만인 듯했다. 전신을 휘감고 있는 열기를 더욱 불태우고 싶은데 여견이 좋질 못했다.
“아마 사흘쯤 뒤에 돌아갈 겁니다.”
“사흘씩이나요…?”
“해야 될 일이 많습니다.”
이성휘의 말에 조홍은 안타까움에 찬 한숨을 흘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 * *
낙양에서 천신만고 끝에 구출된 황후 당씨와 조정대신들의 신병은 조조군이 맡게 되었다.
황후는 조조를 따라 진류군에 입성했고,
조정대신들 또한 조조군을 의지하기 위해진류군으로 입성한 군세를 따라나섰다.
한편 사도(司徒) 왕윤은 일찍이 조조 군에 몸을 의탁하고 있던 수양딸을 만나기 위해 가솔들과 함께 병주군 둔영에 도착했다.
진류왕과 궁인들이 중원제일 검을 만나기 위해 병주군 둔영으로 향했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온 것이었다.
“사도 어르신!”
“오셨사옵니까, 사도 어르신!”
둔영을 찾아왔던 호위장군 조홍에게 무례를 범했던 것과는 달리, 둔영을 지키던 위병들은 말을 타고 둔영으로 급히 달려온 왕윤과 가솔들에게는 깍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안으로 안내했다.
“진류왕 전하께 안내해주게.”
“예, 알겠습니다!”
왕윤과 가솔들이 병졸의 안내를 받으면서 진류왕이 기거하는 곳으로 향했다.
군막에 가까이 도착했을 때,
불길 속에서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은 삼공(三公)은 그토록 만나고 싶어 했던 수양딸과 다시 만나게 되었다.
궁인들이 먹을 야참을 쟁반 위에 들고 군막으로 향하던 초선은 둔영으로 찾아온 양부와 가족들을 만나게 되자, 깜짝 놀랐는지 두 손으로 들고 가던 쟁반을 바닥에 떨어트리고 말았다.
“아버지! 오라버님!!”
작약꽃처럼 아름다운 분홍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미녀가 눈물을 가득 쏟아 내면서 왕윤에게 다가와 안겼다.
그동안 많은 고초들을 겪었는지 앙상하게 야윈 양부의 얼굴을 보며 울음을 터트렸다.
다시 가족들을 만났다는 기쁨과.
지금까지 여러 난고들을 겪었을 가족들에게 미안 함이 밀려들었다.
“아버지…! 정말, 아버지가… 맞으신 거죠…?”
“그럼 내가 누구겠느냐.”
온몸을 떨면서 눈물을 흘리는 수양딸의 모습에 왕윤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딸에게 많은 심려를 끼치고 말았다.
그간 얼마나 슬픔에 몸을 떨면서 괴로워했을까.
초선이 양부와 가족들을 향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듯이, 왕윤 또한 딸아이에게 심려를 끼쳐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다행이예요, 정말… 다행이예요. 저는 아버지와 오라버니들이 잘못 되셨을까 봐… 밤마다 항상 기도하면서 다시 만나기만을 기다렸어요…!”
흐끅! 흐끅!
세찬 딸꾹질하면서 통곡했다.
두 눈은 토끼처럼 새빨갛게 부어올랐고,
눈물 때문에 낙양제일미라 불리던 아름다운 얼굴이 난잡해지고 말았다.
“흑흑! 흐으윽, 흐아아앙! 다행이예요, 아버지…! 정말 다행이예요, 오라버니들…!”
항상 용모와 몸가짐에 철두철미한 모습을 보인 초선이었지만 가슴을 깊게 찌르는 기쁨만큼은 주체하기 어려웠는지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음을 터트리면서 어깨를 바르르 떨었다.
“하핫! 이 오라버니들도 있단다!”
“우리는 그저 들러리에 불과했나 보오.”
왕윤의 아들인 왕개, 왕경정이 껄껄 웃음을 터트리면서 짓궂은 농담을 건넸다.
그리고 왕윤의 조카인 왕신과 왕릉 또한 사촌 여동생에게 웃음을 지으면서 다가왔다.
“오라버니들, 모두 무사하셔서 다행이예요!”
“구사일생 끝에 불바닷속에서 살아남았지. 하마터면 이 잘난 엉덩이까지 타버릴 뻔했지 뭐냐. 후하핫!”
오라버니들과 재회의 기쁨을 나누고 있던 초선에게 왕윤이 입을 열었다.
“병주군을 이끄는 중랑장 여포가 동탁의 무리들에게 쫓겨 사면초가에 놓였던 우리를 구해주었다. 그리고 어림총사가 우리를 안전한 곳까지 데려다주었지.”
“명공과 중랑장께옵서….”
“두 장수들이 돕지 않았다면 우리 태원왕씨 가문은 멸족을 면하기 어려웠을 테지. 어림총사와 중랑장에게 평생 갚아도 모자랄 은혜를 입었구나.”
수많은 재액들을 거친 끝에 하늘의 도움을 받아 살아남을 수 있었다.
어찌하늘의 도움이 아니겠는가.
어림총사 이성휘와 중랑장 여포, 둘 중에 한 명이라도 없었다면 태원왕씨 가문은 아비규환 같은 참화를 빠져나오지 못한 채 멸족하게 되었으리라.
이성휘와 여포가 사면초가 속에서 구원해주어 겨우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양부의 말에 초선은 경직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 * *
구사일생으로 낙양에서 살아남은 가족들과 다시 재회하게 된 초선은 해후의 기쁨을 나눈 뒤, 가문을 구해 준 은인인 여포에게 감사를 전하고자 했다.
여포는 장료와 함께 둔영 순찰을 돈 뒤에 방금 복귀한 참이었다.
진류왕의 시녀가 찾아뵙기를 청한다는 위속의 말에 고개를 갸웃한 여포는 혹시라도 진류왕의 부름을 가져온 것일까 싶어 군막 안으로 들이게 했다.
“중랑장이 되시는지요?”
“그래, 내가 중랑장 여포인데. 뭐, 며칠 전에 출세한 덕분에 지금은 장군이지만.”
군막 안으로 들어온 초선과 얼굴을 마주하게 된 여포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사랑초처럼 아름다운 분홍 머리카락.
새하얀 백옥 같은 얼굴과 청초함을 머금은 입술은 경국지색의 용모를 뽐내는 듯했다.
같은 여성조차 혹하게 만들 정도의 용모를 가진 낙양제일미의 아름다움에 여포는 ‘나처럼 선머슴 같은 년과는 정반대에 있는 아가씨 같네.’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소녀는 사도 왕윤의 수양딸인 초선이라 하옵니다. 중랑장께 감사를 표하고 싶사옵니다. 아버님과 오라버님들을 구해주셔서 감사하옵니다!”
감격에 찬 목소리로 여포에게 감사를 전한 분홍색 머리카락의 처녀가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양손으로 바닥을 짚은 뒤,
새하얀 이마가 차디찬 바닥에 닿았을 정도로 상체를 깊이 숙였다.
엄숙하고 진지한… 진심을 다한 감사 인사에 여포는 화들짝 놀라는 반응을 지었다.
어찌나 당황했는지 어지간해서는 절대 놀라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여포가 허둥지둥하며 당혹감을 표했다.
“아, 아니… 이렇게 할 필요까지는 없는데! 어, 어서 일어나. 누가 보면 어쩌려고!”
“소녀는 명공께 몸과 마음을 바치기로 한 몸이오나 중랑장께 또한 한평생 동안 은혜를 갚고 싶사옵니다. 부디 허락해주시옵소서.”
이렇게 아름다운 처녀가,
평생 온실 속의 화초처럼 살았을 것처럼 생긴 온화한 규수에게 한평생 동안 은혜를 갚겠다는 말을 듣게 될 줄이야.
여포는 진심으로 당황스러워하고 있었다.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바닥에 닿을 정도로까지 숙이면서 감사를 전하는 초선의 모습에 멍청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만약 양부께서 잘못되셨다면… 만약 낙양에서 변을 당하셨다면… 소녀는 결코 살아갈 수 없었을 것이옵니다…!”
양부를 살려 준 은인을 위해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는 초선의 모습에 여포가 쓴웃음을 흘렸다.
이 아가씨는 분명 자신을 거둬준 양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엄숙하게 감사를 전하진 않았으리라.
돼먹지 못한 나 같은 년과는 달리,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처럼 아름다운 아가씨는 진심으로 양부를 사랑하는 효성 가득한 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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