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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110화 (110/616)

1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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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이 형양으로 들어온 5천의 병력을 섬멸했다.

그러나

미리 매복을 눈치채고 형양 인근에서 대기하고 있던 병주군 본대가 선두 병력을 구원하고자 가세함에 따라 아비규환의 전투가 벌어지게 되었다.

“성렴 교위와 학맹 교위를 구해라!”

“앞을 가로막는 놈들은 모조리 다 죽여라!”

위속, 송헌, 후성 등의 병주군 장수들이 크게 소리치면서 검을 휘둘렀다.

본격적으로 병주군 본대가 움직였다.

여포가 뚫은 공로(攻路)를 따라 헤집고 들어온 병주의 용맹한 장졸들은 조조군이 잡고 있던 전장의 판도를 단번에 빼앗아버렸다.

“역적들을 치자!!”

“연주의 장졸들이여, 죽기를 각오하라!

병주군의 저돌적인 공세에 하후돈과 조인이 응전을 가하면서 전황이 격렬해졌다.

양군 병사들이 뒤엉켰다.

날카로운 병장기를 찌르고 휘두를 때마다 피 냄새가 코를 찔렀다.

여남군과 영천군에서 끔찍한 학살을 저지른 자들에게 복수하려는 조조군과, 5천에 달하는 전우들을 처참하게 살해한 조조 군에게 복수하려는 병주군.

광기로 점철된,

살육이 난무하는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다.

“비켜라, 버러지들아!!”

붉은 갑옷의 여걸이 방천화극을 휘두르자 벌레들이 강풍에 쓸려 나가듯 조조군 병사들이 나가떨어졌다.

누구도 비장의 돌격을 막을 수 없었다.

조조 군의 수많은 무관들이 호기롭게 검을 휘두르면서 달려들었음에도.

“크하악!”

“막아라! 막아야 한다!!”

필사적인 외침과 저항들이 앞을 계속해서 막아섰지만 여포는 그것을 모두 뚫어냈다.

압도적인 힘.

아득한 정점에 도달한 맹위.

금발을 나부끼면서 방천화극을 휘두르는 여포는 무신(武神)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맹렬했다.

“여, 여포…!”

이대로는 진형이 무너진다.

본진까지 뚫리는 것은 물론,

날렵한 맹금처럼 두 날개를 뻗으면서 형양에 진입한 5천의 병력을 둘러싸고 있는 포위망마저 갈기갈기 찢겨나가게 되리라.

최악의 참사를 막기 위해서.

충성과 강직을 겸비한 흑발의 여성이 창을 휘두르면서 여포를 향해 맹렬하게 질주했다.

“이 조자효가 너를 막겠다!!”

장졸들의 희생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었던 조인은 타오르는 불길처럼 사자후를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일선에 선 장수들은 물론,

무명소졸들까지도 모두 이 전쟁에 목숨을 걸었다.

전쟁에 참전한 모든 장졸들이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고 있는데 자신이 목숨을 아낄 순 없다.

가슴 깊이 결의를 다진 조인은 결사의 각오를 휘두르면서 여포의 목숨을 노렸다.

“뭐냐, 네년은.”

결사를 각오하며 내지른 일격을,

여포는 한 손으로 방천화극을 휘두르며 가볍게 쳐 냈다.

차아아앙!!

뼈저리게 울리는 금속음.

여포가 휘두른 일격에 뒤로 튕겨 나간 조인은 어금니를 꽉 깨물면서 버텨 냈다.

다시 날카로운 창을 뻗으면서 여포의 목덜미를 노렸다.

그에 여포는 창을 휘두르며 달려든 흑발의 여인이 다른 장수들과 다름을 느꼈는지, 고삐를 당기면서 적토마의 말머리를 돌려 조인을 향하게 했다.

“보아하니 제법 실력이 있는 년 같이 보이는데! 분명히 이따위의 매복을 준비했던 연놈들 중 하나겠지!”

아름다운 여인의 탈을 쓴 괴물을 바로 눈앞에서 목도하게 된 조인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긴장된 표정을 지으면서,

두 손으로 창을 굳게 쥐었다.

만휘군상(萬彙群象)을 벌벌 떨게 만들 정도의 난폭한 위압감을 발산하는 괴물은 냉철한 무표정을 고수하는 조인의 얼굴을 공포에 질리게 만들 정도였다.

“와라…, 여봉선.”

그런데도 조인은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창끝을 겨누면서,

애처롭게 떨리는 두 다리를 강한 의지로 붙들어 맸다.

조인은 충성과 충의의 화신이다.

전투를 승리로 이끌게 위해서라면,

언제든 목숨을 초개처럼 내던질 수 있는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그녀는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일말의 희망을 거두고자 도박 수를 던졌다.

“이 각오를 받아주마.”

여포가 말했다.

결의에 찬 조인의 모습에 감복했는지,

한 손으로 방천화극을 휘두르던 여포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두 손으로 창대를 잡았다.

“크흡!”

다시 병장기가 부딪쳤다.

그리고 조인의 창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강하다…! 이 정도의 무위라니!’

여포와 합을 나누면서 부딪치게 된 조인은 받아내는 모든 일격들이 목숨을 위협하기 충분한 살초임을 깨달았다.

가공할 정도의 위력이 실린 일격.

방천화극의 일격에 베이는 순간,

병주의 비장에게 살해당했던 다른 장졸들과 마찬가지로 온몸이 찢겨나가게 되리라.

“설마 10합까지 막아 낼 줄이야. 하지만 이제 이걸로 끝났어.”

여포가 두 손으로 방천화극을 번쩍 들었다.

내리찍을 생각이다.

빛에 반사되어 빛나는 방천화극의 창날을 본 조인은 죽음을 각오했다.

괴력이 실린 일격들을 계속 막아 냈던 두 팔은 마치 마비라도 걸린 것처럼 뻣뻣하게 굳었고, 손아귀에 쥔 창은 천근만근처럼 무거워 들어 올릴 수조차 없었다.

“자효 님!!”

그때,

남성의 외침이 벼락처럼 떨어졌다.

다급한 외침을 들은 조인은 본능적으로 허리를 뒤로 젖히면서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중원제일 검이 내지른 일격이 방천화극을 뒤로 쳐 냈다.

투하아아아앙───!!!

괴력과 날카로움의 공방.

고막을 찢는 무거운 금속음과 함께,

서슬 퍼런 인광을 머금은 명검을 늘어뜨린 이성휘가 여포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유혈과 살육을 몸에 두른 괴물과 대적하게 된 이성휘는 고개를 옆으로 잠시 돌리면서 뒤에 있던 조인을 향해 말했다.

“잠시 물러서 계십시오.”

“어림총사….”

아비규환 같은 싸움에 망설임 없이 몸을 던진 이성휘의 행동에 놀란 흑발의 여인이 두 눈을 크게 떴다.

당혹감에 찬 조인의 중얼거림에,

이성휘는 거센 강철과도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 일… 없을 겁니다.”

마치 당부를 하듯,

조인에게 말을 전한 이성휘는 양손에 쥔 두 자루의 검들을 늘어뜨리면서 여포를 노려보았다.

“여포.”

“중원제일 검.”

싸늘한 강철처럼 매서운 표정을 지은 이성휘의 얼굴을 본 여포가 이를 드러냈다.

이윽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녀의 웃음 속에는 싸움을 향한 갈망과 드디어 천하의 적수를 만났다는 희열이 담겨 있었다.

“크흐흐…! 크하하하하하하하핫!!!”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여포의 두 눈에서 호승심이 흘러넘쳤다.

못다 한 승부를 낼 때다.

낙양에서 이성휘와 무용을 겨뤘던 순간을 떠올렸던 여포는 자기 온몸에 희열과 흥분이 감돌고 있음을 느꼈다.

“중원제일 검───!!!”

붉은 갑옷의 괴물이 소리쳤다.

그에 이성휘는 두 자루의 검을 동시에 들어 올리면서 병주의 비장을 향해 달려들었다.

또한 여포도 마찬가지였다.

두 손으로 방천화극을 쥔 여포는 혼신을 다하여 중원제일 검을 향해 살초를 휘둘렀다.

‘저, 저 검은 분명….’

맹수처럼 날뛰는 여포를 정면에서 대적하는 이성휘의 담대한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조인은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두 눈을 부릅떴다.

* * *

전선을 종횡무진으로 누비면서 장졸들을 연이어 쓰러트리는 여포의 맹위로 인해 조인이 이끄는 병력은 물론, 포위에 투입된 부대들까지 무너지고 있었다.

위태로운 혼란이 엄습했다.

이 혼란을 진정시키지 못한다면 전선이 완전히 무너지게 될 것이었다.

그를 직감한 조조는 후방 병력과 예비대를 모두 투입시키면서 직접 전투를 지휘했다.

“전열을 갖춰라. 결코 물러서지 마라. 여기서 무너지면 지금까지 쌓아 올린 모든 것들을 잃게 된다.”

연주 지역을 제패한 패왕이 날 선 군명을 내리면서 갈팡질팡하던 군중을 단숨에 진정시켰다.

흩어졌던 병력을 다시 모은 뒤,

새롭게 투입된 병력들과 함께 방어선을 형성했다.

그리고 조조는 근위대를 이끌고 선두에 섰다. 병주군의 공세를 저지하기 위해 총대장인 그녀가 직접 병장기를 빼든 것이었다.

“주군, 위험합니다!”

근위장 허저가 외쳤다.

총대장이 직접 장대비처럼 빗발치는 화살들이 난무하는 전장의 중심에 섰다.

그 말은 곧,

사방에서 노려지게 될 것이라는 뜻이었다.

전투에서 승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들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적 총대장의 수급을 취하는 것이리라.

무모할 정도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조조의 모습에 근위장인 허저가 대경실색하는 것은 당연했다.

“허저.”

“예, 주군!”

조조의 부름에 허저가 답했다.

“난전 속에서 나를 지켜라. 그대는 나의 번쾌다.”

“존명!!”

지엄한 명령을 받들게 된 허저와 패국 출신의 근위병들이 병장기를 치켜들면서 소리쳤다.

예상대로 사방에서 적들이 몰려들었다.

크게 펄럭이는 정동장군의 깃발.

정동장군의 대장기는 총대장인 조조가 바로 전장의 중심에 있노라고 선언하고 있었다.

썩은 고깃덩이를 노리는 이리떼처럼 날카로운 창검을 늘어뜨린 병주군 장졸들이 성난 고함을 내지르면서 조조를 찢어발기기 위한 흉아를 휘둘렀다.

“조조가 바로 저기 있다!”

“조맹덕! 저년의 목에 십만금이 걸려 있다!!”

수천에 달하는 병력들이 밀려든다.

탐욕과 욕심에 찬 장졸들이 모두 조조의 목숨을 노리고 있었다.

조조가 연주에서 거병하였다는 소식을 들은 동탁이 십만금에 달하는 상금을 내걸었기에 병주군 장졸들은 더욱 분기탱천하여 살의를 발산했다.

“이 허중강, 오직 주군을 위한 번쾌가 될 겁니다.”

허저가 조조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 위용 넘치는 모습은 마치,

불문과 불법을 수호하는 수문신장(守門神將)을 떠올리게 했다.

8척에 달하는 거대한 체격을 가진 허저가 날카로운 장창을 내리찍으면서 명령을 내렸다.

그에 허저의 부하였던 근위병들이 물 샐 틈도 없이 호위대형을 이루면서 조조를 보호했다.

“막아라!!”

우렛소리와 같은 외침이 울리자,

육중한 방패들이 성벽처럼 진열을 이루면서 탐욕에 물든 이리떼를 가로막았다.

그와 동시에 방패 사이로 날카로운 병장기들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주군을 노리는 무뢰배들을 벌집으로 만들었다.

“커허억!”

“이 멧돼지 같은 놈이!!”

노도처럼 달려드는 장졸들을 상대로 싸움에 나선 8척의 거인.

창을 휘두를 때마다 추풍낙엽처럼 수많은 장졸들이 쓸려 나갔다.

화살이 날아들었음에도.

가슴과 어깨에 화살이 꽂혔음에도 주군을 호위하기 위해 병장기를 쥔 근위장은 멈추는 법이 없었다.

“놈의 창이 부러졌다!”

“빈손이다! 놈을 죽여라!!”

맹렬하게 휘두르던 허저의 창이 부러졌음을 본 장졸들이 크게 소리쳤다.

그러나 창이 부러진 것 따위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고것을 말하듯, 허저는 주군의 목숨을 노리는 무뢰배들을 솥뚜껑 같은 주먹으로 때려죽이기 시작했다.

“으아악!!”

피떡이 되도록 주먹으로 두들긴 허저는 두 손으로 적병을 번쩍 들어 군세를 향해 내던졌다.

불굴의 괴력을 두른 거인.

피와 살점이 뚝뚝 떨어지는 주먹을 늘어뜨린 거인은 적들을 두렵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거인을 눈앞에 두게 된 병주군 병사들은 압도된 것처럼 허저의 부릅뜬 시선을 본 것만으로도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주군을 도모하려거든… 이 허중강의 시체부터 넘어서야 할 것이야…!!”

바닥에 떨어진 전부(戰斧)를 든 허저가 거친 숨소리를 내뱉으면서 소리쳤다.

날 선 도끼를 들며 앞을 가로막았다.

육중한 무게를 자랑하는 전부를 붕붕 휘두르며 위압을 가하는 허저의 용맹에 조조를 노리던 병주군의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무양후(舞陽侯) 번쾌.

만인지적처럼 수천 명에 달하는 적들을 향해 기염을 토해내는 허저의 모습은 한고조 유방을 수많은 위기에서 구해 낸 번쾌의 일화를 떠올리게 했다.

* * *

고대해온 숙명을 맞이한 것처럼,

여포와 이성휘는 망설임 없이 서로를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거세게 격돌하는 금속.

싸늘한 금속의 살의가 서로를 향해 휘둘러졌다.

“그때 못 다 했던 승부를 내야지, 중원제일 검!!”

“바라던 바였다.”

맹진을 가하면서 달려드는 여포에 대적하고자 이성휘는 그녀의 정면을 파고들었다.

안타까움에 찬 비명이 흘렀다.

간발의 차로 목숨을 구하게 된 조인의 입에서 흘러나온 비명이었다.

방천화극과 두 자루의 검들이 맹렬하게 충돌할 때마다 손아귀에 땀이 맺히는 것 같았다. 떨리는 두 눈으로 용감하게 대적하는 이성휘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분명 어림총사가 쥔 검은 언니의….’

의천검(倚天劍). 청강검(靑釭劍).

이성휘가 아래로 늘어뜨리고 있는 두 검들은 분명 패국조씨 가문에 내려오는 두 보검이었다.

날카로운 빛무리를 뿌리는 보검들을 유려하게 휘두르면서 병주의 비장에게 맞서는 중원제일 검의 모습은 조인의 두 눈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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