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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150화 (150/616)

15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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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실을 겁박하고 조정을 유린했던 역신(逆臣) 동탁을 토벌하기 위한 전쟁이 마침내 종결되었다.

동탁은 낙양에 불을 지른 뒤 황제와 조정대신들을 인질로 잡아 장안성으로 도주했고, 우여곡절 끝에 사수관을 통과하여 낙양에 도달한 제후군은 망연자실한 채 돌아서야 했다.

낙양 전소. 장안 천도.

전쟁에 참전했던 지방관들이 전선 이탈을 선언하면서 정북장군(征北將軍) 원소와 정동장군(征東將軍) 조조 또한 종전을 선언하면서 돌아섰다.

“한나라 만세! 한나라 만만세!”

“연주의 아들들이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왔다!!”

사예주에서 여러 격전들을 치렀던 장졸들이 회군하여 며칠 만에 진류군에 도착했다.

군중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게 되었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두 여걸들을, 역신을 토벌하기 위해 참전했던 중용무쌍한 군대를 두 눈으로 목도하기 위해서였다.

연주 백성들이 군세를 보며 두 팔 벌려 만세를 불렀다. 비록 역당의 수괴를 참하지는 못하였지만, 여러 격전들을 승리로 이끌었던 제후군은 찬양을 받아 마땅했다.

“하하핫! 정말 많이도 모였네!”

패국하후씨 가문의 여걸이 월도를 높게 치켜들면서 자신을 뽐냈다.

하후돈이 용맹한 위용을 과시하자,

연주 백성들은 하후돈의 무명을 칭송하면서 함성을 높였다.

조인과 함께 중원제일 검을 따라 여러 격전들을 치렀던 하후돈의 명성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수많은 호사가들로부터 패국조씨를 지키는 호랑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

“고된 전투를 치르고 돌아왔으니 당연히 이런 함성과 찬양 정도는 받아야지. 이게 바로 개선장군의 권리 아니겠어?”

하후돈이 말했다.

한편,

나란히 말을 몰고 있던 조인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무미건조한 모습을 보이었다.

“장수가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가슴을 들뜨게 하는 함성소리에도 무덤덤했고 백성들의 찬양과 찬사에도 딱딱한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그녀는 구름처럼 몰린 군중들 속에 혹시라도 조조를 노리는 자객이 있진 않을까, 그것을 경계했다. 무인의 의무와 역할에 충실히 임하는 조인다운 모습이었다.

“정동장군께서 오셨다!”

“정북장군께서도 오셨다!”

흑단처럼 아름다운 흑발을 늘어뜨린 미녀가 유리처럼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또한 그 옆에는 탐스러운 금발을 늘어뜨린 미녀가 함께했다. 황금을 녹여낸 것 같은 머리카락이 고결하고 찬연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정동장군 조조. 정북장군 원소.

제후군을 이끌었던 주역들이었다.

하북과 관동의 십만 대군을 이끌고 사수관을 넘었던 그녀들은 천하가 주시하는 인물로 성장하게 되었다.

“연주는 항상 활기찬 곳이군요.”

“나의 백성들이다. 활력이 넘치는 것은 당연하지.”

자신들을 향해 열렬한 환호와 정열적인 함성을 내지르는 백성들을 보며 두 여걸들이 입을 열었다.

수많은 군중들로부터 집중을 받고 있다.

그 말은 즉, 군중과 함께하고 있을 명사와 유자들의 지지를 받게 되었다는 뜻이었다.

수괴 동탁을 척살하는데 실패했지만 조조와 원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언니!”

황금 투구를 옆구리에 찬 흑발의 여인이 당찬 미소를 지으면서 조조를 반겼다.

함박웃음을 입가에 머금으며,

언니의 무사귀환을 진심으로 환영했다.

자신이 자리를 비운 동안 연주를 훌륭하게 다스려 준 기특한 사촌 동생을 향해 조조는 희미한 웃음을 지으면서 공을 치하했다.

“수고 많았다, 자렴.”

“제가 고생이라고 말할 게 있나요, 수많은 격전들을 치르셨을 언니께서 많은 고생을 하셨죠.”

조조를 향해 기쁨에 찬 화사한 미소를 지은 조홍은 이윽고 누군가를 찾는 듯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어림총사가 안 보이네요?”

“군세를 이끌고 외곽에 주둔하고 있다. 일주일 동안 휴식을 취한 뒤에 예주와 경계를 마주하는 평구현(平丘縣)으로 내려갈 예정이다.”

“네, 그렇군요….”

이성휘가 없다는 사실에 조홍은 숙연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에 조조가 의문의 눈초리를 보냈다.

분명 자렴과 부관은 서로 앙숙일 터,

물론 자렴이 일방적으로 부관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것이지만.

항상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이성휘를 질투하는 모습을 보였던 그녀였기에, 금세 시무룩한 표정을 보이는 사촌 동생의 모습을 의아하게 여겼다.

“그간 밀렸던 보고들을 듣겠다. 또한 본초를 맞이하기 위한 연회를 준비해라.”

“그리하도록 할게요, 언니.”

조조의 명령에 고개를 숙인 조홍이 다시 고개를 들어 성문을 바라보았다.

군세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었지만,

그토록 오매불방하며 기다렸던 정인(情人)은 이 자리에 없었다.

풀이 죽은 모습을 지었지만 이내 숙연한 표정을 풀었다. 언니와 함께 진류군에 들어왔다는 것을 알았으니 이제 곧 만날 수 있을 테니까.

나중에 기쁨과 환희에 물든 재회를 할 수 있을 것이기에 잠깐만 참기로 했다. 한 달 동안이나 애타는 심정으로 기다렸는데 반나절을 못 참겠는가.

‘나중에 만나기만 해 봐요! 이 조자렴을 애타게 기다리게 한 만큼…! 질릴 정도로 뽀뽀해 버릴 테니까!’

그렇게 호언장담한 흑발의 여인은 부끄러움에 물든 웃음을 배시시 터트리면서 조조를 뒤따랐다.

* * *

조조와 원소가 이끄는 본대와 헤어진 이성휘는 여포가 이끄는 병주군과 함께 평구현에 도착했다.

평구현은 예주와 가까운 현으로,

영천군(穎川郡)에 속한 허현(許縣)과 이웃하고 있었다.

훗날 한나라의 새로운 수도가 될 터에 도착한 이성휘는 산양태수 원유의 도움을 받아 연주에 먼저 도착했던 진류왕 유협과 기쁜 재회를 나누게 되었다.

이성휘가 마침내 돌아왔다는 낭보를 듣자마자 유협이 궁인들과 함께 냉큼 달려온 것이었다.

“무사했구나, 그대! 나는 그대가 분명 무사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사랑스러움이 넘치는 작은 황녀가 두 팔을 벌리면서 이성휘에게 달려들었다.

작고 귀여운 다람쥐처럼,

이성휘의 얼굴에 비단처럼 부드러운 뺨을 비비면서 깊은 애정행각을 보였다.

천하에서 가장 의지하는 사람과 다시 재회하게 된 유협은 기쁨에 찬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는지 이성휘의 품에 와락 안기는 모습을 보였다.

“돌아왔습니다.”

“그대가 무사하여 진심으로 기쁘다. 염원을 단 한 번도 들어 준 적 없는 하늘이… 이번만큼은 들어 준 모양이구나.”

사내의 품에 안긴 황녀가 울음기가 젖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면서 말했다.

그리고 이윽고,

품에 안긴 채 울음을 터트렸다.

이성휘가 무사하다는 기쁨과 다시 재회하게 된 기쁨이 뒤엉키면서 생긴 기쁨의 눈물이었다. 새하얀 뺨을 타고 눈물이 뚝뚝 흘러내리면서 중원제일 검의 메마른 가슴을 적셨다.

“흐윽, 흐윽…! 흐아아아앙!!”

매일 궁중에서 흘렸던 슬픔의 눈물이 아닌, 소중한 사람과의 유대가 만들어낸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꼴사나운 모습으로 비춰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쁨에 벅찬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던 유협은 눈물로 자기 감정을 표현했다.

“하오나 전하, 저는 전하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알고 있다…. 들었으니까…. 동탁, 역신에게 장안으로 끌려가셨다고…. 하지만 지금은… 지금 만큼은… 그대가 무사한 것에 기뻐하고 싶다….”

“죄송합니다.”

자기 무사함을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유협에게 안쓰러움과 고마움을 느꼈는지, 이성휘는 고개를 푹 숙이면서 품에 뛰어든 황녀를 살포시 안아주었다.

따스하고 부드러웠다.

황녀의 머리카락이 사륵사륵 흔들릴 때마다 꽃처럼 좋은 향기가 났다.

지금 가장 괴로운 사람은 본인일 텐데도, 굳게 맹세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돌아온 자신을 두 팔 벌려 반겨 주는 유협의 상냥한 마음씨에 마음이 한없이 흔들렸다.

“봉선 님, 질투하세요?”

“안 해! 내가 왜!”

쿡쿡 웃음을 터트리면서 입을 연 장료의 짓궂은 물음에 얼굴을 붉힌 여포가 고개를 홱 돌렸다.

노골적인 반응을 보건대,

이성휘의 품에 꼭 안긴 유협에게 일말의 부러움을 느끼고 있던 것 같았다.

“진류왕의 총애를 가득 받고 계시는군요…. 번듯하게 생긴 미남은 대부분 이상성욕에 찬 변태라고 하던데. 키워서 잡아먹는 취향이었나요. 역시 제가 점찍어둔 분다워요.”

후후후.

후후후후후.

잿빛 머리카락의 여인이 심상찮은 웃음을 흘리면서 중원제일 검과 진류왕의 재회를 따뜻하게 바라보고 있던 병주군 장졸들의 마음에 찬물을 끼얹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성격인지,

가후는 눈시울이 시큰해지는 광경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이거 놔! 제가 누군 줄 알고…! 저는 정동장군 조조의 친족이며, 연주를 다스렸던 호위장군이라고요!”

여포와 장료가 이성휘와 유협의 재회를 가만히 관망하고 있을 때.

빽빽 소리를 내지르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뾰족하게 날 선 목소리를 들은 여포는 언젠가 겪었던 적 있는 것 같은 묘한 기시감을 느끼게 되었다.

“많이 들은 목소리인데….”

겪은 적 있는 상황.

어디서 들은 적 있는 목소리.

휘황찬란한 황금 갑주를 걸친 흑발의 여인과 그녀를 제지하는 병졸들의 대치 상황을 본 여포는 낙양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게 되었다.

“소저, 여기는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곳입니다. 그러니 돌아가십시오.”

“아니, 제가 호위장군이라고요!

“장군이 그런 광대 같은 복장으로 올 리가….”

“과, 광대?! 지금 용맹함의 상징인 황금투구를 보고 광대라고! 당장 너희 대장이나 나오라고 해!”

황금 투구와 황금 갑옷.

재력을 뽐내기를 좋아하는,

자린고비 성격의 졸부 같은 옷차림이다.

신분을 증명하는 패를 두고 왔는지 황금 투구를 옆구리에 차고 있던 흑발의 여인이 앞을 가로막는 위병들을 향해 날카롭게 소리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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