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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106화 (106/616)

1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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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견은 신흥 가문에 지나지 않았던 오군손씨 가문을 이끌며 반란 토벌에 참전했던 젊은 효웅으로 유명했다.

각지의 반란들을 진압했으며,

양주(揚州)와 서주(徐州), 옹주(雍州) 등지에서 벌어진 전투들까지 모두 승리로 이끌면서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

혁혁한 공을 세우면서 장사태수에 임명되고 오정후(烏程侯)에 봉해지는 영광을 누렸으나, 손견은 천하를 호령하는 대장군이 되고 싶다는 욕망을 내심 품어오고 있었다.

“후장군 어르신께서는 후(侯)를 중랑장에 임명하는 것은 물론, 형주자사 왕예를 죽이고 남양군을 점거한 뒤에는 예주자사와 파로장군의 벼슬을 하사하실 겁니다.”

원술의 명을 받고 남양군으로 진군하고 있던 손견군과 접촉하게 된 원윤은 은밀히 밀지를 전달했다.

형주자사 왕예를 참살한 뒤,

남양군에 주둔하는 병력과 비축한 물자들까지 모두 가로챈 뒤에 관동 제후들의 연합에 합류하려 한다.

밀지를 통해 원술의 속셈을 알게 된 손견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고, 손견을 따르던 장수들은 분탄에 찬 반응을 보였다.

“감히 하극상에 동참하라는 뜻인가!”

“천벌 받아 마땅한 후레자식 같으니라고! 어찌 상객이 주인을 칠 수 있단 말이냐!!”

집주인이 집을 찾아온 손님을 치는 것은 절대로 해선 안 될 금기였다.

하물며,

제 속셈을 위해 정성스럽게 환대한 집주인의 뒤통수를 치는 배신행위는 말할 것도 없었다.

천하의 배은망덕한 잡놈이라 불리면서 평생 삿대질을 받게 될 것이 분명했다.

손견을 따르는 장수들은 더러운 하극상을 종용하러 온 원윤을 단칼에 죽일 듯이 노려보면서 칼자루에 손을 얹었다.

“그만하게. 사세삼공의 대명문가께서 이 손문대에게 도움을 요청하러 온 게 아닌가.”

분개에 찬 모습을 보이는 장수들을 향해 손견이 손을 들어 올렸다.

그에 장수들은 고개를 숙이면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좋소. 원술 어르신의 명을 받들어 왕예를 치겠소.”

원술의 요청에 손견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수락했다.

곧바로 확답을 내린 손견의 행동에 휘하 장수들은 물론, 종용하러 온 원윤조차 얼떨떨한 반응을 보이면서 고개를 들었다.

“평생 변방을 떠돌면서 종군한들 신흥 가문에 불과한 오군손씨 가문이 중앙 정계로 진출하는 것은 평생 불가능할 것이오. 그러니 우리 가문은 여남원씨 가문의 위광을 빌려 출셋길을 밟고자 하오.”

공교롭게도 손견과 왕예는 예전부터 험악한 관계를 이루고 있었다.

왕예는 신흥 가문을 이끄는 손견을 비루한 출신이라며 무시한 적이 있었으며, 공적인 자리에서는 손견을 무식한 무관이라 칭하며 모욕을 주기까지 했다.

자신을 계속 괄시하는 직속상관의 밑에서 온갖 푸대접을 받으면서 가족들과 변방을 떠도는 비참한 삶을 청산하고 싶었던 손견은 원술의 제안을 받아들이기에 이르렀다.

‘진흙밭을 나뒹굴면서 흙탕물을 마시는 수모를 겪게 될지라도 반드시 우리 가문을 탄탄대로에 올릴 것이다. 우리 책과 권이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신흥 가문이라는 이유로 계속 변방을 떠돌아야 했던 손견은 한 가지를 깨닫게 되었다.

4백 년 동안 천거와 추천을 통해 인재를 선발해온 한나라에서 벼락출세하기 위해선 대명문가의 위광을 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래서 원술과 손을 잡기로 했다.

저열하고 비겁한 성정을 가진 인사였지만,

그는 사세삼공의 대명문가인 여남원씨 가문의 적자였다.

신분적 한계가 주는 비참함을 어느 누구보다 뼈저리게 통감하고 있었던 손견은 자기 아이들이 평탄하게 출셋길을 걸을 수 있도록 흙탕물을 마시는 것을 선택했다.

“이제 곧 남양군에 당도할 것이오. 그러니 공께서는 동오의 장졸들이 용맹하게 분전하는 모습을 잘 지켜보시오.”

옆에 둔 검을 집어 든 손견이 굳은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에 원윤은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손견의 말은 즉, 자신을 군문에 인질로 잡아두겠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예주자사와 파로장군의 벼슬을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인질로 잡은 것이리라.

“이제부터 우리는 여남원씨 가문의 원술 어르신을 도와 형주자사 왕예를 칠 것이다!”

군막을 열고 나온 손견이 휘하 장수들을 향해 소리쳤다.

주군의 결단에 장수들은 탐탁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명령을 충실하게 받들었다.

“예, 주군!”

“알겠습니다!”

강동의 호랑이라고 불리는 맹장답게,

손견군의 군문은 상명하복의 원리가 매우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었다.

더러운 배신행위에 동참하게 되었음에도 어느 누구도 감히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동오 출신의 충장들은 묵묵하게 전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남양군을 쳐라!”

손견이 검을 뽑아 들며 소리쳤다.

역적 동탁을 치기 전에,

직속상관인 형주자사 왕예를 도모하려는 것이다.

남양군에 주둔하는 형주자사 왕예와 합류하여 관동 제후들의 연합에 참가하려 했던 손견은 칼자루를 거꾸로 쥐는 쪽을 선택했다.

“남양군을 공격하라!”

“전군, 형주자사 왕예를 친다!”

정보와 황개가 이끄는 선봉대는 남양군을 통과하자마자 창검을 휘두르면서 본색을 드러냈다.

왕예를 따르는 장졸들을 죽였다.

손견을 따라 수많은 전쟁터를 종군해온 역전의 전사들답게 동오의 장졸들은 싸움에 매우 능란했다.

합류하기 위해 남양군에 입성한 손견군이 돌연 반기를 들자 형주자사 왕예와 남양태수 장자의 죽음으로 혼란스러웠던 남양군의 군영은 경악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손견이 배신했다!”

“어서 손견을 막아라! 손견이 반란을 일으켰다!”

강동의 호랑이가 배신했다.

경악스러운 반란 소식이 날아들었다.

형주 제일의 맹장과 그 휘하 장졸들이 원술의 배신에 가담했다는 소식까지 추가적으로 알려지면서 왕예의 부하들은 기세를 잃고 도망치거나 원술과 손견에게 투향했다.

“투항하라! 왕예는 이미 죽었다! 모두 무기를 버리고 복종하라!!”

원술이 결사대를 이끌고 연회가 벌어지고 있던 연루를 습격하여 왕예와 측근들을 모두 참살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 손견은 호기가 느껴지는 사자후를 내질렀다.

호랑이가 포효하는 듯한 외침에 남양군의 병사들은 복종을 선택했다.

왕예의 복수하겠다며 여러 장수들이 손견을 향해 달려들었지만 누구도 강동의 호랑이를 이기지 못했다.

“모든 대업은 오군손씨 가문을 위해서다.”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칼끝을 늘어뜨린 손견이 두 눈을 부릅뜨자 투항을 해온 장졸들이 모두 발치에 엎드렸다.

과연 강동의 호랑이다웠다.

비록 더러운 배신행위에 가담하였으나, 날 선 무인의 기상이 온몸에서 넘쳐흐르고 있었다.

“그대가 강동의 호랑이인가!”

거사를 달성하고 돌아온 원술이 손견과 그 부하들을 맞이했다.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갑옷을 걸친 남성이 피칠갑하고 있는 모습을 본 손견은 손에 쥔 검을 바닥에 내리면서 무릎을 꿇었다.

“손문대가 여남원씨 가문의 적주(嫡主)를 뵙습니다.”

“대업에 동참해주어 고맙네.”

원술이 한 걸음 다가오면서 무릎을 꿇은 손견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에 손견은 원술의 손을 붙잡으면서 천천히 두 다리를 일으켰다.

“종제를 보내어 약조한대로, 그대를 예주자사와 파로장군에 임명할 것일세.”

“감사할 따름입니다.”

손견은 출세를 조건으로 원술에게 복종하였고, 원술은 충성을 조건으로 출세를 약속했다.

원술에게는 그럴 만한 힘이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멸문지화 속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여남원씨 가문의 적자였기 때문이다.

수십 년 동안 뿌리내렸던 여남원씨 가문의 영향력은 여전히 건재했기에 수많은 사대부와 호족들이 충성을 맹세하면서 복종해 왔다.

‘기다려라, 종년아! 이제 곧 네년의 앞에서 위풍당당하게 개선할 터이니!’

원술에게 있어 원소는 자기 모든 것을 도적질해간 철천지원수이자 복수심에서 비롯된 열망을 불태우게 하는 목적동기였다.

은혜를 베푼 형주자사 왕예를 죽이고 그의 병력과 물자들을 모두 빼앗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린 것 또한 기필코 종년에게 복수하겠다는 복수심 때문이었다.

* * *

정북장군 원소의 군세는 업성에,

정동장군 조조의 군세는 진류군에 주둔했다.

낙양을 북쪽과 동쪽에서 에워싼 듯한 진형을 세움으로서 사예주를 긴장감에 빠트렸다.

천하의 향방을 가로지을 건곤일척의 전쟁.

거대한 전쟁이 곧 벌어질 것을 직감한 사예주 백성들은 부리나케 피난길에 오르게 되었다.

“언니, 척후의 보고에 따르면 동탁 군이 사수관에서 진을 치고 있다고 합니다.”

여봉교위 조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조조는 동탁을 호위하고 있을 20만의 군세를 떠올렸다.

20만 대군이라….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 숫자였다.

관동 제후들의 병력을 다 합쳐봤자 10만에 불과했으므로 만약 전면전을 치르게 된다면 동탁 군에게 참패를 겪게 될 것이었다.

‘필시 동탁은 사예주 출신의 장졸들로 구성된 중앙군을 보낼 터…! 삼준걸(三俊傑)을 따라 황건적의 난을 진압했던 낙양 군단이 출병한다면 우리에게 승산이 없다.’

전쟁은 결코 개인의 무용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또한,

관동 제후들 쪽에 중원제일 검이 있듯이 동탁 군에는 비장이 있지 않은가.

조조는 대(對) 흉노 전쟁의 영웅인 비장 이광에 필적할 정도의 용력과 용맹을 가진 여포의 참전을 우려하고 있었다.

여포가 예주를 침략하여 예주자사 공주와 측근들을 살해하고 여남군을 불바다로 만들었다는 패전 소식이 군중에 널리 확산되면서 장졸들의 사기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출진한다.”

“예!”

흑발의 여인이 손을 들어 올리면서 출진을 알렸다.

부우우우우우우우우───!!!

고각소리가 울렸다.

병사들의 위풍당당한 발걸음 소리와 함께 말의 울음소리가 천하를 뒤흔들었다.

10만 명에 이르는 병력의 진군.

역적 동탁을 도모하여 황실과 조정을 구하자는 대의를 가슴속에 품은 관동 제후들이 움직였다.

“군기를 높게 치켜들어라!”

“북소리를 높여라! 나팔을 더욱 크게 불어라!”

무관들의 우렁찬 외침과 함께 치켜든 제후들의 깃발이 하늘을 찌를 듯했다.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과 함께,

긴장감에 찬 병사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북과 나팔이 계속해서 전운을 고조시켰다.

정동장군 조조와 갑주를 걸친 관동 제후들. 그리고 장졸들을 위무하기 위해 참전한 진류왕 유협의 마차가 후군의 호위를 받으면서 형양으로 향했다.

“안심하십시오. 어림군이 전하를 철통 같이 지키겠습니다.”

귀를 끔찍하게 자극하는 고각소리에 겁을 먹었는지 유협은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있었다.

그에 이성휘가 위로하듯 말했다.

위로에 조금 힘이 났는지,

황녀는 애써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화웅은 지난번에 중상을 입혔으니 출진할 수 없을 텐데…. 그렇다면 초전부터 여포가 출진하는 건가?’

아니,

그럴 리는 없다.

여포가 출진할 것을 예상했던 이성휘는 이내 고개를 저으면서 생각을 잠시 접었다.

예주자사 공주를 참살하면서 큰 공을 세웠지만 결국 항장에 지나지 않았다. 대전쟁의 우세를 가늠하는 초전에 항장을 총대장으로 출진시키는 것은 여러모로 이치에 맞지 않았다.

“총사!”

전선의 소식을 알아보기 위해 선진에 잠시 다녀온 무관이 이성휘를 불렀다.

“사수관의 방위를 맡은 도독은 서영이라는 장수입니다! 화웅과 여포의 대장기는 사수관에서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동탁은 서영을 도독으로 임명하여 사수관의 방위를 일임했다.

초전부터 여포를 꺼낼 생각은 없는지,

동탁은 중상을 입어 출진할 수 없는 화웅을 대신하여 서영을 투입하였다.

서영은 뛰어난 군략과 냉철한 판단력을 겸비한 장수였으므로 낙양으로 통하는 관문을 수비하는 수문장 역할에 적합한 군재라고 판단한 것 같았다.

“총사!!”

선진으로 향했던 무관이 돌아오기 무섭게 척후대를 총지휘하는 부대에 파견되어 있던 무관이 다급히 달려왔다.

“여포가 출진했습니다!”

“그게 무슨 해괴한 말인가?! 분명 사수관에 여포의 대장기가 없는 것을 확인하였거늘.”

앞서 이성휘에게 보고했던 무관이 되물었다.

여포는 사수관에 없었다.

분명 그녀의 대장기가 없지 않았는가.

“아닙니다! 여포는 지금 예주 영천에 있습니다! 아군이 출진하는 틈을 노려… 병주 기병대를 이끌고 영천군을 습격하여 영천태수 이민을 죽이고 수천 명이 넘는 영천군 병사들을 도살했다고 합니다!”

진류군에서 출진한 관동 제후들을 유유히 따돌리면서 우회 기동하여 영천군을 습격했다.

사수관에 이목이 쏠리도록 만든 뒤,

연주에 모인 관동 제후들과 지원군과 물자를 수송하기로 약속한 예주의 지방관들이 함부로 합류할 수 없게끔 연주 지역과 가까운 예주 영천군을 공격한 것이었다.

분명 여포의 옆에 누군가가 있다.

이유?

아니다.

이유는 정략에 능한 모략가일 뿐, 군사에 능한 군사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남은 사람은 단 한 명이다.

책략에 결코 허점이 없으며,

불리한 전황을 뒤집지 못한 적이 없다고 일컬어지는 당대 최고의 참모.

───가후.

당대 최고의 모사.

억울하면 순유, 사마의 데려오시든가~

15초 뒤 패배선언하는 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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