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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112화 (112/616)

1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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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양으로 은밀히 이동했던 조조 군의 흔적을 지웠던 장막과 장초의 기병부대가 전장에 도달했다.

진류태수 장막. 광릉태수 장초.

두 형제들이 좌군(左軍)과 우군(右軍)을 맡았다.

그리고 지원군의 선봉을 맡은 부대는 백전을 누벼온 용사들로 편성된 유비군이었다.

쌍검을 든 유비가 군세를 지휘했으며,

그녀의 옆을 청룡언월도와 장팔사모를 치켜든 미녀들이 호위하고 있었다.

“대의의 군세들이여, 역도들을 토벌하라!”

“여남군과 영천군에서 학살을 자행해온 반역도당들이다!!”

장막과 장초가 용맹하게 뛰어들면서 병주군에 맞서 힘겨루기하고 있던 조조 군에게 가세했다.

전장에 큰 파장이 일게 되었다.

북방 전선을 휩쓸었던 정예군단이었던 병주군이라고 할지라도 신출귀몰하게 출현하여 후방을 급습하기 시작한 적 군세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흥, 아무래도 복병은 형양에 매복하고 있던 정동장군 조조의 군세뿐만이 아니었던 모양이군요. 설마 매복을 이중, 삼중으로 깔아 뒀을 줄이야….’

호위부대의 엄호를 받으면서 전장을 지휘하던 잿빛 머리카락의 여성이 침음을 삼키면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앞과 뒤,

적들은 전방과 후방 모두에 매복을 배치했다.

실로 대담한 작전이 아닌가.

이 군사작전을 계획했을 장수에게 진심 어린 찬사를 보내주고 싶을 정도였다.

‘허나 감히 이 가문화를 상대로…!!’

모략의 귀재라 불리는 자신을 상대로 어쭙잖게 매복으로 위협해 올 줄이야.

오기가 치솟았다.

예상치 못한 매복을 연이어 당하게 된 것에 분기를 토해냈다.

여남군과 영천군의 활약에 도취되어 방심을 해 버리고 말았는지 적의 계략에 넘어가 버리고 말았다.

적의 계략을 눈치채지 못하고 넘어가 버린 것은 매우 수치스러운 치욕이었다.

“고순 장군!”

가후가 소리쳤다.

“부르셨습니까, 군사.”

그에 함진영 부대와 함께 본군에서 명령을 기다리고 있던 고순이 다가왔다.

“함진영을 이끌고 후방을 막으세요!”

“알겠습니다.”

수백 명에 불과한 함진영 병력으로 수천 명에 달하는 적의 지원군세를 막으라는 명령이었다.

그러나 가후로부터 명령받은 고순은 망설임 없이 이행했다.

함진영 군사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매서운 병장기와 갑옷으로 무장한 정예병들이 말머리를 돌리면서 후방을 급습해온 장막과 장초의 군세를 향해 특공을 감행하였다.

“돌파하라!!”

장막이 크게 외쳤다.

그러나 돌파당한 것은 장막의 군세였다.

전시에 대비하여 급히 징발한 병력과 온갖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정예병과의 차이를 증명하듯, 고순이 이끄는 함진영 군세가 장막의 군세를 뚫고 장초의 병력을 공격했다.

“군사! 형양에 투입되었던 성렴과 위월, 후성 교위가 무사히 살아 돌아왔습니다!”

5천의 군세를 이끌고 형양에 진입했던 장수들이 모두 살아 돌아왔다는 소식에 고개를 끄덕인 가후가 재차 명령을 하달했다.

“조성.”

“예, 군사.”

가후의 부름에 본군에서 대기하고 있던 조성과 휘하 무관들이 다가왔다.

“예하들을 이끌고 적 본진을 공격하는 군세에 가세하세요. 정동장군 조조의 수급만 베면 아군의 승리입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조성이 이끄는 병력이 정동장군 조조의 목을 참하기 위해 출전했다.

적장의 목을 베면 모든 게 끝난다.

고순을 보내어 적의 증원부대를 미봉책으로 억누른 뒤, 조성을 투입하여 정동장군 조조를 노렸다.

돌파구를 뚫어 승세를 잡는다.

모략의 귀재라 불리는 가후답게 적들로부터 연이은 급습을 받는 상황 속에서도 최선의 방책을 끄집어냈다.

“중랑장은 어떻게 되었죠?”

“중원제일 검과 교전을 치르고 계십니다.”

“설마 비장이 이렇게 애를 먹고 있을 줄이야….”

여전히 중원제일 검과 싸우고 있다.

그 소식에 가후는 침음을 삼키면서 관자놀이를 짓눌렀다.

‘중원제일 검의 명성은 익히 들었지만… 설마 중랑장이 결판을 내지 못할 정도라니. 천의 장수들과 만의 병졸들을 무찔렀던 일기당천이…!!’

가후가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문제는 적의 증원부대가 아니다.

바로 중원제일 검 이성휘.

일기당천의 맹장을 상대로 막상막하의 접전을 치르고 있는 남성의 존재였다.

가후의 모든 책략들은 여포가 어느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백전승장(百戰勝將)이어야만 성립될 수 있었다.

만약 여포가 중원제일 검에게 패배라도 하게 된다면 가후의 모든 책략들은 허무하게 사라질 물거품이 되어 버리고 말 것이었다.

“이제 곧 사수관에서 도독 서영의 지원부대가 도달할 거예요. 그때까지만 버텨 내면 아군의 승리입니다.”

도독 서영이 이끄는 군세가 이제 곧 형양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사수관에 주둔하는 병력은 정예부대로 편성된 동탁 군과 낙양 군단으로, 1만의 군세만 투입되더라도 능히 형양 전투의 승세를 잡을 수 있으리라.

‘문제는 도독 서영의 군세가 오기 전까지 어떻게든 중랑장이 버텨줘야 한다는 건데….’

병주군이 백전불패(百戰不敗)의 무위와 용맹을 떨칠 수 있었던 것은 여포가 항상 선두에서 군중을 견고하게 이끌어왔기 때문이다.

여포는 병주군의 총대장이며,

결코 패배해서는 안 될 맹위의 상징이다.

만약 여포가 패전했다는 소식이 들리게 된다면 백전불패의 병주 군단은 삽시간에 사기를 잃고 패주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 * *

여포와 이성휘의 단기접전은 100여 합을 치렀음에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느 한쪽도 우세를 점하지 못한 채,

거친 호흡을 토해내면서 상대를 향해 병장기를 휘두를 뿐이었다.

“빌어먹을!!”

차앙! 챠앙!!

차아앙──!!!

몰아치는 검의 쇄도.

소용돌이가 몰아치듯 검격을 이어 나가는 이성휘의 무위에 여포가 욕을 뱉어냈다.

맹렬하게 공세를 이어 나가던 여포는 방천화극을 들어 힘겹게 중원제일 검의 검격을 막아 내고 있었다.

이성휘가 지면을 도약했다.

높게 뛰어오른 이성휘가 의천검을 내리치면서 여포를 수세에 몰아 넣었다.

“중원제일 검!”

“네놈의 목을 취하겠다!”

여포를 향해 계속해서 검을 휘두르던 이성휘를 향해 병주군의 무관들이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곧,

이성휘가 휘두른 칼날에 목이 베이고 말았다.

병주군의 무관들이 검흔에서 피를 뿜어내며 쓰러질 때, 여포에게 달려들었던 조조 군의 무관들 또한 방천화극에 베여 쓰러졌다.

“이 피라미들이.”

여포는 흙바닥에 쓰러져 피를 토하던 조조 군의 무관을 방천화극으로 찔러 숨통을 끊어냈다.

그리고 방천화극을 비튼 뒤,

피와 살점이 덕지덕지 붙은 방천화극을 피투성이의 시체에서 뽑아냈다.

방천화극을 뽑아내자 핏물이 왈칵 솟구쳤다. 시뻘건 피를 뒤집어쓰게 된 여포는 짙은 살의에 찬 시선으로 이성휘를 노려보면서 방천화극을 겨눴다.

“천하가 나를 패륜을 범한 배신자라며 모욕과 손가락질한다면…. 어디 실컷 해 보라지, 그 더러운 오명들을 모두 받아들여 줄 테니까!!”

수만 명에 달하는 부하들과,

병주에서 자식들의 생환을 염원하고 있을 10만 명의 부모를 위해 배신과 패륜을 저질렀다.

모두 각오하고 저지른 일이다.

양부를 죽였을 때,

무와 명예를 갈망하며 무인의 길을 걸어왔던 여봉선 또한 죽었다.

전장에서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포기하고 부하들을 살리는 쪽을 택했다.

그 결과가 바로 배신과 패륜의 무장이라는 오명이었다.

천하의 맞수로 여겨 왔던 중원제일 검에게까지 멸시를 받게 된 여포는 마지막 남은 열망마저 잃게 되었다.

“이성휘!!”

여포가 일갈하며 달려들었다.

이성휘 또한 지면을 박차면서 여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명예로운 중원제일 검답게 양부를 쳐 죽이고 벼슬을 차지한 더러운 년을 죽여봐!”

대척점에 선 존재.

이성휘는 여포의 대척점에 서 있었다.

배신과 패륜의 대명사가 된 여포와는 달리, 이성휘는 악랄한 간적들로부터 황실과 조정을 수호해온 긍지 높은 무인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은연중에 시기와 질투를 품게 된 것일까.

여포의 두 눈이 표독스럽게 변했다.

순수한 살의와 투지 속으로…,

시커멓게 물든 시기와 질투의 감정이 섞여 들었다.

“그럴 생각이다.”

여포가 내지른 방천화극을 걷어낸 이성휘가 청강검을 역수로 쥐면서 휘둘렀다.

낫처럼 휘둘러 참격을 가했다.

여포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서 회피하려 했지만, 완전히 피할 순 없었는지 새하얀 뺨이 찢어지면서 핏물이 흘러내렸다.

“큭!”

방천화극이 날아들었다.

그에 이성휘는 의천검을 들어 방천화극의 날카로운 일격을 유려하게 흘려 냈다.

“제법이네, 목이 달아날 뻔했어.”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피.

금발의 여인이 이를 드러내면서 뺨에 생긴 상처를 강하게 짓눌렀다.

‘눈으로 볼 겨를이 없었을 텐데…. 짐승처럼 오로지 본능만으로 피한 건가?’

접전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나눈 공방이 무려 200합에 도달했다.

그런데도 이성휘와 여포는 가쁜 호흡을 토해낼 뿐, 싸움을 접을 생각이 전혀 없는 듯 보였다.

“커헉!”

여포의 팔이 이성휘의 멱살을 붙잡고는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뒤이어 방천화극을 내리찍었다.

그에 이성휘는 바닥을 구르면서 방천화극을 회피한 뒤, 청강검을 크게 휘두르면서 여포를 물러나게 만들었다.

“후우…. 후우…!”

입안에 고인 피를 뱉어낸 이성휘는 의천검을 바닥에 꽂은 뒤, 청강검의 칼자루를 양손으로 쥔 채 여포와 대치했다.

상당한 부담을 느끼게 된 걸까.

쌍검을 계속 휘두르던 이성휘가 검 한 자루에 의지했다.

악성전을 급습했던 수십 명의 자객들을 모두 도륙했을 때처럼 청강검을 쥔 이성휘는 마지막 일격을 가할 준비하면서 두 눈을 부릅떴다.

“여봉선.”

“이성휘이이!!”

이성휘의 선언에 여포가 사자후를 내지르면서 돌격을 감행했다.

무거운 호흡을 내뱉었다.

붉은 갑옷의 여걸이 달려드는 모습을 응시하던 이성휘가 칼자루를 고쳐쥐면서 집중을 지속했다.

심혈을 쥐어짜네듯이.

몸을 통째로 양단할 것처럼 매섭게 날아드는 방천화극을 무시한 채, 동귀어진을 각오한 마지막 일격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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