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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103화 (103/616)

1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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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세삼공이라 불리며 굴지의 부귀영화를 누려온 대명문가, 여남원씨 가문이 멸문에 처해졌다.

동탁의 명을 받은 사례교위 선번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50여 명의 여남원씨 일가를 참수했으며, 태부(太傅) 원외와 태복(太僕) 원기를 대리시에 하옥한 뒤에 극형을 선고했다.

“권력에 삼켜진 괴물에게 우리 여남원씨 가문의 위대한 역사가 결국 끝나는구나!!”

처형장에 선 원외의 외침을 들은 백성들은 그가 동탁을 향해 저주를 날리는 것이라 여겼지만, 늙은 가주의 저주가 향하는 대상은 발해군의 원소였다.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숙부님께, 여남원씨 가문 측에 다른 것을 부탁할 때가 올 거예요.

정북장군의 벼슬을 주청하기 위해 여남원씨 본가로 돌아온 원소가 떠날 때 남겼던 말.

원외는 죽음을 앞두게 되었을 때 비로소 답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너무 늦어 버렸다.

이미 날카로운 칼끝이 목덜미를 겨누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로의 말을 들었어야 했다…! 권력에 미친 그 괴물이 결국 우리 여남원씨 가문마저 집어삼키는구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사세삼공의 대명문가를 희생양으로 삼아버린 원소의 지독한결단에 원외는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죽는 것은 두렵지 않다.

다만 그 괴물의 모략에 희생되는 것이 억울하고 원통할 뿐이다.

“처형하라!!”

사례교위 선번이 참(斬)이라고 적힌 목패를 내던지면서 소리쳤다.

이윽고 검이 휘둘러졌다.

원외의 두 눈은 비천한 혈통을 가진 조카의 모략에 대명문가가 멸문하게 된 것이 원통했는지, 목이 잘리는 그 순간까지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 * *

업성의 성문이 활짝 열리게 되었다.

좌우로 열리게 된 성문을 통해,

안량과 문추가 이끄는 장졸들이 입성했다.

위풍당당한 호기를 발산하는 원소군이 입성하자 업성 백성들은 두 팔 벌려 환대하며 원소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원소! 원소! 원소!”

“정북장군 어르신이시다!!”

풍성한 갈기를 가진 백마를 탄 금발의 여인이 늠름한 자태를 뽐내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햇빛이 바스러진 것처럼 찬연하게 빛나는 금색 머리카락과 산호처럼 영롱한 붉은 눈동자.

백옥처럼 새하얀 얼굴과 자애로움을 머금은 입가의 미소는 난세에 지친 업성 백성들의 마음을 흠뻑 적셔 내렸다.

“누, 누가 감히 성문을 열었단 말이냐!”

정북장군 원소의 군세가 업성에 입성하였다는 다급한 소식을 듣게 된 기주목 한복은 치중종사 유자혜를 불러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에 유자혜가 말했다.

“성문을 수비하던 부장 국의가 원소와 내통하였다고 합니다!”

“이런 찢어 죽일 놈!”

부장 국의가 배신하였다는 소식을 듣게 된 한복은 원통함을 토해냈다.

양주 변방을 종군하던 놈을 불러 벼슬을 내리고 귀하게 대접했거늘, 어찌 지금껏 베풀어 준 은혜들을 모두 잊고 배신할 수 있단 말인가!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혀 버린 한복은 마냥 당할 수만은 없다고 판단했는지, 업성의 병권을 지휘하는 경무를 불러 원소군에 맞서려 했다.

“어, 어르신!”

별가(別駕) 민순이 문을 다급하게 열면서 뛰어들어왔다.

“업성에 주둔하는 거의 모든 병력들이 원소군에게 투항했습니다! 아마 국의가 벌인 짓으로 보입니다!”

“모두 투항했단 말이냐!”

“휘하 무관들이 원소군과 장기간 내통했던 게 분명합니다!”

그제야 한복은 자신이 독부(毒婦)의 손아귀 위에서 놀아나는 꼭두각시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탁에 의해 기주목에 임명된 한복은 갖은 방법들을 동원하여 발해군 세력을 견제해왔으나, 권력을 향한 야망에 사로잡힌 괴물에 맞서 싸우기엔 그의 역량이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한복은 저항조차 하지 못한 채 원소군에게 업성을 빼앗기고 말았다.

“모두 병장기를 버리고 투항하라!”

“이미 대세는 결정되었다. 휘하에 합류하여 역신을 무찌르기 위한 의군에 합류하도록!”

국의의 협조 덕분에 업성에 무혈입성한 안량과 문추의 병력이 한복과 측근들이 있는 치소를 포위했다.

날카로운 병장기를 겨눴다.

그리고 뾰족한 화살을 내건 활시위를 팽팽하게 당기면서 위협했다.

“하, 항복하겠소!”

“나는 원래 기주 출신이오…! 연주 출신인 기주목과는 전혀 관계없소이다!”

치소를 지키던 기주목 한복의 장졸들이 무기를 버리면서 투향했다.

이미 대세는 결정되었다.

기주 전역을 집어삼킨 원소군을 상대로 어떻게 승산을 논할 수 있겠는가.

주군을 위해 목숨을 초개처럼 내던질 수 있는 담력을 가진 맹자는 아무도 없었는지, 안량과 문추의 투항요구에 망설임 없이 응했다.

“기주목 한복은 역적의 손에 임명된 난신일 뿐이외다.”

“폭정과 전횡을 일삼는 역신을 돕고자 정북장군 어르신을 계속 견제해온 한복은 역적에 불과하오.”

한복을 따라 업성에 온 문관들 또한 손을 번쩍 들어 올린 채로 투항해 왔다.

동탁을 추종하고 원소를 견제해온 한복의 행보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예전부터 한복을 향한 불만이 대단했던 것 같았다.

“기주목의 관인을 빼앗진 않겠습니다, 기주목 어르신. 순순히 투항하여 궐기의 대의를 받드세요.”

개선장군처럼 업성 백성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은 원소가 마침내 치소에 도착했다.

한복의 부하들이 대부분 투항한 것을 확인한 그녀는 오만하고 위엄 넘치는 모습을 보이면서 패자를 향해 투항을 종용하였다.

천하 만민이 역적의 죽음을 원하고 있다.

원소는 동탁에게 빌붙어 권력을 탐하려 한 기회주의자에게 관동 제후들의 궐기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알겠소! 온갖 패악을 일삼는 역신을 처단하여 황실과 조정을 구하려는 그대들의 숭고한 대의에 협조하겠소이다!”

결국 대세가 기울었음을 통감한 한복은 원소의 요구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지독한 기회주의자답게,

목숨이 경각에 달하게 되자 한복은 망설임 없이 자신을 기주목에 임명한 동탁을 배신해 버렸다.

한복을 따르던 경무와 민순 등의 장수들은 굴욕에 찬 표정을 지었지만 결국 주군을 따라 항복했다.

“난신을 척살하고 인의의 기치를 세우고자 하는 대의에 합류한다면 그대들을 크게 종용할 것입니다.”

한복이 쥐고 있던 기주목의 전권을 빼앗은 원소는 그를 따르던 일파들을 모두 흡수했다.

동탁을 쳐야 한다는 결의에 찬 진언을 올렸으나 한복의 미움을 받아 소외되었던 전풍과 심배를 각자 별가(別駕)와 치중(治中)에 임명하였으며, 용력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군사마(軍司馬) 장합을 교위에 임명했다.

“현명한 용단을 내려주어 고마워요.”

“소장의 결단을 알아주시니… 그저 감읍할 따름이옵니다, 어르신!”

원소가 고마움을 담아 공훈을 치하하자 성문을 열고 투항해온 국의는 감읍한 듯 예를 취하면서 무릎을 꿇었다.

“업성을 비롯하여 주변 현들 또한 어르신께 충성을 맹세해왔습니다.”

“하북의 모든 백성들이 주군을 따르고자 하고 있습니다! 민심은 곧 천심이라 하였으니, 이는 곧 주군에게 천심이 따른다는 반증이 아니겠습니까!”

마침내 기주의 중심지인 업성을 손아귀에 쥐게 된 원소군은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였다.

업성을 취함으로서 기주를 완전히 제패했다.

기주는 하북의 중심이었으므로,

필시 기주에 이어 유주(幽州)와 병주(并州) 또한 손아귀에 떨어질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마침내 업성까지 떨어졌군.”

장졸들의 환호와 열망을 뒤로한 채 발걸음을 움직이던 원소를 향해 봉기가 다가왔다.

그는 후후 웃음을 흘리면서,

향하는 곳마다 빛나는 영광과 위광을 거머쥐는 원소에게 감탄의 말을 전했다.

“하긴 천하의 원본초가 결심하여 손아귀에 넣지 못할 것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봉기의 말에 금발의 여인은 고혹적인 쓴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하나. 손에 넣지 못한 게 하나 있어요. 손에 넣으려 하였으나 결국 손에 넣지 못했던 단 하나가.”

피투성이의 무간지옥 속에서,

목숨을 다해 자신을 구해주었던 사내의 모습을 떠올렸다.

마음속에 폭 숨은 마음이 사내의 모든 것들을 취하고 싶다는 시커먼 욕망이 되어 꿈틀대기 시작했다.

원소는 욕망을 긍정하고 있었다.

욕망은 매우 훌륭한 목표동기가 되어 주니까.

지금까지 항상 가슴속 욕망을 받아들이고, 또한 긍정하였기에 원하던 것들을 모두 취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원소는 이성휘를 향한 시커먼 욕망을 받아들이고 있었으며, 언젠가는 반드시 그를 취하겠다는 목표동기를 불태우면서 야심에 물든 두 눈을 빛냈다.

* * *

정동장군 조조는 1만 5천에 달하는 군세를 이끌고 출진하기 전에 호위장군 조홍에게 연주의 전권을 모두 위임했다.

조홍은 조조의 사촌이며,

또한 조조가 가장 신임하는 장수였다.

그리고 정도현에서 무려 30만에 달하는 황건적 대군을 격파하는 기염을 토해냈던 굴지의 명장이었기에 조조 군의 어느 누구도 그 결정에 감히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걱정하지 말고 다녀와요, 연주성은 이 조자렴이 철통처럼 지키고 있을 테니까요.”

조조와 함께 후군(後軍)을 이끌고 출정하게 된 이성휘를 배웅하게 된 흑발의 여인이 장난기를 머금은 당돌한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 말에 이성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적 동탁을 크게 무찌르고 당당하게 개선할 언니께서 저를 너무 총애한 나머지…, 어림총사를 2인자 자리에서 내쫓아버릴지도 모르겠네요.”

조홍이 새하얀 이를 드러내면서 웃을 때마다 갸름한 뺨에 귀여운 보조개가 드러났다.

당돌하게 들판에 피어난 들꽃처럼,

고귀함을 머금은 금닢의 꽃처럼 아름다웠다.

장난기가 다분한 애교를 부리면서 자신을 걱정해주는 조홍의 배려에 움찔움찔 흔들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던 이성휘는 고개를 숙이면서 아가씨의 입술을 훔쳤다.

“우으응…. 으읏!”

입술이 성감대인 걸까.

강하게 물 때마다 신음이 흘러넘쳤다.

뜨거운 온기를 품은 아가씨를 꼭 끌어안은 이성휘는 재회가 약속된 이별의 슬픔을 도톰한 입술에 담아내듯이 흑발의 여인에게 자기 감정을 전달했다.

“어림총사는 매번 위험한 짓들만 골라서 하는 사람이니까… 걱정된다고요.”

조홍이 근심에 찬 쓴웃음을 지으면서 이성휘의 넓은 가슴에 얼굴을 폭 파묻었다.

고양이가 이불에 파고든 것처럼,

얼굴을 파묻은 가슴에 뺨을 비비면서 자기 마음을 전했다.

“언니를 지켜줘요.”

“예, 반드시.”

간절함이 깃든 조홍의 당부에 이성휘는 결심의 각오를 담아 대답했다.

“아, 그리고….”

애절함에 깃든 표정을 지으면서 연약한 여인의 모습을 보인 조홍은 항상 무뚝뚝한 모습들만 보이는 이성휘가 당황해할 만한 소식을 전했다.

발꿈치를 천천히 들면서,

이성휘의 귓가에 달콤한목소리로 속삭였다.

“창고에서 했을 때… 위험 일이었어요, 애아빠♡”

도발적인 속삭임을 듣게 된 이성휘는 예상대로 당혹스러움에 찬 표정을 지었다.

중원제일 검이 허둥대는 모습을,

당혹감에 허둥대는 이성휘의 모습을 본 조홍은 쿡쿡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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