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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115화 (115/616)

1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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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양(滎陽) 지역을 제패한 관동군은 사수관은 물론, 천자가 있는 낙양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역신을 토벌하라!

황실과 조정을 농간하고 폭정과 전횡을 벌인 서량의 역신을 척결할 것이다!

비장 여포와 병주군을 격파한 덕분에 기세가 등등해진 관동군의 사기는 낙양 황궁에서 승전보를 기다리던 동탁을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이제 곧 본초가 기주(冀州) 군세를 몰고 형양 지역에 진입할 터. 전군은 형양에 둔영을 세우고 기다린다.”

정북장군 원소.

북쪽에서 증원군이 도착할 것이다.

사수관과 낙양을 목전에 두게 된 지방관들은 정동장군 조조의 결정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찬동했다.

형양 전투를 주도했던 정동장군 조조가 비장 여포를 상대로 대승을 거둠에 따라 연합군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다.

“혹여 불편하진 않으십니까?”

이성휘가 마차를 탄 유협에게 다가와 물었다.

당찬 미소를 지은 황녀가 고개를 내저으면서 입을 열었다.

“계속 마차에 있었는데 불편한 점이 있겠는가. 그대가 이번에도 큰 활약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고맙구나, 어림총사!”

“당연히 해야 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애써 힘든 것을 참으면서 씩씩한 모습을 보이는 작은 황녀의 배려에 이성휘는 쓴웃음을 지었다.

쓴웃음에는 미안한 감정이 가득했다.

어린아이에게 계속 무리를 시키고 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었다.

전쟁터에 나온 것만으로도 결코 적지 않은 공포와 부담감을 느끼고 있을 터였다.

그런데도 씩씩한 모습을 보이면서 웃음을 지어 주는 유협의 배려에 이성휘는 미안 하면서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명공, 비장 여포를 이기셨다고 들었사옵니다! 산천초목을 벌벌 떨게 하였던 맹장을 단기결전으로 쓰러트리시다니… 과연 명공이시옵니다!”

작약꽃처럼 고상하고 순결한 미녀가 기쁨에 찬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주먹 쥔 손을 붕붕 흔들면서,

경애와 존경에 찬 눈빛으로 이성휘를 바라보았다.

무관들을 통해 형양 전투의 소식을 들었는지 초선은 매우 상세하게 알고 있었다. 낙양제일미의 연이은 찬사에 이성휘는 머쓱했는지 실웃음을 흘렸다.

“전하, 조금만 참으십시오.”

“그대가 반가운 낭보를 가져오기만을 기다리고 있겠다!”

삐약삐약 우는 병아리처럼 귀여운 유협이 마치 여동생처럼 느껴졌다.

종종걸음으로 달려와 폭 안기는 여동생.

수려한 금발을 늘어뜨린 고귀한 황녀는 아기가지하게 꾸민 인형 같이 귀여웠다.

특히 솜사탕처럼 부푼 새하얀 뺨을 쿡 찔러보고 싶었다.

“명공, 조심하시옵소서.”

“물론입니다.”

“소녀에게는 무엇보다도… 명공의 안전이 중요하옵니다….”

초선이 고개를 푹 숙이면서 중얼거리듯 말했다.

알고 있다.

얼토당토않은 말이라는 것을.

전쟁에 출전한 장수에게 안전을 염원하다니, 목숨을 걸고 전쟁에 나선 장수에게 있어 오히려 모욕으로 들릴지도 모르는 말이었다.

그런데도 초선은 이성휘가 무사하기를 바랐다.

설령 모욕처럼 들릴지라도,

경애하는 명공께서 무사했으면 좋겠다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감사한 말씀입니다, 소저.”

입술을 달싹이면서 긴장된 낯을 보이는 초선의 모습에 이성휘는 피식 웃으면서 손을 올렸다.

그녀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햇볕에 곱게 말린 찻잎처럼 부드럽고 따스한 분홍색 머리카락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머리를 쓰다듬을 때마다 낙양제일미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백옥처럼 새하얀 얼굴이었기에 점점 붉어지는 모습을 확연히 볼 수 있었다.

“으, 으으으….”

많이 부끄러웠는지,

초선은 귀까지 붉게 달아오르게 되었다.

왜소한 어깨를 움찔움찔 떨면서 부끄러워하는 초선의 모습에 이성휘는 그녀를 두 팔로 안아주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나도! 나도 해다오!”

초선의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는 이성휘의 모습을 본 유협은 욕심이 생겼는지, 짧은 두 손을 위로 번쩍 들어 올리면서 외쳤다.

* * *

후장군(後將軍) 원술이 장사태수 손견과 함께 기병부대를 이끌고 연합군의 본진에 도착했다.

휘황찬란한 갑주를 걸친 남성.

남양군에서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지른 배신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떠돌이 신세가 된 자신을 귀하게 대접해준 형주자사 왕예를 죽이고 군세와 물자를 빼앗았음에도 원술의 얼굴에서는 전혀 죄책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형주에서 증원군과 물자를 가져 왔으니 모두 안심하도록 하라!”

말에서 내린 원술이 소리쳤다.

그에 원술을 맞이하기 위해 군문에 나왔던 지방관들은 물론, 경비를 서고 있던 장졸들 또한 어처구니가 없다는 모습을 보였다.

여남원씨 가문의 적자가 남양군에서 벌인 배은망덕한 배신행각을 모르는 이가 군문에 없었다.

그렇기에 개선장군처럼 당당하게 나타나 거들먹대는 모습을 보이는 원술의 태도에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거들먹대는 것은 여전하군, 원공로.”

좌우에 장수들을 대동하고서 모습을 드러낸 흑발의 여인이 원술을 향해 말했다.

기고만장한 모습이 실로 오만하다.

여남원씨 가문이 멸문지화를 당하는 참화를 겪었음에도 원술은 여전히 오만한 성정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조조는 모멸감에 찬 비웃음을 지었다.

“한나라의 후장군인 이 원공로가 역신의 손에 무너져가는 사직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의협의 기치를 들게 되었다!”

장사태수 손견과 그의 휘하 장수들을 대동한 원술이 우쭐함이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강동의 호랑이를 수하로 두고 있다.

그 자신감 때문이었는지 원술은 조조와 지방관들에게 오만불손한 모습을 보이면서 군문을 지나쳤다. 실로 뻔뻔하기 짝이 없었다.

“형주자사 왕예와 남양태수 장자를 죽였다고 들었다, 원공로.”

군문을 통과한 뒤 둔영으로 향하던 원술을 향해 흑발의 여인이 입을 열었다.

예민한 역린을 건드렸는지,

원술이 험악한 표정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형주자사 왕예와 남양태수 장자는 지금까지 조정으로부터 여러 은공들을 받아왔음에도 이를 배신하고 역신과 내통하고 있었다! 놈들은 구사일생으로 낙양을 탈출했던 이 원공로를 살해하려 했었지!”

일장 연설을 하듯 원술은 목에 핏대를 세우면서 왕예와 장자에게 혐의를 뒤집어씌웠다.

그 모습이 실로 구차했다.

원술의 악명은 양아버지를 죽인 여포와 다를 바 없었다.

“이 원공로, 역신을 토벌하기 위하여 관동 제후들의 연합에 가세하겠다.”

“한(漢)에 충성을 바친 두 중신들을 교살한 네놈이 역신을 운운하다니 우습군.”

싸늘함이 섞인 조조의 힐난에 원술은 격노를 발산하듯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하지만 검을 뽑는 일은 없었다.

수만 명에 달하는 장졸들을 지휘하는 정동장군 조조를 상대로 검을 뽑아 들 배짱이 없었기 때문이다.

연주를 제패하고 패자에 등극한 조조와는 달리, 원술은 왕예와 장자를 죽이고 군세를 빼앗은 것에 불과했으므로 기반 또한 미비하기 짝이 없었다.

“너를 받아들이는 대신 조건이 있다, 원공로.”

조건을 요구하는 조조의 행동에 원술은 이를 빠득 갈면서 분기를 토해냈다.

이 빌어먹을 환관 년이…,

감히 이 원공로에게 조건을 요구한다고!

여남원씨 가문의 권세가 하늘을 찌를 때만 하더라도 감히 고개조차 들지 못했던 종년 따위가!

“모든 물자들을 내게 양도해라.”

“뭐, 뭐라…?”

“원공로, 네가 가진 물자들을… 아니, 엄연히 따지자면 네 것도 아니지. 후장군 원술, 형양으로 수송되고 있는 모든 물자들을 우리 연합군에게 양도할 것을 요구한다.”

“빌어먹을 년이!!”

결국 살의를 참지 못한 원술이 칼자루를 뽑아 들면서 크게 일갈했다.

그와 동시에,

이성휘가 원술의 목덜미에 칼끝을 겨눴다.

원술보다 늦게 칼자루를 뽑았음에도 중원제일 검의 검이 선수를 점하고 있었다.

“검을 뽑지 않을 게 좋을 거다, 손견.”

검을 겨눈 이성휘가 말했다.

칼자루를 뽑아 들려던 손견은 이성휘의 경고에 잠시 손끝을 떨었다.

“…이 위압감, 보통내기가 아니군. 설마 중원제일 검인가?”

손견이 침음을 삼켰다.

중원제일 검이 상대라면 이길 방법이 없다.

‘내가 감히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로군. 풍채와 위압감으로 알 수 있다…. 무시하고 검을 뽑으면 원술과 함께 내 목까지 떨어진다.’

직감으로도 알 수 있다.

눈앞의 사내가 검 한 자루로 중원의 무인들을 제패한 검객이라는 것을.

검처럼 갈무리된 살의와 짙은 피비린내.

한나라 전역을 누비면서 싸움들을 반복해온 손견은 중원제일 검과 관련된 소문들이 결코 허어가 아니라는 것을 간파했다.

“큭! 가, 감히… 여남원씨 가문의 적자인 내게 검을 겨눈단 말이냐! 근본도 없는 잡배 따위가!!”

원술이 제 출신과 혈통을 내세우면서 발악하듯 소리쳤다.

그에 조조가 검을 뽑았다.

“입 닥쳐라, 원공로. 내 손으로 네놈의 그 입을 찢어버릴 테니. 감히 네놈 같은 버러지 따위가 내 부관을 모욕하다니!!”

흑발의 여인이 포악한 살의를 발산하면서 날카로운 칼끝을 세웠다.

칼끝이 향한 곳은 원술의 입.

당장에라도 더러운 입과 혓바닥을 도려내버릴 것만 같았다.

그것은 결코 말뿐인 경고가 아니었다. 조조는 자기 앞에서 감히 이성휘를 모욕한 원술의 입과 혓바닥을 찢어발기려고 했다.

“돌아가겠다…! 빌어먹을! 내게 이런 수치를 가하다니…. 연합에 가세하는 대신에 물자를 모두 내놓으라니, 있을 수 없는 만행이다! 대의의 기치를 들고 참전한 나를 핍박하다니… 조맹덕, 천하가 네년을 규탄할 것이다!”

물자를 모두 내놓으라는 조조의 협박에 원술은 연합군에 합류하는 것을 포기하려 했다.

그러나

이미 그는 연합군의 군문에 들어온 상태였다.

“만행이라…. 형주자사와 남양태수를 살해한 네놈을 죽이는 것이 어찌 만행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조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수백 명에 달하는 궁병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격대형을 갖춘 뒤,

군문에 들어온 원술의 부하들을 조준했다.

조조가 명령을 내리는 순간, 원술의 부하들은 모두 벌집이 될 것이었다. 날카로운 화살들이 사방에서 겨눠지자 원술의 부하들이 아연실색한 표정을 지으면서 온몸을 떨어댔다.

“부맹주의 권한으로 다시 명령하겠다, 원공로. 쥐 새끼처럼 남양군에서 훔친 것들을 모두 내놓아라.”

조조와 이성휘가 뻗은 칼끝에 목숨을 위협받게 된 원술은 대경실색한 표정을 지었다.

시뻘건 불길처럼 빛나는 눈동자.

조조의 두 눈은 농밀한 살의를 머금고 있었다.

산 채로 입을 찢은 뒤 혓바닥을 잘라 들개에게 던져 주겠지.

그리고 육신을 갈기갈기 토막 낸 뒤,

강에 모조리 뿌려 민물고기들의 배를 채울 게 분명했다.

‘제 분수도 모르고 설쳐 대는 여남원씨 가문의 개자식이 감히 내 사랑하는 이에게… 근본도 없는 잡배라고 지껄였단 말인가.’

흑발의 여인은 칼자루를 쥔 손에 힘을 주면서 원술을 겨누고 있던 칼날을 움직였다.

우선 그 더러운 입에 구멍을 내려 했다.

고약하고 역겨운 악취가 진동하는 여남원씨 가문의 피를 빼내면 조금은 역함이 가실 것 같았으니까.

그러나 날카로운 칼끝은 닿지 못했다.

원술을 향해 칼끝을 겨누던 이성휘가 검을 돌려 칼자루를 휘둘렀기 때문이었다.

명치에 칼자루를 맞게 된 원술은 호흡이 턱 막히는 고통과 함께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맹덕 님…, 부디 화를 가라앉히십시오.”

몸을 웅크린 채 침을 토해내는 원술의 모습을 내려다본 이성휘가 조조를 향해진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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