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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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가 말했다.
“실추되었던 너희의 무명과 명예를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뭐?”
무뚝뚝한 남성으로부터 ‘고백’을 짐짓 기대했던 금발의 여인은 뜻밖의 말을 듣게 되자,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이성휘를 바라보았다.
여포의 시선을 잠시 응시한 이성휘가 입을 재차 열었다.
“지금까지 행한 죄들을 모두 사면해주겠다. 그 대신 너희 병주군은 황실과 조정에 충성하는 조정군이 되어야 한다.”
“…조정군?”
역적을 따르는 번견의 역할을 버리고,
황실과 조정에 순종하는 충견의 역할을 받아들이라는 뜻이었다.
동탁 군을 변절한 이후, 병주군은 몸을 의탁할 세력을 잃게 되었다. 병주로 돌아가 무맹도위 정원이 남긴 세력을 흡수하여 독립군벌이 된다는 선택지도 있겠지만 여포는 군벌 자리에 야심이 있는 여걸이 아니었다.
“느, 느닷없이 조정에 귀의하라니….”
“내가 사도 어르신에게 부탁드렸다. 너희들이 조정에 귀의한다면 무명을 회복할 길 또한 열릴 테니까.”
여포의 말에 이성휘가 답했다.
그에 여포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네, 네가 왜… 우리들한테 그렇게까지 해주는 건데…?”
“낙양에서 너희에게 빚을 졌으니까.”
“빚? 네가 궁궐에서 나와 내 부하들의 목숨을 구해줬잖아.”
“나 또한 너희 부하들에게 목숨을 빚졌다.”
장료와 고순이 이끄는 병력이 동탁 군에게 포위당한 조조군을 구했다는 소식을 들은 여포는 이성휘의 말을 납득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내,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는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목숨을 빚졌다고 해도…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직접 조정을 설득하다니, 네가 우리를 위해서 그렇게까지 해 줄 이유는 없잖아.”
“너희들은 황후와 조정대신들을, 그리고 1만에 달하는 백성들을 구출해냈다. 그 숭고한 활약을 존중하고 싶다.”
의연한 표정을 지으면서 예를 취하는 이성휘의 모습에 금발의 여인이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을 무인으로서 존중한다는 이성휘의 말에 마음이 간질간질 흔들렸다.
설마 13주 전역에 무명을 떨친 중원제일 검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받게 될 줄이야. 예를 취하면서 존중을 표하는 이성휘의 모습에 벅찬 가슴이 쿵쾅쿵쾅 요동쳤다.
“딱히 누구한테 감사 인사를 받고 싶어서 나선 일은 아냐. 피치 못할 이유가 있었다고는 해도… 결국 동탁을 따랐던 것은 사실이니까, 우리한테도 책임이 있어서 나섰을 뿐이야. 위…, 위… 그걸 뭐라고 하더라….”
“위선?”
“그래, 위선! 백성들은 우리가 한 일을 분명 위선이라고 생각할 거야. 얼마 전까지 동탁을 따랐던 역도들 주제에… 알량한 죄책감 때문에 나섰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죄책감에 찬 어두운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푹 숙인 여포의 모습을 본 이성휘가 답했다.
“설령 죄책감 섞인 위선이라도 할지라도 너희들 덕분에 수많은 백성들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읏….”
그 말에 부끄러움을 느꼈는지,
얼굴을 붉힌 금발의 여인이 쑥스러움에 찬 침음을 흘렸다.
“네 제안은 뭐… 부하들하고 상의해볼게.”
“고맙다.”
희미한 미소를 머금으면서 감사를 건네는 이성휘의 모습에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오른 여포는 부끄러움을 참을 수 없어 고개를 황급히 돌렸다.
후우, 후우….
가쁜 심호흡을 내뱉었다.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가슴이 격하게 박동쳤기 때문이다.
또한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로,
쿵쾅쿵쾅 요동치는 심장의 박동 소리가 시끄러웠다.
“그리고 너한테 사과할 게 있다.”
“뭐, 뭔데?”
“형양에서 너와 싸웠을 때… 너에게 해선 안 될 무례를 저질렀다.”
대체 뭘 사과하겠다는 걸까.
그의 성격상,
단기결전에서 치명상을 입혔던 것을 사과하려는 것은 아닐 테고.
만약 이 남자가 중상을 입힌 일로 사과해온다면 진심으로 분노할 생각이었다. 그것은 정정당당한결투를 염원했던 자신을 향한 더할 나위 없는 모욕이었으니까.
“네가 목숨을 유지하고자, 부귀영화를 탐하여 양부를 살해했다고 네게 말했었지. 그 말을 철회하고, 너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
“괘, 괜찮아… 이제는 딱히 기억도 안 나고.”
“누구보다 괴로웠을 네 마음을 모르고 내가 멋대로 지껄였던 것은 사실이다. 고개를 숙이고 사과를 청해야 마땅하지.”
“으으…!”
호흡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박동치던 심장이 이제는… 터질 것처럼 요동치고 있었다.
새로운 암살 방법인가?
이대로 심장을 터트려 죽일 생각이 분명하다.
무뚝뚝하면서도 정직한, 날카로운 칼끝처럼 결연한 표정을 보이는 이성휘의 모습은 여포가 그동안 꿈꿔온 완벽한 이상형이었다.
“부하들을 구하기 위해 지금까지 쌓아온 무명을 모두 포기하다니… 병주 비장, 너에게 경의를 표한다.”
정중한 사과를 받게 된 여포는 자기 소중한 무언가를 이 남자에게 빼앗겨 버렸음을 느꼈다.
* * *
머무는 처소로 돌아온 금발의 여인은 평상에 누워 베개를 꼭 끌어안았다.
이성휘가 했던 말들을 떠올리며,
부끄러움에 찬 비명과 함께 무시무시한 힘으로 아무 죄 없는 베개를 박살 냈다.
‘너희들은 황후와 조정대신들을, 그리고 1만에 달하는 백성들을 구출해냈다. 그 숭고한 활약을 존중하고 싶다.’
자신을 향해 경의를 표했던 이성휘의 모습을 떠올린 여포는 꽝꽝! 소리가 날 정도로 두 다리로 평상을 두드렸다.
항우에 비견되는 괴력녀답게,
베개에 이어 평상까지 무고한 희생자로 만들려 하고 있었다.
“흥, 흥흥…! 우리 중용무쌍한 병주군의 활약을 아주 잘 알고 있잖아…? 뭐, 그 점은 기특하게 생각해 줘도 되겠어.”
중원제일 검에게 칭찬받았다!
동경하던 선배에게 값진 칭찬받은 사춘기 소녀처럼 헤헤 웃음을 터트렸다.
미소를 방실방실 지으면서,
간질간질하고 보드라운 감정을 힘껏 발산했다.
‘네가 목숨을 유지하고자, 부귀영화를 탐하여 양부를 살해했다고 네게 말했었지. 그 말을 철회하고, 너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
재차 이어진 이성휘의 말을 떠올린 금발의 여인은 짐짓 숙연한 표정을 지으면서 반쯤 박살 난 베개를 조용히 끌어안았다.
그 말 때문에 그를 미워한 적도,
반드시 사과받아내겠다는 생각한 적도 없었다.
격전을 치렀을 때 나를 쏘아붙였던 그 말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었던 걸까. 설마 그 일을 사과할 줄은 꿈에도 예상치 못했다.
나를 생각해줬구나….
여포가 새하얀 뺨에 홍조를 그리면서 수줍은 새색시 같은 미소를 지었다.
“흥! 그렇게 멋있는 모습으로…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면 내가 용서해 줄 줄 알고?!”
평상에 비스듬히 누워 있던 금발의 여인이 돌연 몸을 돌리면서 천장을 향해 소리쳤다.
물론 화가 난 것은 아니었다.
가슴에 감도는 감정은 기쁨,
그것도 매우 격한 기쁨이었다.
만약 엉덩이가 꼬리가 달려 있었다면 맹렬하게 흔들지 않았을까. 이성휘가 부름을 내리면 당장에 달려갈 것처럼 길들여지게 되었다.
“왜 하필 그 녀석은… 표독스럽게 생긴 흑발 꼬맹이를 따르는 거야…? 내 부하가 되어줬으면… 난 모든 것들을 줬을 텐데.”
조조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이성휘에게 얄미운 마음을 느꼈는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마음에 안 들었다.
중원제일 검은 좋아하지만
얼음장처럼 차갑고 무자비한 그 여자는 신물이 나올 정도로 혐오스러웠다.
본능, 혹은 직감이라고 할까. 여포와 조조는 서로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혐오를 느낄 정도도 최악의 궁합을 가지고 있었다.
“그 꼬맹이는 토악질이 나올 정도로 마음에 안 들지만 그래도… 그 사람은 좋아질 것 같으니까.”
자신과 부하들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사도 왕윤을 설득해준 이성휘에게 속으로 고마움을 전한 여포는 들뜬 한숨을 내쉬면서 몸을 배배 꼬았다.
그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몸이 이상할 정도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두 손으로 움켜잡고 있던 베개를 천천히 밑으로 내리면서 다리 사이에 끼워 넣었다.
“흐응…! 으으읏…!”
늘씬한 허벅지로 베개를 속박하며,
첫사랑의 달콤함에 촉촉하게 젖은 하복부를 강하게 짓눌렀다.
꿀처럼 농밀한 교성이 흘러나왔다.
실로 천박하고 상스러웠지만… 이성휘를 떠올릴 때마다 몸이 뜨거워지는 탓에 뜨거운 열기와 욕구를 어떻게든 해소해야 했다.
‘내 몸을 만져 줬으면 좋겠어…. 나를 거칠게 대해 줘도 좋으니까….’
베개로 뜨거운 욕구를 달래던 금발의 여인이 두 손을 움직이면서 제 풍만한 가슴을 꽉 움켜잡았다.
손아귀에 반도 안 들어오지 않는,
커다란 젖가슴을 움켜잡으면서 원을 그리듯 빙글빙글 흔들었다.
‘사내들은 모두 가슴을 좋아한다고 들었어. 모두 내 가슴을 뚫어져라 봤으니까 분명하겠지. 흥, 그 꼬맹이는 죽었다 깨어나도 가질 수 없을 걸?’
중원제일 검 또한 사내가 아닌가.
분명 나한테 점점 빠지기 시작했겠지.
결국, 나를 안고 싶다는 욕망에 못 이겨 사랑을 고백해볼 게 분명했다.
만약 그가 정중하게 경의를 표했던 것처럼 결연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백을 해 온다면… 두 번 정도 매몰차게 거절한 뒤에 그 고백받아줄 생각이었다.
고백을 단번에 받아들이면 자신을 푼수 같은 여자로 오해할지도 모르니까.
“아앙!”
젖꼭지를 강하게 꼬집었다.
그와 동시에,
자위에 매진하던 금발의 여인은 짜릿짜릿한 쾌감을 느끼고는 허리를 뒤로 젖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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