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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130화 (130/616)

13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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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장 여포가 반란을 일으켰다.

물자 수송에 투입된 병주군이 수레에 숨기고 있던 창검을 뽑아 들면서 공세에 가세했다.

여포에게 가담한 책략가가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주도면밀하게 반란을 준비할 수 있었을 리 없었다.

평음현(平陰縣)에서 물자를 수송하던 병주군이 돌연 반기를 일으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급보를 들은 낭중령 이유는 여포와 병주 출신의 장수들을 뒤에서 조종하는 인물이 있음을 넌지시 간파했다.

“토로교위 가후! 사특한 계집을 당장 찾아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이유가 격노에 찬 표정을 지으면서 외쳤다.

배신감에서 비롯된 격노.

동탁 군의 군략을 이끌 인재로 가후를 높게 평가해온 이유였기에 더욱 거세게 분노했다.

“토로교위… 말씀입니까?”

“그년이 바로 반란 세력의 배후다! 필시 그년이 여포를 선동하여 반란을 일으킨 것이 분명하다!!”

토로교위 가후가 병주군을 준동한 배후였다는 말을 듣게 된 중랑장 번조가 두 눈을 끔뻑였다.

무도군의 암여우가 병주의 비장과 동맹하여 동탁 군의 뒤통수를 갈겼다.

대체 어떤 이유로 반란을 일으켰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가후가 여포와 손을 잡고 반란을 일으켰음은 확실했다.

“군사 어르신, 그럼 가후 그년을… 저희들이 처리해도 되겠습니까?”

번조가 음욕에 찬 표정을 지으면서 입가를 올렸다.

무도군의 암여우를 범할 기회다.

그 음흉한 계집이 암컷처럼 풍만한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걸을 때마다 얼마나 범하고 싶었던가.

반란의 주동자가 분명하다면 죽을 때까지 범해 버려도 상관없을 터. 항상 여유가 넘치던 그 얼굴을 마음껏 더럽힌 뒤, 여자에 굶주린 병사들에게 던져 버리려 했다.

“목을 베어 성문 위에 매달아버리게!”

“알겠습니다.”

병주군의 반란 소식을 듣게 된 이유가 토로교위 가후를 참살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병주군을 부추긴 흑막은 여포의 친척인 위속의 호위를 받으면서 궁궐을 탈출한 뒤였다.

닭 쫓던 개가 지붕을 쳐다보듯,

이유의 행동을 훤히 간파한 가후는 그가 추격대를 보내기 전에 전광석화처럼 재빠르게 줄행랑을 쳤다.

“지금쯤이면 그 메기수염이 울분을 터트리고 있겠네요.”

장졸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여포가 있는 곳으로 향하던 잿빛 머리카락의 여인이 쿡쿡 웃음을 터트리면서 말했다.

그에 위속이 질린 표정을 지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이유에게 붙잡혔을 겁니다. 대체 어쩌자고 궁궐에 계셨단 말입니까?”

“그 메기수염은 제 자식들도 안 믿을 정도로 의심이 많은 작가거든요.”

만약 궁궐을 계속 비워둔 상태였다면 의심이 많기로 유명한 이유에게 덜미를 잡혔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후는 여포가 거병할 때까지 궁궐에 머무르면서 이유의 경계를 누그러뜨렸다.

“궁궐을 공격하여 황제와 조정대신들의 신병을 확보한 뒤에 하내군으로 퇴각해야 해요.”

“예? 낙양을 점거하는 게 아니었습니까?”

가후의 말에 위속이 놀라 물었다.

그에 가후가 입을 재차 열었다.

“사수관 전선을 지휘하는 서영이 낙양의 급보를 듣고 달려오면 낭패를 보게 될 거예요. 물론 중랑장의 무위를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황제와 조정대신들을 엄호한 채로 싸우는 것은 위험하잖아요?”

잿빛 머리카락을 허리까지 늘어뜨린 무도군의 암여우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거병의 명분은 현재 여포군에 있다.

한나라의 수도를 통째로 불태우려는 동탁 군의 만행을 맞서 낙양 백성들을 구원하겠다는 숭고한 명분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황제와 황후, 조정대신들의 신병을 확보하게 된다면 천하를 호령할 수 있는 정통성까지 얻게 될 터였다.

“반란군이다!”

“이 배은망덕한 병주 촌놈들!”

시가지로 나서게 되자 동탁 군 장졸들이 창검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낙양에서 다시 내전이 시작되었다.

무맹도위 정원을 살해하고 동탁 군에 투항했던 병주군이 검을 뽑아 들며 거병을 선언했다.

병주군의 거병 소식을 들은 동탁 군은 크게 격분하며 은혜를 원수로 갚는 배은망덕한 놈들을 향해 창검을 휘둘렀다.

“다 죽여라!”

“낙양을 불태우려는 역적들이다!”

궁궐과 가까운 시가지에서 병주군과 동탁 군의 교전이 벌어지게 되었다.

낙양에서 시작된 싸움.

마치 사예주의 패권을 걸고 건곤일척의 승부를 치렀던 과거 정원군과 동탁 군의 접전을 보는 듯했다.

그러나 이전과의 낙양 전투와는 양상이 크게 달라져 있었다.

병주군을 이끌고 낙양에서 거병한 우두머리는 천지신령조차 두려움에 빠트렸던 맹장 여포였다. 용감하고 사나운 용맹을 자랑했으나, 완고하고 용렬할 뿐이었던 정원이 아니었다.

또한 태산을 뒤덮을 정도의 무예와 괴력을 자랑하는 맹장의 옆에는 무도군의 암여우가 간악한 꾀를 빌려주고 있었다.

* * *

무맹도위 정원의 수급을 베고 투항해온 이후,

관동의 반란군을 연이어 격파하면서 혁혁한 전공들을 세운 병주군이 돌연 반란을 일으켰다는 소식은 동탁 군에게 큰 혼란으로 다가오게 되었다.

놈들이 왜 반란을 일으켰는가.

동탁은 물론, 동탁 군의 장수들 또한 크게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급보입니다! 평음현에 주둔하고 있던 병주군이 성문을 돌파하여 낙양현(洛陽縣)에 침입했습니다! 또, 또한…! 하남윤의 치소가 여포에게 점거되었다고 합니다!”

다급한 숨소리와 함께 달려온 무관이 동탁과 이유에게 전황을 보고했다.

병주군의 공세는 전광석화와 같았다.

단숨에 낙양을 점거하겠다는 듯이,

평음현에서 물자를 수송하던 병주군이 단숨에 낙양현에 이르렀다.

놈들의 목적은 필시 낙양의 황궁일 터.

사예주를 관할하는 하남윤의 치소가 적들의 손아귀에 넘어갔다는 소식을 들은 동탁은 두려움에 찬 침음을 삼켜야만 했다.

“이…, 이 개 같은 병주 놈들!!”

목에 목줄을 채우더라도.

먹이와 채찍으로 길들이더라도.

사나운 늑대가 어찌 개가 될 수 있겠는가.

여포와 병주군이 낙양현에 도달했다는 소식을 들은 동탁은 병주의 늑대들을 사냥개로 길들이려 했던 자기 어리석은 판단을 크게 후회해야 했다.

“동중랑장!”

낭중령 이유의 부름에 문 너머에서 대기하던 동월이 문지방을 넘으며 다가왔다.

“부르셨습니까, 군사.”

“당장 황제를 장안으로 옮기게! 그리고 삼공(三公)과 구경(九卿)의 관직에 있는 대관들도 모두 장안성으로 옮기게!”

“명을 받들겠습니다.”

일고작기와 같은 기세로 낙양의 성문들을 돌파하는 병주군이 머지 않아 낙양 궁궐에 도달할 터.

그 전에 서둘러 황제를 장안으로 옮겨야 했다.

절대로 황제를 빼앗겨선 안 된다.

꼭두각시에 불과한 황제이나,

황제 유변은 엄연히 선황의 적장자였다.

관동의 반란군들에 가세한 진류왕이 고귀한 혈통을 타고난 선황의 딸이었지만, 황위 정통성의 우위는 당연히 현 황제인 유변에게 있었다.

“어르신께서도 속히 낙양을 빠져나가셔야 합니다!”

이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중군교위 동황이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준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서량 기병대가 어르신을 호위할 겁니다!”

서량 기병대는 병주 기병대와 함께 한나라 최고의 기대(騎隊)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부대였다.

평소 이러한 사태를 대비해온 듯,

이유는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매우 신속하게 냉철한 판단을 내렸다.

동중랑장 동월과 중군교위 동황. 충성스러운 무장들에게 중임을 맡긴 뒤, 동탁의 동생인 좌장군 동민에게는 낙양을 모조리 불태울 것을 명령했다.

“황제와 어르신께서 낙양을 벗어나시거든 좌장군께서는 바로 낙양을 불바다로 만들어 버리십시오!”

“알겠소, 군사.”

관동의 반란군들에게도,

병주의 늑대들에게도 낙양을 넘겨 주지 않겠다.

결코 적들에게 낙양을 넘겨줘선 안 된다. 그에 이유는 기름과 마른 장작들이 도처에 흩뿌려진 낙양에 불을 지를 것을 동탁에게 권간했다.

“이유, 자네의 말이 맞네! 더러운 반란군 놈들에게도, 빌어먹을 화냥년에게도 낙양을 넘겨 주지 않을 걸세! 모조리 잿더미로 만들어 버리게!!”

솥뚜껑 같은 손으로 주먹을 쥔 동탁이 책상을 강하게 내리치면서 방화(放火)를 명령했다.

준비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나,

불을 놓는 순간 목조건물들이 대부분인 낙양은 삽시간에 잿더미로 변할 터였다.

불이 잘 타도록 숯과 유황까지 낙양 도처에 쌓아두었다. 낙양을 공격하기 시작한 병주군이 급히 화재를 진압하려 한다고 하더라도 불길은 결코 꺼지지 않으리라.

“어르신, 미리 이각 교위와 곽사 교위에게 급히 연통을 넣어 두었습니다. 낙양 성문을 벗어나면 두 교위들이 어르신을 보필할 겁니다.”

“자네는 역시 철두철미하군.”

동탁의 말에 이유가 고개를 저었다.

“저는 반기를 품은 더러운 배신자가 곁에 있었음에도 간파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어찌 철두철미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토로교위 가후.

다시없을 음험한 배신자 년.

의중을 알 수 없는 음험한 미소를 지으면서 천하를 기만하는 연환계를 벌인 원흉.

그 년의 목적은 단 하나.

천하를 기만하고 패권을 좌우하며,

자신이 천하제일의 책략가임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후는 낙양을 불태우고 장안으로 도망치려는 우행을 택한 동탁 군을 변절한 뒤에 여포에게 반란을 종용한 것이리라.

* * *

좌장군 동민은 중랑장 장제와 중랑장 번조에게 여포를 막을 것을 명령한 뒤, 부곡 이몽에게 정예부대를 맡기면서 낙양에 불을 지를 것을 명령했다.

이몽이 휘하 기병들과 함께 낙양 시가지를 누볐다.

기병들은 횃불을 들고 있었다.

횃불을 든 기병들은 일말의 망설임 없이 기름이 흩뿌려진 가옥들을 향해 불을 내던졌다.

“흐하하하, 낙양을 모조리 불태워라!!”

포악하고 사나운 성정을 가진 이몽은 불길에 휩싸이기 시작한 가옥들을 보며 광소를 터트렸다.

부귀와 영화의 상징이었던 낙양이 거센 화마에 휩싸였다.

불길에 놀라 달아나는 백성들이 보였다.

마치 벼락불을 맞은 쥐새끼처럼 비명을 내지르면서 달아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썩 즐거웠는지 이몽은 유황들을 가득 쌓은 목조건물을 향해 불화살을 날렸다.

이윽고 거대한 폭발과 함께 목조건물이 폭삭 주저앉으면서 거센 불길을 토해냈다.

“낙양이 불타고 있다!!”

수도를 불태우는 거대한 대방화.

낙양에서 시작된 후한(後漢)의 역사를 완전히 잿더미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것처럼 시뻘건 화마가 시가지를 집어삼켰다.

맹렬한 불길이 낙양을 송두리 째로 불태우면서 그을음 섞인 연기를 토해냈다.

이성휘와 손견의 군세가 주둔하는 의양에서도 훤히 보일 정도로 시커먼 매연은 하늘 끝까지 솟구치고 있었다.

“이, 이런 미친놈을 봤나! 전쟁에서 지고 있다고 해도 그렇지… 낙양을 송두리 째로 불태우다니!”

붉은 머리카락의 여걸이 하늘을 시커멓게 물들이고 있는 매연을 바라보면서 소리쳤다.

제정신이 아니다.

제정신이 아닌 게 분명했다.

어떻게 황궁이 있는 낙양에 불을 지를 수 있단 말인가? 미치지 않고서야 결코 불가능한 악행이었다.

“수도에 불을 지르다니.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만행입니다. 동중영… 설마 이렇게까지.”

조인 또한 하후돈과 생각이 마찬가지였는지 도톰한 입술을 깨물면서 시커먼 매연을 노려보았다.

그을음 섞인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다.

해가 떨어지고 밤이 온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하늘이 삽시간에 어두워졌다.

잿더미 섞인 매연으로 인해 햇볕이 사라지고 어둠이 찾아오게 되었다.

그에 장졸들은 두려움에 질린 표정을 지으면서 병장기를 움켜쥐었다.

"어림총사, 앞을 가로막던 군세가 보이지 않습니다. 아마… 낙양에 대화재가 난 것을 보고 급히 북쪽으로 퇴각한 것 같습니다."

의자매 장비와 함께 척후를 이끌고 적진을 살피고 돌아온 관우의 보고에 이성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부터 낙양으로 진격한다.”

이성휘가 말에 오르면서 손견과 유비에게 말했다.

그에 두 호웅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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